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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pick] 신한지주, 1.15조 원 유증 추진…금투업계 '주가 우려'

 

[IE 금융] 신한금융지주(055550)가 약 1조1582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향후 글로벌 사모펀드와의 제휴 및 공동 투자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주주친화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주가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분석한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1조1582억 원(약 3913만 주)의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증자 배정 대상은 홍콩 소재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이다. AEP는 지난 1998년 세워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투자사 중 하나며 국내에서 현대카드, OB맥주, 하이마트 등에 투자하고 있다. BPEA는 1997 설립된 아시아 최대 규모 펀드사로 국내 대표 투자로는 로젠택배, 한라시멘트, 애큐온캐피탈 등이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하게 됐으며 그룹 중장기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확보했다는 게 이 지주의 설명이다. 또 향후 글로벌 및 자본시장 분야에서 다양한 제휴 및 공동 투자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 축적된 자본여력을 활용해 다양한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증가한 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개선, 이것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주환원의 시기 및 방법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한지주의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회사 측이 강조한 증자 이유가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기에 다소 부족하다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현시점에서의 증자는 향후 배당금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높은 대출 증가율,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으로 2018년 말 12.5%였던 보통주자본비율이 현재 11.4%로 낮아진 것을 꼭 증자로 보완했어야 했는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분기 1조 원 내외의 이익 체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현재의 자본비율이 업종 내 낮지 않고, 유상증자 이후 단기간 내 배당을 늘리거나 하는 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명분들"이라며 "사측의 설명대로 중장기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긴 하나 반대로 단기간 기존 주주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유상증자의 방식이 제 3자배정, 할인율이 2%에 불과하고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거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유상증자 금액 1.15조원은 최근 2년간 동사의 분기이익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임에 비해 그 영향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를 각각 -5.4%, -7.6%하락시킨다"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19 영향을 간과할 수 없지만, 사측이 유상증자를 결정할 정도로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며 이번 유상증자로 신한지주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또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고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도 신한지주의 이익 체력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 명분이 약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 역시 "이번 유증으로 상당한 주당순자산가치 희석(BPS dilution)이 발생,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350원(1.18%) 떨어진 2만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