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새 행장 취임한 KEB하나은행 '보내는 마음도 하나'

21일 KEB하나은행 본사서 열린 이·취임식 현장
많은 직원 함 전 행장 마지막 함께하고자 모여…눈물 흘리기도


국민들은 채용비리라는 낙인을 기억하지만, 직원들에게 KEB하나은행 함영주 전 행장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초대 은행장이었나 봅니다.

21일 오후 KEB하나은행 본사 로비에서 열린 이·취임식에 많은 직원들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고자 모였는데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몇몇 직원들도 보였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함 전 은행장을 좋게 생각했던 많은 직원들이 짬을 내 이·취임식을 보러 왔다"고 귀띔했습니다. 각 층에서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날 직원들은 전 직원의 얼굴을 담은 모자이크 액자와 핀란드 왕복 티켓을 선물했습니다. 함 은행장은 단 한 번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이후 함 전 은행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시작된 38년간의 하나은행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함 전 은행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던 통합 은행장으로서의 소임을 마무리하고 사랑하는 직원들을 떠난다"며 "통합 은행의 완성을 위해 땀 흘린 직원들과 떠난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 누구도 우리가 빠른 시기에 통합 이뤄내리라 몰랐다"며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뜨겁게 나눴던 응원과 헌신이 없었다면 결코 이 자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함 전 은행장은 "저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다리가 쉬어가도 되느냐 묻는다"며 "논어에서 나아가고 물러갈 때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했듯 이제는 때가 됐다"고 제언했습니다.   

 

언뜻 보면 모든 일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함 전 행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직무는 계속 수행합니다. 때문에 지난해 말 3연임에 성공한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후임으로 자연스럽게 꼽히기도 합니다. 현재 채용비리 혐의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말이죠.

 

현재 함 전 은행장은 채용비리 혐의를 전면 부인했는데요. 결과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나올 전망입니다. 1심 판결도 채 끝나지 않았고 2심과 3심도 남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날 이임식 얘기로 넘어가자면, 함 전 은행장은 "신임 은행장은 늘 부지런할 뿐더러 의욕도 넘치고 강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조직의 성과를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지성규 신임 은행장을 표현했는데요.

 

지성규 은행장은 함영주 전 은행장에게 은행 깃발을 전달받고 KEB하나은행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와 함께 옛 하나은행 시절부터 내려온 은행장 만년필도 받았죠.
 


함 전 은행장의 말처럼 지성규 은행장은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었는데요. 취임식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00여 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기자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이날 지 은행장은 임기 동안 자신이 해낼 과제를 발표했는데요. 뭐, 다른 기사에서도 많이 나온 얘기니 패스하겠습니다.  

 

지 은행장은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초대 통합 은행장을 맡으며 12개 분행의 한국인 분행장을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진두지휘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2001년 직원고충처리 담당 부서장으로서 약 4000명의 전 직원을  1대1로 개별 면담하는 등 조직의 의사소통 체계를 원활히 했다는 공도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그는 전날 오후 8시 임직원들을 불러 서로 가졌던 불만과 문제를 털어놓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이후 한 직원은 지 은행장에게 "다 (소통 문제 해결이) 된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네요. 

 

한편, 이날 취임식에서는 지성규 은행장이 강조한  '디지털'과  '글로벌'을 표현한 디지털 세리머니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KEB 하나은행의 인공지능 비서인 '하이(HAI)'가 등장해 세리머니에 대한 설명을 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을 향한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지문인식방식을 활용해 세계 각지에 진출한 KEB하나은행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형상화해 '디지털의 날개를 달고 글로벌로 나아가자' 는 지성규 은행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