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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살 입증 못하면 보험금 지급해야"


[IE 금융] 보험사가 고의사고(자살)를 명백히 입증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례가 등장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5일 상속인이 보험사에 재해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사건에 대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알렸다.

 

50대 A씨는 지난 1996년 1급 장해진단을 받으면 5000만 원을 지급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그는 지난 2015년 자택 방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1급 장해진단을 받고 치료 중 사망했다. 

 

이에 A씨 상속인은 보험사에 재해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고의사고, 즉 자살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을뿐더러 환자의 경과를 보고 의무 내용을 기록하는 병원 의무지록지에도 자해·자살로 표기됐다며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놓은 것. 

 

그러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A씨가 사고 발생 20일 전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으며 사고 전날 직장 동료와 평소와 같이 문자를 주고받은 점에 주목했다. 

 

여기 더해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 기록상 연소물이 A씨가 발견된 방과 구분된 다용도실에서 발견된 점, 연소물 종류를 번개탄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 보험사가 자살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바라본 것.

 

지난 2001년 대법원도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자살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살 의사를 분명히 밝힌 유서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 위원회 측은 "그동안 막연히 고의사고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성립된 결정 내용은 당사자가 수락하는 경우 재판상 화해(소송 중인 양 측이 합의해 재판을 끝내는 것)와 같은 효력이 있다. 만약 보험사가 수락하지 않을 경우 A씨의 상속인은 법원의 소액심판제도와 같은 소송을 해야 한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