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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착취당한 어린이들, 굳은 덩어리의 과거

 

개봉하고 장시간이 지나 굳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 수 없는 폴리머 클레이. 부드럽게 되살려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데 막상 해보려니 번거로워서 버리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나름의 외향을 갖출 수 있었는데 그저 덩어리로 버려지게 된 모습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네요. 

 

정확한 형체가 없는 덩어리는 영단어로 mass입니다. mass는 대량, 운집 등의 의미도 포함하고요. 

 

일제 탄압으로 자취를 감췄던 어린이날 행사는 1946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인 5일에 부활했습니다. 이듬해부터는 요일 무관하게 5월5일이 어린이날로 정해졌고요.

 

1953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에 이어 1954년부터 이 전 대통령이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하며 국가적 행사로 발돋움했습니다. 1973년 3월 법정 기념일을 거쳐 1975년 1월에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고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1980년대에도 간간이 모습을 보인 mass game(매스게임 혹은 마스게임). 과거 신문기사들과 김학재, 김진호 외 8명 공저의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50년대'를 참고하면 1955년 5000여 명의 어린이들이 당시 대통령 이승만을 위한 서울운동장(옛 동대문운동장) 공연을 하려고 땡볕이 작렬하는 운동장에서 며칠씩 수업을 빠지며 초대형 매스게임을 준비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 해에도 변함이 없었고 매스게임 자체도 1980년대까지 존재했었죠.

 

이날의 주인공으로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대상인 어린이들이 정작 고행과도 같은 연습도 모자라 매스게임을 위해 맞으면서 일과를 보냈다는 목격담도 여러 문헌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1956년에도 어린이 5000명이 매스게임에 나섰으나 공연 도중 소나기가 쏟아져 행사에 차질을 빚었고 1957년 대한뉴스는 수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매스게임과 군무를 펼쳐 장관을 이뤘다는 내용을 내보냈습니다.

 

지금도 국가 규모 행사나 군대 의장대, 대학교 응원단, 일부 기업체 및 종교집단에서 실시하는 매스게임. 몰개성, 획일화와도 연관 지을 수 있는 단체행동으로 하나의 픽셀이 곧 한 사람인 매스게임을 어린이들에게 시켰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누구든 어린이 시절을 건너뛴 이는 없습니다. 큰 덩어리든 작은 덩어리든 모두 과거가 존재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