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보기 좋아야 맛도 좋은 법 '두텁도록 합병'

1618년 10월12일(광해군 10년, 음력 1618년 8월24일) 반역 혐의로 거열형에 처해져 향년 4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

 

조선왕조실록에 기재된 허균은 명나라까지 명성을 날린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부친 허엽, 이복 형 허성, 동복 형 허봉, 동복 누나 허난설헌과 함께 허씨 5문장의 일원이었습니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누구든 맘이 맞으면 교류하며 사회를 비판하는 자유로운 사상을 글에 녹이는 필력을 가졌지만 선조의 계비이자 항렬상 광해군의 계모, 정명공주와 영창대군의 모친인 인목왕후(소성대비)에 대한 암살 기도로 역적이 됐고요. 

 

허균의 아버지 허엽의 호는 '초당'으로 '초당 두부'를 고안한 인물입니다. 허균도 음식에 관심이 많아 1611년 귀양살이 중 그간 맛봤던 팔도 별미를 소개하는 책을 내놓는데 제목은 '도살장 문전에서 입을 크게 벌려 고기 씹는 흉내라도 낸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인 '도문대작(屠門大嚼)'입니다. 

 

식품을 여러 유형별로 나누고 특징과 산지 등을 기술해 당시 음식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니 유배지에서 쓴 우리나라 최초 요리소개서이자 음식품평서로 볼 수 있겠네요.

 

이 책에 나온 열아홉 가지 떡 중 쌀가루와 여러 소를 재료로 볶은 팥고물을 얹어 쪄내는 두텁떡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도문대작에서 소개한 서울 지역 음력 8월의 떡이자 우리 전통 먹을거리인 두텁떡은 명절이나 새일 선물용으로 종종 볼 수 있는데 두께가 두텁다 해 붙은 이름처럼 많은 양의 고물이 특징입니다. 

 

왕의 생일 수라상에 올라가는 궁중 요리였다는 차별점도 있는 만큼 전통성에 집중하면서 현대인들 입맛에 맞도록 만드는 방법을 바꿔 떡케이크 등으로 은근히 인기가 있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이 두텁떡의 한자명은 합병(盒餠, 소반뚜껑 떡)입니다. 봉우리떡이라는 다른 이름과 같은 맥이겠죠. 두터우면서도 보기 좋게 솟은 모양으로 많은 사람의 입안을 풍족하게 채우는 두텁떡은 생각만 해도 왠지 모를 온기가 느껴집니다.   

 

한편 내일 임시 이사회를 여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기업결합과 관련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시정조치안 동의 여부를 가릴 계획입니다.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즉 합병(合倂) 관련 논의를 위한 임시 이사회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노린 실질적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고요.

 

유럽 화물 노선의 경쟁 제한을 우려하는 EU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에 요구한 시정조치를 수용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그간 글로벌 업계에 위상을 떨쳤던 우리 항공사업 분야의 재도약을 위해서라도 盒餠 같은 合倂이 이뤄져 종국적으로는 두터우면서도 영양 가득한 결과가 도출됐으면 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