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고 은퇴한 유연수 축구선수의 사연이 알려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는 작년 10월18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사거리에서 동료선수, 트레이너와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는데요. 그는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결국 지난 8일 은퇴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밝은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며 오히려 국민들을 위로해 줬는데요.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찾아 패럴림픽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내비쳤습니다.
최근 '음주' 또는 '술'이라는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온갖 음주 사고를 접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송년회 시즌에는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죠.
이런 가운데 남녀노소가 즐겨 시청하는 유튜브에서는 오늘도 '술방(술을 마시는 방송)'에 대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유명인들의 모습에 다들 흥미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또 술이 주된 콘텐츠이다 보니, 협찬이나 광고도 많이 붙어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제작비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튜브 술방은 가수 조현아의 '목요일밤' 래퍼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차쥐뿔)' 개그맨 신동엽의 '짠한형' 등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이들 콘텐츠 중 하나는 최고 조회수 2147만 회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TV 속 음주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수위를 조절하던 신동엽은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자 차에 실려가고요. 타 콘텐츠에서도 과음을 한 여러 게스트들이 졸거나 과한 리액션을 취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많은 이들이 시청한 뒤 '좋아요'를 누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게 되고요.
하지만 이같이 술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취해서 그래"라는 변명이 통하는 일이 많아지게 됐는데요. 또 유튜브에 가장 친밀한 청소년들에게 이런 술방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 술을 긍정적으로 인식, 모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튜브도 '정보통신민법'에 따라 방송처럼 심의위원회의 모니터링 대상이기는 하지만, 불법 행위만 단속할 뿐 음주 장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요. 결국 규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죠.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음주·흡연 장면은 성인은 물론, 청소년의 음주와 흡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로 확인됐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국회입법조사처의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를 조장할 경로가 될 수 있다"며 "조장 환경을 저감할 수 있도록 규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요.
자신이 제작한, 혹은 자신이 출연한 방송이 사회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절주를 유도하는 자막 표시와 같은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슈에디코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