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금융] 금융당국이 대규모 원금 손실이 일어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대해 0~100% 차등배상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홍콩 ELS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뒤 이 같은 내용의 '홍콩 H지수 ELS 검사 결과 및 분쟁조정 기준안'을 내놨다.
이번 홍콩 ELS 사태에 대해서 금감원은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3대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손실액의 20~40%(기본배상비율)를 배상토록 했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이 발견된다면 은행은 10%p(포인트), 증권사는 5%p 가중된다. 다만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은행 5%p, 증권사 3%p를 적용한다.
이와 함께 판매사 요인이 가중되는데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 10%p ▲금융취약계층(80세 이상 초고령자 등) 5~15%p ▲ELS 최초투자 5%p ▲자료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콜 부실 5~10%p ▲비영리공익법인 5%p 등이다.
그러나 가입자에 책임이 있는 경우 배상비율이 줄어든다. 만약 ▲ELS 투자경험 2~25%p ▲매입·수익규모 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금융권 종사자 등) 5~10%p 등 투자자에 책임이 있는 경우를 배상비율에서 차감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어려운 별도 고려사항이 있는 경우 10%p 범위 내에서 가산하거나 차감하는데, 당국은 가입자에 따라 100% 배상 또는 전혀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9년 DLF 사태 당시 '투자자 책임 원칙'을 고려해 가산·차감 요인을 더한 최종 배상비율이 8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과는 다르다. 이번 홍콩 ELS 사태가 과거 DLF, 라임, 옵티머스 사태와 결이 다르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ELS는 공모 상품으로 기존 문제됐던 사모펀드와 다르기 때문.
이번 분쟁 조정기준안은 가이드라인이기에 판매사가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 금융권에서는 기준안 수용 여부에 따라 자율배상을 결정하지만, 자율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 절차를 밟는다. 분조위 조정안마저 수용하지 않을 때는 법정 공방까지 갈 수 있다.
또 이날 금감원은 이번 홍콩 ELS 판매사 현장검사 결과 다수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확인됐다고 알렸다. 홍콩 H지수의 변동성이 요동치는 시기에 내부영업 목표를 올리면서 영업직원들의 성과지표가 연계되도록 설계해 판매를 독려한 것.
여기 더해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토록 판매기준을 임의조정한 경우도 나타났다. 일부 판매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 시 필수 확인항목을 누락하고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토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한 경우도 발견됐다.
특히 영업점 단위에서도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 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 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한 사실도 밝혀졌다.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대리 서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ELS 상품에 90세가 넘는 초고령층 투자자도 다수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라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에 대해선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판매사의 사후 수습 노력에 따라 참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