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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선두에 서지 못한 뱅가드의 선도적 역사

정치에서 이념 대립은 빠질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양립은 각각의 부족분을 채우며 발전을 도모하는 양상을 띠죠.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매카시즘을 기본에 두고 일본에 얼마나 친근감을 가졌는지 살피면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어느 정도는 가능할 듯합니다. 

 

안정을 택하는 보수와 비교해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는 전위(前衛, 가장 선구적인 사람이나 집단)라는 의미와 큰 맥에서 통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위를 뜻하는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예술 분야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용어죠. 예술 등에서 혁신을 이끄는 경향이나 인물을 포괄합니다.

 

프랑스어인 아방가르드는 과거 전투에서 선봉에 서던 전위대를 지칭했으나 프랑스 혁명 이후 세간의 급진파를 이르는 말로 사용하게 됐다고 하네요. 이랬던 것이 19세기 말 예술계에서 기존 서사나 틀 등 관념을 부수는 새 예술의 사조를 아방가르드 예술, 즉 전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겁니다. 

 

 

아방가르드는 영어로 뱅가드(Vanguard)입니다. 미국은 역시나 전위, 선봉, 선도자에 걸맞게 큰 포부를 담아 지난 1958년 3월17일,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인공위성인 뱅가드 1호를 발사했죠. 

 

3단 추진 발사체 시험과 지구 궤도에서 인공위성 및 시스템에 대한 영향을 조사하고자 발사한 이 위성은 궤도 분석으로 측지 정보 등을 제공하다가 수은전지로 동작하는 송신기가 같은 해  6월, 전지 고갈로 동작을 멈춥니다. 태양전지로 작동하는 송신기는 1964년 5월에 수명이 끝났는데 마지막 신호는 에콰도르 키토에서 수신됐고요.

 

뱅가드라는 이름과 대비하는 얘기가 오늘 '이리저리뷰'의 작성 목적입니다. 당초 미국은 세계 첫 인공위성으로 뱅가드를 발사하려고 했지만 당시 적대국 소련에서 1957년 10월4일, 스푸트니크 1호(Спутник, 동반자-1)를 대기권 밖으로 먼저 내보내는데 성공했죠. 

 

자존심 싸움에서 밀린 미국은 스푸트니크가 우주시대의 서막을 연 지 두 달이 지난 12월6일, 뱅가드 TV 3호(Vanguard Test Vehicle-3)를 발사했지만 많은 이들의 염원을 등지고 1.2m 정도 떠오르다가 발사대로 다시 떨어지며 폭발합니다.

 

이 광경이 고스란히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되며 미국은 엄청난 망신을 당했다는 자책을 하게 됐고요. 이를 좌시하지 않은 당시 소련의 니키타 후르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뱅가드(전위부대)가 아니라 리어가드(Rear guard, 후방부대)라고 부르자'는 내용을 담은 공식 조문을 보내 미국을 조롱하며 양국의 냉각관계는 더욱 악화합니다.

 

이후 1958년 2월5일, 미국은 천신만고 끝에 뱅가드 TV 3BU(백업)을 발사했으나 1분도 비행하지 못한 채 2단 로켓이 두 동강 나며 또다시 체면을 구겼고 같은 해 오늘, 세 번째 발사에서 뱅가드 TV 4가 정상궤도에 오릅니다. 이 위성이 바로 뱅가드 TV 4의 교체명인 뱅가드 1호로로 이후 미국은 발사에 성공한 위성에만 정식 숫자를 붙이게 된 거죠. 

 

뱅가드 1호는 스푸트니크 1~2호, 익스플로러 1호에 이은 네 번째 인공위성이었고 이후에도 네 차례 실패를 거쳐 뱅가드 2호가 우주로 향했으니 그야말로 고난의 선도자(?)인 셈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