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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봐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이창용 총재 두 번째 '진달래꽃' 넥타이 매고 등장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명인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문구입니다.

 
한국은행(한은) 이창용 총재가 어제인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 시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왔는데요. 

 

앞서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11월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이 넥타이를 맨 바 있습니다. 이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상했었는데요.

 

통상적으로 한은 총재가 금통위 당일 붉은색 계통의 넥타이를 착용하면 금리 인상,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를 매고 오면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요.

 

당시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넥타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오늘 아내가 아침 일찍 나가서 제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고 답했는데요. 이어 '이자 부담이 늘어난 대출자들을 위로하는 문구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왔는데 그 해석이 더 좋은 것 같다"며 "금리가 올라 국민 고통이 심해지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은도 빨리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금리를 빨리 안정화하고 싶다"며 "물가가 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고요.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이 총재가 '진달래꽃' 시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25~5.50%인 기준금리는 작년 9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2.00%포인트(p) 높은 수준입니다. 높은 물가를 감안한 결정이라는 게 연준의 설명입니다.

 

미 연준과 한은 수장들은 물가에 대해 '울퉁불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우리는 지난 2개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를 봤다"며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과거 통화정책 사례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가르쳐준다"고 제언했습니다.

 

앞서 이창용 총재도 지난달 22일 열린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지금 매우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두 수장 모두 물가와 금리에 대한 기조가 일치한 것입니다. 특히 다음 달 12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는 10차례 연속 동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은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보고서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둔화 중이지만, 기조적 물가 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로 수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데다 유가와 신선식품 가격 등에 따라 물가가 크게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이창용 총재의 '진달래꽃' 넥타이가 향후 고금리 기조가 더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죠.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