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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무산 위기 '제4 이통사' 출범…금융권 알뜰폰 '눈길'

[IE 산업·금융] 현재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과점을 깨기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제4 이동통신사(이통사) 출범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결국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메기' 역할은 이통 3사 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권이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제4 이통사 될 뻔한 '스테이지엑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제4 이통사 후보 자격에 대한 취소 절차를 밟는다고 알렸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정통부 강도현 2차관은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필요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법령이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선정 취소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28일 기가헤르츠(㎓) 대역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를 진행해 4301억 원이라는 최고 입찰액을 제시한 스테이지엑스를 선정했다. 이통 3사가 사업성이 없어 투자를 포기했던 5G 28GHz 초고주파 대역을 품은 것.

 

이 회사는 일뜰폰(MVNO) 사업을 하는 모회사 스테이지파이브가 기간통신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준비 법인이다. 이 법인은 향후 3년간 총 90개의 핫스팟에 6000여 개의 무선 기지국을 구축한 뒤 일반 가입자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리얼 5G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3년 내 가입자 목표는 300만 명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선정 이후 필요사항 이행을 증빙하는 필요서류를 지난 5월7일까지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이에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대가(할당대가의 10%인 430억1000만 원) 납부 영수증, 법인 등기사항전부등명서, 주식납입금 보관증명서, 할당조건 이행각서를 과기정통부에 냈다. 그러나 검토한 결과 이 회사는 주파수 할당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 원에 현저히 미달하는 금액을 납입했다.

 

이를 확인한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 원과 실제 납입금 차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스테이지엑스는 올 3분기까지 납입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복수의 법률 자문을 통해 필요 서류 제출 시점인 5월7일에 자본금 2050억 원을 납입완료하는 것이 필수 요건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선정 취소에 해당된다"며 "스테이지엑스가 주장하는 자본금 조성을 신뢰할 수 없고 주파수 할당 대가(잔액 90%, 3087억 원) 납부, 설비 투자 등 사업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청문 절차를 거쳐 선정 취소 처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 더해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이달 13일자 법인등기부등본에 자본금이 1억 원으로 기재돼 있어 자본금 납입 증명서와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추가자료를 보면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곳 중 자본금 납입을 일부 이행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유일하다.

 

다른 주요 주주 5곳은 자본금 납입을 하지 않았고 기타 주주 4곳 가운데 2곳도 납입하지 않아 구성 주주 및 구성 주주별 주식소유비율도 주파수 할당신청서의 내용과 달랐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청문 과정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청문은 행정절차법에서 최종 행정처분이 있기 전 당사자 의견을 듣는 절차이기 때문에 취소가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스테이지엑스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목소리 커진 알뜰폰 활성화…금융권 알뜰폰 주목 받는 이유

 

이처럼 제4 이통사가 시작도 전에 무산될 위기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4 이통사 출범에 집중하기 보다 알뜰폰 활성화와 같은 다른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특히 알뜰폰 시장에서는 금융권 알뜰폰이 탄탄한 자본력과 마케팅 역량을 발휘해 이통 3사가 장악한 시장에서 빛나는 성과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019년 선보인 알뜰폰 'KB리브모바일'은 지난 4월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 최초로 금융위원회(금융위) 은행 정식 부수 업무로 지정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금융 서비스와 결합한 요금 혜택부터 친구 결합, 청년요금제 등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 이달에는 자사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에서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는 KB스타뱅킹 요금제를 출시했다. KB스타뱅킹에서 원스톱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매월 1회씩 최대 24개월간 전용 할인 쿠폰이 제공되는데, 최대 할인 적용 시 월 2만2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 KB리브모바일의 가입자는 42만 명이며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이동통신 만족도 조사에서 2021년 하반기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제치고 5회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알뜰폰업계에서는 이통3사제 운영하는 알뜰폰업체에 이어 약 5위 정도다.

 

최근 우리은행도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알뜰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양 사는 연내 사업 시작을 목표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세부적인 업무 협의 중이다. 이를 통해 금융 통신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함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동통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올 상반기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피면 '내가 거래하는 금융사에서 운영하는 알뜰폰 통신사에 금융상품 금리우대 혜택을 준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0%가 '있다'고 답했다.

 

금융사 알뜰폰 의용 의향 자체를 묻는 질문에는 38% 정도가 '있다'고 대답했지만, 알뜰폰 서비스 금융사가 주거래 은행인지, 주거래 은행의 금리우대 혜택이 추가되는지에 따라 각각 10%포인트(p), 12%p 증가한 것.

 

이와 관련해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금융권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 이용의향은 일반 알뜰폰보다 높지 않지만 기대치는 더 높았다"며 "통신 3사의 반값 수준으로 요금이 저렴하기를 원하고 가입자에 대한 금리 혜택까지 기대했기에 리브모바일에 대한 정부의 정식 인가를 계기로 신규 진출을 노리는 금융사에 만만하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