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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어쩌다 보니 묘비명

한국인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의 인기가 유럽에서도 여전합니다. 소설 '채식주의자'를 틀 삼아 만든 연극과 전시회에 연일 많은 이들이 몰리고 있답니다. 특히 동명의 이탈리아 연극은 프랑스 파리 무대에 올라 480석, 8회 공연 전 좌석 매진 사례를 작성했다고 하죠.

 

원작 소설을 읽고 싶게 만드는 강렬한 작품이었다는 관객의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프랑스에서 한강의 소설책은 아직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한 달 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 무대에 우리말 소개와 함께 한 작가가 등장할 예정이라니 가슴이 더욱 벅차오르네요.

 

노벨상을 받은 후 일생 누리지 못했던 인기를 체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으나 사후에 묘표(墓表)에 새긴 글로도 위대한 작가의 면모를 뽐낸 이가 있습니다.  

 

아일랜드 출생의 작가이자 평론가, 웅변가, 정치운동가로 1856년 7월26일 태어나 1950년 이달 2일 세상을 떠난 19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의 묘비명은 정말 널리 알려졌죠.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의역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묘비명을 원문대로 보면 '오래 살다 보면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라는 해석이 옳다는 걸 알 수 있죠.

 

아니 애초에 이 묘비명을 버나드 쇼 자신이 썼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영면에 든 버나드 쇼는 관에 들어가지 않고 화장 후 자택 정원 여기저기 뿌려졌다고 하죠. 이런 만큼 따로 묘비를 세울 일은 없었다는 겁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버나드 쇼의 묘비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진 한 장이 전부죠.  

 

이 의역은 1980년대 국내 한 일간지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다른 신문사 등 대중매체에서 꾸준히 차용하며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가장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06년 KTF(Korea Telecom Freetel)의 무선통신 상품인 쇼(SHOW) 홍보 캠페인 때문입니다. 

 

KTF는 이 광고 외에도 '공대 아름이' '쇼를 하라' '쇼 곱하기 쇼는 쇼' 등의 기발한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가입자 감소를 막지 못했고 결국 2012년 3월20일 자정을 한 시간 남긴 채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죠.

 

묘비명 의역이나 KTF 종료가 어찌 됐든 버나드 쇼가 셀 수 없이 많은 명언을 남겼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받은 버나드 쇼의 명언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There are two tragedies in life. One is not to get your heart's desire. The other is to get it.'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소망을 이루지 못하는 것, 다른 하나는 소망을 이루는 것이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