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 번째는 198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모여 데모앨범을 내놓은 이래 언제까지든 거장의 명성을 공고히 할 스래시 메탈밴드 Megadeth(메가데스)의 앨범 'Peace Sells... But Who's Buying?'.
이제야 꺼내는 얘기지만 제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탓인지 전 소위 '명반'이라 일컫는 앨범을 다룰 때면 늘 조심스럽습니다. 전문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명반으로 칭하는 작품들은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제 기준에선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어쩌다 있었거든요. 이 앨범도 그랬습니다. 이 당시 밴드 라인업의 다채로운 기교가 투박하다는 느낌을 받은 채 꽤 오랜 시간을 보냈죠.
정규 2집으로 1986년 7월 릴리즈한 이 앨범에는 총 재생시간 35분 36초의 8곡이 담겼는데 Metallica(메탈리카), Slayer(슬레이어), Anthrax(앤쓰랙스)와 함께 미국 스래시 메탈 'TOP 4' 밴드에 포함되는 이들의 명성에 의심을 품게 한 2집은 지금도 제가 가장 흥미롭게 듣는 작품 중 하나가 됐습니다.
팀을 상징하는 데이브 머스테인의 메탈리카 시절까지 돌아보지 않아도 멤버와 관련한 잡음이 많아 어떻게 보면 세션으로 꾸린 밴드처럼 비치기도 하는 메가데스였기에 제가 은근한 선입견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앨범을 함께 했던 가 사무엘슨과 크리스 폴란드도 심각한 마약 중독으로 결국 팀에서 이탈(호사다마인지 이후 메가데스 쌍두 기타의 표상 마티 프리드먼이 들어왔지만…)했으니까요.
2집에선 역시나 Dave Mustaine(데이브 머스테인)이 보컬과 기타를 맡았고 David Ellefson(데이빗 엘렙슨)이 베이스 및 백킹 보컬, Chris Poland(크리스 폴란드)가 기타, Gar Samuelson(가 사무엘슨)이 드럼을 담당했습니다.
어쨌거나 '가장 순수한 메탈을 추구한 음반'이라는 찬사까지 듣는 이 작품은 북미 내에서만 1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등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며 스래시 메탈계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럼 각 수록곡들 살피면서 이번 편 마무리하죠. 첫 곡 'Wake Up Dead'는 외도한 남편의 죽음을 얘기하는 노래로 본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알 수 있죠. 곡 전개가 돋보이는데 뒤틀릴 정도로 꼬아놓은 리프와 롤 스네어가 귀에 감깁니다.
이어지는 'The Conjuring'은 악마와의 거래를 담은 곡으로 각종 음악서적 관계자들에게 지적인 메탈밴드라는 헌사까지 받은 메가데스의 기술적인 면모를 새삼 느끼게 하죠. 리프 구성도 그렇지만 밴드 특유의 냉소가 가득합니다.
세 번째 곡 'Peace Sells'은 평화에 값을 매겨서 팔면 아무도 사지 않을 거라는 데이브 머스테인의 차가운 조소가 전반에 깔린 2집 타이틀로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곡이고요.
다음 곡 'Devils Island'는 지구에서 가장 영양이 없는 땅으로 알려진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배지 '악마섬'에 갇힌 사람의 얘기입니다. 변박이 확연하게 감지되는 곡으로 보컬의 냉철함이 곡 전체에 냉기를 불어넣습니다.
크리스 폴란드의 스타트 기타 솔로가 인상적인 다섯 번째 트랙 'Good Mourning/Black Friday'는 사이코 킬러를 다룹니다. 템포를 바꾸는 테크니컬한 연주가 조화를 이루는 곡이며 두 기타리스트 사이의 긴장감도 느낄 수 있죠. 개인적으로 'Peace Sells... But Who's Buying?’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습니다.
여섯 번째 곡 'Bad Omen'은 소환한 악마가 소환자들의 영혼을 가져갔다는 내용처럼 혼을 건드릴 수준의 연주로 채운 곡이죠. 괴이한 전개로 몰다가 중반 이후 터지는 기타 솔로는 지금도 답답한 일이 있을 때 가끔 듣게 됩니다.
미신을 믿지 않는다는 제프 벡의 원곡을 커버한 7번 곡 'I Ain't Superstitious'는 재즈풍의 메가데스라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데이브 머스테인을 제외하고 재즈와 관련 있는 멤버들인지라 크리스 폴란드가 곡을 이끕니다.
마지막 곡 'My Last Words'에서는 러시안 룰렛을 다루는데 이 앨범에서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기타 솔로에 흐름을 넘기기 전까지 베이스의 비중이 비교적 큰 곡으로 앨범 전체를 아쉽지 않게 마무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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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Up Dead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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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