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수영씨 이야기] "노랑새 찾으면 어른 되려나" 영화 '문을 여는 법'

 

'영화를 좋아하는 김경의 화·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KBS1 방송 프로그램 '독립영화관'. 씨네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단비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1년부터 독립영화가 보여주는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데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영자원)에 방문해야(심지어 이곳에 없는 작품까지) 볼 수 있는 여러 독립영화를 방구석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유심히 이 프로그램이 소개할 영화를 살펴보곤 하는데요.

 

일례로 김의석 감독의 지난 2015년 작품 '오명'이 영자원에도 찾아볼 수 없었을 때(지금은 가서 볼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관에서 방영해 준다는 소식에 알람까지 맞춰가며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시보기 제공이 안 되거든요 하하.

 

 

전날인 7일 이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 중 하나인 '문을 여는 법'을 소개했는데요. 이 작품은 KB국민은행이 길스토리이엔티, 문화예술 비정부기구(NGO) '길스토리'가 함께 제작한 30분짜리 단편영화입니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문화콘텐츠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거나 영화제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문화 사회공헌을 하는데, 영화 제작을 직접 진행한 곳은 KB국민은행이 처음입니다.

 

KB국민은행은 이 영화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요. 특히나 KB국민은행의 사회공헌 중 하나인 '자립준비청년 돕기'를 톡톡히 알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은데요.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및 위탁가정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돼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청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보호 종료 후 홀로서기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안 돼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정부로부터 1000만~2000만 원의 자립 정착금을 받지만, 재무 관리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사기를 당하거나 도박으로 탕진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지난 2021년 아동자립지원 통계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 대상자 중 연락이 되지 않는 비율은 20.2%(2299명)라고 하네요.

 

KB국민은행은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올해 보건복지부,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자립준비청년 사회 정착을 위한 기부금 20억 원을 전달하고 '역량 강화' 및 '주거 안정' 테마의 사회공헌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런 사회공헌이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매우 필요한데요. KB국민은행은 자립준비청년의 실정을 알리는데 '영화'라는 콘텐츠를 택한 것이죠.

 

이 단편영화는 '내가 죽던 날'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과 '두 여자의 방' 'SAVE THE CAT'과 같은 다수의 독립영화를 연출한 허지예 감독이 공동 각본과 연출을 맡았는데요. 하늘 역은 드라마 '하이쿠키' '철인왕후 '기상청 사람들' 등 작품에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채서은 씨가 열연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하늘을 통해 진정한 자립을 꿈꾸며 고군분투하는 자립준비청년 삶에 대한 이야기를 판타지적 요소와 결합해 보여줬는데요. 보육원에 나와 지원금 1000만 원을 받은 하늘은 부동산 중개인 소개로 첫 자취방을 구한 다음 원하는 가구와 소품으로 방을 채우다 보니 지원금 전액을 다 써버리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어나니 집의 살림살이는 물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까지 모두 사라졌는데요. 허망한 하늘 앞에는 화면에 '다시 시작하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띄워진 현금자동화인출기(ATM)만 놓였습니다. 설상가상 계속 줄어드는 하늘의 방에 보육원 친구 '철수'가 등장해 집을 되찾으려면 '노랑새'를 찾으라는 조언을 해주는데요.

 

 

이후 하늘은 이세계(異世界) 분실물센터, 미아보호소, 알록달록한 세차장 등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노랑새를 찾지 못합니다. 대신 구한 노란 색 크레파스로 노란 색 문을 직접 그려내는데요. 결국 세상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자신에게 있던 셈이죠.

 

아마 철수가 말했던 노랑새는 벨기에 동화 '파랑새' 속 파랑새와 비슷한 의미일듯 합니다. 동화 속 틸틸과 미틸 남매는 요술을 부리는 할머니의 부탁으로 '파랑새'를 찾는 여정에 떠나는데요. 사실 파랑새는 남매 집에 있는 비둘기였고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앞에 있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영화의 노랑새도 현실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키(Key)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요.

 

"이젠 내가 혼자 결정해야 해"라는 이 영화 속 대사처럼 정말 내 삶의 모든 결정을 나 스스로 해야 하고, 그에 따른 몫까지 모두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인지 이 영화는 자립준비청년 외에도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을 선사하는데요.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매우 다른 현실에서 차근차근 삶을 나아가는 힘을 기르고 있어서일까요?

 

 

또 이 작품에서는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져줍니다. 하늘은 노랑새를 찾는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인, 분실물 센터 안내원, 세차장 사장 등 다양한 어른들을 만나는데요.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성공적인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어른'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하더라고요.

 

이처럼 영화의 중요 요소로 등장하는 어른들은 길스토리 대표 김남길 씨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심소영, 고규필 씨 등이 깜짝 출연했는데요. 이들의 활약은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앞서 2024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에서 먼저 관객과 마주했으며 같은 해 11월20일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3000원 관람료로 상영했는데요. 또 전날 독립영화관에서 다시 한번 공개됐고요.

 

아쉽게도 이 영화는 현재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부 지방극장 등에서도 단체관람 문의가 있어 아직 온라인 플랫폼에 배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KB국민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KB국민은행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보고 지켜보면 되겠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