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정한근 "정태수,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사망" 진술에 검찰 '갸우뚱'

[IE 사회] GHL사자금 320억 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 사라진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검찰에 아버지는 1년 전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진술만으로 정 전 회장의 사망을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4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에 따르면 회사자금 약 322억 원을 횡령한 뒤 국외에 은닉하고 253억여 원에 이르는 국세를 체납한 혐의를 받는 정한근 씨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 이에 대한 수사과정을 밝혔다.

 

정 씨는 지난 1997년 11월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를 설립한 후 당시 한화로 320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 3270만 달러를 스위스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는데 1998년 검찰이 한보그룹 수사를 시작하자 종적을 감췄다.

 

검찰은 국제공조를 벌인 끝에 지난 2017년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에콰도르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에콰도르와 범죄인 인도 조약이 맺어지지 않아 체포할 수 없었다. 이후 검찰은 정 씨가 파나마를 거쳐 미국으로 갈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파나마에 협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파나마에 도착한 정 씨를 공항 내 보호소에 가둔 뒤 브라질 상파울루와 두바이를 거쳐 송환했다. 이어 바로 정 씨의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현재 정 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정 씨는 국내로 송환된 뒤 받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세상을 떠났으며 내가 직접 임종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별도 확인 없이 이를 믿을 수 없다고 알렸다. 정 씨가 형사책임을 면할 목적으로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

 

이에 검찰은 정 씨의 진술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에콰도르 당국에 공조를 요청하고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정 전 회장의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정 전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있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정태수 전 회장은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 대출, 정경유착 등 한국경제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 '한보사태'의 장본인이다. 살아있다면 올해 96세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