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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동상이몽" 은행은 '발표문' DLF 피해고객은 '항의문'

16일 우리은행, DLF 사과·재발 방지문 발표
하나은행도 다음 날 사과문 배포
같은 날 DLF 투자자 비대위, 금융위에 항의문 전달

 

우리은행은 16일 오전 9시55분께 '고객 중심 자산관리 혁신방안 발표'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독일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마음고생을 한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적극적인 보상 노력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고객 중심으로 자산관리체계를 혁신하겠다고 알린 것인데요.

 

같은 날 오전 11시 해외금리연계 DLS(파생결합증권)·DLF 투자자들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 규탄대회'를 열고 금융위원회(금융위) 은성수 위원장의 '공짜 점심' 발언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이들은 우리·KEB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우리 "책임 있는 배상…초고위험상품 판매 중단"…하나 "신뢰 회복과 손실 최소화 노력"

 

이날 우리은행은 독일 DLF 문제를 해결하고자 향후 있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존중하고 조속한 배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우선 상품 선정 단계에서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품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현재 자산관리(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의 자산관리업무를 상품조직과 마케팅조직으로 분리할 예정이라네요. 

 

또 판매 단계에서는 프라이빗뱅킹(PB)고객 전담채널을 확대하는 동시에 PB검증제도를 신설하겠다고 제언했는데요. 원금손실형 투자상품은 고객별, 운용사별 판매한도를 두며 자산관리체계가 정비될 때까지 초고위험상품의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통합리스크관리 체계 구축 ▲고객케어센터 신설 ▲해피콜 개편 ▲자산관리통합시스템 구축 ▲비대면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 실시 ▲투자 숙려제도·고객 철회제도 도입 검토 ▲투자설명서, 약관 비롯 관련 서류 개선 ▲경영인증제 도입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무엇보다 고객 케어에 집중하기 위해 4분기부터 자산관리상품 관련 핵심성과지표(KPI) 평가를 제외하고 고객과 함께 지속성장 가능한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한다네요.

 

다음 날인 17일 하나은행도 DLF 손실로 고객들이 입은 금전적인 손실, 심적인 고통과 심려에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하며 '고객 신뢰 회복을 선언했는데요.

 

내용은 우리은행과 비슷합니다. 하나은행은 이 자료를 통해 ▲고객 투자 분석센터 신설 ▲고위험투자상품 예금자산 대비 투자 한도 설정 ▲PB KPI에 고객 관리 비중 확대 ▲PB 역량 강화 ▲포트폴리오 조기진단 시스템 도입 ▲녹취·해피콜 요건 확대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은행을 통해 DLF 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입게 된 고객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소비자보호를 은행의 최우선 가치로 고객의 신뢰 회복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DLF 투자자, 은성수 '공짜 점심' 발언 규탄…하나·우리 본점서 항의도

 

이날 DLF 투자자들이 정부 청사에 모인 이유는 은 위원장의 '공짜 점심' 발언 때문입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DLF나 라임사태처럼 경기 침체로 투자상품 문제가 연쇄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데, 대응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이에 은 위원장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불안 심리를 조장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표현이긴 한데 예를 들어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투자에 있어선 자기 책임에 의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한지 잘 판단해서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DLF 투자자들은 이 발언이 자신들을 겨냥했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는데요. 당시 금융위는 해명보도를 통해 "공짜 점심은 없다면서 투자자 책임을 언급한 것은 경기 침체가 되면 연쇄적으로 투자상품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준비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며 "DLS 사태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의 해명은 당연히 이들에게 충분할 리가 없었겠죠. 이번 집회에서 DLF 비대위 김주명 위원장은 "공짜 점심을 먹으려고 한 적도 원했던 적도 없다"라며 "노후자금, 자녀 결혼자금을 모으고 또 모아서 안전한 은행에 맡기고 이자 조금 받으려 했을 뿐인데, 우리가 공짜 점심을 바라는 무뢰한으로 보이는가"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또 "작년 미스터리 쇼핑에서 은행의 불완전 판매 행태가 적발됐으나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다"며 "이번 사태는 당국이 막을 수 있었고 막았어야 했지만 결국 방조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고요. 

 

비대위는 은 위원장을 규탄하는 항의서를 금융위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한 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는데요. 비대위는 차례대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본점에서 안전자산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무분별하게 위험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비판했습니다. 또 최고 경영자들의 책임도 물었습니다. 

 

안전함을 꿈꾼 이들이 위험한 악몽을 꾸게 한 해당 은행들은 지금 어떤 꿈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고객과 판매자는 같은 꿈을 꿨으면 좋겠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