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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음차' 문희는 나성에 가고 싶은데…

K방송국 2TV에서 방송하는 '옥○방의 문○아들'(그냥 다 표기해도 되는지 몰라서 일단 땡땡)이라는 프로그램에 배우 나문희 씨가 이달 말쯤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뭐 어느 배우들처럼 소속사 입김으로 영화 홍보차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는 정도겠지만 나문희 여사님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특히나 케이블채널에서 가끔 틀어주는 '아이 캔 스피크'는 나올 때마다 완(完)시청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개봉할 영화 제목은 '감쪽같은 그녀'(영화 홍보 절대 아니고요)라고 합니다. '수상한 그녀'도 꽤 재미가 있었는데요,

 

1985년 폐결핵으로 요절한 천재가수 김정호 씨의 '하얀 나비'와 세샘 트리오 원곡의 '나성에 가면'은 레코드판이 나왔을 당시 연령대 끄트머리에 걸쳐있던 제 향수를 각지지 않은 모서리로 자극했습니다. 

 

'나성에 가면'의 경우 비화를 알고 있어서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네요. 길옥윤 님 작사·작곡의 이 곡은 1978년 9월 세샘트리오 1집에 담긴 수록곡입니다. 원래 이 곡의 제목은 ‘LA에 가면’입니다.

 

그런데 당시 시대 상황 상 영어 사용을 금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심의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LA에 가면'은 '나성에 가면'으로 제목이 달라져 녹음도 다시 해야만 했다네요.

 

나성처럼 의미와는 별 관계없이 한자 발음을 차용해 표기하는 것을 가차 내지는 음차라고 합니다. 한자문화권에 속한 어느 곳보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외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가차로 쓰는 경우가 빈번했죠. 이 잔재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고요. 

 

크게 예를 들자면 흠… '나성에 가면'을 거론했으니 Los Angeles, LA는 '라(우리말 두음법칙 상 나)'에 지역명이라는 의미로 성(城)을 붙인 겁니다. 이런 식의 표기들이 너무나 많죠. 대표적인 표현들만 슬쩍 살펴보겠습니다.

 

 

▲도이칠란드 獨逸(독일) ▲프랑스 佛蘭西(불란서) ▲러시아 露西亞(로서아) 또는 아라사(俄羅斯) ▲이탈리아 伊太利(이태리) ▲이집트 埃及(애급) ▲아일랜드 愛蘭(애란) ▲호주 濠太剌利(호태랄리) ▲오스트리아 墺太利(오태리) ▲그리스 希臘(희랍) ▲스페인 西班牙(서반아) ▲싱가포르 新嘉坡(신가파) ▲뉴질랜드 新西蘭(신서란) ▲이라크 依拉克(의랍극) ▲인도 印度(인도) ▲스위스 瑞西(서서) ▲스웨덴 瑞典(서전) ▲포르투갈 葡萄牙(포도아) ▲노르웨이 諾威(낙위) ▲네팔 捏巴爾(날파이) ▲멕시코 墨西哥(묵서가) ▲캐나다 加奈陀(가나다) ▲네덜란드 和蘭(화란) ▲핀란드 芬蘭(분란) ▲덴마크 丁抹(정말) ▲폴란드 波蘭(파란) ▲벨기에 白耳義(백이의) ▲아메리카 亞美利加(아미리가) ▲잉글랜드 英吉利(영길리) ▲런던 倫敦(윤돈) ▲시베리아 西伯利亞(서백리아) ▲베를린 伯林(백림) ▲터키 土耳其(토이기) ▲유럽 歐羅巴(구라파) ▲아시아 亞世亞(아세아) ▲중국 支那(지나)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