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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라 모발 모발" 굵은 털 원하면 면도를?

출근 전 면도를 하다가 왠지 문득 수염이 더 굵어보인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궁금하던 차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면도를 하면 할수록 전보다 아주 조금씩 더 두꺼운 수염이 자란다는 속설은 결국 터무니(터를 잡은 자취)없이 퍼진 이야기인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LG의 청소년 대상 과학정보 통합서비스인 LG사이언스랜드 관계자에게 도움을 받았고요. 이 와중에 배냇머리(출생한 후 한 번도 깎지 않은 갓난아이의 머리털)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920년대 후반 미군 출신의 미국 발명가 제이콥 쉬크(맞습니다 그 면도기·면도용품 제조사 이름)가 전기 면도기 특허를 취득하기 전에 이런저런 실험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면도는 털의 성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이해가 되는 게 면도는 이미 밖으로 나와 자라버린, 어찌 보면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죽은 털의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인 거지 모근(hair root, 모발은 머리카락의 뿌리인 모근을 감싼 모낭 안에서 성장)과는 상관이 없죠. 

 

그렇다면 오늘 아침 저의 느낌은 그저 착각이었을까요? 그렇겠죠 뭐. 이렇게 느낀 이유는 시각의 착각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면도날이 털을 자르면서 털의 단면을 날카롭게 만들어 더 두껍게 보인다네요.

 

실이나 끈 같은 것도 절단 후에는 자른 부분이 풀리면서 둔탁하게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면 되려나요. 게다가 어지간한 털은 자랄 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게 일반적이니 더 그렇게 보이겠죠. 여기 더해 새로 나온 털인 만큼 아무래도 색이 조금은 더 진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저 위에 배냇머리 얘기는 뭐냐면 출생 후에 머리숱 많은 상태로 자라라고 아가들 배냇머리를 싹 밀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거든요. 근데 성장기에는 털이 쑥쑥 자라는 게 당연지사라 역시나 민머리 후에 자란 머리를 보고 그렇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겠죠. 쑥쑥 잘 자라는 데다가 굵어지기까지 하는 10대 청소년기, 첫 면도 때도 마찬가지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