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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모찌·치키다시… 끝내지 못한, 끝낼 수 없는 말모이

 

올해 극장가에서는 영화 '말모이'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지난 1940년대 까막눈 판수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 우리말을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우리말의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됐다"는 평을 남겼는데요.

 

조선어학회를 이어받은 한글학회의 권재일 회장은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자랑스러움을 이 영화를 통해서 일깨워줬다"며 "우리말의 가치를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말모이 열풍은 인터넷에서도 뜨거운데요. 여러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일본어 대신 우리말 사용을 지향하자는 운동도 조그맣게 일었습니다. 예를 들어 덴뿌라는 튀김, 타마고 산도는 달걀 샌드위치, 모찌는 찹쌀떡, 나베는 전골과 같은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거죠.

 

그런데도 최근 새로 등장하는 신제품들의 이름을 보면 일본어가 종종 보입니다. 지난해 말 세븐일레븐은 돈까스김치나베, GS25는 '이무라야 인절미 모찌컵'과 '인절미 모찌 모나카'를 출시했고요. 종합외식기업 스쿨푸드는 '타마고 야끼'를 선보였습니다. 한식 뷔페 올반에서는 이달 9일까지 '후쿠오카식 야키니쿠'를 팔기도 했습니다.

bhc 페이스북 캡처

한국어와 일본어를 합친 신조어도 등장했는데요. bhc 광고에서 등장한 '치키다시'입니다. bhc의 사이드 메뉴인 '치즈볼' '뿌링콜팝' '뿌링치즈스틱' 등을 치킨과 스키다시(요리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반찬을 의미하는 일본어)와 합성해 '치키다시'라고 명명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bhc 측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용어에 둔화된 소비자들도 문제입니다. 평소 대화를 하면서 일본어임을 인지했음에도 단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코히(커피)'라는 일본어로 검색한 인스타그램 결과 캡처.

 

단적인 예로 '코히(커피)'라는 일본어를 들 수 있는데요. 커피라는 외래어(외국어로부터 들어와 한국어에 동화되고 한국어로써 사용되는 언어)가 있는데도 코히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것이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코히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약 2만4700개의 커피 사진이 등장합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빼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몯할 노미 하니라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여듧자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 니겨 날로 쑤메 편안케 하고자 할 따라미니라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로는 그 뜻이 서로 통하지 않아
어리석은 백성들이 제 뜻을 펴고 싶어도
펴지 못하고 있다
내 이를 불쌍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날로 편하게 쓰기를 바라노라)


세종대왕은 자신의 말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했는데요 세계에서 자국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는 30여 개국입니다.

 

이러한 한글은 영화 말모이에서 볼 수 있듯이 일제강점기에 사라질 뻔했으나, 선열들의 피땀 어린 노력 끝에 현재까지 이어졌는데요. 다시 한 번 자신이 사용하는 말을 되돌아봐야 할 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