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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감지 말기·바느질하지 말기…" 지역별 '설날 금기'는?

설 연휴 전 모 회사의 직원에게 받은 쪽지.  

 

설 연휴 전 메신저로 받은 쪽지입니다. 설 앞두고 보도자료를 보내준 한 회사의 직원분이 설 덕담과 함께 지역별 세시풍속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요. 정말 금시초문인 이야기였습니다. 지역마다 설음식은 조금씩 다르다는 말은 들었어도, 지켜야 할 수칙이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인데요.

 

쪽지를 보내준 직원이 사는 김포에서는 설날 머리를 감지 않는다는 말도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는데요. 한국세시풍속사전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날은 특별히 삼가고 조심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여겨졌는데요. 이러한 날에는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아야 재앙을 막고 풍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충북 괴산에서는 결혼할 사람이 남의 집에 왕래하면 남녀 어느 한쪽의 운이 나빠진다고 여겼습니다. 또 설날에 '상가(喪家)에 다녀온 남자' '개고기를 먹은 남자'는 부정이 들기 때문에 남의 집에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고 하네요.

 

경기도 남양주와 경북 구미, 칠곡에서는 설날에 바느질을 하면 안 된다는 금기가 있습니다. 이날 바느질을 하면 안 되는 이유로 '손가락을 다치기 때문' '곡식 뿌리가 삭기 때문' '저승에 가서 홀어머니가 되기 때문' 등이 있었다네요.

 

전북과 충남 예산, 홍성에서는 '재수가 없다' '돈 구멍을 막는다' '복이 안 들어온다' 등의 이유로 설날에 문을 바르면 안 됐다고 합니다. 설날이나 정초에 문을 바르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8월 전까지는 꼭 문을 발라야 한다고 믿었는데요. 만약 이것을 어기고 섣달그믐 전까지도 문을 바르지 못하면 정월 한 달 동안이 몹시 춥다는 얘기가 내려왔다네요.

 

경남에서는 설날에 재를 치우면 안 됩니다. 대체로 재를 재물(財物)로 여기는 관념의 표현 때문에 '재물이 나간다'고 생각했다네요. 그래서 설날이 되기 전날인 섣달 그믐날 미리 재를 치우기도 했습니다.

 

부산 기장과 경남 밀양에서는 위와 비슷한 의미로 설날에 곡식이나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 곡식이나 돈을 빌려주려면 섣달 스무날 전에 미리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전국 경기도 이천에는 ▲개고기 먹지 않기 ▲물이나 쓰레기 버리지 않기 ▲성냥 사지 않기와 같은 금기가 존재합니다.

물과 연관된 금기도 많습니다. 앞서 쪽지로 봤던 경기도 김포와 의왕에서는 설날 머리를 감으면 안 되는 전통이 있었고요. 충남 아산에서는 이날만큼은 물질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전북 진안에서는 설날 새벽에 물을 길어오지 않았다네요. 전남 목포 사람들은 빨래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섬인 제주도에는 ▲늦잠 자지 않기 ▲물동이 지지 않기▲방망이 소리 내지 않기 ▲봉사한테 점치지 않기 ▲비질하지 않기 ▲손톱 깎지 않기 ▲족제비 보지 않기 ▲풀 쑤지 않기 등 설날 하면 안 되는 금기들이 넘치네요.

 

이처럼 전국 방방곡곡에는 흥미롭고 신선한 설 금기들이 자리했었는데요.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한 해 풍요로운 농사와 개인의 행복을 빌기 위해 비롯된 금기이니 모두 좋은 마음으로 동참했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금기는 무엇인가요? 물론 재미로 보는 것이지만 제 고향의 금기는 저와 무관해 보이네요. 연휴에 만나는 친·인척과 대화할 거리가 없어 어색하다면 이번 '앎' 주제에 대해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