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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본점 출근 대신 故 강권석 전 행장 추모…기업은행 윤종원 행장

[IE 금융] '관료 출신' IBK기업은행 윤종원 신임 행장이 노조 투쟁에 막혀 이틀째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신 임원들과 함께 고(故) 강권석 전 행장 묘소를 찾아가 참배하며 행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을 다짐했다.

 

6일 업계와 기업은행에 따르면 윤종원 은행장은 본점 출근 대신 6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메모리얼파크로 가 고 강 행장의 업적과 뜻을 기리는 시간을 보냈다. 

 

◇윤종원 행장, 같은 '관료 출신' 故 강 행장 묘소서 다짐

 

이날 윤 행장은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중소기업금융 리딩뱅크로 지금의 기업은행을 만드는 데 초석을 놓은 분"이라며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혁신금융을 통해 국가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기업은행이 초일류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 강 행장은 지난 2004년 제20대 은행장에 취임한 뒤 2007년 연임했으나 같은 해 11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그는 행정고시 14회를 통과해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자산 100조 원 돌파, 은행권 첫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과 같은 업적을 남겼다. 

 

지난 2일 임명된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기업은행은 2013년과 2016년 당시 두 차례 관료 출신 행장이 올 뻔했지만, 매번 반대에 부딪혀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을 맡았다. 

이번 윤 행장 취임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인 데다 금융 관련 경력도 전무하다"며 "총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하는 동시에 금융노조와 연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투쟁 탓에 윤 행장은 3일 오전 본점 첫 출근에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노조원들이 입구를 막은 것. 노조원들은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 '물러나라' '낙하산 인사 저지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기업은행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금융공기업으로써 기업은행의 미래와 자율경영의 꿈을 후배 조합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 "윤 행장, 기업은행장에 적합한 인물"

 

청와대부터 금융당국은 윤 행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동기인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3일 2020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윤 행장에 대해 "(행장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는 이 사람의 이력을 보면 나온다"며 "기업은행 직원들도 (윤 행장을) 겪어보면 정말 훌륭한 분이라는 걸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청와대도 윤 행장 낙하산 논란에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행장도 첫 출근 당시 노조 측에 대화를 요청하면서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노조는 1층 로비에 투쟁본부를 마련해 윤 행장이 사퇴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현재 윤 행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융연수원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하고 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