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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주년 '세계 여성의 날' 빵과 장미 의미는?

 

"우리가 행진하고 또 행진할 땐 남자들을 위해서도 싸우네" 
"왜냐하면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기 때문이지" 
"그런 우리가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그러니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도 달라"

 

1908년 3월8일, 미국 대도시 뉴욕에서 울려 퍼진 노래 가사의 일부입니다. 이날 대규모의 여성 시위대는 같은 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모였는데요. 

 

이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먼지 자욱한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습니다. 배를 곯지 않기 위해 이런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이라는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는데요. 

 

그들은 결국 굶주림을 채우기 위한 빵, 권리를 상징하는 장미를 외치며 10시간 노동제, 임금 인상,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게 됩니다. 이것이 세계 여성의 날에 곳곳에서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이유인데요.

 

유엔은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 보장을 위해 궐기한 날을 기념하고자 지난 1975년에 세계 여성의 날을 제정해 현재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이날을 기념 중입니다. 특히 베트남, 러시아, 중국, 캄보디아 등 구 공산권 국가들에서는 국가 공휴일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여성노동자들의 날 시위라는 점에서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20년 나혜석, 박인덕와 같은 여성 운동가들이 세계 여성의 날에 '국제부인의 날' 기념행사를 처음 개최했습니다. 이후 사라진 기념행사는 1985년 제1회 한국여성대회라는 이름으로 부활하는데요. 지난해에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을 통해 세계 여성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유엔 국제노동기구(ILO)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평등을 향한 도약'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7년간 남녀 고용률 차이는 2% 감소하는데 그쳤다고 하네요. 반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무보수 부양·집안일에 소요되는 시간의 4분의 3 이상을 담당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111년 전 시작된 여성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보이네요.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