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올해 겨울편 광화문글판 문구입니다. 이번 문구는 이원 시인의 시 '이것은 사랑의 노래'에서 따왔는데요.
이원 시인은 지난 1992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사랑은 탄생하라'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등 여러 시집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습니다.
이번 문안은 새해를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표현했는데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발꿈치를 들 듯 적극적인 자세를 갖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또 눈밭 위에서 이정표가 되는 앞사람 발자국처럼 남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배려와 여유를 갖자는 메시지도 던집니다.
광화문글판은 지난 1991년부터 30년 넘게 광화문을 거니는 이들에게 따듯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대표적인 광화문 명물인데요.
광화문글판은 지난 19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제안으로 광화문 사거리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훌륭한 결과는 훌륭한 시작에서 생긴다'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처럼 계몽적인 성격의 메시지가 격언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신용호 창립자는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광화문 사거리를 수놓은 글귀는 109편에 달하는데요. 알프레드 테니슨, 파블로 네루다, 헤르만 헤세, 나태주, 도종환, 김용택 등 국내외 현인 및 시인의 작품이 광화문글판 재탄생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선정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교보생명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글판 문안은 교보생명이 운영하는 '광화문글판 문안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되는데요. 이 위원회는 시인, 소설가, 카피라이터, 언론인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소설가 은희경 씨는 "광화문글판은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사색에 잠기게도 만들며, 때로는 장난스럽기까지 한 점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런 광화문글판은 사람이 아님에도 지난 2007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2008년 3월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우리말 사랑꾼'에도 선정된 바 있고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따뜻한 글귀로 시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광화문글판. 현재는 광화문 교보생명 외에도 강남 교보타워, 천안 계성원, 대전 교보생명 사옥 등 여러 곳에 걸리고 있는데요.
만약 길 가다 광화문글판을 발견하게 된다면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문구를 곱씹으며 잠시나마 일상의 여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