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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금감원, 한화에어로에 유증 제동…경영권 강화 두고 뒷말 무성

 

[IE 산업] 국내 및 해외 방산을 포함한 각종 투자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인 3조6000억 원 유상증자(유증)를 결정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012450)의 행보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27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한화에어로에 유증 사항이 담긴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한 것.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20일 유증 계획 발표 이후 기업설명회(컨퍼런스콜)를 열어 관련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업체는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해외 방산(1조6000억 원) ▲국내 방산(9000억 원) ▲해외 조선(8000억 원) ▲무인기용 엔진(3000억 원)에 투자하며 조달 자금은 오는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집행할 예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화에어로는 "영업현금흐름이 향후 2~3년은 괜찮겠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경영진 시점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고 제언했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지며 총 595만500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공모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내달 24일, 구주주 청약은 오는 6월3~4일, 실권주 일반 공모 청약 기간은 6월9~10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6월24일이다.

 

이런 설명에도 투자자들은 사용처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며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이라도 언급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사측은 "직접적으로 시설 투자가 될 수 있지만 해외파트너 지분 투자도 될 수 있고, 조인트벤처(JV) 설립이 될 수도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불분명한 자금 사용 목적 때문에 금감원이 한화에어로에 정정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금감원 이복현 원장은 이번 한화에어로 유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유증 심사에 앞서 "경제 전체에 활력이 떨어진 가운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한 것이라 의미가 있는데 결국 공모 시장에서 조달을 할 수 있어야 기업들 자금 조달이 용이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심사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화그룹 지주사 한화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의 건'을 가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는 지분율 33.95%에 따라 배정된 신주 162만298주를 주당 60만5000원(발행가액은 변동될 수 있으며 5월29일 확정)에 인수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한화가 현재 발행가액 기준 9800억 원을 출자해 100% 유증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그룹 경영권 승계의 일환 아니냐는 추측도 등장했다. 작년 말 기준 한화의 현금성 자산은 2298억 원으로 신주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차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대로라면 재무 구조가 악화하면서 주가 하락 가능성이 커져 총수일가가 상속이나 지분을 매입할 때 유리하다.

 

한화그룹의 지배구조를 따지는 시나리오도 업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 주식은 김승연 회장이 22.95%, 장남 한화그룹 및 한화에어로 김동관 부회장이 4.91%, 차남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이 2.14% 한화갤러리아 김동선 부사장이 2.14%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 더해 지난 9일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 원에 사들인 곳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인데 한화에너지는 김동관·동원·동선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 주주는 한화에너지(52.1%)와 한화솔루션(47.9%)다.

 

 

한화오션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총수 일가는 상당한 자금을 확보하게 됐고 이 자금은 추후 한화 지분을 사거나 곧 있을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 후 한화와의 합병 시 몸값을 낮추는 데 사용 가능하다. 아울러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의 방산 계열사들을 통합 지휘하는 만큼 이번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확대는 김 부회장 중심의 방산 구도를 확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것과 맞물려 금감원은 ▲대규모 자금 조달의 구체적 필요성과 당위성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의 이사회 및 주주 소통 절차 ▲자금 사용처의 상세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문제 삼으며 정정을 요구했다. 만약 이로 인해 증권신고서 승인 일정이 늦춰지면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어로 측은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최대한 빨리 답변하겠다"고 응대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45분 현재 한화에어로는 한국거래소 기준 전일 대비 2만2000원(3.32%) 떨어진 64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넥스트레이드에서도 동일하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