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달아 비슷한 이미지로 '짜사이'를 작성하는 건 처음이네요. 얼마 전, 퇴근 후 유리창에 반사된 태양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하나인 태양이 둘로 보이는 순간, 떠오른 건 이달 초 여의도에서 터진 말 한마디였죠.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같은 당 정청래 대표를 향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면서 날선 태도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하자 당내 갈등이 불거졌고, 이 최고위원은 이를 "2인자, 3인자들의 당권·대권 욕망 표출"이라 규정하며 정면으로 맞섰죠.
이 같은 정치적 요동은 마치 태양 표면의 흑점을 떠오르게 합니다. 흑점은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지만, 사실 태양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 에너지가 응축돼 언제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죠.
이번 민주당의 내홍을 보니 조직 내부의 분란은 단순히 묻거나 지워야 할 결점이 아니라 쌓였던 역동적 에너지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늘한 고사의 무게
'하늘에 두 해가 없고, 백성에게 두 임금이 없다(天無二日 民無二王).'
이 최고위원이 인용한 표현의 뿌리는 깊습니다. '예기(禮記)'와 '맹자(孟子)'에 기록된 공자의 말로, 권력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동양 정치철학의 핵심 명제죠.
역사에서 이 문장은 정통성을 주장하는 방패인 동시에, 경쟁자를 제거하는 칼날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태양의 등장은 곧 반란이나 내홍, 혹은 체제 붕괴의 전조를 의미했으니까요.
수천 년간 인류는 태양을 절대적 단일성의 상징으로 여겼고, 그 관념은 당연하게도 정치적 중앙집권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없을까요?
자연은 때때로 여러 개의 태양을 연출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환일(幻日, Sundog)'입니다. 대기 중 높은 곳에 떠 있는 얼음 결정이 프리즘 역할을 하면서 햇빛을 22도 각도로 굴절시킬 때 태양 좌우에 환영처럼 빛나는 점이 나타납니다.
흔히 '무리해'라고도 부르죠. 태양 고도가 낮은 일출이나 일몰 무렵에 잘 보이며, 겨울철 차가운 대기에서 더 선명합니다. 고대에는 무리해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일이(日珥)'라는 이름으로 환일 현상에 대한 기록이 있죠. 그들에게 하늘에 뜬 두 번째 태양은 천심(天心)의 경고였습니다.
우주의 일상을 인간의 시선으로 보니…
지구에서 한 발 물러나 우주로 시선을 돌리면 '두 개의 태양'은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태양과 질량이 비슷하거나 무거운 별들 가운데 70%는 두 개 이상의 항성이 서로의 중력에 묶여 회전하는 쌍성계(雙星系) 또는 다중성계에 속하죠.
영화 '스타워즈' 오리지널 에피소드 대부분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바라보던 타투인의 쌍둥이 노을은 허구가 아니라 우주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상인 겁니다.
주목할 것은 쌍성계가 유지되는 방식으로 두 개의 별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밀어내거나 집어삼키는 대신, 서로의 중력에 묶여 보이지 않는 '공통 질량 중심'을 축 삼아 회전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일극 체제를 자연의 섭리라 믿지만, 우주는 공존하는 두 태양을 허용하는 거죠.
사진 속 유리창에 반사된 두 번째 태양은 굴절도 아니고 실제 쌍성도 아닌, 그저 반사가 만든 허상이지만 자주 접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닌 만큼 뇌리에 남습니다.
민주당의 분란이 더 큰 정치적 성장을 위한 에너지가 될지 아니면 그저 시야를 어지럽히는 반사광에 그칠지는 결국 지금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여의도의 창에 비친 두 태양 중 하나는 분명 허상일 지도 모르죠.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공존의 궤도일 수도 있고요. 태양이 하나뿐인 작은 행성에 갇힌 우리는 일단 편협한 시선을 거둬야 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