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CJ ENM의 tvN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지난 12월 31일 방송에는 2026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최장우, 왕정건 군이 게스트로 나와 올해 특히 어려웠던 수능 영어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광주 서석고 3학년 최 군은 "평소 연습할 때보다 잘 안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끝나고 친구들이랑 얘기해 보니까 이번 수능이 확실히 어려웠구나 싶었다"며 이번 불수능에 대한 술회를 풀어놨습니다. 이어 서울 광남고 3학년 왕 군은 "수능 영어는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본문, 선지가 있으면 둘 중 하나만 어렵게 나오는데 올해는 둘 다 어려운 양심 없는 수능이었다"고 말하며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라 불린 이번 시험의 위엄을 짐작케 했죠. 실제로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만점자도 5명에 그쳤고요. 두 학생은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와 의예과에 합격하며 결실을 맺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방송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수능 만점자인 저 학생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험생이라면 대부분 어렵게 공부한 영어를 실생활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얼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스무 번째는 2013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서 어둠의 냉기를 발산하기 시작한 에민 굴리예프(Emin Quliyev)의 1인 프로젝트 Violet Cold(바이올렛 콜드)의 'Empire of Love'. 2015년, 바이올렛 콜드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프로그레시브라는 장르적 용어를 파쇄기에 넣고 잘게 다져서 검고도 몽환적인 멜로디로 다시 반죽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이질적 융합으로 경쾌한 멜랑콜리(melancholy)를 연출하는 작법은 바이올렛 콜드의 핵심이죠. 기본 토대를 애트모스페릭과 블랙 메탈로 세우고 슈게이징으로 둘러싼 사운드는 곧 '몽환'과 직결됩니다. 일렉트로닉, 트랜스, 앰비언트, 재즈, 아제르바이잔의 전통 음악 등의 요소를 활용해 장르의 굴곡을 메꾸면서 깊이와 독창성을 더하고요. 리스너의 감성을 요동치게 하고자 디프레시브 블랙 메탈의 어두운 정서를 다루며 하이 피치 스크리밍 보컬을 적절하게 구사하죠. 12년 전인 2013년 12월, 첫 싱글 발매 후 지금까지 싱글, EP, 정규를 통틀어 100개 이상의 앨범을 내놓은 다작 뮤지션 에민 굴리예프는 여기
이달 14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한 실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기포트 11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는 새 제품을 세척 없이 바로 사용할 경우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답니다. 실험에 따르면 모든 재질의 전기포트에서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은 급감했죠. 10회 사용 후에는 초기 대비 50% 수준, 30회 후에는 25%, 100회 이상 사용 시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재질별 평균 발생량은 플라스틱 전기포트가 물 1ℓ당 120.7개로 최다였고 이어 스테인리스 103.7개, 유리 69.2개 순이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포트에서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50㎛ 이하의 미세입자 비중이 높았죠. 일반적인 먹는 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ℓ당 0.3~315개지만 입자가 작을수록 위험한 만큼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 제품 구매 시 최소 10회 이상 물을 가득 채워 끓이고 버리는 '길들이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권고입니다. 또한 물을 끓인 후 잠시 둬 침전될 수 있는 입자가 가라앉도록 한 뒤 윗물만 따라 마시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고요. 미세플라스틱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아홉 번째는 2013년 영국 와이트 섬(Isle of Wight)의 해안도시 라이드(Ryde)에서 고고한 어둠을 발산하며 모습을 드러낸 Joe Hawker(조 하커)의 1인 프로젝트 Ethereal Shroud(이서리얼 슈라우드)의 'Trisagion(트리사기온: 세 번 거룩한)'. 2013년 10월 첫 데모 발매 후 2015년 2월 정규 1집 'They Became the Falling Ash'로 저온숙성한 검은 이스트 같은 장르적 이미지를 굳힌 조 하커에게 이서리얼 슈라우드는 음악적 비전 그 자체입니다. 조 하커는 이 원맨밴드에서 보컬, 기타, 작곡, 작사, 편곡 등 음악 제작의 주된 분야를 홀로 담당하면서 일반 뮤지션들과 달리 자신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게 노출하지 않는 신비주의적 익명성을 유지하죠. 다소 고립된 환경에서 자란 까닭인지 그의 음악적 주제인 고립감, 우울함, 광활함을 자신의 음악에 담아 감정에 기반을 둔 철학 공유를 제시합니다. 이 감정들은 개인적 트라우마의 자극제 역할을 하며 탐욕으로 무너지는 세상에 대한 분노, 반파시즘 등 비판적이고 내성(內省)적인 주제와 직결되고요. 자신의 온전한 감
'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주의. 가장 최근 '수영씨 이야기'가 올해 7월 29일이더라고요. 저는 기껏 해봤자 두 달 정도 지나겠거니 생각했는데 다섯 달이나 흘렀다는 점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동안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마지막 콘텐츠 작성 이후부터 계산해 보니 단편영화를 포함해 대략 50여 개를 감상했더라고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봤던 제품을 제외하고 영화관에서 감상했던 작품들은 30개 정도가 되겠네요. 감상하면서 수영씨든 어떤 콘텐츠로 소감 한마디를 남기고픈 작품들을 꼽자면 디첸 로더 감독의 '나와 그녀'와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어글리 시스터(이 작품은 짜사이로 작성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훌륭한 글들이 많아 저까지 덧붙이기엔 오히려 쑥스럽더군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원작 소설까지 읽을 정도로 기대했는데, 막상 쓰려니 마음이 크게 움직이진 않아 몇 줄 쓰다 멈췄습니다. 그러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그저 배우 한 명을 보기 위해 들어간 극장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났는데요. 바로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음반 소개] 열여덟 번째는 2010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음산한 기운을 퍼뜨리기 시작한 블랙·애트모스페릭 블랙 메탈 밴드 Cult of Fire(컬트 오브 파이어)의 'Čtvrtá symfonie ohně'(츠프트르타 심포니에 오흐네: 네 번째 불의 교향곡)'. 하나의 콘셉트에 머무르지 않고 주요 앨범마다 검은 변화를 추구하는 컬트 오브 파이어는 종교와 관념을 초월한 의식의 기저를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밴드입니다. 블래스트 비트와 트레몰로 리프를 기본으로 깔고 동서양이 혼합된 멜로디 라인을 끌어올리는 이들의 음악은 블랙 장르로도 얼마든지 클래식한 예술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죠. 현대 블랙 메탈 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초기 블랙 메탈에 키보드와 시타르 등 동양 악기를 엮어 서사적이고 웅장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이들의 음악은 밴드 결성 당시 밀교(esotericism)에 초점을 맞추다가 2013년 정규 2집 이후로는 힌두교, 베다 의식, 불교로 주제를 돌렸습니다. 기타와 같은 인도의 발현악기인 시타르와 탬버라, 젬베 등 타악기에 동양적 찬트(Chant, 단순하고 반복적인 멜
주말의 여유를 좀 더 길게 만끽하기 위해 오전 잠을 줄이고 일찍 일어나 구독 중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2007년 작품 '복면 달호'를 다시 감상했습니다. 역시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주인공 봉달호(차태현 扮)가 부르는 히트곡이자, 영화의 핵심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노래 '이차선 다리'였던 거죠. 누구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한참 이차선 다리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근대 이후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소규모 교량이던 2차선 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언제 어느 곳에 처음 모습을 보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온갖 종류의 문헌과 온라인을 검색해도 다리와 관련한 역사적 기록은 규모와 양식 등에서 두드러진 교량만 찾을 수 있더라고요. 대신 찾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차량과 사람이 통행하는 근대적 교량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1917년 준공한 한강대교(옛 제1한강교 또는 한강인도교)입니다. 개통 당시 폭은 18m, 노면 4차선에 차도 13.6m와 보도 4.4m였다는 기록을 봐선 애초부터 4차선 이상으로 설계했다는 추측이 가능하죠. 또 특정 재료를 활용해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2차선 다리에 대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
1989년 11월 9일, 분단의 상징이 무너졌습니다. 동서 냉전의 상징이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자 사람들은 망치와 정을 들고 달려들며 억압을 넘어선 인류의 자유를 향한 열망, 그 자체를 보여줬죠. 당시 우리 국민은 독일이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0일 나온 통일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 2025' 발표 자료를 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51%에 달했다고 하네요. 이 발표 자료는 한국리서치가 올 7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면 면접 조사한 결과로 만들었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평화적 공존'을 선호했다는데 젊은이들은 통일보다 지속 가능한 평화공존을 더 현실적이고 우선적인 목표로 본다는 거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마자 망치와 정을 들고 달려들며 분단 극복의 기쁨을 표출하던 독일인들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볼 날이 있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 씨가 떠올라도 참으셔야 합니다. 망치와 정을 들고 달려들던 사람들 중에는 단순 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냉철한 시장 논리를 계산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장벽의 잔해는 순식간에 '자유의 상징'이라는 이름의 상품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일곱 번째는 1986년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 콜봇(Kolbotn)에서 그림자를 드리운 블랙 메탈 밴드 Darkthrone(다크쓰론)의 'A Blaze in the Northern Sky'. Venom(베놈), Celtic Frost(켈틱 프로스트)를 위시한 1세대의 뒤를 이어 1990년대 초부터 노르웨이 블랙 메탈 씬을 잡아끈 2세대 핵심 밴드 중 하나로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진실성과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내세워 골수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다크쓰론. 결성 당시 1년 정도 블랙 데스(Black Death)라는 이름의 데스 메탈 밴드였던 이들은 1991년 앨범 작업을 기점 삼아 블랙 메탈로 장르를 전환하며 원초적이고 미니멀한 사운드를 들려줬죠. 여기 그치지 않고 2000년대 이후에는 하드코어 펑크에 정통 헤비메탈과 둠 메탈 요소를 섞은 '블랙큰롤(Black 'n' Roll)'이나 트래시 메탈 색채를 덧입히는 등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합니다. 밴드의 사상적 지주로 작사와 작곡, 드럼, 백킹보컬을 맡는 펜리즈(Fenriz)와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보컬, 리드 기타, 작곡 담당 녹터노
독자 여러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휴식의 여운을 강제 삭제한 채 시월의 일상으로 복귀한 분들은 아마도 저처럼 인지력 둔화와 무기력증 탓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시간을 보내실 테죠. 난 누구? 여긴 어디? 전 업무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최근 기사를 훑고 있는데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에미넴(Eminem)의 소식이 눈에 띕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2일 피플 등 외신에 따르면 둘 사이 오랜 불화가 다시 화제라고 합니다. 머라이어 캐리가 최근 미국의 한 텔레비전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에미넴이 자전적 영화 '8마일'에 자신의 엄마 역할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어느 정도는 진실이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는 게 기사 내용이었고요. 내용을 보태자면 각각 69년 3월, 72년 10월로 만 4년 차이도 나지 않는 연하 에미넴의 제안으로 두 사람의 불화가 시작됐고 수년째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답니다. 에미넴은 과거 반년간 연인관계였던 머라이어 캐리와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고 밝혔으나 크리스마스의 여왕은 네 차례 함께 했을 뿐 데이트한 적은 없다면서 그의 발언을 부인했다네요. 1972년 10월17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조지프에서 태어난 래퍼이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