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을,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양떼목장에서 촬영했습니다. 양들 모인 모습이 마치 강아지 같아서 웃으며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양떼를 찬찬히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와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순하면서도 약한 이미지 역시 짙지만 실제 성격은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네요. 1988년 나온 토마스 해리스(Thomas Harris)의 소설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이나 필립 K. 딕(Philip Kindred Dick)이 1968년 집필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등의 제목만 봐도 그렇습니다. 후자로 예를 든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SF(Science fiction) 소설은 핵전쟁으로 생명체가 급감해 암울한 세상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의 안드로이드(Android, 인간 형태의 인공지능 로봇)를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릭 M. 데커드(Rick M. Deckard)의 얘기입니다. 어디선가 접한 내용 같지 않나요? 1982년 개봉 당시 평단의 혹평 일색이었으나 오랜 시간이 흘러 재평가된 SF 영화계의 저주받
작은방 서랍장 옆 틈새 청소를 하다가 오래 열지 않았던 맨 아래 서랍을 보게 됐습니다. 제 보물창고더라고요. 필름 카메라, 초기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 하이엔드급 카메라에다가 꼬꼬마 때 듣던 카세트 테이프 몇 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제 시선이 고정됐던 테이프는 1990년 발매한 강수지 1집이었죠. 당시 초·중·고등학교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강수지 씨의 데뷔곡 '보랏빛 향기'가 수록된 이 앨범의 인기는 2집까지 이어져 그를 한동안 국내 가요계 정상에 있게 했습니다. 아쉽게도 보랏빛 향기가 풍기는 은은한 충격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다른 곡은 떠오르질 않네요. 2집은 타이틀곡인 흩어진 나날들 외에도 시간 속의 향기, 하고 싶은 이야기, 잃어버린 표정 등 많은 노래를 아직까지 흥얼거릴 수 있는데 말이죠. 이후 색명이 제목에 들어간 노래가 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보라색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색이었습니다. 하여튼 보라색과 관련한 다른 얘기로 이번 편 마무리하려고요. CSS(Cascading Style Sheet)라는 스타일 시트 언어가 있습니다. 자료 속성을 이용해 웹
작은방 정리 중 옷장 위에 있던 봉제인형들을 찍었습니다.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인형들인데 이렇게 보니 참 정겹네요. 먼지 제거가 번거롭긴 하지만요. 아마도 봉제인형 중 최고의 인지도를 뽐낼 테디베어도 있었는데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네요. 문득 테디베어를 제외하고 유명한 봉제인형은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곰돌이 푸와 티거, 피글렛 등 그의 친구들, 패딩턴 베어(이리 보니 다 곰이네요)가 우선 생각나고 이후 떠오른 봉제인형은… 아마도 미국 동화작가 겸 삽화가 조니 그루엘(Johnny Gruelle)이 만든 캐릭터 '래기디 앤'(Raggedy Ann, 누더기 앤)이 수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지난 1915년, 조니 그루엘이 천장에서 찾은 낡은 인형에 헝겊을 덧대 만든 래기디 앤은 3년이 지나 역시 그가 1918년에 쓴 'Raggedy Ann Stories'에 처음 등장하는데요. 이후 래기디 앤과 동화를 원작으로 수많은 책과 영상작품들이 나왔고 2014년에는 이 인형이 주인공(?)인 공포영화까지 개봉합니다. 사탄의 인형도 가볍게 누를 악령의 인형 '애나벨'(Annabelle)의 정체는 미국 코네티컷주 먼로 소재 오컬트 박물관에 있던 래기디 앤이
몇 해 전, 막상 다가온 아쉬움과 함께 여름을 보낼 무렵 집 근처 생태공원 개울가에서 물수제비를 하며 촬영을 했습니다. 이 개울의 물도 흐르고 흐르다가 언젠가는 강에 합류해 줄기로 퍼지겠죠? 요즘 한강 이슈가 참 많네요.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 소식에 이어 이달 19일 서울시가 한강 영어 표기 시 'Hangang River'(한강 리버)로 써달라고 부탁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문화체육관광부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대로라면 자연 지명은 전체 명칭을 로마자로 표기하고 속성 번역을 병기하는 게 원칙이랍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한강의 영문 표기로 'Han River'(한 리버)와 'Hangang River'를 혼용하고 있다는 거죠. 많이 어색하긴 합니다. 이 지침을 따르면 낙동강은 낙동강 리버(Nakdonggang River), 영산강은 영산강 리버(Yeongsangang River)겠네요. 외국의 경우 나일강(Nile River), 템즈강(River Thames), 아마존강(Amazon River), 황하(黄河, Yellow River) 등으로 쉽게 쓰는데 말이죠. 어쨌든 경강적룡(京江赤龍)의 거주지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
며칠 전, 간만에 생 아몬드를 사서 볶았습니다. 따끈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그리운 날이었죠. 생 아몬드는 청산가리 냄새가 나고 독성물질이 있어 날로 먹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이 독성물질은 살구, 복숭아, 은행, 매실 등 핵과류 과일의 씨앗이 함유한 청산 화합물(사이안 배당체)로 아몬드에서 처음 발견해 이같이 명명했다고 하죠. 아몬드(almond)'는 그리스어 ‘아미그달라(amygdala)’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고요. 아미그달린 그 자체에는 독성이 없지만 장내 효소활동으로 시안화수소를 만드는데 이것이 우리가 아는 청산가리 성분입니다. 악당조직의 약물 탓에 고등학생에서 어린 아이가 된 주인공이 등장하는 일본의 유명 추리만화 등을 보면 목숨을 잃은 피해자를 살피다가 생 아몬드 냄새가 난다며 청산가리에 의한 타살을 추측하는 내용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인류의 40%가량은 생 아몬드에서 나는 청산가리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 도처에 널린 식용 아몬드에도 극소량의 아미그달린이 들어있으나 50kg 이상 섭취해야 반수치사량에 이르는 만큼 생으로 먹어도 무방하고요. 아몬드를 생것이 아니라 구워서 파는
제 요즘 취미는 '그림 배우기'입니다. 언젠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는데, 이제서야 도전하게 됐는데요. 배우고 싶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만화'였는데요. 저는 윙크, 보물섬과 같은 만화잡지를 보던 어린시절을 거쳐 학창시절에는 웹툰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하루마다 다섯 개가 넘는 웹툰을 다 보고 자야 성에 찼을 정도로요. 특히 네이버웹툰은 저의 학창시절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는데요. 마음의 소리, 정글고, 와라 편의점, 환상골방곡, 나이스진타임, 수사9단, 역전 야매요리 등 초창기 웹툰은 거의 다 섭렵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친숙하게 다가온 인물도 있었는데요. 바로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입니다. 그는 네이버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불모지였던 웹툰시장을 개척했는데요. 노란머리에 순수하게 만화를 좋아하는 그의 모습이 생활툰이나 유머툰에 종종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야매 역전요리에서는 정다정 작가가 밸런타인데이 기념으로 직접 만든 초콜릿을 네이버에 돌렸는데, 먹고 배탈이 날까봐 걱정하는 모습으로 나와 웃음을 선사했고요. 조석의 마음의소리에서는 거의 단골로 나오면서 빼먹을 수 없는 캐릭터가 됐죠. 이렇게 웹툰에서나 자주 접하게(?) 되면서 그가 대표가 된
연일 부동산 기사가 쏟아집니다. 매매가 이뤄지는 주택가격은 동일할 텐데 이상하게 내용은 '오르락내리락' '낙관·비관' '긍정·부정' 천차만별로 신문사 각기 다릅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 넓은 지구에 아직 내 집은커녕 땅 1㎡도 없다니 참 허탈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꿩 대신 닭이라고 흙이 담긴 화분을 터전 삼아 자라는 꽃을 보며 위안이나 얻으렵니다. 토지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평생 저의 지론이었지만 벼락거지 등의 신조어가 나온 후론 황금만능주의에 영향을 받은 건지 착하고 청렴하게 사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제 마음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과 맥을 같이 한다고 봐야 할까요?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고 시기한다는 의미의 이 속담은 우리나라 외에도 사회심리학에서의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 독일 단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일본 속어 '메시우마(メシウマ)' 등과 연결되며 지구인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질투심, 열등감을 잘 드러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속담을 정반대의 뜻으로 이해하는데요. 사촌의 토지 취득은 가문의 경사인 만큼 축하를 해야 하
다쳤습니다. 지금은 딱지가 생겼는데 이틀 전 다쳤을 당시엔 출혈이 있었죠. 저는 피를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무서워합니다. 주사도 마찬가지입니다ㅠㅠ 심하지 않은 수준의 혈액공포증(Hemophobia)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적은 양의 피는 괜찮은데 대량 출혈 장면을 접하면 살짝 멍해지기도 합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엔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고요. 이래서 전 의사가 되지 못했나 봅니다 얼마 전엔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Over The Top)에서 '어처구니없는(prosthesis)'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22일 개봉한 15세 이상 관람가의 91분짜리 미스터리 코미디물인데 보기 드물게 푸에르토리코에서 만든 영화라네요. 어릴 때 발생한 사고 탓에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로 혈액공포증을 앓게 된 보철의료기 제작사 마르코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삼촌의 목숨을 빼앗게 되는데 이 사건을 덮기 위해 완전범죄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이르는 내용입니다. 감출수록 어긋나는 계획으로 인생 최대 난관을 겪는 마르코의 '트라우마 극복 성장기'라는 다른 얘기도 품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네요. 영화의 원제는 (의족·의안
지난 2012년, 여름으로 접어들기 전 지인들과 전라남도 여수시를 찾았습니다. 그땐 3인조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전혀 모르던 때였죠. 여수항, 향일암, 돌산대교 그리고 여순사건 외엔 전혀 아는 바가 없던 지역을 생전 처음 찾은 만큼 이곳 명물을 접하고픈 생각뿐이었고요. 1949년 오늘은 당시 이승만 정권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금지곡을 지정한 날입니다. 이 노래의 제목은 여수야화(麗水夜話). 무너진 여수항에 우는 물새야 우리 집 선돌 아범 어데로 갔나요 창 없는 빈집 속에 달빛이 새여들면 철없는 새끼들은 웃고만 있네 / 가슴을 파고드는 저녁 바람아 북청 간 딸 소식을 전해 주려무나 에미는 이 모양이 되었다만은 우리 딸 살림살인 허벅지더냐 / 왜놈이 물러갈 땐 조용하더니 오늘엔 식구끼리 싸움은 왜 하나요 의견이 안 맞으면 따지고 살지 우리집 태운 사람 얼굴 좀 보자 '목포의 눈물'을 부른 유명 가수 이난영의 오빠 이봉룡 작사, 김초향 작곡, 당시 최고의 가수 남인수가 부른 이 대중가요는 여순사건으로 파괴된 한 가족의 비극을 들려줍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노래가 반정부적이라 자신이 판단한 사회적 통
지난주 목요일에 무척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초경량 암흑물질로 블랙홀 형성 병목 문제 해결할 수 있다는 요지의 기사였고요. 제가 아는 걸 조금 말씀드리자면 블랙홀로 이웃 항성의 물질이 빨려 들어갈 때는 블랙홀 입구에서 둥근 고리형태를 형성하며 병목현상이 일어난 것처럼 서서히 중심을 항해 들어간다는 겁니다. 이달 8일 서울시립대는 한국천문연구원, 중원대와 함께 초거대 블랙홀 형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종 파섹' 문제의 새 해법을 제시했고 국제 학술지 'Physics Letters B'에 발표했다는데요. 초경량 암흑물질로 블랙홀 형성 병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연구라는데 이 물질이 뭔지조차 감을 잡기가 어렵네요. 일단 두 블랙홀이 약 1파섹(약 3.26광년) 거리에서 더 이상 가까워지지 못하는 현상인 최종 파섹 문제에 매우 가벼운 입자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초경량 암흑물질을 활용하면 블랙홀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블랙홀이 서로 가까워지려면 근방(?)에 별이나 가스가 필요하지만 1파섹 거리에선 찾을 수 없어서 블랙홀 형성 병목이 발생하는 거고요. 이 성과는 초거대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 진화 연구, 중력파 관측 연구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