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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 같은 '오픈 API' 바람…돌고 돌아 금융산업에 안착한 이유

 

최근 국내에서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구축 및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API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터페이스(접속장치)인데요. 오픈 API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API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개방적인 성격을 지닌 오픈 API는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사용자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 시간 단축과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한 번 들어볼까요. 우선 구글 지도와 API와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포켓몬 고(GO)가 있는데요. 전 세계 지도 정보를 보유한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일반 기업에 공개했고 포켓몬 고 제작사 나이언틱은 이를 받아 구글 지도 위에서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증강현실(AR)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SK텔레콤은 위치·교통 정보, 가게 정보 등을 제공하는 T맵 API를 제공 중인데요. 용감한형제들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달의민족은 이를 활용해 사용자 위치에 맞는 주변 음식점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 형준희 연구원은 "오픈 API를 통해 자사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구축된 생태계에서 나오는 수많은 정보는 기업들의 수익 원천으로 되돌아온다"며 "이처럼 현재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기업들이 오픈 API 플랫폼 기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오픈 API는 정보기술(IT)기업부터 이동통신사, 시스템통합(SI)사, IT컨설팅사 등에서 활발했지만, 몇 년 전부터 금융권에서도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는데요. 금융산업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해 경쟁과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이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하려는 이유로는 ▲스마트 컨슈머 등장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경계 붕괴 ▲수익성 저하 ▲플랫폼 전쟁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는 빌 게이츠의 '뱅킹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에 금융사들은 오픈 API를 제공해 핀테크 기업과의 동반 성장(Win-Win)를 노리고 있는데요. 핀테크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 금융 혁신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금융사는 이런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득이죠.

 

이에 여러 국가의 금융사들은 이미 오픈 API를 활발하게 활용 중입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BBVA은행은 BBVA API 마켓을 운영, 핀테크기업이 새로운 지급결제서비스 관련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API 마켓에 알리페이 API를 탑재해 타 핀테크기업에서도 활용이 가능하게끔 구현했다네요. 

 

이 외에도 독일 인터넷전문은행 피도르뱅크(Fidor Bank)는 API를 폭넓게 공개 중이고 최근 금융 IT 분야에서는 후발격인 일본에서도 미즈호은행(Mizuho Bank)이 결제서비스 혁신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API를 공개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보였는데요.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2015년 7월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 계획을 세워 2016년 8월 금융권 공동 오픈플랫폼을 개통했습니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오픈 API를 제공한 곳은 NH농협은행입니다. 2015년 12월부터 농협은행은 조회, 입출금, 카드, 자금 관리 관련 기능 등 약 100개의 API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어 J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줄줄이 오픈 API 플랫폼을 선보였고요.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규제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은행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고객과의 접점을 잃고 계좌 관리나 금융상품 제조자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은 오픈 AP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인적 투자를 통해 외부의 혁신 모멘텀을 지속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작년 10월 말 시작된 하나의 은행 앱으로 모든 은행에 흩어진 계좌들을 관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도 오픈 API 서비스입니다. 조회, 이체처럼 은행의 핵심 금융서비스를 표준화해 오픈 API 형태로 제공하는 공동 인프라인데요. 핀테크사업자들은 일일이 개별 은행과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모든 은행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려 보험권의 사례를 짚어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화재를 들 수 있는데요. 이 보험사는 지난 2018년 말 업계 최초 오픈 API형식의 보험가입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삼성화재는 당시 여행자보험과 펫보험에만 이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현재 실손보험과 풍수해보험까지 확대했고요.

 

이 시스템은 설계사가 발송한 보험가입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객이 보험에 좀 더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인증 절차나 주소 입력 등 보험 가입 시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해 항공사, 여행사 등 여행 관련 업종이나 보험대리점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작년 12월 KB손해보험은 오픈 API를 이용해 쉽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단체 해외여행보험 가입 시스템'을 개발, KB국민카드 리브메이트에 오픈했는데요. KB손해보험은 향후 KB금융 계열사는 물론 외부 플랫폼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2016년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모바일로 API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이를 통해 고객들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홈트레이딩서비스(HTS),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이용하지 않고 프로그래밍 언어로 고객 본인에 맞는 증권서비스 화면을 직접 제작할 수 있습니다.

 

또 KB증권은 오픈 API 기반 디지털채널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디셈버·쿼터과 같은 로보어드바이저사와의 비대면 투자일임서비스 출시, 종합자산관리 앱 뱅큐에 펀드케어서비스 오픈 등 핀테크사와의 오픈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라네요.

 

이와 관련해 한국금융연구원 이대기 선임연구원은 "오픈 API 정책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적인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 개발이 촉진되고 금융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오픈 API에 대해서는 금융결제원도 서로 장단점이 다른 공동 API와 개별 API가 향후 핀테크 생태계에서 기업들에게 선택 폭을 넓혀주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할 것이라는 진단도 했고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