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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찢겨 죽는 것을 볼지언정 다시는 빼앗기지 않아야 할 삶

22일 방송 시청률 및 인터넷 사용량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1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연인’ 14회의 전국 기준 시청률은 11.7%로 금토드라마 전 채널 1위는 물론 같은 시간대 전 채널 1위에 랭크됐습니다. 

 

토요일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라고 하니 대단한 인기입니다. 암살자 같은 모습의 청나라 공주 각화(이청하)가 역관 장현(남궁민)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고자 그를 연모하던 길채(안은진)를 괴롭히는 와중에 나온 "차라리 사자에 찢겨 죽는 것을 볼지언정, 내가 갖고 싶은 사내를 다른 여인에게 빼앗기지 않아"라는 대사가 뇌리에 잔상처럼 남았고요.

 

그러나 각화의 대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존재가 있습니다. 혹시 ‘바람이’ 기억하시나요?

 

 

올 6월 경상남도 김해시 소재 한 동물원에서 학대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의 고초를 겪으며 일명 '갈비뼈 사자'라는 가슴 아픈 별칭을 얻었던 수사자는 그곳을 벗어나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바람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새 삶을 사는 중입니다. 

 

새 거처인 충북 청주동물원에서 한여름에도 닭고기와 소고기 4㎏을 먹는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드러났던 갈비뼈를 살과 근육으로 덮은 바람이가 암사자와 합사에 성공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습니다. 

 

충북 청주동물원에 따르면 이곳 야생동물보호시설 주 방사장에서 오늘 오후 3시경 합사를 마친 19세 바람이와 12세 '도도'는 여생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그간 바람이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던 도도는 시간차를 두고 같은 공간에 있게 되자 도리어 금세 적응했다 하네요.

 

‘백수의 왕’ 사자가 연상되지 않는 비참한 몰골이었지만 이제 바람이는 동반자까지 만나며 위풍당당 자태를 되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자는 어떻게 백수의 왕이라는 근사한 별칭을 갖게 됐을까요? 그저 강한 존재라 자연스레 따라붙었을까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부터 사자는 용감무쌍한 위압감과 제왕적 분위기의 표상처럼 묘사됐는데 이를 기록으로 보면 종교의 영향도 있습니다. 불국사 다보탑,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 등과 해태도 그렇고 크게 부르짖어 열변을 토한다는 사자후(獅子吼)라는 용어 역시 석가모니 설법을 사자의 포효에 빗대며 나왔답니다. 

 

또 성경에서도 '누구 앞에서도 물러섬이 없는 동물의 왕 사자' 잠언 30장 30절, '임금의 노여움은 사자의 포효와 같아 노엽게 하면 목숨을 잃는다' 잠언 20장 2절, '마귀가 울부짖는 사자처럼 삼킬 영혼을 찾는다' 베드로전서 5장 8절 등 70여 차례 사자가 언급된다고 합니다.

 

한자 예(猊)는 사자라는 의미 외에도 부처가 앉는 자리를 의미하는데 불교적 용어에서 비롯돼 가톨릭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를 예하(猊下)라 칭하기도 하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 왕의 표상은 사자였죠. 

 

정보 하나 곁다리로 더 드리자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주인공 이름은 심바입니다. 동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스와힐리족의 모어이자 이 지역 거주민 반투족의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심바(simba)는 사자를 뜻합니다. 싱가포르의 국호는 말레이어로 '사자의 도시'라는 뜻의 싱가 푸라(Singa Pura)에서 유래했고요.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