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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김수한무 거북이와 제르맹

얼마 전 A매치에서 호성과를 거둔 이강인 선수가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 FC(PSG) 복귀 후 첫 경기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PSG는  우리 시각 25일 오전 5시 2023-24시즌 프랑스 리그앙(리그 1) 13라운드 홈경기에서 AS모나코를 만나 5-2로 이기며 리그 선두를 고수했고요. 

 

익히 아시겠지만 이강인 선수의 소속팀 PSG는 프랑스 리그 1에 소속된 프로 축구 클럽으로 고지는 파리이며 파르크 데 프랭스가 홈구장입니다. 유럽 내 주요 클럽들에 비해 상당히 늦은 1970년에 창단했지만 창단 후 여러 우여곡절에도 파리 시민들의 맹렬한 응원 덕에 1974년 리그 1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1960년대 후반, 당시 파리를 연고지로 둔 대표적인 축구 클럽은 1896년에 창단된 라싱 클뢰브 드 프랑스와 레드 스타 FC, 스타드 프랑스가 있었으나 리그 탈퇴와 해체, 강등의 시련을 겪으며 파리가 연고지인 1부 리그 소속 클럽은 남지 않게 됐다고 하네요. 

 

이런 와중에 수도 파리에 나라를 대표할 클럽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 1969년에 파리 FC(Paris FC)가 창단됐는데 다음 해 스타드 생제르맹(Stade Saint–Germain)과 합병하며 파리 생제르맹 FC로 탄생하게 됩니다.

 

 

성인(聖人)의 이름인 생제르맹은 불어권 국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지명, 장소이자 사람의 인명인데 특히 생 제르맹 백작이 유명합니다. 이 백작은 프랑스판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격으로 유럽인들이 불로불사의 상징처럼 여기는 존재입니다. 연금술의 대가로 미래를 내다보는 마법사 같은 인물이지만 일단 그의 이름부터 본명인지도 알 수 없다고 하네요.

 

1710년, 중년의 모습이었던 그는 헝가리 왕국의 독립운동가 라코치 페렌츠 2세의 아들이라 주장하며 미래에서 왔다고 해도 모두 믿을 만큼 엄청난 지식을 뽐냈답니다. 이 얘기는 무려 프랑스 계몽주의의 선구자인 작가 볼테르의 입으로도 전해졌고요.

 

과거 덴마크 왕국 산하 홀슈타인 공국 에케른푀르데 소재의 한 교회에는 생 제르맹 백작이 1784년 2월27일 사망해 3월2일 묻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이미 이때 120세를 넘겨 사자(死者)의 표식까지 남긴 그를, 다음 해 비밀결사 모임에서 봤다거나 1821년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만났다는 사람들까지 등장하며 날이 갈수록 신비감을 더했고요. 

 

당시 세계 최고 갑부 수준의 재력을 뽐내면서 전 세계 각국의 언어를 구사하며 못 다루는 악기 없이 지구상의 모든 지식을 갖춰 금까지 만들 수 있었다는 생 제르맹. 

 

볼테르를 비롯해 프리드리히 대왕, 난봉꾼 범죄자 카사노바, 심령학자 블라바츠키 부인, 퐁파두르 후작 부인 등 지위와 직업을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에 빠뜨린 그가 어떤 지식을 자랑했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아는 이는 정작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것에 물음표가 붙는 18세기 의문의 괴인물 생 제르맹 백작. 심지어 생 제르맹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2세 미망인의 아들로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속한 슐레스비히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역시 가정일 뿐이고요.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현재는 예술·언어적 재능이 뛰어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춘 이야기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유럽 역사가들의 중론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