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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최장기간 장마' 원치 않는 노시보, 우울한 기록 경신

 

 

 

 

 

중부지역 장마가 49일째 지속되면서 역대 최장기간이라는 우울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11일 기상청 자료를 보면 중부지역은 지난 6월24일 장마 시작 이래 49일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2013년의 49일 장마와 타이를 이뤘지만 내일이면 새 기록을 세우겠네요.

 

 

이렇게 장마가 주야장천 길어지면서 반짝 비추는 햇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흐린 날씨 탓에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주변에 가끔 보이기도 하고요. 제가 아는 대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드리지만 이미 다 아는 처방이고 해봤자 소용이 없다면서 오히려 더 우울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바라는 대로 이뤄진다'는 긍정적인 상황을 언급할 때 흔히 피그말리온 효과나 플라시보 효과를 얘기하지만 이 반대의 영향도 혹시 알고 계신가요? 영향을 발휘하는 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면 약의 효용성이 없어지는 듯한 심리적 현상을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합니다.

 

북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위치한 나라 아이티의 원시종교인 부두교의 의식을 행하는 주술사가 저주를 내리면 그 저주대로 목숨을 잃는 것처럼 실제하지 않던 악재가 현실에 존재한다고 믿는 현상인데, 1942년 미국 생리학자 월터 캐넌(W. Cannon)이 부두 죽음(Voodoo death)이라는 다소 순박한 이름을 붙였지만 1961년에 노시보 효과라는 정식 명칭을 갖게 됐습니다. 노시보는 라틴어로 '나는 해를 입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눈을 가린 실험자 손목에 약간의 자극을 가하면서 따뜻한 물을 떨어뜨렸더니 칼로 동맥을 끊었다고 생각해 쇼크상태에 빠졌다든지 냉각장치가 고장 난 냉동차에 갇혔던 인부가 자신의 몸이 얼어붙고 있다는 글을 남긴 채 사망했다는 사례가 유명하죠.

 

좋은 것만 보려고 애를 써도 충분히 머리 아픈 인생입니다. 적당한 긴장과 걱정은 오히려 살아가는데 탄력을 준다지만 몇 수 앞을 억측하고 없는 걱정까지 만들어서 스스로 고통에 빠지는 일은 탈력(脫力)의 주원인이 될 뿐이겠죠.

 

/이슈에디코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