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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정용진도 포기한 제주소주 인수…'오비맥주' 소주시장에 도전장

 

[IE 산업] 오비맥주가 사실상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로 양분된 소주 시장에 진출을 예고했다. 맥주 시장 톱인 오비맥주가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한 만큼 소주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예측과 함께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전날 인수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을 예정이다.

 

◇제주 향토 소주 '정용진 소주'로 탈바꿈…시장 진입 좌절

 

제주소주는 지난 2011년 등장한 제주도 향토기업으로 2014년 '올레 소주'를 내놨다. 이후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190억 원에 제주소주를 인수한 다음 이듬해 올레 소주를 '푸른밤'으로 리뉴얼했다.


푸른밤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직접 모든 과정을 살필 정도로 알려지면서 일명 '정용진 소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출시 초 4개월 만에 300만 명을 판매하며 초반 흥행을 일으켰지만,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과 같은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에 밀려 지난 2021년 3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마트는 인공호흡을 위해 4년에 걸쳐 제주소주에 57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결국 제주소주는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L&B에 넘어갔으며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 중심의 사업을 맡았다. 

 

이후 지난해 제주공장을 재가동하고 '킹소주24'를 출시하며 소주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제품은 총 40만 병만 생산하기로 기획됐는데, 저도소주가 대세였던 시장에 24도로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이마트24에서 발주가 끊이지 않으며 출시 이후 한 달만에 7만 병을 팔기도 했다.

 

그러나 신세계L&B는 와인 사업에 집중하면서 소주시장에 정식 복귀는 하지 않은 채 오비맥주에 제주소주를 매각하게 됐다.

 

◇국내 맥주시장 1위 오비, 소주시장서도 먹힐까

 

이번 제주소주 인수로 오비맥주가 국내 소주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주 소매점 매출 1위는 하이트진로로 매출액은 1조4049억 원, 점유율은 59.75%다. 2위는 롯데칠성음료로 매출액 4231억 원, 점유율은 18%였다. 이어 무학(7.99%), 금복주(4.08%), 대선주조(3.28%) 등이 자리 잡았다.

 

브랜드별 점유율을 보면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50%에 육박하는 46.78%로 독보적인 1위다. 그 뒤에는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17.01%), 하이트진로 진로(11.27%), 무학 좋은데이(6.97%)가 줄을 섰다.

 

오비맥주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 자회사다. FIS 통계를 살피면 오비맥주는 하반기 기준 맥주 소매점 매출 1조8369억 원, 점유율은 46.75%로 1위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는 매출 1조1187억 원, 점유율 28.47%로 2위였다. 


맥주 브랜드 점유율 1위 역시 오비맥주의 카스(38.61%)다. 테라(11.95%)와 필라이트(6.1%), 아사히(5.03%), 켈리(4.48%) 등 2~4위 브랜드 매출을 다 합해도 카스를 넘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오비맥주가 소주 신제품을 론칭할 경우 맥주 1위 사업자의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만큼 시장에 쉽게 진출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오비맥주 구자범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