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세 번째는 잉글랜드 버밍엄 출신의 헤비메탈 전설 'Ozzy Osbourne(오지 오스본)'의 'Blizzard of Ozz'.
영국 버밍엄 출신의 헤비메탈 그 자체였던 오지 오스본은 1969년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리드 보컬로 데뷔한 이 장르의 개척자 격입니다. '어둠의 왕자' '헤비메탈의 마왕’ 등의 별명만 봐도 그의 위상을 알 수 있죠.
1948년 12월3일 태어난 그는 영국 현지 시각으로 7월22일 세상 빛을 등진 채 어둠을 향해 떠났습니다. 1981년 콘서트 도중 팬이 던진 살아있는 박쥐의 머리를 물어뜯는 등의 기괴한 무대 매너와 예사롭지 않은 음색을 내세워 스스로 전설을 만들었죠.
향년 76세의 오지는 지난 2019년 파킨슨병 진단 이후 몇 년간 투병하다가 마치 죽음을 예견한 듯 이달 5일, 블랙 사바스를 결성한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최후의 공식 공연을 열고 생애 마지막 팬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답니다.
건강 악화로 앉아서 노래를 불렀지만 목소리는 여전했다고 하네요. 인생 마지막 공연 곡은 블랙 사바스 시절을 대표하던 곡이자 헤비메탈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명곡 중 하나인 'Paranoid'였고요. 이 앨범에 있어서는 오지보다 더한 극찬을 이끌었던 그의 아이돌 랜디 로즈와 저 먼 곳에서 어떤 우정을 나누고 있을지….
오지의 솔로 1집 앨범인 'Blizzard of Ozz'의 장르는 헤비메탈과 하드록으로 그의 전설적인 경력에 시동을 건 맞춤형 명반입니다. 영국에서 1980년 9월20일 발매한 이 앨범의 재생시간은 39분 36초로 모두 9곡이 수록됐는데요.
1979년 블랙 사바스와 결별한 후 절박한 심정으로 사비를 들여 솔로 데뷔작을 기획한 오지가 보컬을 맡았고 기타리스트 Randy Rhoads(랜디 로즈), 베이시스트 Bob Daisley(밥 데이즐리), 드러머 Lee Kerslake(리 커슬레이크)의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역시나 역사적 헤비메탈·하드록 밴드인 레인보우 출신의 세션 키보디스트로 Don Airey(돈 에일리)가 참여했고요. 참고로 밥 데이즐리 또한 레인보우를 거쳤습니다.
흉내도 힘든 오지의 보컬과 창작 능력, 혁신적 기법의 로즈, 이들과 조화를 이룬 나머지 멤버까지, 구성원 모두 곡 제작을 함께 하며 유기적 결합의 정석을 보여준 이 앨범에는 메탈헤드가 아니라도 제목은 알 법한 'Crazy Train' 'Mr. Crowley' 'Goodbye to Romance' 등의 곡이 담겼죠.
많은 독자들이 아시겠지만 셀 수 없이 많은 기타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랜디 로즈는 1981년 발매한 오지 오스본 2집 'Diary of a Madman'을 남기고 1982년 비행기 사고로 요절하며 전설 중 전설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전설로 여긴 이들의 얘기를 꺼내서인지 오늘따라 글이 더 길어지네요. 태어나서 한 번도 들은 적은 없지만 청취 후 "아, 그래. 이 노래였어!"라고 감탄하며 마치 전부터 그리워했던 것처럼 느끼는 곡들이 있죠. 'Crazy Train'과 'Mr. Crowley'가 제겐 그랬습니다.
구구절절 명쾌하면서도 흐느끼듯 울리는 랜디 로즈의 기타 노래(연주가 아니라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해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와 끈덕지게 달라붙는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는 정말…
각설하고 앨범 수록곡들 살피겠습니다.
오프닝 곡 'I Don’t Know'는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얘기하는 오지의 보컬을 따라붙는 랜디 로즈의 네오클래시컬 기타 리프와 솔로가 인상적으로 드럼과 베이스가 확실하게 뒤를 받친다는 느낌을 줍니다.
타이틀곡인 2번 트랙 'Crazy Train'은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와 시원스레 전개되는 곡 구성이 돋보이며 냉전 시대 사회적 불안을 반영한 가사도 기억에 남습니다. 설명 필요 없이 그냥 들으면 되는, 랜디 로즈 기타 연주의 정수를 파악할 수 있는 곡이고요.
세 번째 곡 'Goodbye to Romance'는 현대 록 발라드의 시초 격으로 오지가 몸 담았던 블랙 사바스와의 이별에서 오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곡입니다. 새 출발을 알리는 오지의 담담한 보컬이 기억에 떠오르네요.
기타 연주곡인 4번 트랙은 랜디 로즈가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작품으로 노을빛 감성이 느껴지며 5번 'Suicide Solution'은 분위기가 확 바뀌어 자기파괴적인 인생에 대한 고찰을 다룹니다. 안개 같은 연주로 곡의 성질을 알 수 있죠.
6번 트랙인 'Mr. Crowley'는 웅장한 도입부를 만드는 키보드와 전체를 잡아끄는 절정의 기타 솔로가 인상적인 앨범 대표곡 중 하나로 오컬트에 맞춘 오지의 극적인 보컬이 완벽함에 방점을 찍습니다.
일곱 번째 곡 'No Bone Movies'는 음란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오지 자신의 고백을 무겁지 않게 가사로 만들었는데 앨범 말미에 이르는 와중에 한 박자 끊어주는 곡처럼 느껴집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긴 8번 'Revelation (Mother Earth)'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극적인 구성에 부합하는 피날레가 뇌리에 박힙니다. 클래식과 메탈의 조화도 그렇거니와 랜디 로즈와 오지의 합이 만든 다른 명곡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고요.
마지막 곡 'Steal Away (The Night)'는 자유를 갈망하는 가사처럼 역동성이 가득한 곡으로 앨범의 대미를 알차게 장식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는 독자들의 일단일청(一旦一聽)을 권장합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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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Know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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