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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뷰

[악덕지주 무작위 앨범 소개] Omnium Gatherum 'Grey Heavens'

[악덕 지주(극히 관적인) 무작위 앨범 소개] 열네 번째는 1996년 핀란드 남동부 카르훌라에서 토대를 세운 멜로딕 데스메탈(멜데스) 밴드 Omnium Gatherum(옴니엄 개더럼)의 'Grey Heavens'.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멜데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공격성과 과격함을 억누르며 프로그레시브 등 여러 장르의 음악적 요소를 흡수해 밴드만의 이미지를 갖췄습니다.

 

1997년 데모앨범 'Forbidden Decay' 이후 2003년 정규 1집 'Spirits and August Light'를 내놓고 2016년 7집 'Grey Heavens'를 거쳐 2021년 Origin까지 1~3년 간격으로 꾸준히 새 작품 발매 중인데요.

 

올해 말 10집 발매를 예고한 이 밴드는 1집 발매 이듬해 메이저 레이블 Nuclear Blast와 계약 후 다소 부침이 있었죠. 하지만 Candlelight Records로 옮긴 후 2008년 정규 4집 'The Redshift', Lifeforce Records에서의 2011년 5집 'New World Shadows' 등으로 팬층을 넓히는 동시에 더욱 공고한 위용을 뽐내게 됐습니다.

 

특히 'New World Shadows'는 핀란드 앨범 차트 5위에 오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이후에도 2013년 'Beyond', 그리고 오늘 소개할 'Grey Heavens' 등도 리스너들에게 호평을 받았죠.

 

밴드명 자체가 '잡다한 모임' '공개파티'라는 뜻이라서 그런지 라인업 변화가 잦은 편인데 밴드를 만든 마르쿠스 반할라(Markus Vanhala)가 역시나 'Grey Heavens'에서도 곡을 만들며 기타를 맡았고 아포 코이비스토(Aapo Koivisto)가 키보드를 담당했습니다.

 

또 보컬리스트는 유카 펠코넨(Jukka Pelkonen), 기타리스트 요나스 코토(Joonas Koto), 베이시스트 에르키 실베논넨(Erkki Silvennoinen), 드러머 야르모 피카(Jarmo Pikka)로 멤버를 꾸리며 모았던 에너지를 균등하게 뽑아냈네요.

 

수록곡 중 가장 인기가 많은 3번 트랙 'Frontiers'와 6번 'Foundation'까지 거친 후 힘을 살짝 더 분산시킨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인간 내면과 존재에 대한 탐구를 다룬 이 앨범의 철학적인 주제를 감안하면 이 역시 밴드의 노림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총 재생시간 56분 13초에 10곡을 담은 이 앨범의 표지 이미지에 대해 유카 팔코넨은 삶의 어둡고 밝은 면이 혼재된 상태인 양면성의 균형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고요. 대립보다는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는 언급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회색 바탕에 그린 두 개의 달은 '양면성', 중앙에 위치한 눈은 '관조와 이해', 달과 눈을 두른 둥근 원의 구도는 '존재의 순환'을 의미한다는 거죠.

 

이 설명을 듣고 앨범을 감상하면 앨범 표지의 회색을 달리 보게 됩니다. 회색은 흑과 백의 대조에서 파생된 중립의 단일색이 아니라 전체적인 순환에 맞춰 명암과 채도를 바꾸며 등불 뒤 그림자와 같은 토대를 구성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트랙 대부분이 밴드의 전작들과는 어느 정도 다를지언정 기존 멜데스 밴드의 스타일과는 크게 다르지 않기에 실망하는 팬들도 많지만 특성상 비판이 많이 따르는 장르를 지속하면서도 수작인 곡들을 매번 뽑아내는 만큼 차기 앨범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가 없네요.

 

수록곡 소개에 이르기까지 글이 좀 길었습니다. 그럼 이만 'Grey Heavens' 앨범에 실린 곡들 짧게 살피면서 이번 편 마감하겠습니다. 유튜브로 연결되는 곡은 'Foundation'입니다.

 

 

오프닝 곡 'The Pit'는 복잡다단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인간의 고뇌와 결단을 표현한 곡으로 멜데스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7집에서 다룰 여러 회색 감정들을 예고하는 오프닝으로 손색이 없죠.

 

2번 트랙 'Skyline'은 일상의 성찰과 반성의 메시지로 보컬이 앞서 템포를 끊어주며 간결하고도 직관적인 리프를 두드러지게 만듭니다.

 

이 앨범에서 주목도가 높은 세 번째 트랙 'Frontiers'는 초반 질주가 뇌리에 남는 곡으로 내면을 넘나드는 여정을 노래하며 신디사이저와 기타 솔로가 활약하죠.

 

수록곡 중 재생시간이 가장 긴 다음 곡 'Majesty and Silence'는 번잡한 인생에서 내면의 고요함을 찾는 과정을 어쿠스틱하게 펼쳐 보입니다. 긴 곡 길이만큼이나 다채로운 구성이지만 전체적인 감성은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채와 일치한다고나 할까요?

 

5번 트랙 'Rejuvenate'는 현실의 본질과 인식을 짚으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곡입니다. 박자에 변화를 주면서 각 악기 파트의 조화로 강렬한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어 손가락을 저절로 튕기게 되네요.

 

개인적으로 7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섯 번째 곡 'Foundation'은 역시나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인간의 내면을 다룹니다. 자유, 책임 등 인간사에서 마주하는 불변의 보편적 진리를 가사에 담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멜데스로 만들었죠. 반복을 통해 단단하게 탑을 쌓는 듯한 구성으로 기존 팬들은 이 곡을 들으며 밴드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인간 내면의 해방과 자유를 신디사이저와 기타 선율에 새겨 드라마틱하게 전개한 7번 곡 'The Great Liberation'이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라면 이어지는 8번 곡 'Ophidian Sunrise'는 앨범 후반부에 속도를 늦추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죠.

 

시작을 언급하며 여러 감정과 성찰을 위시해 인간 내면을 반영한 곡인데 차분하게 곡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 같은 구성에서 그루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홉 번째 트랙이자 연주곡인 'These Grey Heavens'는 곡 초반 어쿠스틱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흐름을 이끌며 가벼운 변화로 밴드의 음악적 스타일을 들려주다가 마지막 곡 'Storm Front'에서 몽환적 절정에 다다르는데요.

 

신디사이저 멜로디로 시작해 강렬하고 서사적인 전개를 바탕 삼아 앨범의 철학적 여정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폭풍 전야의 고요와 긴장, 변화, 진실에 대한 의문을 차례대로 연결하며 성찰의 메시지를 말줄임표처럼 남기는데…

 

헤드폰을 정리하면서도 여운이 오래도록 맴돕니다.

 

The Pit               


Skyline                


Frontiers 5:09


Majesty and Silence 


Rejuvenate! 


Foundation 


The Great Liberation 


Ophidian Sunrise 


These Grey Heavens


Storm Front 

4:34


4:30


5:09


8:36


5:28


5:49


5:15


6:13


4:25


6:13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