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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지주 무작위 앨범 소개] Deafheaven 'Sunbather'

[악덕 지주(극히 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다섯 번째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틀을 잡은 포스트 블랙메탈 밴드이자 블랙게이즈·스크리모를 널리 알린 Deafheaven(데프헤븐)의 'Sunbather'.

 

2010년 6월1일 첫 데모 발매 후 2011년 4월 정규 1집 'Roads to Judah'에 이어 2013년 6월, 2년여 만에 내놓은 2집 'Sunbather'는 이들의 음악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앨범 표지만큼이나 호불호가 크게 엇갈립니다.

 

보컬인 조지 클라크(George Clarke)와 드러머 대니얼 트레이시(Daniel Tracy), 기타리스트이자 베이스, 키보드까지 담당하는 케리 맥코이(Kerry McCoy)가 창조한 잡음 가득 사운드는 취향이 맞는 리스너들을 몽환의 세계로 안내하죠.

 

블랙 메탈과 슈게이즈(Shoegaze)를 결합한 블랙게이즈(Blackgaze)로 헤비 장르 리스너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이들은 이 앨범에서도 조지 클라크의 처절한 외침에 멤버들의 따뜻하고도 서정적인 연주를 섞어 극적인 선명함을 연출합니다.

 

각 트랙 사이에 소리의 질감과 공간감에 중점을 둔 일반적인 앰비언트 사운드스케이프(Ambient soundscape) 외에도 피아노 선율, 일상의 대화 등을 삽입해 앨범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만들었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신발(Shoe)과 응시(Gaze)의 합성어 슈게이즈는 기타 이펙터의 사용치를 극대로 뽑아야 하는 장르 특성상 아래를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이 분야 밴드의 모습에서 파생됐죠.

 

1990년대 초반 등장한 하드코어 펑크의 한 장르로 나타난 스크리모(Screamo)는 비명(Scream)과 Emo(감정적인)를 합친 명칭이며 격렬하고 감정적인 보컬, 복잡한 곡 구조, 기술적인 연주, 서정·개인적인 가사가 특징입니다.

 

고통스럽게 내지르며 알아듣기 힘든 얘기를 들려주는 듯한 수록곡들은 점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데요. 데프헤븐은 이 앨범으로 블랙게이즈를 대중에게 알리며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평단의 극찬까지 이끌었습니다.

 

여기 더해 시각적 미학을 추구하며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 2집 앨범 아트도 화제였고요. 이들의 어두운 음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분홍색에 극단적인 고통과 절망이 담긴 가사를 외면하는 단순한 폰트로 아름다움 속에 숨은 고통을 표현했죠.

 

'무늬만 메탈'이라는 일부 정통 메탈 리스너들의 비판도 있지만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근자의 경향에서는 오히려 유명세에 힘을 더하는 요소가 됐습니다. 역시나 천 마디 설명보다 한 번의 청취가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될 테니 'Sunbather' 수록곡들 간략하게 알아보며 이번 편 마치겠습니다. 추천곡은 유튜브로 연결되는 'Dream House'입니다.

 

 

앨범 시작을 알리는 'Dream House'는 이상(ideal)의 뒷면에 있는 공허함과 절망을 노래하며 블래스트 비트와 동반되는 기타 멜로디로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설정하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아름다움과 고통의 공존을 가장 잘 표현한 곡입니다.

 

다음 곡을 위한 숨고르기 같은 2번 트랙 'Irresistible'은 듣는 이를 평온하게 만드는 연주곡으로 부드러운 멜로디가 따뜻함을 찾아가는 앨범의 서사를 뒷받침합니다. 

 

세 번째 트랙은 앨범 타이틀곡인 'Sunbather'로 폭발적인 사운드 기조에 복잡하면서도 유기적인 구성을 서까래처럼 얹어 짜맞췄죠. 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으로 부에 대한 동경과 대비되는 현실을 묘사합니다.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의 한 구절을 읽으며 시작하는 4번 트랙 'Please Remember'는 앨범의 깊이를 더하는 곡인데요.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공사장 소음 같은 난해한 사운드로 넘어갔다가 다시 외로운 기타 선율을 들려주며 감정의 충돌을 알려줍니다.

 

다음 곡 'Vertigo'는 앨범에서 가장 재생시간이 길지만 압도적인 몰입감을 내세워 제목처럼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은 음악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데프헤븐의 연주력이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쌓아놓고 터뜨리는 밴드의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흡인력이 뛰어나 빠져들게 되죠. 반복적인 리프와 드러밍이 리스너를 잡아끄는 와중에 처절한 보컬이 혼란을 유도하지만 종국에는 미약한 희망을 남깁니다.

 

마지막 곡에 앞서 분위기를 조절하는 앰비언트 트랙 'Windows'는 실제 대화녹음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죠. 앨범 작업 당시 약물중독 상태였던 케리 맥코이가 녹음한 마약 거래 현장의 대화라고 하네요.

 

앨범의 어두운 이면을 대놓고 보이려는 시도인지 왜곡된 음향효과를 부각시키는 오르간 사운드가 더욱 짙은 불길함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맥코이는 현재 약물의 유혹에서 벗어났고요.

 

대단원의 마침표인 7번 트랙 'The Pecan Tree'는 고통 안에서 희망을 찾는 마지막 여정입니다. 절망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보컬과 연주를 전면에 배치한 후 구성 전환을 시도하다가 앨범에 아로새긴 모든 감정을 파헤쳐 고막에 쏟아붓습니다. 슬픔과 무력감을 토해내는 외침은 곡 말미의 희미한 멜로디와 순서를 바꾸며 아직 남은 희망을 찾으려는 소망을 이어가죠.

 

Dream House                  9:15


Irresistible                  3:13


Sunbather                  10:17


Please Remember                  6:26


Vertigo                  14:37


Windows                  4:43


The Pecan Tree                  11:27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