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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 서울 UFO 사건… 그 이후 비행금지구역

 

지난 1976년 10월14일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 서울 강북 일대 상공에 나타난 열 몇 개의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발견한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런 투는 어김없이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 씨가 떠오르는군요 수도경비사령부 산하 방공여단도 형광등 같은 빛을 내던 괴비행체들을 포착하고 오후 7시경 대공포 사격을 가했으나 격추되지 않은 채 계속 대열을 유지하다가 북서쪽으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오히려 튕겨 나온 탄체인 도비탄에 시민 한 명이 목숨을 잃고 31명이 다치는 인명피해만 나왔고요.

 

당시 MBC 라디오 프로그램 '젊음을 가득히'의 진행자 이수만이 청취자 제보를 받아 방송을 통해 알렸다는 얘기도 있지만 증거자료는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 비행물체가 서울 상공 P-73C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국군은 즉각 방공통제주파수를 통해 경고 방송을 하며 비상체제를 갖췄습니다. P-73B 2NM(해리)에 근접하자 최초 경고 사격을 실시했으나 결국 P-73A 공역까지 이르게 돼 격추 태세에 돌입한 거고요.

 

이 당시 기막힌 우연인지 UFO 외에 노스웨스트항공 소속 화물기 한 대도 비슷한 시각에 서울 출항관제의 실수로 P-73B에 들어설 뻔한 사건이 있었음을 미국 의회 기밀해제 자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출항관제 사항까지 감청했던 거죠. 이를 파악한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는 국방위원회를 소집한 후 UFO의 정체는 노스웨스트항공 화물기라고 발표했으나 대공포 사격까지 무용지물로 만든 비행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절대 믿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상기의 사건을 설명하는 동안 어디선가 들은 듯하면서도 생소한 용어를 몇 차례 보셨을 겁니다. 특히 올 1월 북한 무인기 서울 침투와 관련한 대통령실 이전 논란이 있을 때 더 많이 접하셨을 테고요. 

 

P-73A부터 C까지는 수도권 비행금지구역인데 대통령 전용기를 제외하면 B공역 진입 시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 A공역은 격추까지 가능합니다. 가볍게 생각하고 장난감 비행기일지언정 날렸다가 적발될 경우 아무 잘못이 없더라도 20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게 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미확인 비행물체는 우리 군에 원칙적으로 적기와 마찬가지인 거죠.

 

항공안전법 제78~79조, 제159~160조, 제164조 등 관련 법규와 연관된 우리나라 비행금지구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설정하며 수도권 외에 휴전선 접경지역(P-518), 원자력발전소(P-61~64),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P65A·B) 등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라 비행제한 및 금지구역에도 변화가 생겨 북위 37도 32분 09초, 동경 126도 58분 38초 기준으로 반경 2해리(3.704km)와 사저인 아크로비스타 반경 1해리(1.852km)도 비행금지구역에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집무실을 종로구에서 이전하며 기존 청와대 기준 반경 3.7㎞인 P-73A, 반경 8.3㎞ P-73B 공역을 지정 해지한 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 기점 3.7㎞ 반경으로 재지정했고요. 용산과 함께 서초·동작·중구 일부가 들어가는 대신 사실상의 P-73B는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기존대로라면 비행금지구역 남하 시 김포공항 이용 항공편과 동남아행 일부 국제항공편이 영향권에 들어오는 문제가 생겨 비행금지구역 반경을 P-73A 수준으로 줄이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거죠.

 

이때 수도방위사령부는 P-73 공역을 줄여도 충분한 요격거리 확보를 위해 최소 3해리(5.6㎞) 이상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합동참모본부(합참) 측은 P-73B 완충지대가 없어져 작전 수행 자체가 더욱 용이해졌다는 견해로 맞섰습니다. 비행금지구역보다 완화한 개념의 비행제한구역으로도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경고가 가능하다는 부연도 있었는데 정부는 합참 의견에 동조하는 모양새였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