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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지 않게" 고령층 84% 연명치료 거부에도 실제 중단 비율 17% 그쳐

 

[IE 사회] 환자가 원치 않음에도 연명의료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지속되며 환자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왜곡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1일 한국은행(한은)은 이날 오후 한은 2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은·국민건강보험 공단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공동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BOK 이슈노트: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의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실제 중단 비율은 16.7%였다.

 

 

 

즉 대다수가 존엄한 마무리를 원하지만, 실제 임종 직전까지 기계적 호흡과 투석 등에 내몰린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지수'를 보면 연명의료 환자의 평균 신체적 고통은 단일 질환이나 단일 시술에서 경험하는 최대 통증 약 3.5배에 달한다. 특히 고통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환자가 겪는 고통은 이보다 12.7배에 달했다.

 

또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말기 의료비' 평균도 연평균 7.2%씩 늘면서 지난 2013년 547만 원에서 2023년 1088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40% 수준이다.

 

심포지엄에서 한은 이창용 총재는 "생명의 존엄성과 같이 민감한 주제를 한국은행이 건강보험, 재정 등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크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영향이 노동과 재정, 의료, 돌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어느 한 기관의 전문성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우며 각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기관들이 함께 협력해야만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경우 막대한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바라봤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환자 의사와 무관하게 시행되는 연명의료 시술 비율을 70%로 가정하고 이를 환자의 실제 거부 의향을 반영해 15% 수준까지 낮춘다면 오는 2070년 기준 연간 13조3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이인로 차장은 "환자 의사에 반하는 연명의료에 투입되던 건강보험 재원 등 의료자원을 호스피스와 간병 지원 등 실제 수요가 높은 분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현재 연명의료 환자 증가 요인으로 인구 고령화가 약 60%라고 설명하면서 나머지는 연명치료 결정 과정에 걸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약되는 제도적,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선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는 문화 탓에 환자의 평소 의사가 가족과 의료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 더해 현행법상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임종기)'로 판단될 때만 가능한데, 이 시점 예측이 의학적으로 어려워 실제 사망 임박 시점에야 중단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 이행 환자 약 40%는 사망 0~2일 전에야 비로소 시술을 중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고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시 건강검진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점의 유연화 논의 ▲호스피스 등 생애말기 돌봄 체계 확충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번에 건강보험공단과 한은의 공동연구 수행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고 공동으로 연구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가 연구결과에 제대로 담길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령화·의료·재정 등 구조적 과제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키겠다"고 제언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자신의 임종기 때 받을 심폐소생물,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등 연명의료에 대해 미리 '받겠다' 또는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기록하는 제도. 이는 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

 

이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지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 찾아가야 하며 의료진 또는 상담자에게 제도 및 의료행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함. 작성된 의향서는 반드시 국가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해야 효력이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