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금융] 올해 허술한 내부 통제 탓에 은행권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터진 가운데 마지막 날에도 어김없이 은행권의 금융사고 소식이 들렸다. KB국민은행에서 135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
◇KB국민은행, 136억 배임 금융사고…올해만 8건
31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업무상 배임으로 135억6290만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이며 담보 금액은 107억1500만 원이다.
이번 금융사고는 지난해 4월부터 11일까지 집합상가 분양과 관련한 대출에서 발생했다. 대출 취급 과정에서 수분양자가 아닌 시행사의 이해관계인에게 대출이 취급된 것. 국민은행은 관련 직원을 인사조치하고 형사고소할 예정이다.
또 이 은행은 앞서 공시했던 금융사고 중 1건을 사고 금액도 더 늘어나 100억 원이 넘는다고 정정했다. 업무상 배임 1건(92억4851만 원)의 금융사고 금액이 120억3251만 원으로 늘었으며 담보 금액도 61억9600만 원에서 83억7600만 원으로 늘었다.
이 역시 집합상가 분양과 관련해 대출 취급 중 수분양자가 아닌 시행사의 이해관계인에게 대출이 나갔다. 국민은행은 관련 직원을 인사조치하고 형사고소할 방침이다.
이달 공시한 4건의 금융사고를 포함해 올해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8건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3월 104억 원, 4월에는 272억 원과 125억 원 규모로 업무상 배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또 지난 9월에는 26억 원 규모의 사기 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올해 은행권, 횡령·불법대출·배임 '얼룩투성이'
강민국 의원실 요청에 따라 금감원이 제출한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 자료을 보면 올해 1~8월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58건, 규모는 1336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계는 은행권이었는데, 전체 58건 가운데 38건이 은행에서 벌어졌다. 사고금액 역시 전체의 85%에 해당하는 1137억 원이다.
올해 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우리은행에서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을 비롯한 친인척 관련 차주 20곳에 총 42건, 616억 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출은 대부분 전 선릉금융센터장 주도로 취급됐으며 그는 작년 12월 퇴임 후 올해 4월에야 면직 처리됐다. 또 손 전 회장의 처남은 서울 신도림금융센터 명예지점장이라는 우리은행 명함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달 안에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상황을 고려해 발표를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전국 우리은행 지점에서도 사건사고가 벌어졌다. 일례로 올해 6월 우리은행 김해금융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약 10개월 동안 고객기업 인감도장으로 허위신청서를 작성해 약 177억 원의 대출금을 횡령했다.
올해 1~8월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10건으로 작년보다 두 배 증가했다. 금융사고액은 293억 원으로 ▲2019년 5084만 원(3건) ▲2020년 1억5316만 원(5건) ▲2021년 67억5666만 원(3건) ▲2023년 3억9404만 원 등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는 BNK경남은행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지난 2008~2022년 문서 위조를 통해 경남은행의 한 직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을 시행, 3089억원 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횡령액으로 남게 됐다.
상반기에는 은행권의 불안전판매 논란도 있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피해액이 19조 원이 넘었는데, 이 중 15조6000억 원가량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7조8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2조4000억 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 원, 하나은행 2조 원, 우리은행 400억 원 순이었다.
이에 금감원은 부당권유금지 및 설명의무 위반을 근거로 30~65% 수준의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더불어 부실 판매 기관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은행권 세대교체 바람이 거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네 곳의 은행장들이 모두 교체됐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