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네 집에서 먹었던 술들입니다. '니모메' '녹고의 눈물'이란 이름에서 순간 일본 술인가? 하는 오해를 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두 술 모두 제주도 전통주였습니다. 니모메는 '너의 마음에'라는 제주도 방언이었는데요. 제주산 쌀과 귤피를 넣어 상큼한 맛을 자랑합니다. 도수는 11%고요. 녹고의 눈물은 조금 긴 사연을 품고 있는데요. 제주도 남서쪽에는 녹고물오름이라고 불리는 오름이 있다고 합니다. 녹고라는 아들이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초를 찾아 나서는데, 가장 중요한 약초인 오가피를 구하지 못해 헤매던 중 바위 벼랑에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누이인 수월이 녹고의 손을 잡고 벼랑에 내려가 오가피를 꺾는 순간 손을 놓쳐 떨어져 죽었다고 합니다. 누이 죽음에 녹고는 울었는데 그 눈물이 떨어진 자리는 녹고물이라 불리는 샘이 됐고 수월이 떨어진 봉우리를 수월봉이라 부르게 됐다네요. 녹고의 눈물은 녹고와 수월이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찾아다니던 오가피를 주원료로 만든 술인데요. 섬오가피는 항암성분 및 간 기능 개선, 진통소염, 해독 작용에 탁월한 아칸토산이 함유된 제주 10대 약용작물의 하나로 꼽힙니다. 섬오가피 뿌리를 발효해 만든 녹고의 눈물은 특유의
전일 책장 정리를 하다가 학창 시절 쓰던 영어사전을 다시 펼쳤습니다. 왜 청소나 정리를 하다 보면 꼭 목적에서 벗어난 짓을 하다가 시간을 버리는지 모르겠네요. (반박 시 저의 자동 패배) 공부하기 싫어 사전에 쓸데없이 모양을 내 적어둔 그때의 다짐들을 보며 어렸던 자신에게 한숨을 내뱉고 나서 머리말과 일러두기를 지나니 대망의 'A'가 나옵니다. 정리 도중에 아무 의미 없이 보는 영어사전이 이렇게 재밌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A 하나와 두 개의 뜻까지는 대충 전체적으로 기억이 나는데 A 세 개부터는 흐릿해집니다. AAA가 농업조정법, 미국 자동차 서비스 협회라는 건 결국 떠올랐지만 그 이후는 마치 하얀 그림자 같네요. A 네 개가 지닌 의미는 Amateur Athletic Association of America(미국 아마추어 운동 경기 협회), American Association of Advertising Agency(미국 광고업 협회) 등이었습니다. A 네 개라 하면 우선 A4용지가 떠오르고 그 다음은 뭐 없나요? 건전지 규격은 AAA까지 사용해봤고요. 정리 도중에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이게 딴짓의 묘미인 만큼 기꺼이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AAAA(AAA
얼마 전 개인적인 업무를 보고 귀가 중에 찍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귀갓길을 홍보하거나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독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바닥에 메시지를 투영하는 이 장치의 이름은 로고젝터라고 합니다. 당연히 로고(logo)와 프로젝터(projector)의 합성어인데 엄밀히 말하면 프로젝터는 아니고 조명장치로 볼 수 있겠네요. 일반적으로 가로등이나 전봇대에 설치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가로등 대신 거리등을 쓰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 따로 설명할 것도 없이 한자로 街路燈(거리 가·길 노·등잔 등)이라서요. 이번 '짜사이'에서는 가로등과 관련한 가볍게도 재미난 정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직접 켜고 껐던 이전과 달리 지금의 가로등은 대부분 전기 작동이 기본인데다가 자동점멸기로 전원까지 관리합니다. 빛을 더 멀리 전달하는 노란색 파장을 띤 호박 빛 나트륨등이 통상적인데 조도는 물론 전력 효율성에서도 강점이 있지만 근자에 들어서는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독보적인 발광 다이오드(LED) 가로등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를 충전했다가 밤에 사용하는 태양광 가로등, 비상벨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와이파이,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가끔 여유가 될 때 아케이드 게임을 합니다. 요즘은 저렴한 게임기들이 워낙 많아서 구매하려고 고르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근에 즐기는 게임은 격투대전게임입니다. 이 글에 덧붙인 이미지가 게임 인트로 화면입니다. 일본의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캡콤에서 개발한 대전 격투 게임 시리즈인데 마블 코믹스와의 퓨전 혹은 크로스오버 게임 중 특히 버서스(vs.) 시리즈는 미국에서 국민 게임 대접을 받는다고 하네요. 저는 구사하면 이길 수밖에 없는 치사한 기술까지는 습득하지 못해서 초반 한두 판을 제외하면 하도 지는 바람에 스트레스만 더 쌓입니다. 오늘 오후 12시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경기가 끝났습니다. 샌디에이고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 원정에서 1패를 당해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열세에 놓였네요. 2-4로 패배했는데 샌디에이고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김하성은 4타수 무안타 1타점에 그쳤습니다. 유격수 땅볼로 챔피언십시리즈 첫 타점이자 포스트시즌 두 번째 타점을 기록했지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합니다. 오늘은 'vs.'에 대한 짧은 정보를 드리고자 [짜사이]를 작성 중인데요. 다른 나
텔레비전에서 저녁 8시 뉴스를 본 후 작은방에 들어갔다가 한 장 찍었습니다. 워낙 대충 찍어서 뭘까 궁금하신 분들 계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이 물건은 탁상입니다. 탁상은 책상, 평상을 통틀어 칭하는 말이고요. 이달 초 시작돼 오는 24일 마무리하는 국정감사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정국이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두고 탁상행정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환경부가 최근 이 정책을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시행하기로 범위를 좁히면서 여기저기 비난이 쏟아졌죠. 국토교통부의 청년월세 특별지원사업도 지원 대상 문제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거셌고요. 이 같은 탁상행정 논란은 코브라 효과와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코브라 효과는 어떤 문제해결을 위해 실시한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영국의 인도 식민통치 시절, 여기저기 창궐해 문제였던 맹독성 코브라를 퇴치하고자 포상금을 내걸었는데 결과적으로 코브라를 직접 키워 돈을 타가는 제도 악용자들이 늘어나 제도 시행 취지가 퇴색했죠. 제도를 없앤 후엔 코브라를 그냥 풀어버려서 개체 수만 더 늘어났고요. 안일한 탁상행정의
주말에 붙박이옷장을 정리하다가 어디서 났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뚝이 인형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앞에 미니 곰돌이는 자석으로 큰 곰돌이와 탈착이 가능해 은근히 만지는 재미가 있네요. 툭툭 건드리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형 같지만 무게추가 있어 넘어졌다가 곧장 일어서는 오뚝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너무 빤하겠군요. 그럼 살짝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일어섰다 넘어졌다 이런 오뚝이 같은 움직임을 뜻하는 한자단어는 기부(일어날 起+엎드릴 仆)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기는 힘들지만 엄연하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명사인데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기부니가 참 좋은 일이죠.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명사로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고자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기부의 귀재가 있습니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 투자전문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그의 연례행사인 자선 점심식사 경매의 올해 낙찰가는 1900만 달러(한화 약 246억100만원)입니다. 기존 최고 낙찰가였던 3년 전 457만 달러를 크게 웃돈 금액이죠. 이 경매는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에 2
대내외적 악재에도 감동과 이슈를 제공했던 제24회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제13회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이 바통을 건네받아 설상과 빙상에 땀을 쏟는 중입니다. 가뜩이나 상대적으로 동계 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는 동계 패럴림픽인데다가 세계사와 국사에 남을 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바람에 선수들의 열정이 식지는 않을지 마음이 편치 않네요. 지난 동계 올림픽에서는 역시나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메달을 안겨준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이 인기였죠. 동계 패럴림픽에는 쇼트트랙·스피드·피겨·매스스타트 등 스케이트 종목이 없는 만큼 스케이트를 보기 힘듭니다.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스케이트 대신 썰매(슬레지)를 타고요. 서울시청에 있는 서울광장입니다. 임시선별진료소가 늘어선 풍경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겨울이면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에 선한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서울광장은 물론이고 실내 스케이트장에도 가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더 이어가겠습니다. 스케이트를 얼음 위에서 타는 이유, 혹시 아시나요? 당연히 미끄럽기 때문이겠죠. 스케이트화를 신지 않고 빙판을
체리 좋아하시나요? 전 사실 체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어릴 적 시중에 파는 체리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그 향이 별로였거든요. 지금까지 케이크에 올린 체리도 남에게 양보하곤 합니다. 그런데 체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일 체리는 인공적인 체리향이 나는 체리맛 아이스크림, 크림, 과자 등의 맛과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실제 체리는 매우 달콤하면서도 향긋하다는데… 먹어보면 될 것을 아직도 당기지는 않네요. 이런 체리의 맛 때문인지 금융권, 특히 카드업계에서는 '체리피커'라는 용어를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신포도 대신 달콤한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을 빗댄 것으로 카드 발급 후 특별한 혜택만 챙기는 금융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28일 업계에 따르면 체리피커들 때문에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한카드의 '더모아(The More)' 카드가 1년 만에 단종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신한카드는 전날인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1일까지 이 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고 알렸고요. 더모아 카드는 결제 건당 1000원 미만 자투리 금액을 적립해 주는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 5900원을 결제할 경우 1000원 단위 미만인 900원이 투자 포인트로 적립되는
왜인지 6시만을 기다리고 있는 금요일입니다. 저는 가끔 일주일 내내 써온 머리를 식히기 위해 금요일 저녁 혹은 주말에 퍼즐을 맞추곤 하는데요. 1000피스나 500피스는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아 300피스를 선호합니다. 최근에 완성한 퍼즐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였는데요. 나선 모양의 가지가 소용돌이치는 듯 끝없이 뻗어가는 나뭇가지를 맞출 때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완성하고 나니 뿌듯했습니다. 이 모자이크화는 스토클레 저택을 지었던 건축가 요세프 호프만이 저택 식당을 장식할 그림을 클림트에게 의뢰한 것인데요. 부유한 후원자 덕분에 유리, 산호, 자개, 준보석 등 값비싼 재료를 마음껏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림 속 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는 생명의 나무인데요. 이 나무를 중심으로 끝없이 뻗어 나간 나선형의 나뭇가지들은 생명의 연속성, 삶의 보편적인 순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서로 꼬여 빙빙 돌아가는 나뭇가지를 보고 있자니 꼭 순탄치만은 않은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오늘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제정한 '세계 자살예방
지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으로 불거진 일본 불매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NO JAPAN'을 외치며 일본 제품 구매를 꺼리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일본어를 자제하자는 운동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우리말로 대체될 수 있는 단어에 대한 일본어 사용을 지양하자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찹쌀떡을 의미하는 '모찌', 커피의 일본어인 '코히', 팥고물을 뜻하는 '앙꼬'와 같은 말은 충분히 우리말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하나카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복숭아를 일본어 '모모'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28일 하나카드는 인스타그램에 그릭 요거트와 복숭아로 만드는 간편 간식 레시피를 소개하며 '건강하게 맛있게 즐기는 그릭모모'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이 간식은 속을 파낸 복숭아에 그릭요거트를 넣고 얼린 뒤 꿀과 그래놀라를 뿌려 먹는 음식으로 최근 TV에서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번 하나카드 이벤트 소식에 여러 소비자들은 '우리말인 복숭아를 두고 일본어를 쓰냐' '굳이 일본어를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카드를 불매하겠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에 하나카드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