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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범죄 온상' 텔레그램, 이번엔 딥페이크 성범죄 발칵…불안 확산

[IE 사회] 최근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교생, 군인 등 텔레그램에서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여성 지인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deepfake·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기술)' 영상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에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 27일 방심위는 실·국장 회의, 28일 전체회의를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전체발언을 통해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관계 당국에 방안 강구를 지시했다.

 

◇"지인 능욕해 드립니다" 학생·군인 텔레그램 딥페이크 대화방 '발칵'

 

앞서 서울대와 인하대와 같은 대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 군대 등 전국 지역·학교·직군별로 세분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이 발견됐다. 대화방마다 수천 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아는 여성의 정보와 사진을 공유해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했다.

 

 

실제 지난 7월 말까지 올해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한 뒤 유포한 10대 청소년 10명이 입건됐다. 또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인하대학교 재학생으로 딥페이크를 만들고 퍼뜨린 텔레그램 참가자 1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으며 나머지 참가자들도 수사 중이다.

 

이달 26일에는 충주경찰서가 고등학생 2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 얼굴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한 혐의로 불구속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주로 피해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저장해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도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SNS에서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학교 명단이 떠돌고 있으며 몇몇 학교에서는 여학생들에게 SNS에 사진을 비공개할 것을 안내했다.

 

 

현재 방심위는 SNS를 대상으로 중점 모니터링에 착수하고 이를 통해 파악된 악성 유포자 정보는 수사 의뢰했다. 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은 전날인 26일 전체회의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단체 대화방 내 딥페이크 성적 허위영상물 유포 등 불법·유해 정보로부터 민생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은 단순 장난이라 둘러대기도 하지만,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딥페이크 영상물이 SNS를 타고 유포되고 있는데,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가 많고 가해자 역시 대부분 10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달라"며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 방안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텔레그램 사용자 수 9억5000만 명…온갖 범죄 악용에 창업자 '체포'

 

지난 2013년 등장한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의 메신저다. 종단간 암호화는 송신자 기기에서 메시지가 즉시 암호화돼 서버를 거쳐 수신지 기기에 도착하면 이때 복원되는 기술이다. 때문에 서버를 수색해도 메신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이 같은 기술 덕분에 홍콩 민주화 운동과 같은 전 세계 민주화운동에서 이 메신저가 주요 소통 창구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뛰어난 보안성에 창업자 두로프는 지난달 22일 텔레그램 전 세계 월 사용자 수가 9억5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 중인 경찰들은 텔레그램은 타 메신저보다 강력한 보안 체계 때문에 대화방 운영자에 대한 신원 특정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텔레그램의 협조도 바랄 수 없다.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 당시에도 텔레그램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묵인된 바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텔레그램은 마약 밀매, 각종 성범죄, 테러 등 범죄에 악용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례로 ISIS는 텔레그램을 통해 테러리스트를 모집했으며 지난달 말 영국에서 퍼진 반(反) 이슬람 폭동에도 텔레그램이 시초가 됐다. 영국 한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여아 3명을 죽인 범인이 10대 무슬림이라는 가짜뉴스가 텔레그램에서 퍼졌기 때문. 범인은 무슬림이 아닌 르완다 출신 부모에게 태어난 영국인이었다. 

 

 

결국 지난 24일(현지 시각)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는 이런 범죄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개인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에 입국하던 중 프랑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번 창업자 체포에 대해 텔레그램 측은 '텔레그램 뉴스' 채널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법을 포함한 EU법을 준수한다"며 "업계 표준 내에서 검열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또는 그 소유자가 플랫폼 남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