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금융] 국민연금의 역삼 센터필드 운용사 교체 절차가 내부 준법조직의 법률 검토로 답보상태를 이어가게 됐다.
최근 국민연금 준법지원실 산하 법무지원팀이 투자위원회에 단순한 운용 방향 충돌이나 신뢰 훼손만으로는 자본시장법상 GP(General Partner, 일반책임(위탁)운용사) 교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는 투자은행(IB)업계 전언이 나왔다. 이는 지난 20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운용사 교체를 사실상 의결했다는 시장 관측과 다른 흐름이라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펀드 만기 도래가 촉발한 갈등
역삼 센터필드 펀드는 2018년 조성 당시 2025년 10월 만기로 설정됐으나, 투자자 간 장기 보유 합의에 이르지 못해 2026년 10월로 1년 단기 연장됐다. 현재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49.7%씩, 이지스자산운용은 0.6%를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14일 입찰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발송하며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당시 업체 측은 "2024년부터 만기 연장을 협의했으나 투자자 간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펀드 만기(10월)보다 앞선 담보대출 만기(9월)를 고려할 때 현 시점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제언했다.
센터필드에는 1조2000억 원 규모의 담보대출이 설정돼 있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재융자를 하려면 펀드 만기 연장이 선행돼야 하지만 투자자 간 합의가 불발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연장에 찬성했으나 부정적인 반응이던 국민연금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1년 조건으로 단기 연장했다는 게 이지스자산운용 측의 설명이었다.
자본시장법은 운용사가 투자자의 지시를 받아 자산을 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 )이 발생해 경매나 공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매각 결정은 수익자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는 연간 300억 원의 안정적 배당수익과 강남권 핵심 입지를 고려할 경우 조기 매각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다. 신세계프라퍼티 감사보고서를 보면 센터필드 지분의 공정가액은 취득원가 대비 약 32% 상향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투자자 측은 현재 강남권 핵심 자산의 가치가 상승세인데다가 안정적 배당 수익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운용사의 매각 강행은 수익자의 장기적 이익을 외면한 처사라고 반박하는 중이다.
◇운용사 의무 VS 투자자 이익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추진 시점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펀드 만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담보대출 만기는 그보다 한 달 앞선 9월이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재융자는 금융기관과의 협상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펀드 만기 연장 여부가 명확히 확정돼야 한다.
현재 투자자 간 합의가 미진한 와중에 대주단은 펀드 향방을 알 수 없어 대출 연장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게 자명하다. 일반적으로 대형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만기 3~6개월 전부터 연장 또는 상환 계획을 확정해야 하는데, 현 시점은 이미 그 시기에 근접했기 때문.
만약 대출 연장이 무산되고 적절한 시기의 펀드 상환이 이뤄지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담보권 실행을 통한 경매나 공매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자산이 처분돼 투자자 손실로 직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펀드 운용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담보 가치가 충분한 우량 자산은 투자자의 보유 의지가 확실할 경우 대주단과 협의를 통한 재융자를 고려할 수 있다"며 "대출 만기를 이유로 매각 외에 다른 대안을 배제하는 것을 마뜩잖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고 짚었다.
여기 맞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기 연장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만기에 이른다면 배드 시나리오인 기한이익상실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위험을 피해 매각 절차에 착수하는 것은 운용사가 취할 당연한 리스크 관리"라고 응대했다.
국민연금 준법조직의 이번 판단으로 GP 교체 절차는 일단 중단됐지만, 펀드 만기와 대출 만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투자자들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지스자산운용은 매각 절차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