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일곱 번째는 1986년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 콜봇(Kolbotn)에서 그림자를 드리운 블랙 메탈 밴드 Darkthrone(다크쓰론)의 'A Blaze in the Northern Sky'. Venom(베놈), Celtic Frost(켈틱 프로스트)를 위시한 1세대의 뒤를 이어 1990년대 초부터 노르웨이 블랙 메탈 씬을 잡아끈 2세대 핵심 밴드 중 하나로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진실성과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내세워 골수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다크쓰론. 결성 당시 1년 정도 블랙 데스(Black Death)라는 이름의 데스 메탈 밴드였던 이들은 1991년 앨범 작업을 기점 삼아 블랙 메탈로 장르를 전환하며 원초적이고 미니멀한 사운드를 들려줬죠. 여기 그치지 않고 2000년대 이후에는 하드코어 펑크에 정통 헤비메탈과 둠 메탈 요소를 섞은 '블랙큰롤(Black 'n' Roll)'이나 트래시 메탈 색채를 덧입히는 등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합니다. 밴드의 사상적 지주로 작사와 작곡, 드럼, 백킹보컬을 맡는 펜리즈(Fenriz)와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보컬, 리드 기타, 작곡 담당 녹터노 쿨토(Nocturno Culto). 여기에 다크쓰론의 초기 멤버 제피러스(Zephyrous)가 리듬 기타를 책임지는 동시에 작곡에 힘을 더하고 역시 초기 멤버였으나 세션 베이시스트로 이 앨범에 참여한 닥 닐센(Dag Nilsen)의 끈덕진 끈끈함이 검게 빚은 역작 'A Blaze in the Northern Sky'. 1988년 3월 첫 데모 이후 1991년 1월 정규 1집 'Soulside Journey'를 내놓은 이듬해 2월 말경 발매한 2집 'A Blaze in the Northern Sky'는 블랙 메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데스에서 블랙 메탈로 선회하는 동안 이들은 메이헴(Mayhem)의 유로니무스(Euronymous) 등과 교류하며 순수 블랙의 토대를 세운 것도 모자라 로우 블랙 메탈(Raw Black Metal) 사운드의 원형을 선보였습니다. 거친 저음질(Lo-Fi)의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면서 블래스트 비트, 트레몰로 피킹 리프, 스크리밍 보컬 등에 사악하면서도 반복적인 속도감을 줘 블랙 메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후대의 동류 밴드들에게 크디큰 영향을 미쳤죠. 진흙 같은 보컬, 저주스러운 반복, 위압적인 분위기 고조, 창조적 실험이 붕괴시키는 장르의 경계… 총 재생시간 42분4초로 2집에 실린 여섯 곡 전체 살펴보면서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유튜브로 연결되는 추천곡은 본 앨범의 정수를 응축한 트랙이자 다크쓰론의 음악적 지표를 규정한 선언문 같은 'In the Shadow of the Horns'입니다. 첫 타이틀 'Kathaarian Life Code'는 앨범 전체에서 가장 길면서도 구조가 복잡한 곡으로 수도승의 성가가 깔린 묵직하고 불안정한 인트로가 특징이죠. 이후 바뀌는 속도와 리듬은 데스와 둠의 이미지를 보이면서도 블랙의 색채를 놓치지 않습니다. 데스 리프를 블랙 방식으로 연주하려 한 작곡자의 시도가 돋보이는 이 곡은 인간과 신 사이의 허상을 끊고 암흑의 본질을 찾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요. 2집에서 가장 역동적인 리듬 변화가 있는 다음 곡 'In the Shadow of the Horns'는 정석(?)의 편안한 박자로 시작해 고속 트레몰로 리프, 묵직한 중속, 여유 있는 펑크함이 그치지 않고 뒤섞이며 냉혹한 파괴력을 전달합니다. 곡 후반에는 예상치 못한 어쿠스틱 기타 파트가 나와 은근히 충격적인 대비감까지 선사하는 이 곡은 뿔의 그림자 아래에서 새로 탄생하는 세상을 표현하는데, 해방된 어둠의 군주인 새벽의 왕들이 지배하는 영원한 어둠의 통치에 대한 찬양으로 풀이할 수 있겠네요. 이어지는 3번 트랙 'Paragon Belial'은 복잡한 구조를 벗어던진 직관적인 느낌의 곡입니다. 단순하면서도 귀에 박히는 곡으로 악마 벨리알(Belial)의 분노, 지옥에서의 권능을 숭배하며 순수한 악의 힘을 찬양하는 내용이죠. 다음 곡 'Where Cold Winds Blow'는 펜리즈가 데스의 잔재 없이 순수 블랙을 지향하며 작곡했다고 밝힌 곡으로 뾰족한 트레몰로 피킹이 연출하는 불협화음과 날카롭고도 긴 고통의 단말마 같은 스크리밍이 고막에 꽂힙니다. 속도와 그루브를 유지하는 리듬에 차가운 멜로디 라인, 혼란스러운 솔로 파트가 북유럽의 냉소적인 감성을 대변하는 듯한 곡입니다. 세속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이교도적인 고독 속에서 진정한 어둠의 영혼을 추구하는 모습을 묘사했고요. 앨범의 정체성을 담은 5번 트랙 'A Blaze in the Northern Sky'는 2집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곡으로 군더더기를 줄인 연주 대신 악기 같은 보컬과 저음의 내레이션 같은 의식적 선언문을 넣어 임팩트를 더합니다. 본 앨범의 음악적 비전인 '북녘의 불길'을 사운드로 구현한 곡인 만큼 구시대의 붕괴 이후 새로운 어둠의 시대를 맞이한다는 내용을 담았고요. 마무리 트랙 'The Pagan Winter'는 지긋하게 누르는 둠 메탈적 웅장함과 달릴 때는 달리는 블랙 메탈의 서슬 퍼런 냉혹함을 모두 챙겼습니다. 오랜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곡 전개가 이어지는 와중에 다소 애상적(哀傷的)인 기타 솔로는 흐름을 잡고 장엄한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다시 붕괴와 잠식을 번갈며 대미를 장식하죠. 앨범의 끝인지라 이교도의 겨울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우중충한 내용입니다. Kathaarian Life Code 10:39 In the Shadow of the Horns 7:02 Paragon Belial 5:26 Where Cold Winds Blow 7:24 A Blaze in the Northern Sky 4:58 The Pagan Winter 6:35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는데요.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전날 오후 네이버1784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2002년 등장한 국내 최대 단편영화제로, 2021년 운영 어려움의 이유 탓에 중단됐다가 장재현, 한준희, 윤가은, 이상근, 이옥섭, 조성희 등 여러 영화감독이 4년 만에 집행부를 구성해 부활했습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다인 1891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심사를 통과한 65편을 5일 동안 상영했는데요. 이 밖에도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는데, 일례로 지난 18일 열린 '창작자 토크'는 예매 당일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답니다. 특별상영 섹션이었던 '극장의 시간들' 상영 후 영화 '엑시트'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 진행으로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참여한 프로그램이었고요. '극장의 시간들'은 25주년을 맞은 예술영화관 씨네큐브를 기념해 태광 티브로드에서 준비한 작품으로 이종필 감독 '침팬지', 윤가은 감독 '자연스럽게', 장건재 감독 '영화의 시간' 이렇게 세 개의 단편을 묶은 엔솔로지 영화입니다. 씨네큐브는 지난 2000년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개관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으로,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만큼 서울 시내 대표 명소 중 한 곳이죠. 이날 저도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우리 모두 저마다 하나씩 갖고 있던 영화관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기분 좋은 영화더라고요. 이 작품은 다음 달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리는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나 내년 상반기 여러 극장에서 관람 가능하니 한 번쯤 보는 걸 추천합니다.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창작자 토크에서는 이들 감독은 각자 가졌던 극장의 추억들을 공유했는데요. 세 감독 모두 돈 없이 감독에 대한 꿈을 그리던 시절 찾았던 영화관을 떠올리더라고요. 이종필 감독의 경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입시에 실패했던 당시 서울 종로에 있던 영화관 '씨네코아'에서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포함해 하루 종일 상영작을 봤던 기억을 가장 먼저 되새겼습니다. 윤가은 감독 역시 방황하던 20대 시절 찾던 '스타식스 정동(지금 서울아트시네마)'을 언급했는데요. 학생이라 돈이 부족했던 당시 출근하다시피 아침에 이곳을 찾아 오랫동안 영화를 보고 또 봤던 추억이 있다고 합니다. 장건재 감독도 극장 안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에 종로 파고다극장이나 시네마테크에서 저렴하게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고요. 이 세 감독이 말한 영화관들은 현재는 볼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인데요. 씨네코아는 지난 1997년 종로구에서 4개 관을 갖추고 관람객을 맞이하던 영화관으로 지난 2006년 6월 영업을 종료한 곳입니다. 스타식스 정동은 2000년 시작한 뒤 2007년 경향신문이 인수, 시네마정동으로 영업을 이어간 복합멀티플렉스였지만 지난 2010년 10월 폐관했습니다. 1960년 낙원극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열었다가 1966년 간판을 바꾼 파고다극장은 1989년 기형도 시인이 숨진 곳으로 알려졌는데 2002년 긴 역사를 마감했죠. 이들 영화관에서는 대형 멀티플렉스처럼 상업영화도 내걸었지만, 예술영화나 고전이나 독립영화도 상영하며 씨네필들의 발길을 이끌었는데요. 현재 서울에서 이들 영화관을 대체할 수 있는 곳들로는 앞서 언급한 씨네큐브 외에도 아트나인, 에무시네마, 아트하우스 모모, 아리랑시네센터 등이 있습니다.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도 이런 영화관을 제공하는데요. 롯데시네마 '아르떼', 메가박스 '필름소사이어티관', CGV '아트하우스'가 바로 그 예인데, CGV 아트하우스는 아르떼와 필름소사이어티관에 비해 열리는 진행전이 많습니다. 이 중에서도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과 아트하우스를 갖춘 문화공간이죠. 여러 평론가의 게스트와의 대화(GV)나 영화행사가 자주 열려 씨네필들에게 '명씨네'란 애칭도 받았고요. 이런 와중에 최근 명씨네의 영업 종료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상영 기회가 적은 영화나 예술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던 명씨네와 추억을 하나둘씩 떠올리며 아쉬움을 전하는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명씨네 폐점에 대해 CGV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어려움 속에서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했다고 설명하네요. 이곳에 보관 중인 영화 서적 1만여 권의 향방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또 '한국영화인 헌전 프로젝트'의 일환 삼아 2018년 개관한 '김기영관'은 타 지점으로 이동할 계획이고요. 이처럼 모두의 추억이 담긴 영화관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표출하려는 영화인과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미쟝센단편영화제에는 다시 불이 켜졌습니다. 사라진 극장들의 빈자리를 그들이 만든 영화가 채워가듯, 공간은 사라져도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과 얘기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방증인 셈이죠. 날이 상당히 쌀쌀해졌는데요. 이런 날 몸을 녹일 수 있는 아늑한 극장에 앉아 따뜻한 영화 한 편은 어떨까요? 어쩌면 미래의 어느 날, 오늘 본 영화 그리고 영화관의 추억이 당신의 하루를 평안과 위로로 감싸주는 안식처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토요일. 구독 중인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다시 시청했습니다.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영화 '유전'을 보면 주인공 가족의 집을 디오라마 시점에서 비추며 화면 전환을 통해 통제된 운명에 갇힌 인형극적 공간 구성으로 공포의 미장센을 보여주죠. 감독이 시청자를 위해 대놓고 설계한 인상적인 연출기법이라 흔쾌히 눈에 새기며 보게 됐습니다. 주인공 피터(Peter)의 어머니인 애니 그레이엄(Annie Graham)도 영화상 직업이 디오라마(미니어처) 조형사라 소품으로 집을 제작하죠. 영화 자체도 찝찝함이 남지만 태양빛 아래에서도 이질감이 도는 것 같은 집 자체의 괴이하고도 은근한 서늘함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오늘의 이미지는 OpenAI에서 개발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자연어 처리용 딥 러닝 기반 언어 생성 모델)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서비스인 ChatGPT가 그린 유전 속 주인공의 집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외침은 적어도 이 영화 속 저주받은 집안에는 해당하지 않네요. 부모님 둘 다 전문직으로 중상류층 수준의 소득이 있거든요. 올해도 그날이 지나갔습니다. 1988년 10월 15일, 지금으로부터 37년 전 지강헌 인질극이 벌어진 날 말입니다. 교도소 이감 중 탈주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인질극을 벌인 단순 절도범 수준의 지강헌은 전국 생중계로 사회 불평등을 부르짖다가 결국 경찰특공대의 총탄에 맞아 과다출혈로 비극의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대한민국 사회의 사법 정의와 계층 간 불평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구호이자 사회비판적 개념이 됐죠. 이 말이 회자되거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셀 수 없이 많은 사건 중 국내외 몇 가지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지강헌 인질극 사건 1988년 서울 올림픽 직후,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탈주한 지강헌 일당이 서울 북가좌동의 가정집에서 인질극 자행. 지 씨는 560만 원을 훔친 혐의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추가 선고받아 총 17년간 수감 예정. 보호감호제는 재범 위험자의 추가 구금 제도로, 죄질에 비해 가혹하다는 비판. 지 씨는 수백억 원대 비리를 저지른 당시 대통령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 씨가 징역 7년 선고에도 조기 석방되자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현실 비판. ◇전두환 추징금 미납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학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이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 선고. 그러나 전 씨는 총 재산 29만 원뿐이라며 납부를 거부하다가 지난 2021년 11월 23일, 별다른 사죄나 반성 없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90세로 사망. 불법 축적한 재산이 차명 등으로 은닉될 경우, 법과 국가 권력조차 이를 환수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유전무죄의 상징적 사례 중 하나.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황제 보석' 사건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 및 구속. 그러나 수감 중 병을 이유 삼아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장기간 구속을 피해 외부 은신. 보석 조건으로 병 치료에 전념해야 함에도 외부에서 평범하게 지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 쇄도. 이는 재벌 총수 형량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재벌 3·5 법칙' 논란을 재차 야기. ◇O. J. 심슨 사건 전설적인 미식축구 스타이자 배우였던 O. J. 심슨이 1994년, 전처와 전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자 막대한 부를 이용해 미국 최고 변호인단 구성. 변호인단은 검찰 측 증거의 신빙성을 끈질기게 공격하고 사건을 인종차별 논쟁으로 돌려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 유도. 많은 증거에도 무죄가 선고되자 국내 언론은 이 사건을 '미국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비판. 다만, 2년 뒤 유가족이 제기한 민사재판에서는 살인 책임이 인정돼 배상금 지급. ◇이선 카우치 '부자병' 사건 2013년 6월, 당시 16세였던 이선 카우치가 텍사스주 버럴슨에서 만취 상태로 픽업트럭을 몰다가 고장 난 차량을 돕던 행인들을 덮쳐 4명 사망. 카우치 측 변호단이 법정에서 피고가 '부자병(Affluenza)'을 앓고 있다는 심리학자 증언을 제시하자 법원은 10년 보호관찰 처분과 고액의 사립 재활 시설 입소를 명령. 부유한 환경에서 제약 없이 자라 책임감과 시비 판단능력이 결여됐다는 주장을 위해 부자병이라는 비공식 용어를 근거로 들어 큰 파장. ◇금융 위기 책임자들 처벌 논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시 위기를 초래한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사 경영진들이 대부분 처벌 회피. 이들의 투기와 부실 경영 탓에 사태가 발발하며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고통받았으나 금융 엘리트들은 벌금형이나 기업 차원 합의금으로 사법 처리 마무리. 반면 소규모 경제 사범이나 서민들은 엄한 처벌을 받아 'Too Big to Fail(너무 커 망하게 둘 수 없다), Too Big to Jail(너무 거물이라 감옥에 둘 수 없다)'이라는 비판 야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공공도로 사업 사건 아르헨티나의 전직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2007~2015년 재임 기간 중 건설업체들과 공공사업 수주 관련 뇌물·부정부패 혐의로 기소. 그러나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라 체포 면책 상태였던 데다가 모든 혐의를 부인한 채 자신을 '사법 마피아의 피해자'이자 '정치적 박해'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항소 제기. 이로 인해 최종 판결이 지연되자 정치 고위층의 신분이 법률적 제약에도 빈틈을 만들어 사건을 회피하는 전형적 사례라고 비판. ◇아미나 보카리 사건 2010년, 홍콩 부유층 여성 아미나 보카리가 교통사고를 내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여러 명을 폭행하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보호관찰 및 1년 운전 금지만 선고. 법원이 '훌륭한 가정환경' '깨끗한 전력' '우수한 학업 배경'을 판결문 내용에 넣으며 감경 이유로 삼은 사실이 알려지자 거센 비판에 직면. 2001년과 2008년에도 유사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던 그가 홍콩 최고 법원 비상임 판사의 조카라는 배경과 맞물려 사회적 논란 확산.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살아있을 때 사망보험금을 활용할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도입가 이달 본격 시행됩니다. 금융위원회(금융위)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KB라이프·신한라이프, 5대 생명보험사(생보사)에서 선보이는 이 상품은 보험 계약자들의 노후 소득 공백에 대비를 위해 마련됐죠. 12일 보험업계의 설명을 보면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활용 가능한 연금자산으로 전환해 보험계약자들이 노후 소득 공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연금전환 특약이 없는 과거 종신보험 계약에 제도성 특약을 일괄 부여해 유동화가 가능토록 한 것인데요. 유동화 특약이 부가된 신규 상품에 가입한 뒤 보험료 납입 완료 및 가능 연령 도달과 같은 신청요건을 만족하면 유동화할 수 있습니다. 유동화할 경우 최소 본인이 납입한 월 보험료를 상회하는 금액을 비과세로 수령(연금 혹은 서비스)할 수 있는데, 수령 기간과 유동화 비율은 소비자가 직접 택할 수 있고요 제도 출시에 앞서 금융당국은 국민연금 수급연령대가 점차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은퇴 시점과 연금 수령 시작 시점 간 소득 공백에 대응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유동화 적용 연령을 65세에서 55세로 확대했습니다. 또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12개월치 연금금액을 일시에 지급하는 '연지급형'을 신설했죠. 우선 이달 연지급형을 출시한 뒤 전산개발을 마치고 월지급형도 순차 적용할 계획입니다. 제도 적용 대상은 ▲만 55세 이상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계약 10년·납입 10년 이상 완료 ▲사망보험 9억 원 이하 등을 충족한 계약인데요.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동일해야 하고 신청 시점에서 보험계약대출이 없어야 합니다. 현재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한 대상 계약은 75만9000건, 35조4000억 원이라고 하네요. 다만 사망보험금의 연금 전환 시 사망보험금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 A씨가 30세에 예정이율 7.5%인 사망보험금 1억 원인 상품에 가입해 20년간 매달 8만7000원의 보험료를 냈다면 총 납입액은 2088만 원인데요. 이후 A씨가 20년 70% 유동화를 택해 55세에 연금을 받는다면 월 평균 14만 원, 연 평균 164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20년간 총 수령액은 대략 3274만 원으로, 1억 원의 70%면 보통 7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과 큰 차이가 나죠. 연금보험 성격의 담보 사망보험금...소비자 보호 방안 강화 이 같은 금액이 산정된 이유는 A씨가 낸 보험료와 예정이율에 따라 쌓인 책임준비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인데요. A씨가 납입한 2088만 원의 보험료에 예정이율 7.5%를 더한 금액이 책임준비금인데, 이를 토대로 보면 A씨의 예정 연금액이 나옵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이자가 작을수록 실제 연금 수령액이 적다는 점을 알아둬야 하죠. 제도 신청 이후 A씨는 연금 수령액과 사망보험금을 합쳐 총 6276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이 역시 사망보험금의 본래 약속 금액인 1억 원은 아닌 만큼 의문이 들 텐데요.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1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현재 쌓인 책임준비금을 활용해 노후 연금으로 미리 당겨쓰는 제도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종신보험은 사망이나 상해, 질병 등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이라 보험금이 비과세인 만큼 보통 납부한 보험료보다 받을 보험금이 적다 보니 이런 셈이 나옵니다. 그러나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연금보험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과대 대상이 될 수 있죠. 다만 금융당국은 유동화 상품 월 납입 보험료와 기존에 보유한 저축성 보험 월 납입 보험료를 더해 150만 원 이하면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만약 따로 가입한 연금보험료가 매월 100만 원인 A씨가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택했다면 과세 대상으로 전환될까요? 앞서 A씨는 매달 8만7000원을 냈고 70% 유동화를 택했는데, 당국은 이를 월 납입 보험료 6만900원으로 책정합니다. 그러면 총 106만900원이 되므로 비과세 대상인 거죠. 이 밖에도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제도인 점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은 한층 강화한 소비자 보호 방안도 마련했는데요. 먼저 5개 생보사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이 되는 계약자에게 개별적으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통지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제도 운영 초기에는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대면 영업점을 통해서만 신청·접수를 받습니다. 제도 안정화 이후에는 비대면 접수를 확대할 예정이고요. 더불어 충분한 제도 안내와 계약자의 이해도 제고를 위해 보험사별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전담 안내 담당자를 운영하며 사망보험금 유동화 철회권과 취소권도 보장합니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유동화 신청 시 용이한 선택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유동화 비율 및 기간에 따른 지급금액 비교결과표를 제공한다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독자 여러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휴식의 여운을 강제 삭제한 채 시월의 일상으로 복귀한 분들은 아마도 저처럼 인지력 둔화와 무기력증 탓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시간을 보내실 테죠. 난 누구? 여긴 어디? 전 업무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최근 기사를 훑고 있는데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에미넴(Eminem)의 소식이 눈에 띕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2일 피플 등 외신에 따르면 둘 사이 오랜 불화가 다시 화제라고 합니다. 머라이어 캐리가 최근 미국의 한 텔레비전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에미넴이 자전적 영화 '8마일'에 자신의 엄마 역할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어느 정도는 진실이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는 게 기사 내용이었고요. 내용을 보태자면 각각 69년 3월, 72년 10월로 만 4년 차이도 나지 않는 연하 에미넴의 제안으로 두 사람의 불화가 시작됐고 수년째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답니다. 에미넴은 과거 반년간 연인관계였던 머라이어 캐리와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고 밝혔으나 크리스마스의 여왕은 네 차례 함께 했을 뿐 데이트한 적은 없다면서 그의 발언을 부인했다네요. 1972년 10월17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조지프에서 태어난 래퍼이자 배우 겸 프로듀서, 작곡가, 사업가인 에미넴(Eminem)의 본명은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Marshall Bruce Mathers III)입니다. 예명 에미넴은 본명 이니셜 'M&M'을 발음대로 표기한 것에서 유래했고요. 백인 래퍼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며 힙합 장르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래퍼 중 한 명이 된 에미넴이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 건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일찌감치 가정을 버린 아버지와 자식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어머니를 향한 분노를 랩으로 거칠게 쏟아내 문제가 되기도 했죠. 2002년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앨범 'The Eminem Show'의 4번 트랙이자 두 번째 싱글인 'Cleanin' Out My Closet'은 에미넴이 자신의 어머니 데비 매더스(Debbie Mathers)에게 쌓인 분노와 원망을 표출한 곡입니다. 벽장 속을 청소한다는 폭로, 발산, 고해의 뜻이 담긴 제목처럼 자신의 어둡고도 사적인 과거를 대중에게 드러내고 해소하려는 의도였죠. 이 노래 후렴구는 'I'm sorry mama, I never meant to hurt you, I never meant to make you cry. But tonight, I'm cleaning out my closet, one more time(엄마 미안해요,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어요, 울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오늘 밤, 난 내 벽장을 청소할 거예요, 다시 한 번)'이라는 가사입니다. 겉으로는 사과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으로 채운 날이 선 반어와 냉소였고요. 이미 2000년에 내놓은 'The Marshall Mathers LP'의 수록곡 'Kill You' 등에서 자신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던 모친과의 관계는 'Cleanin' Out My Closet' 발표 이후 더욱 악화됐습니다. 그러다가 에미넴은 2013년 'The Marshall Mathers LP 2' 수록곡 'Headlights'를 통해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화해한 이후 더는 'Cleanin' Out My Closet'을 부르지 않는다고 하네요. 다만 안타깝게도 에미넴의 어머니는 지난해 12월 향년 69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애증 서린 사연의 직접적인 단초가 된 노래 'Cleanin' Out My Closet'과 얼핏 유사한 문장구조 같지만 큰 맥에서 차이가 있는 표현으로 'coming out of the closet'을 언급할 수 있죠. 벽장에서 나온다는 이 표현의 기원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경 영국과 미국에서 상류층 젊은 여성이 성인 자격으로 공식석상에 처음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coming out into society'였습니다. 'coming out party'는 사교계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데뷔 파티를 지칭했고요. 이처럼 사회에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는 과정으로 사용하던 커밍아웃은 1960~70년대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은폐와 억압의 은유인 'closet'과 연결돼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공개 선언을 통칭하게 된 겁니다. 지금은 여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공개하는 행위 전반을 포괄하는 커밍아웃은 결국 에미넴의 고백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맥이 같죠. 매년 10월11일, 오늘은 '커밍아웃의 날'.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LGBT) 등 성소수자의 인식 제고가 목적인 기념일로 1987년 워싱턴에서 열린 게이·레즈비언 권리 행진을 기려 제정했습니다. 미국 인권운동가 로버트 아이슈브르(Robert Eichberg)와 장 올릴리(Jean O'Leary)가 이듬해인 1988년 공식 제안했고요. 커밍아웃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보편적 표현입니다. 우리가 감춘 진실과 억압의 표상인 벽장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거죠. 세상에는 언젠가 드러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불편하고 어수선한 벽장을 정리하거나 빠져나와야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거죠.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주스페인 한국 대사관이 그제 마드리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양국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한 국경일 행사를 열었습니다. 스페인 정부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 우리 동포 등 4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임수석 대사는 환영사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로 양국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했고요. 그러면서 스페인과 우리나라가 마치 쌍둥이 같이 닮은 면이 많다고 제언했죠. 실제 스페인은 1970년대 중반까지 프랑코 독재 정권을 겪고 197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국민의 오랜 민주화 운동 끝에 현재의 민주주의를 이룩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죠. 또 약 50만 ㎢에 이르는 스페인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에 많이 앞서지만 인구는 48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5170만 명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듯 스페인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제 침체에 허덕였으나 무사히 회복하고 유로존을 이끄는 주요 경제국 중 하나가 됐죠. 여기 더해 두 나라 모두 반도 국가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으며 스페인 국민 역시 우리 국민처럼 열정적이면서도 다혈질인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묘한 정서적 친근감이 생기는 듯하네요. 이 대사가 왜 쌍둥이라고 제언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쌍둥이가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죠. 혼자가 아닌 둘이라 얻는 두 배의 즐거움과 능력들이 있다고 합니다. 정서적 유대감과 심리적 안정감도 그렇거니와 오랜 기간 서로를 관찰하고 함께하면서 생기는 강화된 소통능력도 있다네요. 일부 쌍둥이들은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를 '크립토파시아(Cryptophasia, 쌍둥이어)'라고 합니다. 그리스어로 각각 비밀과 말을 뜻하는 'crypto-' '–phasia'를 합친 용어죠. 서로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기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두뇌와 신체가 두 배로 작동하는 시너지도 강점이고요. 지속적인 경쟁과 자극을 통한 학습 및 사회성 발달의 이점, 태어나면서부터 둘로 존재하며 체화하는 사회성, 공감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쌍둥이가 갖는 두 배의 의미처럼 국경일이자 법정기념일로 두 배의 의의를 되새겨야 할 날들이 있죠. '세계 유일' 만방에 뽐내도 모자랄 문화적 국경일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입니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기준 삼아 국가 차원에서 기리고자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법정기념일은 2·28 민주운동 기념일, 납세자의 날, 3·8 민주의거 기념일, 상공의 날, 서해수호의 날, 장애인의 날 등 모두 57일입니다. 국경일이자 법정기념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로 제헌절을 제외하고 모두 공휴일입니다. 제헌절을 뺀 이유는 주 5일 근무제 확대에 따른 연간 총 휴일 수 증가에 기인하는데요. 재계에서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경제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정부가 이 의견을 반영해 2006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며 지난 2008년부터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거죠. 이와 대조적인 사례의 국경일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 한글날입니다. 역시나 제헌절과 마찬가지로 재계의 반발 탓에 지난 1991년부터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은 한글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2005년 '한글날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며 국경일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한글의 위상 재정립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아지자 2012년 12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을 위시해 2013년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됐죠. 한글날은 정치적·역사적 사건이 중심인 다른 국경일과 비교해 유일하게 문자 창제라는 문화적 업적을 기리는 날로 국가 언어·문자 창제일이 국경일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핀란드어의 날, 아이슬란드어의 날 등 언어 기념일을 제정한 다른 나라들도 있지만 자국 언어 사용을 기념하거나 권장하는 날인만큼 한글날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죠. 세계에서 유일하게 언어 창제의 위업을 온 국민이 함께 기리는 대한민국. 이 훌륭하고도 기쁜 한글날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두 배로 의의를 되새겨야 할 이날은 태극기를 쌍으로 게양해야 모자람이 없을 겁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추석 연휴가 벌써 절반이 넘게 지난 현재 슬슬 현실로 복귀할 준비를 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또 연휴 이후 불을 켜는 금융사에 찾아가 연휴 동안 받은 용돈이나 상여금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는 분들도 있죠. 이런 때 잠깐만 맡겨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파킹(Parking)통장은 이름처럼 돈을 하루만 맡겨도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는데요. 자금이 묶이지 않고 금리가 높아 사회초년생이 활용하기 좋습니다. 보통 파킹통장 금리는 저축은행이 높은데요. 저축은행업권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KB저축은행의 'KB팡팡mini통장'입니다. 비록 최고금리 적용 한도 금액은 30만 원으로 낮지만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8%의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본금리는 6%인데 ▲마케팅 수신 동의 ▲팡팡KB체크카드 월 3회 이상 사용 ▲간편페이 등록을 마치면 2%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OK저축은행의 'OK짠테크통장Ⅱ'도 연 7% 금리를 적용합니다. 최고금리 적용 한도는 50만 원으로 KB팡팡mini통장보다 조금 더 높은데요. 기본금리 5%지만 마케팅 동의와 토스·네이버·카카오·페이코페이 중 한 곳에서 해당 계좌를 등록하거나 카드 결제 계좌를 등록하면 2%를 더 줍니다. 한도가 조금 더 높길 바라는 분들은 웰컴저축은행 '웰뱅 모두페이 통장과 애큐온저축은행의 '간편페이통장' 같은 선택지도 있습니다. 각각 한도는 1000만 원, 500만 원인데, 연 3%의 이자를 제공한다네요. OK저축은행의 OK파킹플렉스통장도 500만 원 이하 예치금에 연 3.01%의 금리를 선사합니다. 제1금융권 상품도 있습니다. 만약 네이버페이를 자주 쓰는 분들은 우리은행의 '네이버페이 머니 우리통장'을 고려할 수 있는데요. 이 상품은 네이버페이 머니를 우리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으로 200만 원 한도 내 연 최대 4%의 금리가 붙습니다. 이 밖에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최종 합격한 경우라면 BNK경남은행의 'BNK 공공 드림 통장'도 있습니다. 200만 원 이하 금액에 대해 최대 4.01%의 금리가 주어지는데, 타 상품과 달리 100만 원 이상의 급여 이체만 있으면 우대금리를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의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일 판매 가능 계좌 80만 개를 추가 승인했는데요. 삼성금융 플랫폼 모니모와 연동된 이 통장은 예치금 200만 원에 대해 연 4% 금리를 지급합니다. 고금리 상품이다 보니, 출시 두 달 만에 22만5000좌 모두 완판해 금융위의 추가 승인을 요구했다고 하네요. 다만 파킹통장은 '한도 금액'이 정해졌고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마케팅 수신 동의나 카드 사용과 같은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단기 여유자금을 굴리려는 분들에게는 적합하지만, 큰 목돈을 넣어두는 용도라면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목돈을 잠시 주차(Parking)해두는 용도의 통장을 통칭하는 파킹통장은 일반 입출금 통장의 자유로움과 정기 예·적금의 금리 혜택을 결합한 상품. 대부분의 파킹통장은 일정 금액 이하 예치금만 최고 금리를 적용하며 초과 금액은 저금리 적용. 상술한 대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낮은 만큼 장기 목돈 마련 용도로는 부적합. 급히 써야 할 돈이 있다든지 예·적금에 묶어두기 부담스러운 돈을 보관하며 이자를 챙기는 비상금 통장으로 적합. 또 주식, 펀드 등의 투자 전 여윳돈 보관 용도로도 적합.
새 것이 많은 추석입니다. 추석엔 그해 새로 수확한 쌀, 콩, 밤 등의 햇곡식을 사용해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햅쌀로 송편을 빚죠. 또 햅쌀로 빚은 술을 차례상에 올리거나 마시는데, 이를 신도주(新稻酒, 햅쌀로 빚은 술)라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새 것과 관련한 추석 대표 풍습은 아무래도 추석빔 아닐까요?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과거 연중 대행사 중 대행사였던 추석은 만인에게 행복한 날이라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온 가족이 새 옷을 장만해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옷을 물려 입던 게 당연했던 시절이라 특히나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고요. 머슴을 두고 농사짓는 집에서는 추석 때 이들에게도 옷을 새로 한 벌씩 해줬다고 합니다. 한해 농사 수확 후 맞는 큰 명절인 추석의 빔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가족의 정성과 풍요를 상징했죠. 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빔을 입지 못하는 아이들의 추석 연휴를 조명하며 사회복지 문제를 거론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추석빔을 입는다는 건 만인이 평등한 새로움과 희망, 기쁨을 갖는 행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추석빔은 옷감이 귀했던 옛날에는 분명 큰 기쁨이었을 테죠. 만드는 사람,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마냥 좋기만 했을 것만 같은 빔. 그런데 빔의 어원을 보면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빔의 뿌리를 두고 이견이 있지만요. '옷'을 의미한 옛말 '비ᄆᆞ'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빚다(만들다)'가 명사화해 빔이 됐다는 설이 맞섭니다. 민간에서는 묵은 것을 벗어내고 새로 장만해 꾸며 입는다는 의미의 '비움'에서 왔다는 해석도 전해지죠. 옛말 동사 '븨다(다)'의 명사형인 '븨옴·븨움'이 변한 말이라는 건데 '븨다'는 현재의 '꾸미다' '단장하다'라는 뜻이었거든요. 견해는 달라도 어차피 통하는 맥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죠. 고부자 전 단국대학교 교수 겸 전통복식연구소장의 각종 세시기(歲時記) 문헌 연구 자료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을 참고하면 조선시대 설이나 추석, 혼례 같은 큰 명절·의례 때 '아이들 빔을 지어 주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도 신문·잡지에서 '설빔' '추석빔'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고요. 최근에는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덕에 다시 한복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추석빔 역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주·조연들인 걸그룹 헌트릭스와 보이그룹 사자보이스가 개량 한복, 두루마기 등을 착용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잡아끌자 우리 국민의 관심도도 덩달아 높아졌죠. 여기 부응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여러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서울도서관 광장과 서울공예박물관 앞마당에 왕실 한복을 입은 '해치' 풍선모형을 설치한데 이어 이번 연휴 기간 '추석에는 한복을 입어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이와 함께 부설기관인 한복진흥센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12일까지 '올해의 추석빔' 사진 공모전, 이달 26일까지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이 한복 데이(My Hanbok Day)' 행사를 병행하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여섯 번째는 1988년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 센터리치에서 뿌리를 심은 브루탈·테크니컬 데스 메탈 밴드 Suffocation(서포케이션)의 'Pierced from Within'. 브루탈 계열을 조명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만큼 1990년대 이후 익스트림 메탈씬에 큰 영향을 미친 서포케이션은 특히 브레이크다운(breakdown)을 데스 메탈에 도입해 데스코어(Deathcore)라는 하위 장르 탄생에도 기여했죠. 브레이크다운은 그루브에 초점을 맞춘 하드코어 펑크 연주기법 중 하나인데 속도를 급속히 늦추며 극히 무거운 리듬으로 전환하는 섹션입니다. 기타는 낮은 튜닝 상태에서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팜 뮤트 리프를 반복하고 이 뒤를 베이스가 같은 리듬으로 받쳐 극도의 헤비함을 만들죠. 브레이크다운은 리스너에게 갑자기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주며 다른 분위기에 몰입하게 만들어 익스트림 메탈 밴드들이 애용하는 기법이 됐습니다. 여기 더해 보컬리스트 프랭크 멀렌은 일명 '꿀꿀이(Pig Squeal)' 또는 '하수구 배수' 보컬의 원조로 브루탈 데스 보컬의 상징이 됐고요. 결성 이후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을 알리던 이들은 1990년대 초반, 록·메탈 메이저 음반사 중 하나인 로드러너 레코드(Roadrunner Records)와 계약하며 메이저 무대를 휘저었으나 멤버들 간 갈등과 생계 및 레이블 문제, 음악 씬의 변화 탓에 1998년 EP 'Despise the Sun' 활동을 끝으로 해체 수순에 이릅니다. 그러다가 2002년에 재결성해 가장 최근인 2023년 11월, 아홉 번째 정규 앨범 'Hymns from the Apocrypha'를 발매하는 등 이 분야의 듬직한 가장 역할을 하며 정통 데스 메탈의 명맥을 잇고 있죠. 1990년 7월 첫 데모 이후 이듬해 10월 선보인 정규앨범 1집 'Effigy of the Forgotten'은 브루탈 데스 메탈의 밑그림을 완성한 데스 메탈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앨범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극찬의 저주인지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인지 1993년 5월 발매한 정규 2집 'Breeding the Spawn'을 팬들이 외면한 후 정확히 2년이 지나 1995년 5월 내놓은 절치부심의 결과물 'Pierced from Within'. 앞서 언급한 꿀꿀이, 하수구 배수 등 깊고 극단적인 거터럴(Guttural) 보컬을 소화하는 브루탈 데스 보컬리스트의 표준 프랭크 멀렌(Frank Mullen)과 곡을 구상하는 핵심으로 줄기차게 리프를 뽑아내는 리드 기타의 테런스 홉스(Terrance Hobbs). 그리고 테런스 홉스와 찹쌀떡 같은 호흡을 만방에 알린 리듬 기타 담당 더그 세리토(Doug Cerrito), 이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기술적 역량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베이시스트 크리스 리처즈(Chris Richards)와 드러머 더그 본(Doug Bohn). 이 구성원들이 각각의 역량을 총동원해 뽑아낸 세 번째 정규 앨범은 역시나 기술적인 완성도가 극에 달한 명반이라는 평가를 끌어냈죠. 테런스 홉스와 더그 세리토는 복잡하고 난해한 리프에 속도감까지 놓치지 않았고 정규 앨범 중엔 3집에만 참여한 더그 본은 자신만의 정확한 블래스트 비트와 패턴으로 중심을 잡았습니다. 크리스 리처즈는 탄탄하고 복잡한 베이스 연주로 그루브와 무게감을 살렸고요. 고막에 달라붙을 것처럼 눅진대는 사운드로 메탈헤드들에게 정석의 가르침을 주는 'Pierced from Within' 앨범에 수록된 총 재생시간 45분 28초의 아홉 곡 전체를 살펴보겠습니다. 추천곡은 유튜브로 연결되는 'Pierced from Within'입니다. 인류의 타락과 폭력의 순환, 영혼의 파괴, 종교적 기만 등 어둡고 염세적인 내용을 담은 이 앨범의 타이틀 'Pierced from Within'은 3집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곡으로 인간 내면의 악, 폭력성에 의한 영혼의 파멸을 노래하죠. 긴장감 넘치는 리프와 폭력적인 브레이크다운으로 헤비니스의 기본을 제시합니다. 다음 곡 'Thrones of Blood'는 몰아치는 속도에 변주를 얹은 브루탈한 트랙으로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으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살육과 파괴가 통치의 유일한 수단이 되는 존재들을 묘사했고요. 3번 트랙 'Depths of Depravity'는 육중한 그루브와 기술적인 리프의 균형에 중점을 둘 수 있습니다. 구간 전환에 신경을 쓰면서 연주 난이도를 점차 높이는 구성을 탐지할 수 있죠.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타락을 거듭해 죄악이 쌓이는 상태를 표현한 곡입니다. 이어지는 'Suspended in Tribulation'은 3집에서 가장 긴 곡으로 다층적인 구조를 내세워 프로그레시브한 이미지를 풍기며 밴드의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난에 매달려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가사가 멜로디와 하모니를 살린 솔로에 녹아드네요. 무게감 있는 인트로와 격렬한 전개로 귀를 당기는 5번 곡 'Torn into Enthrallment'는 자유 의지를 박탈당하고 타인에게 강제 복종하게 되는 상실감에 대한 노래로 더그 세리토의 기괴하고도 옹골찬 리프가 특징입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리프와 보컬 라인을 가진 곡 중 하나죠. 6번 트랙 'Invoking'은 역동적인 속도 변화에서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곡의 주제인 인간 통제를 벗어난 종말론적 재앙의 등장과도 같이 블래스트 비트에서 브레이크다운으로 떨어지는 구성이 두드러지고요. 1991년 EP판 'Human Waste' 수록곡의 재녹음 버전인 7번 트랙 'Synthetically Revived'는 더 깨끗하고 강력해지면서 극도로 응축된 초창기 서포케이션의 폭발력에 휘둘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죠. 가사는 인공적인 생명체의 한계와 인간의 오만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덟 번째 곡 'Brood of Hatred'는 압도적인 무게감과 리듬의 질감을 강조했으며 곡 중반부의 솔로는 나락의 절망감을 드리워 앨범의 어두운 분위기에 더 짙은 장막을 씌웁니다. 증오의 대물림이 야기할 수밖에 없는 집단적인 폭력과 파괴의 현장이 느껴집니다. 곡에 제대로 부합하는 적절한 제목이네요.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하는 'Breeding the Spawn'은 전체적인 음향 문제가 있던 정규 2집 'Breeding the Spawn'의 타이틀을 재녹음한 트랙으로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과도 같은 곡입니다. 블래스트 비트와 함께 복잡한 필인을 끊임없이 오가는 예측 불가의 리듬, 테크니컬 리프, 브레이크다운 등 서포케이션이 추구하는 음악의 정수를 되새기게 하며 앨범을 마무리하죠. 악의 재생산을 의미하는 제목도 규모에 맞게 거창합니다. Pierced From Within 4:26 Thrones of Blood 5:15 Depths of Depravity 5:33 Suspended In Tribulation 6:31 Torn In Enthrallment 5:26 Invoking 4:37 Synthetically Revived 3:53 Brood of Hatred 4:36 Breeding the Spawn 5:10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연중 내내 가요계 대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걸그룹 NMIXX(엔믹스)가 어제 정규 1집 트레일러 영상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내달 13일 첫 정규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 ‘Blue Valentine(블루 밸런타인)'을 발매하고 컴백하는 엔믹스의 이번 트레일러는 단편 영화와 패션 필름을 믹스한 것 같은 영상미를 내세워 팬들의 이목을 잡아끈다는 게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고요. 수록곡은 'Blue Valentine'을 위시해 'SPINNIN’ ON IT' 'Phoenix' 'Reality Hurts' 등 모두 12곡이 실렸다는데 이 중에서도 마지막 두 곡인 'O.O Part 1(Baila)'와 'O.O Part 2(Superhero)'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립니다. 엔믹스는 지난 2022년 2월22일 내놓은 데뷔 싱글 앨범 'AD MARE'의 타이틀곡인 'O.O'를 통해 자신들만의 시그니처 장르인 'MIXX POP(믹스 팝)'을 처음 선보였거든요. 이 곡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할 만큼 파격적인 곡 전환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 시도가 다소 과했던 건지 대중적인 호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멤버들의 뛰어난 보컬과 퍼포먼스 실력은 확실하게 알릴 수 있었죠. 과연 마지막 트랙인 'O.O Part 2 Superhero'라는 제목처럼 전 세계에 휘몰아치는 케이팝 광풍의 정점에서 초월적 존재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여기서 주제를 돌려 'Hero'와 관련한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죠. Hero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신들의 여왕인 '헤라'가 어원이라는 학계 일부의 견해가 있습니다. 영웅을 뜻하는 그리스어 'Heroes'의 여성형인 헤라(Hera)는 '여주인' 또는 '여걸'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이름 그 자체로 최고신 제우스의 아내이자 올림포스의 여왕의 권능을 나타낸다는 거죠. 헤라, 신화에서 궤도로…올림포스에서 발사대까지 지난 2022년 오늘 날짜인 9월27일, 미국 항공 우주국 나사(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에서 인류 최초의 소행성 충돌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명은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로 소행성의 이동경로를 바꾸는 게 목적이었고요.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형성 궤도를 우주선 충돌이라는 운동 에너지 충격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행성 방어(Planetary Defense) 실험이었습니다. 목표 소행성은 지구에서 1100만km 정도 떨어진 쌍소행성계의 작은 위성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였으며 무게 약 570kg의 다트 우주선이 시속 약 2만2530km의 속도로 충돌했습니다. 충돌 결과, 디모르포스의 궤도 주기를 32분 단축해 인류가 우주 천체 움직임을 바꾼 최초 사례로 기록됐죠. 이 실험은 향후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행성 발견 시 우주선 충돌에 따른 궤도 변경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 우주에서 증명한 사례라 큰 의의가 있고요. 그리고 이후 유럽우주국(ESA·European Space Agency)은 실험 결과를 더욱 정확하고 상세하게 확인하고자 헤라(Hera)라는 이름의 탐사 우주선을 발사했습니다. 헤라의 임무는 충돌 지점 분화구 크기 및 깊이, 내부 구조, 질량, 충돌 후 물질 분출량 등 물리적 변화를 현장 조사하는 것으로 내년 말 디모르포스에 도착할 예정이라네요. 당연하게도 유럽우주국은 그리스 신화에서 탐사선 명칭인 헤라를 차용했습니다. 이는 쌍성계와 연관성이 있죠. 헤라는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그 위성인 디모르포스(Dimorphos)로 이뤄진 쌍(binary) 소행성계를 탐사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는 결혼과 결합을 상징하는 여신이라 두 천체가 짝을 이루며 도는 쌍성계를 탐사하는 임무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죠. 이와 함께 헤라는 정육면체 모양의 초소형 인공위성인 두 대의 큐브샛(CubeSat)을 유럽에서 처음 심우주(Deep Space)로 데려가는 모선(Mothership) 역할도 담당합니다. 큐브샛은 최근 화성이나 달 탐사 미션에서 통신 중계 역할을 하는 등 심우주 탐사를 지원하는 용도로도 활용하거든요. 이 큐브샛 중 하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의 딸인 '헤베(Hebe)'의 로마식 이름 '유벤타스(Juventas)'에서 따온 것으로, 헤라 중심의 가족공동체를 떠올리게 하고요. 이처럼 헤라는 신화적 염원을 담긴 우주 탐사의 상징 중 하나인 셈이죠. 다시 돌아온 엔믹스도 헤라의 이름을 품은 최초 정규 앨범으로 또 한 번 정상에서 슈퍼히어로 랜딩(Superhero landing, 영화 속 초인적 영웅들이 착지하며 무릎 꿇는 상징적 동작)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IE 금융]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배인 현재, 고령층의 노후소득 보장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의 주택연금 시장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26일 보험연구원 'KIRI 리포트'에 따르면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거주 중인 집을 담보로 제공, 평생 연금방식으로 매달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평가한 주택 시가에 따라 정해진다. 총대출한도는 가입자가 100세까지 받게 될 월지급금 등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인데,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신청자의 연령과 주택가격으로 총대출한도를 계산해 월지급금을 산정한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한 뒤 주택을 처분할 때 연금 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입 18년이 지나도 가입률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통계청 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HF가 관리하는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고령자 가구) 주택연금 가입률 추정치는 2.5%다. 보고서에서는 이런 주택연금 시장 비활성화 요인으로 ▲연금에 대한 오해 및 불신 ▲상속 의지 ▲자산가치 변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꼽았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아세안 참석 위해 출국 이재명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자 1박2일 일정으로 오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향해 출국. 오늘은 현지 동포들과 만찬 후 27일에는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 예정. 이 자리에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및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 대응 공조 등의 현안 협의 계획. 또 이날 오전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 플러스+3 정상회의 후 아세안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정상회담 일정. 안중근 의사, 이토 히로부미 저격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의 중국 하얼빈 방문 소식을 들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께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저격해 3발 모두 명중. 일본 헌법학자, 정치가인 이토는 일본 헌법 기초를 마련하고 초대·제5·7·10대 일본 제국 내각 총리대신에 자리. 또한 초대·제3·8·10대 추밀원 의장,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귀족원 의장, 관선 효고현 지사 등도 역임. 러일 전쟁 승리 이후에는 조선통감부의 통감으로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일곱 번째는 1986년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 콜봇(Kolbotn)에서 그림자를 드리운 블랙 메탈 밴드 Darkthrone(다크쓰론)의 'A Blaze in the Northern Sky'. Venom(베놈), Celtic Frost(켈틱 프로스트)를 위시한 1세대의 뒤를 이어 1990년대 초부터 노르웨이 블랙 메탈 씬을 잡아끈 2세대 핵심 밴드 중 하나로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진실성과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내세워 골수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다크쓰론. 결성 당시 1년 정도 블랙 데스(Black Death)라는 이름의 데스 메탈 밴드였던 이들은 1991년 앨범 작업을 기점 삼아 블랙 메탈로 장르를 전환하며 원초적이고 미니멀한 사운드를 들려줬죠. 여기 그치지 않고 2000년대 이후에는 하드코어 펑크에 정통 헤비메탈과 둠 메탈 요소를 섞은 '블랙큰롤(Black 'n' Roll)'이나 트래시 메탈 색채를 덧입히는 등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합니다. 밴드의 사상적 지주로 작사와 작곡, 드럼, 백킹보컬을 맡는 펜리즈(Fenriz)와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보컬, 리드 기타, 작곡 담당 녹터노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의원·약국 실손보험 전산청구 시행 오늘부터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 시행에 따라 의원과 약국에서도 전산으로 보험금 청구 가능. 실손보험을 보유한 국민 누구나 실손24 앱·홈페이지에서 청구 전산화 이용. 다만 2단계인 의원, 약국의 연계율이 7% 수준인 만큼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전자의무기록처리) 업체 참여 확대가 관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제3자 청구'나 '나의 자녀청구'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이용한 병원이 미연계 상태라면 '참여 요청하기' 기능을 통해 요청 가능. 독도의 날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하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독도의 날은 매년 10월 25일. 독도가 우리나라의 땅임을 만방에 알리기 위한 날로 2000년 민간단체 독도수호대가 지정. 독도수호대 등 민간단체와 정치권은 국가 기념일 지정을 위해 여러 활동을 전개 중이나 정부는 애초에 독도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라 영유권 분쟁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