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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바이드' 수혜 혹은 소외, 그린라이트 또는 적신호

#. 10살의 A군은 통장 개설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유튜브에 '통장 개설'을 검색해 한 은행이 제작한 영상을 봤다. 이후 이달 받은 용돈이 얼마나 남았는지 용돈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잔액을 확인했다.

 

#. 80살의 B씨는 늦은 밤 급하게 돈을 보낼 일이 있었지만,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사용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입금할 수 있었다. 이에 은행원이 모바일 앱을 설치한 뒤 이에 대한 설명을 해줬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IT) 강국이라고 불릴 만큼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제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손에 꼽힐 정도인데요. 이런 IT 세상에서는 호사를 누려야 할 주체의 본말이 전도된 상황입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반면 연령대가 어릴 수록 디지털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죠.   

 

◇대학생 꼬마 고객까지…미래 고객 잡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콘텐츠 '활발'

 

1990년 후반에서 2010년 이전 출생한 세대인 'Z세대'의 경우 디지털 서비스와 콘텐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숏폼(짧은 길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 등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하고 각종 은행 업무나 쇼핑, 취미를 디지털로 해결합니다. 

 

이에 많은 금융사들이 Z세대를 잡기 위한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요. 더 나아가 이들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α)세대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파세대는 디지털 세상에 가장 익숙한데요. 이들을 미리 고객으로 잡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부모도 아이들이 일찍 금융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해 고객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박정민 연구위원은 "개인 금융 관리는 평생의 일이기에 재정적으로 읽고 쓸 줄 아는 능력과 돈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하는 것은 어린 나이부터 매우 중요하다"며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동 및 디지털 뱅크의 발전으로 모바일 앱을 통한 자녀들의 용돈 관리 및 금융 교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기업들의 예를 들어보면 미국 애틀랜타주에 위치한 금융 핀테크 회사인 '그린라이트'는 자녀의 용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부모들은 지출 한도를 결정하고 자녀가 구매할 수 있는 업종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녀가 급할 때는 즉시 돈을 이체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됐는데요. 현재 유료회원 20만 명 이상을 보유 중입니다. 

 

비자(VISA)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금융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금융 개념을 배우면서 미식축구를 할 수 있는 '금융 축구'입니다. 금융 퀴즈를 풀어 정답 유무에 따라 팀이 엔드존으로 전진할 수 있는데요. 난이도가 높은 질문의 정답을 맞힐수록 더 많은 야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신한은행의 유튜브 콘텐츠 '친한은행'이 있습니다. 이는 10살 이하의 고객들과 함께 계좌번호, 송금, 급여, 연금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콘텐츠인데요. 모두 5분 내외의 영상이다 보니 어린이들이 시청하기도 편합니다. 여기 더해 이 은행은 자녀의 용돈 주기 목적으로 '틴즈플러스 포니 체크카드'와 용돈 관리 앱 '신한 포니'를 만들었는데요. 이 앱을 통해 용돈을 관리할 수 있고 친구와의 더치페이를 할 수 있습니다.

 

KB금융공익재단은 'KB스타 경제교육 모바일 웹'을 개설해 학생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경제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 부모의 신용카드와 연결해 별도의 충전 없이 자녀의 용돈을 줄 수 있는 '티니패스 카드'를 출시했는데요. 매달 부모의 신용카드 결제대금에 용돈이 포함되기 때문에 현금이 없어도 용돈을 줄 수 있습니다.

 

박정미 연구위원은 "이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 출시는 은행을 포함한 다양한 금융 기관에는 젊은 고객들을 평생 고객 관계로 이어지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며 기회가 될 것"이라며 "10대 때의 금융 서비스 경험은 성인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10대를 위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에 투자와 관심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쉴 틈 없는 디지털 서비스에 숨 막히는 시니어층…디지털 디바이드 해결 '중요'

 

그러나 수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에 소외된 세대도 있는데요. 시니어층들은 각종 온라인 행정 서비스, 모바일 뱅킹,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익숙하지 않다 보니,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는 추가 금리, 특판 상품과 같은 각종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요. 

 

 

작년 일반은행의 모바일 뱅킹서비스 이용 비율을 보면 20대는 79.7%가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는 반면, 70대는 8.9%에 그쳤습니다. 또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금융상품 구매 경험 역시 60대 이상은 1.8%에 불과했는데요.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지진선 수석연구원은 "이번 코로나 여파로 이뤄진 자택에서의 은둔 생활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답답할 뿐, 불편하지 않다"면서도 "인터넷과 모바일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노령층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역량과 활용해서 고령층은 일반인의 64.3% 수준에 머물렀는데요. 전 국민 인터넷 이용률은 91.5%, 스마트폰 보유 인구(만 6세 이상)는 91%에 육박한 만큼 고령층이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는 여러 시스템이 구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지 수석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인데요. 해외 쪽으로 돌려보면 많은 교육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미국 금융사인 캐피탈 원은 시니어 대상 온라인 강좌인 '레디, 셋, 뱅크'를 운영하는데요.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에게 특화된 60여 개의 동영상으로 구성해 금융 관련된 전 과정을 소개해줍니다. 특히 동영상 속 사회자는 고객층과 연배가 비슷한 시니어이므로 친근감을 더한다네요.

 

독일에는 노인을 위한 시민미디어센터인 시립 '뮌스터 벤토하우스'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50대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학기제 형식의 과정을 운영하는데요. 컴퓨터와 인터넷 과정뿐만 아니라 미디어 역량 개발을 통해 노인 이용자들의 창의적인 제작 가능성을 고취시키고 세대 간 격차를 조정하는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디지털 정보화 역량 강화를 위해 각 지자체 및 정부 기관, 대학평생교육원과 민간단체 정보화 교육기관 등이 마련한 많은 정보화 교육 과정이 있는데요. 국가평생교육지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정보화 교육을 포함한 평생교육학습 관련 기관은 4169군데입니다. 

 

지진선 연구원은 이 중 교육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정리가 잘 된 세 곳을 추천했는데요. 국가평생학습포털 '늘배움'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배움나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플러스포털'입니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해 시니어 고객 특화 플랫폼 '시니어플러스'를 개설해 은퇴·재무설계와 같은 금융 서비스 및 건강, 여가, 일자리 등 시니어 관심 정보와 특강을 하는데요. KB국민은행도 지난해부터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을 추진 중입니다.

 

지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가 의도한 차별이 아닐 수 있지만, 팽창하고 있는 노인세대들을 인지하면서도 그대로 디지털 문맹을 두고 여전히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의도한 차별이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디바이드는 시니어들의 편익과 정보 격차의 소외를 넘어, 그들이 기여할 수 있는 국가적인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