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슈코체크] "미래가 보이지 않아 그냥 쉰다" 전 세계 문제로 떠오른 '니트족'

 

[IE 사회]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찾지 않은 채 '그냥 쉬는' 청년이 늘고 있다. 최근 주요 고용지표들이 양호한 모습임에도 이른바 '쉬었음' 인구가 계속 증가한 것.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올해 국내 '쉬었음' 인구 42만 명…전년比 25.4% '껑충'

 

2일 한국은행(한은)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쉬었음 인구는 42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특별한 이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자료에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육아·가사, 교육·직업훈련, 연로·심신장애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이 쉬었음이다. 특히 올해 들어 쉬었음 인구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이런 증가세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쉬는 게 아니라 취업을 경험한 뒤 더는 구직을 하지 않고 이탈한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별로 보면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쉬는 경우인 '자발적 쉬었음'이 크게 늘었다. 비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쉬는 '비자발적 쉬었음'도 많았다.

 

이처럼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청년층 자발적 쉬었음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청년층 고용 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진 뒤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 더해 교육 수준이 높은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모습도 보인다.

 

비자발적 쉬었음 인구의 경우 일자리 미스매치, 기업의 경력직 및 수시 채용 선호와 같은 구조적인 요인 외에 경기적인 요인도 한몫했다. 경기 침체기에는 직장의 휴·폐업, 정리해고, 임시직 계약 종료 등으로 비자발적 이직 사유가 증가하기 때문. 비자발적 사유로 쉬고 있는 청년층은 주로 중소기업,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 이탈하거나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무직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흐름을 보면 청년층 '단기 쉬었음' 증가가 '장기 쉬었음' 증가로 이어지곤 했다.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근로 희망 비율이 줄고 그로 인해 실제 취업률도 낮아져서다.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지 1년 이내인 청년층의 경우 근로희망 비율이 90% 수준이지만, 1년이 지나면 해당 수치가 50% 내외로 급락한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이수민 과장은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만 문제인 줄 알았더니…전 세계 니트족 20%

 

니트족은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간한 청년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청년 중 20.4%가 노동도 하지 않고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니트'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지난 1999년 영국 사회이탈 방지국(Social Exclusion Unit)이 작성한 보고서 제목인 '격차 해소: 교육, 고용 또는 훈련하지 않는 16~18세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기회'에서 유래한다.

 

ILO 보고서를 보면 청년 니트족 가운데 여성은 28.1%, 남성은 13.1%로 두 배 이상 높았는데, 이는 여성에게 고용이나 교육 참여 기회가 여전히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실업률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 미국, 일본의 지난해 실업률은 뛰었다. 

 

특히 일본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함께 니트족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골치를 앓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이 국가는 2003년 당시 니트족이 약 64만 명으로 집계되자, 다양한 청년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니트족 대다수가 히키코모리가 되면서 고령층의 부모가 중년층(45~54세)의 자식을 돌보는 일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이와 관련한 각종 범죄도 들끓게 됐다. 이에 일본은 니트족이 증가 중인 전 세계의 대표적인 미래상이 됐다.

 

니트 상태가 오래될수록 삶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18~2022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연구서에 따르면 5년 이상 니트족일 경우 자신 삶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ILO 질베르 웅보 사무총장은 "많은 청년이 적절한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자신과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누구도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며 청년 고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니트족은 다른 형태로도 불리기도. 미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않고 부모와 사는 청년을 트윅스터(twixter)라고 부름. 이탈리아의 경우 엄마가 해주는 밥을 강요한다는 뜻으로 맘모네(mommone), 독일에서는 계속 집에 눌러앉아 있다는 의미로 네스트호커(nesthocker)라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