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두 번째는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더블린에서 결성된 비교적 신진 테크니컬 데스코어 밴드 'Rings of Saturn(링스 오브 새턴)'의 'Lugal Ki En'. Lucas Mann(루카스 만)의 단독 프로젝트였던 Rings of Saturn은 미국의 익스트림 메탈 전문 레이블인 Unique Leader Records와 계약 후 정식 밴드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기술적인 연주, 초고속 기타 솔로, 복잡한 곡 구조를 내세우며 팬층을 넓혔습니다.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위시해 외계 생명체, 우주 등 미래지향적인 소재를 곡으로 만든 루카스 만이 밴드 방향성을 따라 멤버 라인업을 바꾸며 앨범 작업을 하는데 2014년 시월 14일에 나온 이 밴드의 정규 3집 앨범 Lugal Ki En은 빌보드 200 차트 126위에 오르기도 했죠. 고대 수메르어로 '지구의 왕, 우주의 왕'을 뜻한다는 앨범명처럼 인류 정복 후 신의 영역까지 넘보는 외계 존재들에 의한 선악 대립이라는 SF적 전쟁사(戰爭史)를 들려줍니다. 총 재생시간 44분 34초로 열두 곡이 담겼으며 루카스 만은 기타, 베이스, 키보드, 신디사이저, 프로그래밍을 맡았죠. 보컬은 Ian Bearer(이언 베어러), 기타와 베이스는 Joel Omans(조엘 오만스)이 담당했고요. 세션 뮤지션은 드럼의 Aaron Kitcher(애런 키처), 4번 트랙의 기타 솔로 Rusty Cooley(러스티 쿨리)입니다. 총평을 하자면 밴드 특유의 '뿅뿅' 우주적 오락실 사운드를 프로그레시브 기조에 버무려 전작보다 성숙함이 물씬 풍기는 앨범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장르가 테크니컬 데스코어인 만큼 기교를 가미한 초고속 강력 리프와 드러밍은 기본입니다. 오프닝 곡 'Senseless Massacre'는 각각 연주자의 솔로 파트가 돋보이며 밴드 특유의 외계적 사운드를 집약한 느낌이죠. 다음 곡 'Desolate Paradise' 역시 각 솔로 파트를 살린 브레이크다운과 하이 템포 리프를 이어가면서도 곡 중간 멜로디 파트를 넣어 자연스러운 전개를 살렸습니다. 멜로디 반복이 인상적인 세 번째 트랙 'Lalassu Xul'은 이질적인 분위기로 혼돈을 주며 게스트 Rusty Cooley의 기타 솔로가 들어가는 네 번째 곡 'Infused'에서 기술적인 면모를 한층 강화하죠. 보컬과 기타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40초의 짧은 전환곡인 5번 트랙 'Fractal Intake'는 신디사이저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6번 트랙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앨범의 중간부 역할을 책임지는데요. 'Natural Selection'은 인트로부터 메다꽂는 리프가 복잡하게 엉킨 리듬에 제자리를 찾아주며 중심을 잡습니다. 7번 곡 'Beckon'은 테크니컬 데스코어의 전형을 나타내는 곡으로 드럼, 기타가 곡 전체를 이끌면서 리듬과 속도감의 늪에 서서히 빠지게 하죠. 갈피를 잡기 어려운 구성이지만 '손짓해 부른다'는 곡명에 왠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다음 곡 8번 'Godless Times'은 밴드의 초기 음악스타일을 연상할 수 있는데 기타와 신디사이저 조합의 기술적인 분산 화음이 감상포인트죠. 이 앨범 수록곡 중 가장 프로그레시브하고 말랑한 감성(?)으로 한 템포 쉬어가며 다음 곡을 기대하게 합니다. 아홉 번째 트랙 'Unsympathetic Intellect'는 복잡다단한 곡 구조와 전개를 내세워 혼돈 속의 질서를 느끼게 하며 할퀴면서 외치는 보컬의 공격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묵직하고도 파괴적인 리프와 얼터너티브한 템포가 뒤섞인 10번 곡 'Eviscerate'는 밴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요. 열한 번째 트랙 'The Heavens Have Fallen'은 7분가량의 연주곡으로 밴드 악기 파트별 역량을 재차 선보입니다. 외계 존재의 사투로 무질서했던 전쟁의 최종장을 장식하듯 다채로운 리프와 멜로디, 전개가 어우러진 곡이죠. 마지막 곡 'No Pity for a Coward'는 같은 2000년대 중반 데스코어 부흥기의 주축에 섰던 밴드 'Suicide Silence'의 대표곡을 재해석한 노래입니다. 원곡과 비교해 역시나 기술·공격적인 면모를 부각했으며 201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원곡 밴드의 보컬리스트 Mitch Lucker(밋치 러커)를 추모하는 의미도 담았다고 하네요. 매번 앨범을 소개할 때마다 '글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일은 천양지차'라는 첨언을 꼭 붙이고 싶습니다. 이번 앨범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Senseless Massacre 3:34 Desolate Paradise 3:25 Lalassu Xul 3:39 Infused (feat. Rusty Cooley) 3:21 Fractal Intake 0:40 Natural Selection 3:54 Beckon 3:28 Godless Times 3:32 Unsympathetic Intellect 4:06 Eviscerate 4:27 The Heavens Have Fallen 6:51 No Pity for a Coward (Suicide Silence cover) 3:30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덥습니다. 이제 완연한 초여름 기온이네요. 흰 함박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던 몇 개월 전 겨울이 그리워지려 합니다. 순백, 흰색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신성함, 청결, 정화를 의미합니다. 또 고요와 평화, 보호, 단순, 공평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체스의 흰색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역 문화에 따라 흰색은 죽음, 슬픔, 항복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갖죠. 특히 어떤 이들에게 흰색은 저주입니다. 오는 13일은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International Albinism Awareness Day), 25일은 세계 백반증의 날(World Vitiligo Day)인데요. 선천적 유전 질환인 백색증은 멜라닌 생성 효소 결핍으로 야기되며 피부, 머리카락, 눈에 색소가 거의 없어 시각 장애,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시력 저하와 자외선 민감성이 주요 증상이며, 전 세계적으로 1만~2만 명당 1명꼴의 질환자가 나타난다고 하죠. 무엇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신체 일부를 부적처럼 여겨 신체 훼손 등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백색증 환자의 신체 부위가 주술적 효능이 있다는 미신 탓에 2015년 이후 탄자니아에서만 150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보고됐죠. 이에 국제연합(UN)은 지난 2014년 12월 총회 결의안을 통해 백색증 환자에 대한 차별·폭력 문제 등의 인권 침해를 해결하고자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25일에 떠올려야 할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사라지면서 국소적으로 색소가 탈락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보통 10~30대에 발병하며 스트레스나 자외선 노출이 유발 요인으로 추정되고요. 백반증으로 고생하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2009년 6월25일을 기리며 2011년 세계 백반증 재단이 주도해 이날을 만들었다죠. 백반증 환자의 고통 경감과 치료법 개발 및 환자 커뮤니티 활성화 도모를 목적으로 제정됐습니다. 백반증 역시 전염성은 없으나 외모 편견, 사회적 낙인 등에 기인해 심리적 고통까지 겪는 경우가 대다수랍니다. 우간다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백반증 환자를 불길한 징조로 여겨 사회적 문제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2015년 대한백반증학회에서 전국 1123명의 백반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시행한 결과, 48.8%가 사회활동 장애를 경험했으며 65%는 정서적 곤란을 호소했습니다. 두 질환은 피부 색소와 관련됐다는 공통점 외에 발병 원인, 치료방법, 사회적 대처방안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독립적인 날짜로 기념하게 된 거고요. 아울러 백색증은 완치 방법이 없으며, 자외선 차단과 시력 보호에 주력해야 합니다. 백반증은 광선치료, 스테로이드 연고, 신약 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데 조기 진단 시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상술했듯, 캔버스는 흰색입니다. 어떤 색을 입힐지는 우리의 선택이죠. 원치 않게 하얀 피부를 갖게 된 사람들이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그 흰색 위에 관심과 보호의 색을 덧칠했으면 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매년 6월6일은 우리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순국선열, 참전용사, 전몰장병, 순직 공무원 등 모든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희생과 충절을 추모하는 국가적 추모일이자 법정공휴일인 현충일(顯忠日)이죠. 나라사랑의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현충일은 1956년 6월6일 처음 제정됐는데 6·25전쟁이 발발한 달이자, 과거 망종(芒種) 무렵 조정에서 병사들의 유해를 매장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 예를 갖췄던 전통을 반영해 이 날짜로 정했답니다. 고려 현종 5년인 1014년, 망종 날이면 전쟁에서 죽은 장병의 뼈를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도 있고요 이날은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주요 인사와 국민은 국립묘지 등에서 참배하고 오전 10시에는 전국적으로 1분간 묵념을 하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조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아 태극기를 깃대 끝까지 올린 뒤, 깃면 너비만큼 내려서 다는 조기(弔旗)로 게양하죠. 관공서는 오전 7시부터 자정, 일반 가정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게양하는 게 통상적이며 비, 강풍 등 악천후에 국기 존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는 게양하지 않거나 날씨가 갠 후 다시 게양합니다. 이와 함께 경사스러운 날이 아니므로 거리용 가로기는 게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른 깃발과 함께 게양할 때는 모두 조기 게양하고 태극기를 가장 높은 위치로 올려야 하죠. 이처럼 우리의 국기를 떠올리는 순간은 대개 국가적 추모일이나 경건한 의례가 있는 날에 한정되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 국민이 매일매일 태극기를 바라보며 일상을 멈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9년 1월20일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하절기 오후 6시, 동절기 오후 5시면 전국에서 국기하강식(國旗下降式)을 거행했었죠.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애국가가 나오면 모든 국민은 장소 상관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를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었습니다. 하루 동안 게양했던 국기를 내리는 이 의식은 국기에 대한 존경과 예를 표하고, 국가적 상징물의 위엄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절차였으나 현재는 군부대와 일부 기관, 특별한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죠. 전 국민이 함께 움직이던 국기하강식을 폐지한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국가·병영·획일주의에 대한 비판과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불과 40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엔 1979년 부마항쟁 및 10·26 사건과 엮인 비상계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려던 비상계엄 등의 시퍼런 서슬이 국가주의적 강제를 만들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던 거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참 많았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처럼 부부싸움 중에도 국기하강식이 시작되면 다툼을 멈추고 함께 국기를 바라보며 예를 갖추는 일 정도는 항다반사였고요. 기차역에서는 하강식으로 열차를 놓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단체 달리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1981년 1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한 후보가 마감 직전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했으나, 국기하강식이 시작되는 바람에 접수 시간을 넘겨 출마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죠. 이렇듯 과거 한때의 국기하강식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하루의 일부를 멈추는 집단적 체험이자 우리 현대사의 강제된 추억이기도 했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지난 29일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0.25%포인트(p) 인하한 2.50%로 결정했습니다. 저성장 흐름에 맞선 경기 부양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고요.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방향이 경기 부양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이번 '앎?'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맥락과 효과 등에 대한 여러 풀이들을 쉽게 정리해 봤습니다. 일단 크게 짚으면 소비와 투자를 살리기 위한 기반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인데요. 허리띠를 조인 실정에 들어오는 돈은 늘지 않아 경기가 위축된 상태인 거죠. 한은은 미국의 금리 조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가계 및 자영업자 빚 부담 완화를 꾀하고자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겁니다. 다만 LG경영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정부의 재정투입, 구조개혁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죠. 시장이 너무 영하권이라 금리 인하라는 불씨만으로는 온화한 경기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적당할 듯합니다.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감이 옅은 시기에 금리를 내리면 가계는 이자 부담이 줄어 씀씀이를 늘리고, 기업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하며 소비와 경기가 동시에 살아나야 하지만 지금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형국이니까요. 금리의 방향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곤 해도 지금처럼 유래를 찾기 힘든 경제 냉각기에 활성화 동력은 확실하게 필요합니다. 금리 정책이 성공한 대표적 사례를 꼽자면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한은은 이 한 해에만 기준금리 다섯 차례 인하하며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도모했죠. 결국 자금 시장 안정화로 기업 도산이 둔화하고 민간 소비도 회복세를 나타냈던 전례입니다. 1998년 -5.1%였던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1999년 10.7%, 2000년 8.9%로 강한 반등세를 보였고요. 이처럼 금리 인하 시점과 강도, 정부 정책에 이르는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또 하나의 전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혼란 초기였던 2020년 실물경제 쇼크 당시입니다. 이때 한은은 3월과 5월의 인하 조치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고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소상공인 대출 보증을 확대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화했죠. 이 시기 GDP 성장률은 2020년 –0.7%, 2021년 4.3%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일단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부담이 줄어 대출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수요를 자극해 거래가 활발해지는 경우가 통상적입니다. 이와 함께 예·적금의 이점이 더욱 감소해 부동산에 투입되는 자금이 증가하고요. 집값 상승 이슈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죠. 누차 언급하게 되지만 지금 같은 경제 위축 시기에 금리를 내렸다면 주택을 구매할 자금여력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시점인 거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최근 10년 동안, 매년 약 2만 건에 달하는 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백에 백을 곱하고 여기에 갑절을 더해야 할 만큼 많은 부모들이 해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 거죠. 이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실종아동 신고현황 자료를 취합한 수치로 지난해 기준 1년 이상 찾지 못한 아이는 1050명입니다. 20년 이상은 1128명으로 전체 장기 실종사례 중 79.6%에 이르고요. 매년 5월25일은 세계 실종 아동의 날입니다. 실종 아동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실종아동 예방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날이죠. 1979년 5월25일 미국 뉴욕에서 6세 아동이 유괴 후 살해된 이튼 패츠(Etan Patz, 1972~1979?) 실종사건에 기인해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정했습니다. 이날의 상징인 초록색 리본은 실종 아동의 안전한 귀가를 바라는 희망과 지속적인 관심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1992년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희생된 15세 실종 피해자 크리스틴 프렌치(Kristen French, 1976~1992)를 추모하는 '희망의 초록 리본' 캠페인에서 비롯됐으며 이날 여러 나라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은 초록 리본 배지 배포 및 기념행사를 전개합니다. 초록색은 희망과 더불어 생명, 기다림, 기억, 연대의 의미를 내포한 색으로 어둠 속의 빛을 따라 실종 아동이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나타내며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는 국제적 상징물이 됐죠. 일부 기념일의 시각적 상징인 리본 색상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를 내세워 기념일과 연계해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고요.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 기념일별 리본 색상을 알아보며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정색' 일반적인 추모, 5월 흑색종 인식의 달 '파란색' 3월 대장암 인식의 달, 4월2일 세계 자폐 인식의 날(퍼즐조각리본도 혼용), 9월 전립선암 인식의 달(연한 파란색) '노란색-파란색' 3월21일 다운증후군의 날 '주황색' 4월 아동 학대 예방의 달, 6월 첫 금요일 총기폭력 인식의 날 '연보라색' 4월 식도암 인식의 달(페리윙클·periwinkle) '회색' 5월 뇌종양 인식의 달 '보라색' 5월10일 세계 루푸스의 날, 5월19일 세계 염증성 장질환(IBD)의 날, 9월 알츠하이머 인식의 달, 11월 췌장암 인식의 달 '초록색' 5월 정신건강 인식의 달, 5월25일 세계 실종 아동의 날 '노란색' 9월10일 자살예방의 날, 세월호 참사 추모 '금색' 9월 소아암 인식의 달 '분홍색' 10월 유방암 인식의 달 '하늘색' 11월 전립선암 인식의 달 '하얀색' 11월 폐암 인식의 달, 2월 마지막 날 세계 희귀질환의 날, 11월25일 여성폭력 추방의 날 '은색' 11월 뇌전증 인식의 날 '빨간색'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오전이 지나 해가 사라지더니 별안간 선선해져 뜨거운 물에 사마한(Samahan) 티백을 우려 마셨습니다. 스리랑카의 전통 허브 차라는데 이 나라에서는 특산물인 실론티 다음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생강·커민·감초·후추·고수풀 등 열네 가지 천연재료가 섞인 약용 음료로 감기 증상·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면역력 강화, 소화 개선에 효과가 있답니다. 차 한 모금과 함께 이렇게 설명해도 협찬광고는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달력을 보니 올해도 어느덧 중반과 가까워졌네요. 게다가 내일은 5월18일이고요. 독자 여러분 모두 잘 아시겠지만,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시(지금 광주광역시)와 인근 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독재 및 계엄령에 맞섰던 시민 주도의 5·18 민주화운동은 결과적으로 1993년 문민정부 출범의 기틀이 됐습니다. 또 이 역사적인 날은 1997년 법정기념일인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1998년 5·18특별법 제정을 이끈 것은 물론, 2011년 국제연합(UN)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죠. 2019년 11월, 중국의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홍콩 시위대는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을 언급하며 진정한 자유에 대한 갈망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사마한 허브 차의 나라 스리랑카에서도 5월18일은 특별한 날인데요. 2009년 이날, 스리랑카 내전이 공식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1983년 7월23일 발발해 25년간 이어진 스리랑카 정부군과 소수민족인 타밀족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LTTE, 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 반군의 갈등은 본질면에선 차이가 있을지언정 5·18 민주화운동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일부 시민단체와 유족들의 주장대로라면 2000명 이상, 스리랑카 내전은 약 70만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죠. 또 5·18의 시민군과 스리랑카의 LTTE 모두, 자치 기능을 갖춘 조직을 구성해 항거했습니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싱할라족과 타밀족 간 종교·민족적 갈등이 내전의 발단이었고 5·18 민주화운동은 시민과 군사정권이 대립한 정치적 민주화 투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울러 5·18 이후 우리나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사회적 화해를 모색했으나 스리랑카는 2022년 경제위기 때 내전 중 인권침해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으며 사회적 갈등이 재점화했죠. 과거사 청산은 이처럼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는 미래를 위해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역사의 마침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잇는 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촬영한 피사체는 올해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린 카네이션형 방향제입니다. 어린이날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 해가 갈수록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네요. 이달 8일자 '오늘의 깜지'를 참고하면 어버이날은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키우고자 제정한 기념일로 매년 5월8일입니다. 1956년 국무회의 결정에 맞춰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는데 한국전쟁 후 어머니들 노고를 위로하고자 만든 어머니날이 전신이고요. 이후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자 17회차까지 어머니날이었으나 1973년 3월30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했답니다. 이날 전후 1주일간은 경로주간이었으나 1997년부터 없애고 10월2일 노인의 날, 시월을 경로의 달로 지정했다네요. 애초에 미국에서 시작된 어머니날은 1908년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래프턴의 한 교회를 다니던 안나 마리 자비스(Anna Marie Jarvis, 1864–1948)라는 여성이 어머니를 기리며 조직한 모임의 행사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 앤 마리아 리브스 자비스(Ann Maria Reeves Jarvis, 1832~1905)는 야만적이던 미국 남북전쟁 시대의 사회운동가였고요. 당시 미국에서는 흰색 카네이션으로 어머니날을 기념했으나 흰 카네이션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어머니 생존 시엔 분홍색 카네이션, 돌아가시면 흰 카네이션을 선물했습니다. 카네이션 선물의 기원은 역시나 안나 마리 자비스로, 1907년 어머니의 2주기를 추모하며 흰 카네이션을 나눠준 이벤트가 시발점이 됐다고 하네요. 시간이 흘러 안나 마리 자비스는 어머니날을 이용한 상업화가 두드러지자 여기 실망해 어머니날을 없애려고 했다는 일화도 있고요. 이 결과인지 지금 미국에서는 이날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풍습을 찾기 어렵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자료를 보면 같은 해 어버이날(4월28일~5월4일) 기간에 국내 거래 국산 절화(자른 꽃) 카네이션은 3만5528속(1속=20송이), 71만560송이로 직전년 동기 5만6366속과 비교해 37% 감소했네요. 2022년 7만5937속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더 확연합니다. 화분 형태의 카네이션은 같은 기간 7만9477분이 팔려 전년보다 약 33% 줄었고 올해 현황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다지만 아마도 경제상황을 따지면 작년보다 더 감소했을 듯하네요. 주변을 봐도 어버이날 카네이션의 상징성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라 요즘엔 현금을 위시해 실용적인 선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죠. 붉은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의 신뢰' '건강을 비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지나간 어린 시절, 가슴팍에 달아드리던 그 붉은 꽃 한 송이… 이 한 송이가 어떤 부모님에겐 세월의 시름에 덧입히는 강렬한 빨간색일 수 있습니다. 저는 국내 화훼업종 종사자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음을 명확히 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지난달 30일에 열려 오는 9일 폐막을 앞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열기가 아직도 뜨거운데요. 일일 티켓 매진율은 90%에 육박할뿐더러,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각종 부대행사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전주 완산구 '영화의 거리'에 들어서면 영화제를 상징하는 큐브 구조물과 오거리 문화광장이 방문객을 맞이하는데요. 특히 영화제 기간 오거리 문화광장에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립니다. 이곳에 마련된 '전주라운지'에는 ▲더리터 ▲농심 ▲하이트진로 등이 부스를 통해 각종 이벤트를 준비했죠. 이 가운데 농심은 재작년에 이어 전주국제영화제 측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다양한 행사를 전개했는데요. 우선 영화제에 방문한 관계자들에게 '신라면 툼바'와 스낵 제품 '닭다리'를 제공했습니다. 또 문화광장에 위치한 농심 부스에서는 퀴즈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이벤트를 통해 신라면 툼바, 마라짜파게티, 배홍동칼빔면을 선물하는 중인데요. 지난 1일부터 운영 중인 농심 부스에는 일평균 1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하이트진로 전주지점도 지난 2014년부터 영화제에서 홍보 부스를 꾸리고 있는데요. 올해는 '일품진로' '테라 라이트'와 계열사 서영이앤티의 숙취해소제 '모닝이즈백'을 중심으로 홍보에 나섰으며 하루 2000명 정도 머물렀다고 합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더리터도 우리 영화와 문화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23년부터 후원을 시작했는데요. 올해도 국내외 게스트와 관객을 위해 전국 더리터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과 스파클링 음료를 전달했습니다. 국내외 게스트들은 게스트센터, 관객들은 전주 영화의거리 메가박스 앞에서 열릴 버스킹 공연 전후로 진행되는 관객 이벤트에 참여해 받을 수 있다네요. 아울러 오거리문화광장에 설치한 전주국제영화제 페스티벌존에서 커피트럭을 운영하면서 룰렛 이벤트로 재미도 선사했습니다. 이 외 제주삼다수와 롯데칠성음료도 삼다수와 칠성사이다 제로를 제공하며 후원에 참여했고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도 후원사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농심은 특별상인 '농심신라면상'을 처음 마련했습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한국경쟁 부문 감독에게 500만 원과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으로 첫 트로피는 '여름의 카메라'를 연출한 성스러운 감독에게 돌아갔는데요. 여름의 카메라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함께 즐기던 사진찍기도 그만둔 '여름'이 우연히 축구부 에이스 '연우'에게 반하면서 시작합니다. 여름은 연우를 찍기 위해 아빠가 고등학교 시절에 쓰던 카메라를 사용하는데요. 이후 필름을 현상하니 아빠가 당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통해 아버지가 숨기고 있던 비밀을 알게 돼 이를 파헤치는 줄거리입니다. NH농협은행도 지역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전주국제영화제 초기부터 국제 경쟁 작품상을 후원 중이죠. 올해 이 상은 지난 3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제 CPH:DOX를 통해 대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인 천더밍 감독의 '시인의 마음'이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 공유빈은 중국 산골에서 조부모,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함께 사는 인물로 다른 미래를 살기 원하는데요. 그런 유빈의 학교에서는 시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 학교 아이들 시를 바탕으로 유빈이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거대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액자처럼 묘사했다는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교보생명이 후원하는 한국단편경쟁 감독상에는 '불쑥'의 김해진 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요. 이 보험사는 지난 2019년 우리나라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보험업계 최초로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후 각종 영화제에서 후원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후원상도 이 일환의 하나고요. 이 밖에도 전북은행은 전주국제영화제 1회부터 계속 후원에 참여한 은행인데요. 올해 영화제에서는 문화광장에 이동영업점이 '쏙버스'를 배치해 나들이객의 편리한 금융 거래를 도왔습니다. 매년 정부의 영화제 예산은 삭감되지만, 이같이 꾸준하게 우리나라 영화 산업을 위해 후원하는 기업 덕분에 국제적인 영화 산업 교류를 위한 중요한 장으로 성장할 국내 영화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달 30일 성황리에 열린 가운데 많은 이들이 전주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기치 아래 올해 열린 올해 영화제 예매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죠. 지난달 18일 오전 11시에 열린 일반 예매는 같은 달 25일 오후 5시 기준 전체 판매분의 85% 이상이 예매됐는데, 이는 역대 전주국제영화제 중 최고 예매 수치라고 합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처럼 평소 보기 힘든 전 세계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영화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이벤트가 많다는 특징을 지녔는데요. 이런 이벤트 가운데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영화인이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돼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특별 섹션인데요. 올해는 배우 이정현 씨가 프로그래머로 등장했습니다. 그는 지난 1996년 장선우 감독의 '꽃잎'에서 '연기 천재'라는 칭호를 받으며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죠. 이후 다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이정현 씨는 지난 1999년 돌연 테크노 댄스 가수로 변신해 세간의 이목을 받았고요. 가수 활동 기간에도 ▲와 ▲바꿔 ▲줄래 ▲반(半) ▲아리아리 등 여러 히트곡을 배출하면서 수차례 음악 관련 수상도 하며 2000년 중후반에는 중국에 진출해 한류스타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이 씨는 올해 영화제에 ▲박찬욱 감독 '복수는 나의 것(2002)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아무도 모른다(2004)' ▲다르덴 형제 '더 차일드'(2005)에 더해 자신이 열연한 ▲장선우 감독 '꽃잎(1996)' ▲안국진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박찬욱·박찬경 감독 '파란만장(2011)'을 추천작으로 선정했는데요.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올해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제안을 받아 영광스럽다"며 "같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얘기를 하는 게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매우 재밌고 행복하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추천작을 설명하던 중 영화계 복귀에 대한 은인으로 박찬욱 감독을 언급하네요. 이 씨는 지난 2011년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단편영화 '파란만장' 출연을 계기로 수많은 시나리오를 받아 영화계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연기 천재로 불렸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터라 들어오는 대본이 많지 않았고 성인이 된 이후 테크노라는 음악 장르에 빠져 가수로 연예계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사석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이 꽃잎을 언급하며 "연기를 왜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는데요. 꽃잎이 미성년자 관람불가여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는 그에게 박 감독은 "꽃잎을 잊지 말고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간직하며 배우라는 직업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DVD로 10여 장을 제작해서 선물했다고 합니다. DVD를 받고 처음으로 끝까지 꽃잎을 감상한 이 씨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소재임에도 시적으로 찍어낸 장선우 감독이 괜히 거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러면서 "계속 인사를 못 드리다가 3년 전 한 시상식에서 보게 됐고 올해 프로그래머로 선정돼 같이 꽃잎을 보고 싶다 연락해 동행해 줬다"고 말했는데요. 그 덕분에 장 감독은 지난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이후 오랜만에 영화제 나들이를 하게 됐습니다. 영화 파란만장 이후 다시 영화계에 얼굴을 비춘 그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2015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요.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와 연상호 감독의 '반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을 통해 다시 대중에게 영화배우라는 각인을 톡톡히 남겼습니다. 배우로의 삶을 이어가던 중 그는 연출에 대한 꿈을 키워 현재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죠. 여기서 탄생한 그의 첫 연출작 '꽃놀이 간다'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봉합니다. 창신동 모자 사건을 모티프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엄마와 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하네요. 창신동 모자 사건은 지난 2022년 4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옛 주택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생활고 끝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당시 수도요금 체납을 위해 방문한 수도사업소 직원에 의해 사망한 지 약 한 달 만에 발견돼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죠. 이 씨는 "40대에 접어들고 아이를 낳다 보니 세상을 보는 관점 풍부해졌는데, 당시 이 사건을 봤을 때 가슴 아팠고 이를 토대로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모녀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며 올해 이곳에서 공개됐는데, 예산 500만 원밖에 안 돼서 부족했음에도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영화 제작 중 1인 제작사 '와필름'을 설립한 그는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꾸준히 알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치네요. 다음 달 들어가는 차기작 역시 생활형 범죄를 저지르는 모녀의 얘기라고 합니다. 간담회 말미에 그는 "가수로 활동할 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하루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며 노래를 부르는 기계라고 느낄 정도로 가장 불행했던 시간이었다"며 "결혼과 출산 이후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 다시 영화를 찍으면서 마음이 편해졌고 팬들을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제언했는데요. 연기 천재로 시작해 테크노 여전사, 각종 영화제를 휩쓸기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이정현 씨의 배우, 연출자로서의 '4막 인생'도 기대됩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제103회 어린이날이죠.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이들이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인식을 높이고자 제정한 법정 공휴일입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아이들에게도 민족정신을 심어주고자 소파 방정환을 위시해 여러 인사들이 1921년 '천도교 소년회'를 꾸리고 이들도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식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어린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죠. 그리고 1922년 5월1일, 소년운동단체들과 신문사가 모여 '어린이날 선언'에 이어 가두선전을 하며 어린이날의 역사적 태동을 알렸고 이듬해 5월1일, 전국적인 최초의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어린 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어린 사람을 늘 가까이 하시고 자주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어린 사람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십시오' 등의 내용이 담긴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어린이를 존중해달라는 메시지도 전파했고요. 4년의 시간이 지난 1927년, 어런이날이 노동절과 겹치자 5월 첫째 일요일로 날짜를 옮겼다가 점차 일제의 탄압이 심해져 1939년부터 행사가 중단됐습니다. 이후 1945년 광복의 빛과 함께 어린이날이 부활했고 날짜도 5월5일로 확정했죠. 1961년 아동복지법 제정, 1975년 법정 공휴일 지정을 거쳐 2018년부터는 어린이날이 주말이나 공휴일과 겹칠 경우 대체공휴일을 적용하게 됐고요. 이날은 미래의 주역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기념식, 체육대회, 글짓기 대회, 동요·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축제의 한마당입니다. 단순 공휴일이 아니라 어린이의 권리와 행복한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어른들의 사회적 약속을 되새기는 날인 거죠. 어린이 대부 방정환…색동 제안한 윤극영 어린이들의 대부였던 소파 방정환 선생은 한국 최초의 어린이 문화운동 단체인 색동회(色同會)를 구성해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어린이들이 보장받을 모든 것을 감싸려고 노력했습니다. 1923년 3월16일 발족해 같은 해 5월1일 일본 도쿄에서 창립한 색동회는 현재 서울특별시 금천구 디지털로 121에 위치하는데요. 초대 회장인 방정환을 축 삼아 강영호, 손진태, 고한승, 정순철, 조준기, 진장섭, 정병기가 뭉쳤고 이후 윤극영, 마해송, 조재호, 정인섭 등도 합류했습니다만 이들 중 일부는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되는 등 친일 논란이 있어 마음이 좀 씁쓸합니다. 여러 색의 옷감을 잇대거나 여러 색으로 염색해 만든, 아이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소맷감인 '색동'을 단체의 명칭으로 제안한 이는 윤극영이라고 하죠. 동요작곡가이자 동화작가, 아동문화가인 윤극영은 '반달 할아버지'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입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 반달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 기찻길 옆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 따오기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 고드름 모두 알 만한 정겨운 노래들이죠? 그리고 한 곡 더하자면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 역시 윤극영 작곡입니다. 1948년 만든 이 곡은 '고향 땅' '나란히' '동네 한 바퀴' '똑같아요' '새 신' '작은 별' '옹달샘' '짝짜꿍' 등 셀 수 없이 많은 곡에 가사를 붙인 불세출의 아동문학가로 '동요의 아버지'라 불리는 석동(石童) 윤석중 선생이 작사했고요. 4분의 2박자, 바장조 행진곡풍인 어린이날 노래는 작은악절이 마디 4개로 이뤄지는 통상의 동요들과 달리 각각 5개, 5개, 6개, 5개로 5월5일에 맞춤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음악에 진심이던 윤극영…반달처럼 반쪽인 논란 이처럼 희망찬 미래를 곡으로 표현했던 윤극영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1903년 9월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태어난 윤극영은 경성교동보통학교와 경성제1고등보통학교(지금 경기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졸업 후 경성법학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음악에 뜻이 있어 중퇴 결정을 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요음악학교, 동경예술학교, 오사카 음악학원에서 각각 성악, 바이올린, 지휘, 화성학 등을 전공했고요. 색동회와 함께 1924년에는 ‘다알리아회’(달리아회)라는 동요단체를 조직해 한국 창작 동요 보급에 힘쓰며 그해 우리나라 첫 창작 동요로 꼽히는 반달을 작사·작곡했고 2년이 지나 역시 한국 최초 동요집 '반달'을 펴냈습니다. 광복 후 다시 찾은 나라에서는 '노래동무회' 등에서 활동하며 평생 700여 곡을 만들었고 1956년 소파상, 1970년 국민훈장 목련장 등 다수의 상훈을 받았죠. 그가 거주하며 수많은 작곡 작업을 하던 서울 강북구 소재 '윤극영 가옥'은 서울미래유산 제1호로 반달 할아버지의 숨결을 잇고 있습니다. 참혹했던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말과 정서를 담은 노래를 퍼뜨려 희망을 민족정신에 희망을 심어주던 윤극영지만 색동회에 대해 기술하면서 언급했던 친일 논란에 엮인 과거가 있는데요. 기독교 신학자이자 정치가·교육자·반일반공운동가·시민사회운동가인 강원용 목사는 윤극영이 만주 간도의 친일단체였던 '간도협화회(오족협화회)'에 참여한 이래 자신의 동참도 강요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단체는 1940년대 한족, 조선족, 일본인, 몽골족, 만주족 등 5개 민족의 친화를 다진다는 미명 아래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미화해 선전하고 항일세력을 탄압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 모임 회장이 윤극영이었다는 얘기도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윤극영의 가족과 일부 연구자들은 당시 일본군정의 강압에 의해 가입했을 뿐 일제에 협조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요. 실제 친일행적을 뒷받침할 문서 등의 근거는 찾기 어려워 친일 논란이 편향적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으나 일단 친일단체에 몸담았던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윤극영 본인도 회고록 등을 통해 협화회 가입이 평생의 상처와 고통이었다는 술회를 남겼죠. 어린이날을 앞둔 와중에 지금의 어린이들은 나중에 그의 창작물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 자못 궁금합니다. 그의 노래는 앞으로도 불리겠지만 그림자 같은 화음이 붙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IE 산업] 지난 9월 신용카드 소비자 상담이 전년 동월 대비 212.5% 급증. 이는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 사고의 여파가 소비자 불안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 28일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전체 소비자 상담은 총 5만8650건으로 전월 5만4740건 대비 7.1%, 전년 동월 4만4272건 대비 32.5% 증가. 이 가운데 신용카드 관련 상담 증가율은 51.6%로 사과(148.5%)와 모바일게임서비스(51.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음. 상담 사례 중에는 "신청한 적 없는 카드 발급 전화를 받았다" "명의 도용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다수. 이에 소비자원은 이를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 이후 확산된 불안감의 반영으로 해석. 개인정보 도용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의 카드사 문의 및 해지 요청이 증가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 한편, 품목별로는 사과 품질 불만 상담이 급증. 수확철을 맞아 거래가 늘면서 '광고와 달리 크기가 작거나 썩은 제품을 받았다'는 불만이 다수를 차지한 것. 반면 ▲신유형상품권(-31.2%) ▲상조서비스(-21.4%) ▲티셔츠(-12.6%) 상담은 감소. 이는 지난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APEC CEO 서밋 개최 오늘부터 31일까지 APEC 정상회의 주간에 대한상공회의소·KOTRA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으로 APEC CEO 서밋, 부대행사, 수출·투자 연계행사 등 개최.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CEO 서밋은 정상회의와 더불어 APEC 양대 협력 플랫폼. APEC 정상과 글로벌 CEO 등 세계 리더가 한자리에서 인공지능(AI)·기후변화 등 시대 핵심 이슈를 논의하고 혁신 아이디어 및 실천적 해법 모색. 올해는 'Bridge, Business, Beyond'를 주제 삼아 모두 20개 세션 전개. 다미선교회 시한부종말론 사건 이장림 목사 등이 1992년 오늘, 세계 종말이 와 예수가 세상에 왔을 때 신도들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휴거(携擧) 종말론을 주장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 다미선교회 시한부종말론 사건 발생.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 4일 법원은 이장림에게 사기죄로 징역 2년 선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 2만6000달러 몰수형 선고. 윤금이 피살 사건 1992년 10월 28일, 경기 동두천시 기지촌의 술
[IE 금융] 교보생명 편입을 앞둔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빌딩으로 사옥을 옮기며 '한 지붕 출발'을 알렸다. 28일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이 저축은행은 전날인 27일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교보생명빌딩 1층에 대구지점을 새롭게 이전·오픈했다. 기존 달구벌대로 사옥에서 이동한 이번 이전은 고객 접근성과 금융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진행됐다. 또 내년 교보생명 계열사 편입을 앞둔 시점에서 상징적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전 오픈 기념식에는 SBI저축은행 김문석 대표와 크리스 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교보생명 조규식 부사장, 교보문고 남성호 남부사업단장이 참석했다. 새 지점은 대구 최대 상권인 동성로 중심에 있어 유동인구 접근성이 높으며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과 연결됐다. 더불어 중구는 물론, 수성구·달서구와 같은 인근 생활권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이번 이전을 기념해 교보생명과의 첫 공동 마케팅으로 연 7.2% 정기적금 특판도 출시했다. 사이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이다입출금통장'을 개설한 뒤 교보문고에서 서적을 구매한 고객이 대상이며 가입 기간은 12개월, 월 납입 한도는 30만 원, 총 1000좌 한정으로 운영된다. 이벤트는 내달
[IE 금융] 금융당국이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담당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28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합동대응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을 했다고 알렸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 A는 최근 약 2년 동안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주관했던 11개 종목의 공개매수 관련 중요 정보를 직장동료와 지인에게 전달했으며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이들은 공개매수 사실이 시장에 공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매수, 공표 후 주가가 상승하면 전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20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했다. 공개매수는 경영권 확보와 같은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기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통상 현재 주가보다 높게 책정되므로 공개매수 사실 발표 시 주가가 상승하는 '호재성 정보'로 인식되는 만큼, 자본시장법은 일반 투자자들에 공표되기 전까지 같은 정보를 주식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합동단의 매매 분석 및 자금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