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유업의 '우유속에' 시리즈가 리뉴얼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저당·제로 트렌드에 맞춰 이 제품을 무가당으로 바꿨지만, 기존 제품을 선호했던 고객 요구에 응한 것인데요. 실제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무설탕으로 리뉴얼되면서 락토프리로 마실 수 없는 부분이 아쉬워 매일유업 사이트에 의견을 남겼는데 답변을 받았다"며 매일유업 고객센터에서 보낸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이 문자를 보면 매일유업은 예전 제품을 선호했던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우유속에 시리즈를 기존 풍미와 성분으로 다시 원복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이번 리뉴얼은 우유속에 브랜드 본연의 진한 풍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으며 우유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로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게끔 구현했다네요. 우유속에 시리즈는 지난 1995년 처음 출시된 매일유업의 대표 가공유 브랜드입니다. 인공색소와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실제 원물과 과즙을 담아 300ml 대용량으로 가공유 시장에 처음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죠. 이후 매일유업은 딸기 및 바나나 과즙을 넣은 제품에 이어 2002년 커피 추출액을 넣은 '우유속에 모카치노'와 2003년 생초콜릿을 첨가한 '우유속에 코코아'로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또 복숭아 과즙, 카라멜 마끼아또, 아몬드, 망고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부응해 여러 맛을 내놨지만 현재 딸기·코코아·커피로 라인업을 굳혔고요. 여기 더해 지난 2022년 락토프리 가공유로 업그레이드했죠. 이번 리뉴얼에 대해 매일유업 관계자는 "고객들이 풍미라든지 락토프리에 대한 얘기를 해줘서 반영에 참고했다"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고객들과 소통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식품업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확인, 제품 리뉴얼 및 출시에 나서고 있는데요. 일례로 팔도는 지난 3월 출시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를 출시 약 한 달 만에 리뉴얼했습니다. 이 제품은 국내 비빔라면 최초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맛을 내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기존 팔도비빔면과 비교해 맛이 매우 다르다는 반응이 이어지자 곧장 맛을 변경한 거죠. 롯데웰푸드(前 롯데제과)는 올 상반기에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치토스 체스터쿵 새콤달콤 딸기맛(치토스 체스터쿵)'과 아이스크림 '대롱대롱' 및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엄마의 실수)'를 재출시했습니다. 오리온과 미국 프리토레이 합작사 '오리온프리토레이'가 내놓은 제품인 체스터쿵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출시 당시 캐러멜, 딸기 두 가지 맛으로 구성해 치토스 마스코트인 '체스터' 발바닥을 형상화한 모양과 단맛을 내세워 많은 사랑을 받은 과자입니다. 이후 롯데웰푸드가 2006년 펩시코(PESICO)와 제휴를 체결, 치토스 국내 판권을 갖게 되면서 이 제품 생산을 맡게 됐고요.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이 추억의 과자를 잊지 못한 고객들이 최근 2년간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200여 건의 재출시 요청을 했답니다. 이런 목소리에 화답하기 위해 이 회사는 사라진 제조 설비를 약 1년 동안 준비해 제품을 세상에 내놨죠. 아이스크림 '대롱대롱'은 1987년 롯데삼강(現 롯데웰푸드)이 출시한 떠먹는 형태의 과일 맛 제품으로 과일처럼 생긴 용기 덕분에 인기를 끌었는데요. 2010년경 단종됐지만 꾸준한 재출시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1980~90년대 배경의 여러 콘텐츠에 등장할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이를 추억하는 소비자 반응이 끊이지 않았다네요. 최근 3년간 SNS로 실시한 내부 조사에서도 재출시를 희망하는 자사 빙과 중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합니다. '엄마의 실수' 역시 2006년 선보였던 우유 믹스를 베이스로 한 과일 맛 아이스크림인데, 2021년 단종된 후 이를 추억하는 소비자 반응이 온라인상에서 꾸준했고요. 다만 이 세 가지 제품 모두 한정판으로 생산돼 체스터쿵과 대롱대롱은 아쉽게도 재고 소진된 상태입니다. 농심이 1991년 단종했던 카레맛 과자 'B29'는 네이버에 '카레맛 과자 비29 재생산을 바라는' 팬카페가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이 간절하게 재출시를 요청했죠. 이에 농심은 지난 2월 편의점 CU에서 이 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현재는 판매 호조에 판매 채널을 늘렸다고 합니다. 지난 1990년 출시된 다양한 과일 맛의 츄잉캔디 '비틀즈' 역시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제품입니다. 오리온은 작년 6월 비틀즈 생산을 종료한 뒤 맛과 식감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소비자 요청에 일정을 대폭 당겨 올 2월에 공개했다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2013년 영국 와이트 섬(Isle of Wight)의 해안도시 라이드(Ryde)에서 고고한 어둠을 발산하며 모습을 드러낸 Joe Hawker(조 하커)의 1인 프로젝트 Ethereal Shroud(이서리얼 슈라우드)의 'Trisagion(트리사기온: 세 번 거룩한)'. 2013년 10월 첫 데모 발매 후 2015년 2월 정규 1집 'They Became the Falling Ash'로 저온숙성한 검은 이스트 같은 장르적 이미지를 굳힌 조 하커에게 이서리얼 슈라우드는 음악적 비전 그 자체입니다. 조 하커는 이 원맨밴드에서 보컬, 기타, 작곡, 작사, 편곡 등 음악 제작의 주된 분야를 홀로 담당하면서 일반 뮤지션들과 달리 자신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게 노출하지 않는 신비주의적 익명성을 유지하죠. 다소 고립된 환경에서 자란 까닭인지 그의 음악적 주제인 고립감, 우울함, 광활함을 자신의 음악에 담아 감정에 기반을 둔 철학 공유를 제시합니다. 이 감정들은 개인적 트라우마의 자극제 역할을 하며 탐욕으로 무너지는 세상에 대한 분노, 반파시즘 등 비판적이고 내성(內省)적인 주제와 직결되고요. 자신의 온전한 감정을 훼손 없이 고스란히 표현하고자 이 솔로 프로젝트를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애트모스페릭·디프레시브 블랙, 퓨너럴 둠 메탈의 장르적 경계를 헤치는 Trisagion 앨범의 발매일은 2021년 12월 10일로 앨범의 완성도를 한계치까지 높이고자 기존 작업방식에 변화를 줬는데요. 게스트 보컬 섀넌 그리브스(Shannon Greaves) 외에도 드러머 존 커(John Kerr)를 두고 리처드 스펜서(Richard Spencer)에게 베이스와 비올라를 맡기며 세션들과 함께 서정적인 면에서 블랙 메탈이 구현할 수 있는 극한의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앨범 제목 Trisagion은 그리스어 Τρισάγιον에서 차용한 것으로 동방 정교회에서 사용되는 '세 번 거룩한(Holy God, Holy Mighty, Holy Immortal, have mercy on us)'이라는 의미의 성가(聖歌)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종교적 단어를 제목으로 채택했으면서도 세상의 불의가 야기하는 내면의 증오와 절망을 건드리는 이 앨범은 그림자의 찬송가(讚頌歌)인 셈이죠. 어둠 안에서 사색적인 휴식을 취하길 원한다면 본 앨범이 잡아끄는 깊은 기저로 침잠해도 후회 없을 겁니다. 치유와 희망을 찾는 복잡한 여정을 블랙 메탈에 새겨 총 재생시간 64분 15초, 세 곡에 채운 Trisagion 수록 트랙 전체 살피면서 이번 편 마침표 찍겠습니다. 앨범 내에서 27분 47초로 가장 긴 첫 번째 트랙 'Chasmal Fires'는 팀파니와 오르간, 플루트로 장엄하지만 불안정한 서사를 전개하며 제목처럼 '심연의 불'을 서서히 밝힙니다. 극단적으로 길고 반복적인 리프 사이를 섀넌 그리브스의 맑은 보컬이 차분하게 메우며 듣는 이에게 심연을 떠오르게 하죠. 자신을 비난하는 사회에 대한 증오를 격렬하게 폭발시킨 이 곡은 리드 기타의 선율을 비올라가 이어받는 것으로 앨범 전체 분위기를 짐작케 하며 총 재생시간 64분 15초라는 시간적 구애(拘礙)보다 단 세 곡뿐이라는 아쉬움을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킬링트랙이고요. 어둠에 맞서는 봉기의 의지를 세운 두 번째 곡 'Discarnate'는 1번 곡보다 더욱 역동적으로 청각을 파고듭니다. 통상적인 둠 메탈의 늪 같은 잡아끌기와 블랙 메탈의 폭풍 같은 몰아치기가 교차하지만, 밝은 정서를 전달하듯 곡 전체에서 뚜렷한 음악적 색채를 드러내죠. 긴장감이 높은 트랙으로 잦은 템포 변화와 활발한 구성은 '육체를 벗어난다'는 곡 제목을 제대로 나타냅니다. 서사적 결론을 짓는 마지막 트랙 'Astral Mariner'는 몽환적인 장엄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곡으로 리처드 스펜서의 비올라가 슬픈 종말을 예고하는 가운데 길게 퍼지는 조 하커의 스크리밍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해방감을 선사하죠. 풍부한 신시사이저 레이어가 템포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며 '별 세계의 선원'이라는 제목과 같이 상실을 넘어선 평온을 안겨 유종이 거두려는 아름다움을 책임집니다. Chasmal Fires 27:47 Discarnate 13:54 Astral Mariner 22:34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지지난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아침 햇살을 만나 새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제설작업 탓에 불편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일터에서 한숨 돌리며 도심 설경을 살피니 흰색이 주는 순수함이 마음을 들뜨게 하더군요. 눈의 결정들로 뭉친 백색 융단이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고스란히 끌어안고는 수많은 프리즘처럼 사방으로 퍼집니다. 이 찬란한 반사가 만드는 백색의 경이는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경고를 품고 있죠. 아래 이미지는 집 주변의 풍경인데 제가 본 눈부심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너무 아쉽네요. 지표면의 눈이 반사하는 강렬한 빛은 때때로 단순한 눈부심을 넘어 우리 눈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설맹증(雪盲症, Snow Blindness)'입니다. 의학적으로 광각막염(Photokeratitis)이라고 부르는 설맹증은 눈이 강한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돼 각막 표면에 일시적 화상이나 손상이 생겨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눈(雪)이 많이 쌓인 환경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설맹증이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설맹증의 핵심 원인은 극도로 높은 자외선 반사율입니다. 새로 쌓인 눈은 태양광 속 자외선의 약 80~90% 정도를 반사하는데, 이는 일반 지표면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스키장이나 고산 지대에서는 직접 쬐는 태양광과 눈에 반사돼 올라오는 자외선까지 눈에 이중으로 노출되죠. 이렇게 강력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눈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각막의 상피세포(표면 세포)에 상처가 생겨 염증이 발생합니다. 눈에 발생하는 화상이라고 여기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이 질환은 자외선 노출 직후가 아니라 6~12시간가량 지난 후 발현하는 것이 특징이고요. 눈의 이물감, 뻑뻑함, 시야의 일시적 흐릿함 이후 극심한 안통, 강한 눈부심(광선 공포)과 함께 눈물 과다 분비, 두통 등이 동반되며 중증일 경우 일시적 시력 저하나 시야가 어둡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답니다. 다만 대부분 일시적인 질환으로, 각막의 회복력이 빨라 비교적 단시간 내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네요. 설맹증이 나타나면 즉시 야외 활동을 중단하고 빛을 완전히 차단한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고 쉬어야 합니다. 눈 주변에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과 부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안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죠. 설맹증을 예방하려면 스키장, 눈 덮인 산 등 자외선 반사율이 높은 곳에서 활동 시 꼭 자외선 차단율 100%인 고글 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이처럼 고글이나 선글라스로 간단히 예방할 수 있지만, 1세기 전 선조들에게 설맹증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죠. 가혹한 환경에서 설맹증과 사투를 벌였던 남극 탐험의 비극적인 영웅 로버트 팰컨 스콧(Robert Falcon Scott, 1868~1912)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목숨과 바꾼 연구…최초 목표는 두 번째였을 뿐 영국의 해군 대령이자 탐험가 로버트 스콧은 20세기 초 남극점 정복 경쟁에서 노르웨이의 로알 엥겔브렉트 그라브닝 아문센(Roald Engelbregt Gravning Amundsen, 1872~1928)과 맞섰습니다. 스콧의 두 번째 남극 탐험인 테라 노바(Terra Nova) 원정은 전 대원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 결말로 세계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탐험 기록 중 하나가 됐죠. 스콧을 포함한 5인 탐험대의 최우선 순위는 남극 대륙의 지질, 기상, 생물학 등 광범위한 과학 연구였으며 남극점 최초 도달은 두 번째 목표였다고 합니다. 경쟁자보다 보급 기지를 남극점에 110km 더 가깝게 설치하는 등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웠던 아문센이 1911년 12월 14일, 인류 최초로 목적지에 도달한지 한 달여 지난 1912년 1월 17일 그곳에 도착한 스콧 일행은… 노르웨이 국기와 아문센이 남긴 텐트, 편지를 발견하고 남극점 최초 정복 목표를 상실하게 된 스콧 일행은 귀환 길에 예상치 못한 악조건에 직면하며 비극을 맞았습니다. 연료 저장고에서 난방 및 조리용 연료가 샌 것도 모자라 식량까지 부족했죠. 문자 그대로의 설상가상으로 예상보다 거셌던 눈보라와 추위가 이동을 방해하던 와중에 일부 대원들이 설맹증을 앓아 그렇지 않아도 묶였던 발은 아예 굳어버렸고요. 이런 상황에 대원 중 한 명이던 로런스 에드워드 그레이스 오츠(Lawrence Edward Grace Oates, 1880~1912) 대위는 동상과 체력 고갈로 일행에 짐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채 스스로 목숨을 버렸지만 이런 희생에도 남은 모두는 보급 기지까지 불과 17㎞를 남기고 1912년 3월 29일경 동사했습니다. 시민 발걸음 제한하는 도심의 설맹 남극점 최초 도달 실패라는 패배감보다 스콧 일행을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은 악재 중 하나였던 설맹증. 고글 없이 설원을 행군하던 일행 중 설맹증이 유독 심했던 에드워드 윌슨(Edward Adrian Wilson, 1872~1912) 박사는 동료가 끄는 썰매에 매달려 눈을 감은 채 걸어야 했는데 이는 전체의 행군 속도를 치명적으로 늦췄고 결국 모두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시야를 잃은 대가는 죽음이었던 거죠. 2025년 12월 4일, 그날 밤 서울은 도로 위 설맹에 발길이 잡혔습니다. 100여 년 전 남극의 비극을 오늘날 도심에 대입하는 건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분명한 하나는 우리 사회가 적절한 대처 없이 시야를 잃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겁니다. 이날 제설작업의 적기를 놓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됐고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죠. 글이 길어져 기억에 남는 사례 하나만 꼽겠습니다. 4일 저녁 7시께부터 봉담과천고속도로 청계IC~의왕IC 구간에서는 운전자들이 무려 9시간 30분 동안 도로 위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설차량조차 진입하지 못한 이 시간 동안 시민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했고요. 경기 남부에서만 아침까지 접수된 폭설 관련 피해 신고는 1900건을 넘어섰고 서울 도심 평균 통행 속도는 사람이 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시속 20.9㎞/h에 머물렀답니다. 눈을 치운다는 건 도로를 깨끗이 하는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죠. 제설은 80%의 자외선을 반사하는 눈을 걷어내어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는 일이자 빙판을 없애 1.5톤의 쇳덩어리가 흉기로 돌변하는 것을 막는 업무입니다. 설맹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교통마비 역시 제설제 살포와 선제적 인력 배치 등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죠. 스콧의 비극이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앞을 봐야 안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위험한 정체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경기 악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새해 복을 기원하는 상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 걸어두면 돈을 불러온다'는 은행 신년 달력 구하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은행 달력이 우후죽순 올라왔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고요. 과거 달력이 귀하던 1960년대 후반, 대중적인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은행들이 연말마다 달력을 돌렸는데요. 그러나 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석유 파동) 발생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게 되자 정부가 은행의 달력 제작을 종이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엔 달력 배포 금지 조처가 내려졌죠. 이후 1983년 경제 안정화와 함께 긴축 정책이 완화되자 은행들은 달력 마케팅을 재개했는데요. 긴 공백기를 거친 만큼,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된 은행 달력은 매년 여러 형태와 디자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은행 달력은 어떤지 살펴볼까요? 우선 2026년 신한은행 달력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신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담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달별 이미지를 통해 ▲신한 AI 브랜치 ▲아름인도서관 ▲이브닝플러스 ▲한국금융사박물관 등 현재 신한에서 시행 중인 서비스와 미래지향적 점포, 여러 사회공헌활동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달력은 KB금융 캐릭터인 '스타프렌즈'를 활용했습니다. 스타프렌즈는 지난 2020년 첫 공개된 ▲키키(토끼) ▲아거(오리) ▲비비(곰) ▲라무(라마) ▲콜리(브로콜리) 등 각자 별에서 꿈을 찾아 지구에 온 친구들인데요. 이번 달력에는 따뜻한 그림체로 이들 캐릭터를 통해 ▲어린왕자 ▲홍길동전 ▲오즈의 마법사 등 고전동화들을 재현한 이미지를 그려냈습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에서 달력을 만들었는데요. 2026년 달력은 우리금융 모델 가수 아이유의 모습과 우리금융미래재단의 발달장애 미술가 지원 사업인 '우리시각' 작가들의 작품이 담겼습니다. 월별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이달의 작품을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고요. 작년 4월 첫 시작된 우리금융의 우리시각 사업은 서울문화재단과 공동 운영을 통해 서양화, 동양화, 판화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을 돕고 있습니다. 매년 10명을 선정해 전문 멘토링은 물론, 제작비,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지원한다네요. 하나금융그룹에서 디자인한 하나은행 내년 달력은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백남준아트센터와 협업했습니다. 매달 다양한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작품 설명을 보면서 그를 기릴 수 있다네요. IBK기업은행의 내년 달력은 백순실 작가의 작품이 실렸습니다. 백 작가는 음악과 차(茶)를 주제로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을 그리며 30여 년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요. 대표 작품으로는 차와 자연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동다송(東茶頌)' 시리즈와 우리나라 소리와 세계 유명 작곡가의 음악을 시각화한 'Ode to Music'이 있습니다. 달력 속 백순실 작가의 작품처럼 경기 침체 속 안정과 위안을 강조한 기업은행의 기조로 읽히네요. 이처럼 은행권들의 내년 달력에는 각자 브랜드 정체성과 사회적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내년 한 해가 달력에 담긴 메시지처럼 잔잔한 좋은 일들로 채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주의. 가장 최근 '수영씨 이야기'가 올해 7월 29일이더라고요. 저는 기껏 해봤자 두 달 정도 지나겠거니 생각했는데 다섯 달이나 흘렀다는 점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동안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마지막 콘텐츠 작성 이후부터 계산해 보니 단편영화를 포함해 대략 50여 개를 감상했더라고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봤던 제품을 제외하고 영화관에서 감상했던 작품들은 30개 정도가 되겠네요. 감상하면서 수영씨든 어떤 콘텐츠로 소감 한마디를 남기고픈 작품들을 꼽자면 디첸 로더 감독의 '나와 그녀'와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어글리 시스터(이 작품은 짜사이로 작성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훌륭한 글들이 많아 저까지 덧붙이기엔 오히려 쑥스럽더군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원작 소설까지 읽을 정도로 기대했는데, 막상 쓰려니 마음이 크게 움직이진 않아 몇 줄 쓰다 멈췄습니다. 그러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그저 배우 한 명을 보기 위해 들어간 극장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났는데요. 바로 '프랑켄슈타인'입니다. 무려 1818년에 쓰인 최초 과학공상(SF)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죽음을 정복하겠다며 여러 시체로 '크리처(괴물)'를 만들었지만, 결국 빅터 자신과 크리처 모두 파멸을 맞게 되는 얘긴데요. 우연히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도 "집에서 편하게 보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잊었는데, 배우 '미아 고스'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인터넷에서 영화 'X' 줄거리와 스틸컷으로 미아 고스란 배우를 처음 접해 그의 작품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정작 X는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어 X의 프리퀄인 '펄'과 '맥신'밖에 볼 수 없었지만, 미아 고스의 매력에 빠지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런 배우를 큰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는데 예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죠. 프랑켄슈타인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전에 극장을 통해 며칠 동안 공개됐는데요. 이 같은 극장 선공개는 내년 3월 개최하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카데미 후보가 되려면 미국 6개 대도시권 극장에서 최소 하루 이상, 일주일 연속 상영해야 하죠. OTT 영화의 경우 스트리밍 공개 전 극장에서 먼저 선보여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제 첫 감상은 "극장에서 N차 찍을 수 있으면(여러 번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큰 화면을 통해 세심한 연출과 미장센, 배우들의 열연을 봐야 했는데 말이죠. 특히 소설이나 게임,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작으로 영화가 생산되는 대부분인 요즘, 프랑켄슈타인은 원작 구현의 '모범 사례'이기도 했고요. 이 작품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원작에 대해 "이 책의 매력은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는 10대 같다는 것에 있는데, 그 질문은 때론 짜증 날 정도로 날카롭다"고 설명하며 애정을 드러냈죠. 사랑하는 원작을 원작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기예르모 감독은 그만의 감성, 스타일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냄과 동시에 원작 속 대화 말투와 리듬감, 주제를 살리려고 했답니다. 또 현대 시각으로 보기엔 다소 불편할 수 있을 법한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없애되, 원작의 주제를 훼손하지 않았고요. 일례로 원작 속 크리처가 분노에 못 이겨 일으킨 무분별한 살인에 대해서는 다소 눈을 찌푸릴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오두막집에서나 남극으로 향하는 선원을 죽이긴 했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요. "사냥꾼은 늑대를 미워하지 않고 늑대는 양을 미워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들 사이의 폭력을 피할 수 없어 보였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게 세상의 이치겠구나. 어떤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사냥당하고 죽임당할 수 있는 거야." -오두막에서 벌어진 사냥꾼과 늑대의 싸움을 접한 크리처의 대사 영화가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프랑켄슈타인의 동생 윌리엄과 그의 약혼자인 엘리자베스입니다. 원작 속 윌리엄은 5살 꼬마로 죽음을 맞는 단역이지만 영화에서는 형의 사랑을 갈망하는 캐릭터로 등장하죠. 엘리자베스(미아 고스 扮)는 본래 빅터의 약혼자지만 영화에선 윌리엄과 약혼을 한 설정으로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늘 품고 있던 인물인데요. 죽기 직전 크리처에게 죽음과 사랑의 본질을 일깨워줍니다. "내 자리는 애초에 이 세상에 없었어. 이름도 모를 무언갈 찾고 갈망했지. 잃어버리고 되찾는 것. 그게 사랑의 생애야. 그 덧없음과 비극 속에서 이건 '영원'이 됐어. 차라리 이렇게 떠나가는 게 나아. 네 눈이 내게 머물고 있을 때." -죽기 직전 엘리자베스의 대사 엘리자베스가 죽은 뒤 크리처가 그의 머리를 훼손할까 걱정했는데(원작에선 크리처가 여성 크리처 제작을 위해 죽은 유모의 머리를 잘라 빅터에게 건네줬다), 엘리자베스의 유언을 듣고 그녀를 온전한 죽음의 세계로 보내줍니다. 크리처는 탄생 이후 늘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데요. 사실 우리 모두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한 번쯤 갈구한 경험이 있습니다. 기예르모 감독은 그 질문에 '정답'을 주지 않는 대신 질문 그 자체를 포용하게 만드는 쪽을 택했다고 합니다. "인생은 마치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별 같아. 마치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라는 동방신기의 '라이징선' 가사가 떠오르네요. 이 밖에도 영화에서 빅터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등장했던 빅터 아버지의 모습을 답습합니다. 매몰찬 아버지에게 자라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던 빅터는 피조물의 아버지와도 같지만 그를 냉정하게 대하죠. 하지만 크리처는 긴 여정 끝에 다시 마주하게 된 그를 용서하게 됩니다. 이런 부모의 모습과 용서를 통해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고통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셈이죠. 미아 고스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큰 틀은 천재 과학자 얘기지만 부자관계의 슬픔, 외로움과 고립, 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갈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처음으로 친구들한테 일명 '영업'으로 불리는 영화 추천을 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 그래서 뒤늦게나마 독자분들에게도 영업하기 위해 수영씨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의상과 소품, 색감, 구도 등 의미 없는 배치 모두 교향곡처럼 어우러진 작품 프랑켄슈타인. 올해를 정리하는 연말, 이 영화를 통해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이달 초, 낚시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전라남도 최북단에 위치한 영광군 낙월면 소재 최대의 섬 안마도에서 찍었다고 하네요. 친구는 오늘 저녁도 출조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느 곳으로 나설지 묻지는 않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어쩌면 이리도 황금빛일까요. 저 바다가 진짜 금이라면 물결을 따라 잔잔히 일렁이는 빛만 손으로 걷어 올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우디 금맥'과 관련한 이슈가 부상했습니다. 여러 게시물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링크를 따라가 보니 국내 한 인터넷 신문사에서 이달 25일 작성한 기획기사를 볼 수 있었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광산기업 마덴(Maaden)이 메카 인근 만수라-마사라 지역 남쪽에서 125㎞에 달하는 초대형 금광 지대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고요. 기사대로라면 이 금광에서 발견된 금의 품위는 톤당 10.4g, 20.6g인데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등급(평균 1~4g/t)이라고 합니다. 이번 발견 덕에 미개발 광물자원 추정치가 기존 1조3000억 달러에서 2조5000억 달러(한화 약 3674조 원)로 상향 조정된 사우디는 금, 희토류 등을 활용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하는 '비전 2030'의 핵심 동력이 더욱 강해졌다네요. 황금빛 미래가 펼쳐질 저 계획대로 일이 전개된다면 얼마나 부러울까요? 금빛을 좇는 존재, 탐욕이 만든 허상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초 금맥이 화제가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금맥 이슈는 탐욕이 만든 허상이라는 차이가 있죠. 올 1월, 충청 지역 한 폐광에서 길이 1800m, 가치 수천억 원대의 국내 최대 금맥이 발견됐다는 풍문이 나돌았는데요. 이 광산을 운영 중이라는 김 모 씨는 지난 2010년, 부친이 해당 광산을 인수한 뒤 시추 과정에서 대규모 금맥을 발견했다고 주장합니다. 양화점을 꾸리며 모은 돈 약 20억 원을 투자했다는 한 할아버지 외에 다른 여러 투자자들도 속을 태우지만 여전히 진실공방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립된 지질 조사 결과, 광석 분석 자료, 채굴 실적, 경제성 평가 보고서 등 금맥 존재와 매장량, 실제 채굴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1차 데이터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고요. 1990년대,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를 속인 세기의 금맥 사기극도 있죠. 1997년,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캐나다 광산 탐사업체 브리엑스 미네랄즈(Bre-X Minerals, 이하 브리엑스) 사건입니다. 사건 발생지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정글의 부상(Busang) 지역으로 브리엑스 측이 이곳에서 최대 2억 온스(약 5670톤)에 달하는 금맥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자 업체 주가는 폭등해 시가총액 6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캐나다 연기금부터 대형 기관 투자자들까지 자금을 퍼부으며 금빛 꿈에 대한 환상을 키웠으나 1997년 3월, 합작 투자를 검토하던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이 광산 샘플에 대한 독립적인 재분석을 요구하면서 악몽으로 바뀌었죠. 금빛일 수 없는 거품, 가치판단은 냉철함이 기본 조사 결과, 현장 관리자 등이 샘플에 외부 금가루를 섞어 분석 결과를 조작하는 '소금 치기(Salting)'라는 고전적 사기 수법을 썼던 것으로 실제 금 함량이 경제적 가치가 없는 수준이었답니다. 수많은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브리엑스는 결국 1997년 11월 5일 파산을 선언했고 핵심 관계자의 의문사까지 이어지며 탐욕이 빚은 가장 어두운 금융사건 중 하나로 역사에 남게 됐네요.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과장된 기대가 만드는 투기 거품은 입바람으로도 소멸할 수 있습니다. 금빛처럼 현혹적인 정보일수록 강철 같은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죠. 특히나 요즘처럼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루머와 기술 발전이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시기라면, 자신의 투자 목표와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흔들림 없이 지키는 것이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투자 리스크 최소화의 핵심입니다. 사우디 '황금 벨트'가 인류에게 실제로 풍요로운 미래를 안겨줄지 아니면 일시적 기대감에 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금빛에 눈이 멀어 허상을 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언제든 명확하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음반 소개] 열여덟 번째는 2010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음산한 기운을 퍼뜨리기 시작한 블랙·애트모스페릭 블랙 메탈 밴드 Cult of Fire(컬트 오브 파이어)의 'Čtvrtá symfonie ohně'(츠프트르타 심포니에 오흐네: 네 번째 불의 교향곡)'. 하나의 콘셉트에 머무르지 않고 주요 앨범마다 검은 변화를 추구하는 컬트 오브 파이어는 종교와 관념을 초월한 의식의 기저를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밴드입니다. 블래스트 비트와 트레몰로 리프를 기본으로 깔고 동서양이 혼합된 멜로디 라인을 끌어올리는 이들의 음악은 블랙 장르로도 얼마든지 클래식한 예술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죠. 현대 블랙 메탈 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초기 블랙 메탈에 키보드와 시타르 등 동양 악기를 엮어 서사적이고 웅장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이들의 음악은 밴드 결성 당시 밀교(esotericism)에 초점을 맞추다가 2013년 정규 2집 이후로는 힌두교, 베다 의식, 불교로 주제를 돌렸습니다. 기타와 같은 인도의 발현악기인 시타르와 탬버라, 젬베 등 타악기에 동양적 찬트(Chant, 단순하고 반복적인 멜로디나 리듬이 있는 노래, 구호)를 곡에 넣어 신비롭고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며 종교 의식과도 같은 음악적 연출을 완성하죠. 밴드의 창단 멤버이자 중심축인 인퍼널 블라드(Infernal Vlad·Vladimír Pavelka)가 새 앨범 작업 시마다 인도를 찾아 신들에게 공물을 바치고 명상하며 영감을 얻는다는 얘기는 꽤 널리 알려졌습니다. 인퍼널 블라드가 드럼을 제외한 나머지 악기 연주와 작곡을 담당하고 창단 멤버지만 현재는 볼 수 없는 보컬리스트 데빌리시(Devilish·Vojtěch Holub), 드러머 톰 코로너(Tom Coroner) 조합으로 2014년 12월 8일 선보인 'Čtvrtá symfonie ohně'. 이 앨범은 인도 장례의식과 칼리 여신을 다루며 힌두교 콘셉트를 확립한 2013년 정규 2집 'मृत्यु का तापसी अनुध्यान(므리튜 카 타파시 아누드얀: 죽음의 금욕적 명상)' 발매 후 1년이 지나 내놓은 EP(Extended Play, 싱글과 정규 앨범 중간 정도 수의 곡이 수록된 미니 앨범)입니다. 기존 콘셉트에서 잠시 벗어나 밴드의 모국인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문화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특별한 프로젝트로 체코 국민 악파의 선구자인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řich Smetana)와 블타바강, 바흐강을 기리죠. 앨범 표지 역시 스메타나의 초상화로 보컬이 없는 단 두 곡의 연주곡을 수록했습니다. 공격적인 기타 리프에도 키보드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멜로디 라인에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총 재생시간 12분53초로 실린 두 곡 살펴보면서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첫 번째 트랙 '블타바(Vltava)'는 스메타나의 교향시 연작 '나의 조국(Má Vlast)' 중 두 번째이자 가장 유명한 동명의 곡을 블랙 메탈로 재해석했죠. 스메타나는 프라하를 가로질러 흐르는 상징적인 볼타바강이 흐르는 모습과 주변 풍경을 음악으로 묘사했는데 컬트 오브 파이어 또한 원곡의 장엄하면서도 승리감 넘치는 이미지를 충실하게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장르적 전환은 있지만 이질감은 느끼기 힘들고요. 블래스트 비트와 디스토션이 터지는 사운드로 변하는 와중에도 기타 멜로디가 현란하게 사운드를 이끌며 서사적 분위기를 끝까지 지킵니다. 다음 곡 '바흐(Váh)'는 슬로바키아를 흐르는 바흐강을 주제 삼은 밴드 자작곡으로 블타바보다 더 내성적인 우울함을 느끼게 하죠.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 서정적인 기타 리프는 강의 장엄함과 평화로움은 물론, 영적인 천상의 분위기까지 선사합니다. 팀파니와 금관악기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에 여러 멜로디의 결합과 건반악기의 활용으로 강물의 역동성을 살렸고요. 컬트 오브 파이어 특유의 블래스트 비트와 트레몰로 피킹이 이질감은커녕 더욱 환상적인 하모니를 꾸밉니다. 기존 헤비니스에 귀가 멍했던 메탈헤드라면 블랙의 격렬함과 에픽한 웅장함을 합친 이 앨범으로 메탈이 구현할 수 있는 숭고하고 신비로운 예술성을 경험하며 소음의 과잉이 괴롭힌 청각에 사색적인 휴식을 선사할 수 있을 겁니다. Vltava 5:59 Vàh 6:54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민생 지원을 위해 다음 달 2일부터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가 전격 인하됩니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민생경제 지원을 위해 경기 부진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국세 납부대행수수료율 인하가 시행되는데요. 국세청은 카드사·금융결제원과 협의를 거쳐 지난 8월 14일 국세 납부대행수수료율(납부수수료율) 인하안을 승인했습니다. 이후 시스템 개선작업을 거쳐 지난달 31일 관련 국세청장 고시(납부대행수수료에 대한 고시)를 개정했고 내달 2일부터 인하된 납부수수료율이 적용할 예정이라네요. 이번 신용카드·체크카드 납부수수료 인하는 지난 2016년 신용카드 납부수수료율 인하, 2018년 체크카드 납부수수료율 인하 이후 약 7년 만입니다. 우선 납세자·세목의 구분 없이 적용되는 현행 납부수수료율을 0.1%포인트(p) 일괄 낮췄습니다. 여기 더해 영세사업자의 사업·생계와 밀접한 세목인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에 대해 신용카드 납부 시 0.4%p, 체크카드 납부 시 0.35%p를 내렸고요. 즉, 신용카드 기준 50% 인하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셈이죠. 다만 연간 총수입금액 1000억 원 이상 납세자는 현행대로 수수료율 인하를 적용받지 못하는데요. 또 추가 인하되는 영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의 경우 신규 간이 또는 연 매출 1억400만 원 미만의 개인사업자여야 하며 종합소득세의 경우 직전년도 귀속분을 추계 또는 간편장부로 신고한 사업자여야 합니다. 개인과 사업자별로 각각 적용되는 납부수수료율은 다음 달 2일부터 국세청 홈택스에 로그인 후 개별 확인 가능합니다. 국세 카드납부는 지난해 기준 약 428만 건, 금액으로는 19조 원에 이르며 납세자들이 부담한 수수료는 약 1500억 원인데요. 국세청은 납부수수료율 인하로 신용카드 납부 기준 약 160억 원의 수수료 경감 효과가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율 인하 관련 Q&A. Q. 영세사업자 기준은? A. 부가가치세의 경우 간이과세자가 대상자인데, 신규 간이 또는 연매출 1억400만 원 미만의 개인사업자여야 합니다. 종합소득세는 직전년도 귀속분 추계(단순경비율·기준경비율) 또는 간편장부 신고자고요. 종합소득세의 경우 업종별로 상이하지만 연 매출 최대 3억 원 미만인 사업자가 대상입니다. Q. 언제부터 인하된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나요? A. 다음 달 2일입니다. 이후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는 연2회(3월, 9월), 종합소득세 추가인하 대상자와 인하 제외자는 연1회(11월) 대상자가 업데이트되고요. Q. 본인이 적용받는 수수료율은 어떻게 확인 가능한가요? A. 다음 달 2일부터 홈택스에 접속해 납부·고지·환급→기타→국세 납부대행수수료율 조회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Q.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의 경우 사업소득세에도 추가 인하율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간이과세자가 납부하는 '부가가치세'에만 추가 인하된 수수료율이 적용됩니다. 부가가치세 외 기타 세목에는 모두 기본 수수료율(신용카드 0.7%, 체크카드 0.4%)을 내야 하고요. Q. 내년 1월 과세유형이 일반→간이로 전환된다면 언제부터 영세사업자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나요? A. 이 경우 전산시스템 반영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영세사업자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7월 과세유형 전환된 간이과세자도 전산시스템 반영을 거쳐 9월부터 영세사업자 수수료율이 적용되고요. Q. 종합소득세를 간편장부로 신고했는데요. 제가 납부하는 양도소득세에도 추가 인하율이 적용될까요? A. 종합소득세 추계와 간편장부로 신고한 사람의 종합소득세에만 대상입니다. 종합소득세 외 기타 세목에는 모두 기본 수수료율(신용카드 0.7%, 체크카드 0.4%)이 적용됩니다. Q.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업종은 도·소매업이고 수입금액은 3억 원 이하인데 추가 인하율이 적용되나요? A. 반드시 전년도 귀속분 종합소득세 신고서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 인하됩니다. 도·소매업 3억 원 이하인 경우 간편장부신고 대상자로 신고기한에 맞춰 확정신고하거나 늦어도 9월 말까지 신고해야 11월 이후 추가 인하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네요. Q.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을 판단할 때 과세매출만 합산인가요? A. 과세·면세·비과세 매출을 모두 포함해 합산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주말의 여유를 좀 더 길게 만끽하기 위해 오전 잠을 줄이고 일찍 일어나 구독 중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2007년 작품 '복면 달호'를 다시 감상했습니다. 역시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주인공 봉달호(차태현 扮)가 부르는 히트곡이자, 영화의 핵심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노래 '이차선 다리'였던 거죠. 누구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한참 이차선 다리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근대 이후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소규모 교량이던 2차선 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언제 어느 곳에 처음 모습을 보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온갖 종류의 문헌과 온라인을 검색해도 다리와 관련한 역사적 기록은 규모와 양식 등에서 두드러진 교량만 찾을 수 있더라고요. 대신 찾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차량과 사람이 통행하는 근대적 교량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1917년 준공한 한강대교(옛 제1한강교 또는 한강인도교)입니다. 개통 당시 폭은 18m, 노면 4차선에 차도 13.6m와 보도 4.4m였다는 기록을 봐선 애초부터 4차선 이상으로 설계했다는 추측이 가능하죠. 또 특정 재료를 활용해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2차선 다리에 대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한아름교는 국산 목재를 사용한 국내 최초의 목조 교량이라네요. 강원도 양양군 미천골휴양림에 준공한 길이 30m, 폭 8.7m의 왕복 2차선 다리로 차량 통행이 가능하답니다. 무엇보다 11월은 우리나라에서 의미가 있는 두 개의 다리가 개통한 달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0년 11월 21일은 공항신도시 분기점부터 북로 분기점 40.2km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전 구간 개통일이죠. 인천광역시 중구와 경기도 고양시를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익형 민자사업 고속도로인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대형 교량 건설 기술의 집약체로 국가 관문의 역할을 합니다. 이보다 11일 앞서 개통한 서해대교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과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을 연결하는 왕복 6차로의 서해안고속도로 구간으로 서해안 교통망 확충과 물류 기반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요. 개통 당시 국내 최장 교량으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며 서해안고속도로 전체의 폐쇄식 요금체계를 적용하기 때문에 서해대교 구간 자체엔 별도 요금소가 없습니다. 수도권 외곽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며 광역 교통망의 짜임새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하는 서해대교와 유사한 역할을 맡은 여러 다리가 있죠. 수도권 서부와 충남에 걸친 서해대교가 남북 교통의 대동맥 역할을 수행한다면 일산대교는 수도권 북부의 동서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합니다. 그러나 일산대교는 서해대교를 위시한 국가 재정 도로와 대비되는 민간 투자 도로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될 만큼 통행료 논란이 극심한데요. "부담으로 나뉘는 차선, 다리는 왕복을 원한다" 일산대교는 한강에 놓인 33개의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징수하는 다리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문제와 일반 고속도로 대비 비싼 통행료 탓에 무료화 논의가 정치적 쟁점으로도 비화한 상황입니다. 김포, 고양, 파주 등 경기 서북부 수백만 명의 서울 출퇴근과 일상생활을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다리인지라 과도한 통행료는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과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었죠.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경기도가 제시한 일산대교 무료화 국비 분담액 100억 원이 이달 14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1일 통행료 무료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무료화 대상에서 제외된 인천광역시와의 협의 등 세부적인 조율이 더 필요하지만요. 차선 사이를 오고가는 이 단순 복잡한 구조물은 2차선이든 6차선이든 통로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날 바쁜 문명의 속도와 효율을 상징하는 이 건축물은 정지, 양보와 함께 주변을 살피게 하는 시공간적 쉼표를 부여하죠. 과거의 우리는 달호가 부른 이차선 다리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소박한 보통의 길을 원했을 겁니다. 그러나 다리가 본질적 역할인 연결과 소통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에 막혀 건너야 할 장벽이 될 때 결국 도달하는 끝은 차단과 불통이 될 테죠. '이차선 다리 위 끝에 서로를 불러보지만 너무도 멀리 떨어져서 안 들리네'라는 이차선 다리의 가사처럼 대화나 협의가 막힌다면 그 다음 가사 '차라리 무너져 버려 다시는 건널 수 없게…'와 같은 극단의 심정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산대교 무료화 가능성은 공익이 사익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고 있다는 희망적 신호입니다. 상징성을 지닌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는 건설 당시 치열한 투자 논의가 있었지만 1911년 이후 공공 인프라로 무료 운영되며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린 길'의 가치를 증명해 왔죠. 시민들의 지친 일상에 평등한 소통의 자유를 선사하는 보통의 다리는 언제까지나 막힘없이 뚫려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손댈 필요가 정도로 튼튼하게…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길고도 뜨거운 여름철의 포항을 찾아 시원하게 즐겼던 물회입니다. 몇 해 전인지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얼음장 같은 육수, 갓 잡은 싱싱한 횟감, 매운 양념과 뒤섞인 날것 그대로의 시원한 강렬함은 뇌리에 여전하네요. 열기에 맞서 냉기를 찾는 억척스러운 역동성은 포항이라는 도시의 기질을 고스란히 닮았습니다. 겨울의 문턱에 서서 올해의 마지막 불씨를 차분하게 지킬 11월, 남은 두 달의 여백을 바닥에 깔고 내년의 새 걸음을 준비해야 할 이 시기에 포항에는 유독 큰 이슈들이 많았죠. 지난 1990년 11월 10일, 축구전용구장 하나 없는 나라가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이탈리아 언론의 조롱에 무척 화가 난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의 주도로 관중석과 경기장이 가까운 형태의 우리나라 첫 축구전용구장(지금 포항스틸야드)을 준공했습니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서 꽤 많은 최초의 의의를 새긴 곳이기도 하죠. 그 중심에는 포항제철소(지금 포스코)가 있고요. 1973년 6월 9일, 이곳 제1고로에서 우리나라 최초 근대적 일관제철소의 쇳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철광석 투입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전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이 체계는 1960년대 당시 한국 경제의 무게추를 경공업에서 중화학으로 단숨에 돌려놓았죠. 한국철강협회가 이날을 기려 매년 6월 9일을 '철의 날'로 지정할 만큼 국가 성장의 근간이었답니다. 아울러 2024년 11월, 포항시는 국내 최초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하는 등 첨단 과학 도시의 위상을 확립하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달, 포스코실리콘솔루션 실리콘음극재 공장 종합 준공 등의 소식도 전했고요. 하지만 이 빛나는 최초의 성취 뒤에는 최초와 최후의 구분을 둘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사고의 기록도 몰려 있습니다. 2010년 11월 12일, 포항 인덕동 소재 한 요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죠. 화재 원인은 1층 사무실 분전반 주변 전선의 스파크였죠. 미흡한 화재 안전 대비와 총체적 난국의 시설 점검이 부른 명백한 인재(人災)였습니다. 2017년 11월 15일에는 포항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 규모였고 진원 깊이가 4㎞로 얕아 지표면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며 약 672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정부 조사단 조사 결과, 이 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근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유발한 인위적 촉발지진(Induced Earthquake)으로 파악됐다는 거죠. 이후 포항촉발지진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는 등 혼란은 아직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10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의 화재 사고도 세간에 알려졌는데요. 4km 떨어진 다른 계열사 공장에서도 화재가 있었고 14일 뒤인 11월 24일, 복구 정비를 마친 직후 같은 곳에서 다시 불이 나 근로자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며 악재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2017년 오늘, 지면보다 더 크게 시민들의 마음을 갈라놓은 지진의 충격을 기억한 포항시는 2019년 이날을 '포항시 안전의 날'로 지정하며 다시금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안부터 바깥까지 다졌죠. 포항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주는 희열의 맛보다는 물회의 달콤하면서도 청량한 매콤함 같은 근본과 극복의 기억을 다셔야 합니다. 최초는 한 번이지만 안전은 항상 만전을 기해야 하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가치니까요. 최초의 기록처럼 모든 사고와 화재 기록을 통해 안전제일의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매일을 연이어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시설을 지켜 '최고 안전 도시'라는 단단한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그날까지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IE 금융] 카카오뱅크가 전북은행과 협업해 공동대출 상품 '같이대출'을 출시하며 플랫폼 기반 은행 간 협업 모델 확대. 16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같이대출은 카카오뱅크와 전북은행이 대출금을 각각 50%씩 분담해 취급하는 구조. 고객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양사가 각각 심사를 진행한 뒤 한도와 금리를 공동으로 결정. 같이대출은 급여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이며 최대 한도는 2억 원, 금리는 연 4.486%~6.794%(16일 기준). 대출 상환 방식은 만기일시상환 또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중 선택 가능하며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 해당 상품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으며 양사는 각자의 신용평가 역량과 심사 노하우를 결합해 고객에게 보다 유리한 금리 조건을 제공할 계획. 대출 신청부터 원리금 상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등 대출 관리 전 과정은 카카오뱅크 앱에서 일괄 제공돼 고객 편의성 강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위원회가 기존 규제로 출시가 어려운 금융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며 이 기간 시장성과 안정성을 검증.
[IE 산업] 배달의민족과 카카오뱅크가 경기·강원 지역까지 협약보증대출 지원 범위를 넓히며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확대. 16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배민은 경기 지역에 150억 원, 강원 지역에 30억 원 규모의 협약보증대출 지원 재원을 새로 편성해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을 시행. 강원 지역은 내년 1월부터 지원이 시작되며 경기 지역은 지난달 말부터 지원 확대. 이번 협약보증대출 사업은 우아한형제들이 카카오뱅크,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추진하는 구조며 우아한형제들과 카카오뱅크가 각각 35억 원씩 총 70억 원의 보증 재원을 분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이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에게 보증서를 발급. 올해 서울·인천·부산·대구·울산·세종·충남·충북 지역은 이미 대출 신청이 모두 마감됐으며 제주·경남·경북·대전·전남·광주 지역에서는 아직 협약보증대출 지원이 진행 중. 광주 지역은 지난 1월 말 지원 개시 이후 30억 원이 4개월 만에 조기 소진돼 이달 말 추가로 30억 원을 확대 지원. 우아한형제들은 앞서 2023년에도 KB국민은행,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협업해 1050억 원 규모의 보증대출 상품을 운영했으며 현재 협약보증대출을 통해 약
[IE 금융] 신한투자증권이 내년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프라이빗뱅커(PB)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 16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응답자 64%는 "내년 한국 증시가 미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 80.5%는 "반도체·인공지능(AI) 중심의 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 PB들은 내년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해 일정 수준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기 흐름은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될 것으로 진단. 국내 증시는 수출주 중심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미국 증시와 유사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 환율과 관련해서는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우세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현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 또 코스피가 코스닥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10%포인트(p)가량 높게 집계. 개인투자자의 자산 배분 전략으로는 '한국과 미국 50:50 투자'를 추천한 PB가 43%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 70% 이상'이 33%, '미국 70% 이상'이 20% 등.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IE 금융·산업] 우리은행과 삼성전자 선보인 '삼성월렛 머니·포인트' 서비스 신규 가입자가 100만 명 돌파. 1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지난달 출시 이후 3주 만에 가입자 5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100만 명 기록. 업계에서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 삼성월렛에서 바로 가입 가능한 접근성과 높은 포인트 적립 혜택이 가입자 급증을 이끈 요인으로 진단. 삼성월렛 머니·포인트는 삼성월렛에서 계좌를 연동해 충전·결제하는 방식의 선불형 결제 서비스며 결제 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음. 특히 '삼성월렛머니 우리통장'을 활용하면 충전과 결제를 동시에 관리 가능. 양 사는 가입자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이날부터 최대 10% 포인트 적립 이벤트 진행. 삼성월렛 머니로 오프라인 결제 시 기본 적립 0.5%에 더해 ▲100만 돌파 기념 5% ▲우리은행 계좌 충전·결제 1.5% ▲삼성월렛머니 우리통장 이용 시 3%가 추가돼 최대 10% 포인트 적립 가능. 생활 밀착형 제휴 혜택도 확대. 편의점 GS25에서 3000원 이상 결제 시 1000포인트를 즉시 지급하고 롯데ON을 비롯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즉시 할인 및 포인트 적립 혜택 제공.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