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것이 많은 추석입니다. 추석엔 그해 새로 수확한 쌀, 콩, 밤 등의 햇곡식을 사용해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햅쌀로 송편을 빚죠. 또 햅쌀로 빚은 술을 차례상에 올리거나 마시는데, 이를 신도주(新稻酒, 햅쌀로 빚은 술)라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새 것과 관련한 추석 대표 풍습은 아무래도 추석빔 아닐까요?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과거 연중 대행사 중 대행사였던 추석은 만인에게 행복한 날이라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온 가족이 새 옷을 장만해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옷을 물려 입던 게 당연했던 시절이라 특히나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고요. 머슴을 두고 농사짓는 집에서는 추석 때 이들에게도 옷을 새로 한 벌씩 해줬다고 합니다. 한해 농사 수확 후 맞는 큰 명절인 추석의 빔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가족의 정성과 풍요를 상징했죠. 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빔을 입지 못하는 아이들의 추석 연휴를 조명하며 사회복지 문제를 거론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추석빔을 입는다는 건 만인이 평등한 새로움과 희망, 기쁨을 갖는 행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추석빔은 옷감이 귀했던 옛날에는 분명 큰 기쁨이었을 테죠. 만드는 사람,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마냥 좋기만 했을 것만 같은 빔. 그런데 빔의 어원을 보면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빔의 뿌리를 두고 이견이 있지만요. '옷'을 의미한 옛말 '비ᄆᆞ'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빚다(만들다)'가 명사화해 빔이 됐다는 설이 맞섭니다. 민간에서는 묵은 것을 벗어내고 새로 장만해 꾸며 입는다는 의미의 '비움'에서 왔다는 해석도 전해지죠. 옛말 동사 '븨다(다)'의 명사형인 '븨옴·븨움'이 변한 말이라는 건데 '븨다'는 현재의 '꾸미다' '단장하다'라는 뜻이었거든요. 견해는 달라도 어차피 통하는 맥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죠. 고부자 전 단국대학교 교수 겸 전통복식연구소장의 각종 세시기(歲時記) 문헌 연구 자료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을 참고하면 조선시대 설이나 추석, 혼례 같은 큰 명절·의례 때 '아이들 빔을 지어 주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도 신문·잡지에서 '설빔' '추석빔'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고요. 최근에는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덕에 다시 한복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추석빔 역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주·조연들인 걸그룹 헌트릭스와 보이그룹 사자보이스가 개량 한복, 두루마기 등을 착용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잡아끌자 우리 국민의 관심도도 덩달아 높아졌죠. 여기 부응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여러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서울도서관 광장과 서울공예박물관 앞마당에 왕실 한복을 입은 '해치' 풍선모형을 설치한데 이어 이번 연휴 기간 '추석에는 한복을 입어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이와 함께 부설기관인 한복진흥센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12일까지 '올해의 추석빔' 사진 공모전, 이달 26일까지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이 한복 데이(My Hanbok Day)' 행사를 병행하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여섯 번째는 1988년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 센터리치에서 뿌리를 심은 브루탈·테크니컬 데스 메탈 밴드 Suffocation(서포케이션)의 'Pierced from Within'. 브루탈 계열을 조명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만큼 1990년대 이후 익스트림 메탈씬에 큰 영향을 미친 서포케이션은 특히 브레이크다운(breakdown)을 데스 메탈에 도입해 데스코어(Deathcore)라는 하위 장르 탄생에도 기여했죠. 브레이크다운은 그루브에 초점을 맞춘 하드코어 펑크 연주기법 중 하나인데 속도를 급속히 늦추며 극히 무거운 리듬으로 전환하는 섹션입니다. 기타는 낮은 튜닝 상태에서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팜 뮤트 리프를 반복하고 이 뒤를 베이스가 같은 리듬으로 받쳐 극도의 헤비함을 만들죠. 브레이크다운은 리스너에게 갑자기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주며 다른 분위기에 몰입하게 만들어 익스트림 메탈 밴드들이 애용하는 기법이 됐습니다. 여기 더해 보컬리스트 프랭크 멀렌은 일명 '꿀꿀이(Pig Squeal)' 또는 '하수구 배수' 보컬의 원조로 브루탈 데스 보컬의 상징이 됐고요. 결성 이후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을 알리던 이들은 1990년대 초반, 록·메탈 메이저 음반사 중 하나인 로드러너 레코드(Roadrunner Records)와 계약하며 메이저 무대를 휘저었으나 멤버들 간 갈등과 생계 및 레이블 문제, 음악 씬의 변화 탓에 1998년 EP 'Despise the Sun' 활동을 끝으로 해체 수순에 이릅니다. 그러다가 2002년에 재결성해 가장 최근인 2023년 11월, 아홉 번째 정규 앨범 'Hymns from the Apocrypha'를 발매하는 등 이 분야의 듬직한 가장 역할을 하며 정통 데스 메탈의 명맥을 잇고 있죠. 1990년 7월 첫 데모 이후 이듬해 10월 선보인 정규앨범 1집 'Effigy of the Forgotten'은 브루탈 데스 메탈의 밑그림을 완성한 데스 메탈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앨범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극찬의 저주인지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인지 1993년 5월 발매한 정규 2집 'Breeding the Spawn'을 팬들이 외면한 후 정확히 2년이 지나 1995년 5월 내놓은 절치부심의 결과물 'Pierced from Within'. 앞서 언급한 꿀꿀이, 하수구 배수 등 깊고 극단적인 거터럴(Guttural) 보컬을 소화하는 브루탈 데스 보컬리스트의 표준 프랭크 멀렌(Frank Mullen)과 곡을 구상하는 핵심으로 줄기차게 리프를 뽑아내는 리드 기타의 테런스 홉스(Terrance Hobbs). 그리고 테런스 홉스와 찹쌀떡 같은 호흡을 만방에 알린 리듬 기타 담당 더그 세리토(Doug Cerrito), 이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기술적 역량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베이시스트 크리스 리처즈(Chris Richards)와 드러머 더그 본(Doug Bohn). 이 구성원들이 각각의 역량을 총동원해 뽑아낸 세 번째 정규 앨범은 역시나 기술적인 완성도가 극에 달한 명반이라는 평가를 끌어냈죠. 테런스 홉스와 더그 세리토는 복잡하고 난해한 리프에 속도감까지 놓치지 않았고 정규 앨범 중엔 3집에만 참여한 더그 본은 자신만의 정확한 블래스트 비트와 패턴으로 중심을 잡았습니다. 크리스 리처즈는 탄탄하고 복잡한 베이스 연주로 그루브와 무게감을 살렸고요. 고막에 달라붙을 것처럼 눅진대는 사운드로 메탈헤드들에게 정석의 가르침을 주는 'Pierced from Within' 앨범에 수록된 총 재생시간 45분 28초의 아홉 곡 전체를 살펴보겠습니다. 추천곡은 유튜브로 연결되는 'Pierced from Within'입니다. 인류의 타락과 폭력의 순환, 영혼의 파괴, 종교적 기만 등 어둡고 염세적인 내용을 담은 이 앨범의 타이틀 'Pierced from Within'은 3집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곡으로 인간 내면의 악, 폭력성에 의한 영혼의 파멸을 노래하죠. 긴장감 넘치는 리프와 폭력적인 브레이크다운으로 헤비니스의 기본을 제시합니다. 다음 곡 'Thrones of Blood'는 몰아치는 속도에 변주를 얹은 브루탈한 트랙으로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으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살육과 파괴가 통치의 유일한 수단이 되는 존재들을 묘사했고요. 3번 트랙 'Depths of Depravity'는 육중한 그루브와 기술적인 리프의 균형에 중점을 둘 수 있습니다. 구간 전환에 신경을 쓰면서 연주 난이도를 점차 높이는 구성을 탐지할 수 있죠.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타락을 거듭해 죄악이 쌓이는 상태를 표현한 곡입니다. 이어지는 'Suspended in Tribulation'은 3집에서 가장 긴 곡으로 다층적인 구조를 내세워 프로그레시브한 이미지를 풍기며 밴드의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난에 매달려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가사가 멜로디와 하모니를 살린 솔로에 녹아드네요. 무게감 있는 인트로와 격렬한 전개로 귀를 당기는 5번 곡 'Torn into Enthrallment'는 자유 의지를 박탈당하고 타인에게 강제 복종하게 되는 상실감에 대한 노래로 더그 세리토의 기괴하고도 옹골찬 리프가 특징입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리프와 보컬 라인을 가진 곡 중 하나죠. 6번 트랙 'Invoking'은 역동적인 속도 변화에서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곡의 주제인 인간 통제를 벗어난 종말론적 재앙의 등장과도 같이 블래스트 비트에서 브레이크다운으로 떨어지는 구성이 두드러지고요. 1991년 EP판 'Human Waste' 수록곡의 재녹음 버전인 7번 트랙 'Synthetically Revived'는 더 깨끗하고 강력해지면서 극도로 응축된 초창기 서포케이션의 폭발력에 휘둘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죠. 가사는 인공적인 생명체의 한계와 인간의 오만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덟 번째 곡 'Brood of Hatred'는 압도적인 무게감과 리듬의 질감을 강조했으며 곡 중반부의 솔로는 나락의 절망감을 드리워 앨범의 어두운 분위기에 더 짙은 장막을 씌웁니다. 증오의 대물림이 야기할 수밖에 없는 집단적인 폭력과 파괴의 현장이 느껴집니다. 곡에 제대로 부합하는 적절한 제목이네요. 그야말로 대미를 장식하는 'Breeding the Spawn'은 전체적인 음향 문제가 있던 정규 2집 'Breeding the Spawn'의 타이틀을 재녹음한 트랙으로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과도 같은 곡입니다. 블래스트 비트와 함께 복잡한 필인을 끊임없이 오가는 예측 불가의 리듬, 테크니컬 리프, 브레이크다운 등 서포케이션이 추구하는 음악의 정수를 되새기게 하며 앨범을 마무리하죠. 악의 재생산을 의미하는 제목도 규모에 맞게 거창합니다. Pierced From Within 4:26 Thrones of Blood 5:15 Depths of Depravity 5:33 Suspended In Tribulation 6:31 Torn In Enthrallment 5:26 Invoking 4:37 Synthetically Revived 3:53 Brood of Hatred 4:36 Breeding the Spawn 5:10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연중 내내 가요계 대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걸그룹 NMIXX(엔믹스)가 어제 정규 1집 트레일러 영상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내달 13일 첫 정규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 ‘Blue Valentine(블루 밸런타인)'을 발매하고 컴백하는 엔믹스의 이번 트레일러는 단편 영화와 패션 필름을 믹스한 것 같은 영상미를 내세워 팬들의 이목을 잡아끈다는 게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고요. 수록곡은 'Blue Valentine'을 위시해 'SPINNIN’ ON IT' 'Phoenix' 'Reality Hurts' 등 모두 12곡이 실렸다는데 이 중에서도 마지막 두 곡인 'O.O Part 1(Baila)'와 'O.O Part 2(Superhero)'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립니다. 엔믹스는 지난 2022년 2월22일 내놓은 데뷔 싱글 앨범 'AD MARE'의 타이틀곡인 'O.O'를 통해 자신들만의 시그니처 장르인 'MIXX POP(믹스 팝)'을 처음 선보였거든요. 이 곡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할 만큼 파격적인 곡 전환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 시도가 다소 과했던 건지 대중적인 호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멤버들의 뛰어난 보컬과 퍼포먼스 실력은 확실하게 알릴 수 있었죠. 과연 마지막 트랙인 'O.O Part 2 Superhero'라는 제목처럼 전 세계에 휘몰아치는 케이팝 광풍의 정점에서 초월적 존재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여기서 주제를 돌려 'Hero'와 관련한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죠. Hero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신들의 여왕인 '헤라'가 어원이라는 학계 일부의 견해가 있습니다. 영웅을 뜻하는 그리스어 'Heroes'의 여성형인 헤라(Hera)는 '여주인' 또는 '여걸'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이름 그 자체로 최고신 제우스의 아내이자 올림포스의 여왕의 권능을 나타낸다는 거죠. 헤라, 신화에서 궤도로…올림포스에서 발사대까지 지난 2022년 오늘 날짜인 9월27일, 미국 항공 우주국 나사(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에서 인류 최초의 소행성 충돌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명은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로 소행성의 이동경로를 바꾸는 게 목적이었고요.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형성 궤도를 우주선 충돌이라는 운동 에너지 충격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행성 방어(Planetary Defense) 실험이었습니다. 목표 소행성은 지구에서 1100만km 정도 떨어진 쌍소행성계의 작은 위성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였으며 무게 약 570kg의 다트 우주선이 시속 약 2만2530km의 속도로 충돌했습니다. 충돌 결과, 디모르포스의 궤도 주기를 32분 단축해 인류가 우주 천체 움직임을 바꾼 최초 사례로 기록됐죠. 이 실험은 향후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행성 발견 시 우주선 충돌에 따른 궤도 변경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 우주에서 증명한 사례라 큰 의의가 있고요. 그리고 이후 유럽우주국(ESA·European Space Agency)은 실험 결과를 더욱 정확하고 상세하게 확인하고자 헤라(Hera)라는 이름의 탐사 우주선을 발사했습니다. 헤라의 임무는 충돌 지점 분화구 크기 및 깊이, 내부 구조, 질량, 충돌 후 물질 분출량 등 물리적 변화를 현장 조사하는 것으로 내년 말 디모르포스에 도착할 예정이라네요. 당연하게도 유럽우주국은 그리스 신화에서 탐사선 명칭인 헤라를 차용했습니다. 이는 쌍성계와 연관성이 있죠. 헤라는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그 위성인 디모르포스(Dimorphos)로 이뤄진 쌍(binary) 소행성계를 탐사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는 결혼과 결합을 상징하는 여신이라 두 천체가 짝을 이루며 도는 쌍성계를 탐사하는 임무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죠. 이와 함께 헤라는 정육면체 모양의 초소형 인공위성인 두 대의 큐브샛(CubeSat)을 유럽에서 처음 심우주(Deep Space)로 데려가는 모선(Mothership) 역할도 담당합니다. 큐브샛은 최근 화성이나 달 탐사 미션에서 통신 중계 역할을 하는 등 심우주 탐사를 지원하는 용도로도 활용하거든요. 이 큐브샛 중 하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의 딸인 '헤베(Hebe)'의 로마식 이름 '유벤타스(Juventas)'에서 따온 것으로, 헤라 중심의 가족공동체를 떠올리게 하고요. 이처럼 헤라는 신화적 염원을 담긴 우주 탐사의 상징 중 하나인 셈이죠. 다시 돌아온 엔믹스도 헤라의 이름을 품은 최초 정규 앨범으로 또 한 번 정상에서 슈퍼히어로 랜딩(Superhero landing, 영화 속 초인적 영웅들이 착지하며 무릎 꿇는 상징적 동작)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고령인구(65세 이상)는 1051만3907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4%인데요. 이 비중은 오는 2072년 47.68%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같은 기간 초고령인구(75세 이상) 역시 4.79%에서 22.40%까지 늘어난다는 게 통계청의 예측이고요. 이처럼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는 어르신들에게 각박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의 여가 및 정보화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의 67.2%는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일례로 비대면 소비를 위해 빠르게 확산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주문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한 65~69세 어르신은 3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이는 비단 키오스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스마트폰, TV, 컴퓨터 등 모든 디지털 기기가 급변하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LG전자 서비스센터 접수 사례들을 보면 시니어 고객의 TV 문의 중 70% 이상이 TV 조작의 어려움이었다고 하는데요. LG전자는 이런 시니어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LG 이지 TV'를 출시합니다. 이 TV의 콘셉트는 '쉽고(Easy)', 도움을 줄 수 있는(Care), 재밌는(Fun)' 생활인데요. 25일 LG전자는 백선필 TV상품기획담당 상무를 필두로 오는 29일 출시 예정인 LG 이지 TV를 공개했습니다. ◆큰 글씨 화면·리모컨…실수로 꺼져도 알아서 '척척' LG전자의 이번 시니어 TV 신제품은 홈 화면을 시니어 특화 기능 다섯 개와 즐겨 찾는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전체 메뉴가 한눈에 들어오게끔 화면 하단부에 큼지막하게 배치했으며 글자 크기도 기존 일반 LG전자 TV의 홈 화면보다 키웠다고 합니다. 또 이지 TV 전용 리모컨은 버튼에 큰 글씨로 설명을 함께 표기해 이해도를 높였는데요. 여기에 백라이트를 적용, 어두워도 글자를 잘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리모컨 상단에는 별도 '헬프' 버튼을 추가됐는데요. TV 사용 중 외부입력이 전환돼 화면이 꺼지거나 다른 앱이 열려 원치 않는 기능이 작동했을 때 이 헬프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지 바로 전까지 봤던 방송으로 돌아가 시청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자녀들과 소통하고 사진 찍고…위급 시에도 바로 호출 LG 이지 TV는 시니어 고객이 떨어져 사는 자녀들과 영상 통화를 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이는 카카오톡과 협업한 'LG 버디' 기능을 활용하면 되는데요. TV 설치 시 설치기사의 도움을 받아 카카오톡 계정에 연결하면 기본을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요. 이렇게 찍은 사진은 가까운 셀프 사진관 브랜드 '포토이즘' 매장에서 인화하거나 택배로 사진을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LG전자는 탑재된 카메라로 인한 보안 걱정도 없앴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 상무는 "어르신들은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을 좋아한다"며 "보안이나 남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카메라 덮개가 있어 필요할 때마다 열고 닫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위급 상황에는 리모컨 헬프 버튼을 세 번 누르면 카카오톡으로 도움요청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는데요. 만약 부모가 TV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자녀가 원격 제어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약 먹을 시간도 챙겨준다" 생활 알리미 탑재…엔터 서비스도 '가득' 이 TV에는 복약, 화초 물주기, 산책 등 놓치기 쉬운 일정에 대한 알람을 주는 '생활 알리미' 기능도 들어갔는데요. TV를 시청 중일 때는 팝업을 통해, 대기 모드에서는 팝업과 함께 소리를 통해 일정을 놓치지 않게 알려준다고 합니다. 대기 중인 경우 발생하는 전기요금은 거의 미미하기 때문에 한 달 전기요금도 걱정 없다네요. 여기 더해 ▲두뇌건강 게임 ▲맞고 ▲오목 ▲노래방 등 시니어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함께 노래방 기능도 들어가 어르신들의 즐거운 여가생활을 보장합니다. 노래방 기능을 사용할 때는 별도 마이크 필요 없이 리모컨을 마이크로 사용하면 되고요. ◆가격 276만~386만 원대…라이브서 구매 시 할인 혜택 LG전자는 이달 29일 오후 8시 온라인브랜드샵(LGE.COM)에서 진행하는 라이브방송을 시작으로 LG 이지 TV를 국내 시장에 출시합니다. 65형과 75형 두가지 모델을 선보이는데, 65형은 276만9000원, 75형은 386만 9000원이고요. 특히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12만9000원의 할인 혜택과 배달 앱 5만 원 상품권을 증정한다네요. 백선필 상무는 "LG전자는 시니어 고객에게 특화된 LG 이지 TV와 LG 스탠바이미 등 혁신 제품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며 "대표 프리미엄 제품인 LG 올레드 TV와 프리미엄 LCD TV인 QNED TV를 앞세운 듀얼 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 리더십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올해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집에서 혼자 쉬겠다는 이들이 증가한 가운데 편의점업계가 일명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명절 도시락 상품을 일제히 출시했는데요. 24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이날 ▲GS25 ▲CU(씨유)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일제히 명절 음식이 담긴 특별 도시락을 공개했습니다. 최근 고향에 가서 가족과 다 같이 즐겨야 한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문화가 많이 바뀌었는데요. 일례로 롯데멤버스가 올 초 설 명절 전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명절 연휴 집에서 쉬겠다'는 답변이 49.7%에 달했습니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 추석 연휴 계획과 관련해 '집에서 휴식과 여가생활'을 보내겠다는 응답자는 34.9%였고요. 이런 이유로 편의점 명절 도시락 판매량도 급증했는데요. GS25에 따르면 올 설 연휴(1월28일~30일) 기준 명정 도시락은 전주 대비 매출이 32.1% 증가했답니다. 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조사에서도 올해 설 연휴 씨유 도시락 매출이 전년 설 명절 대비 19.4% 늘었는데요. 이에 대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도시락 매출을 입지별로 살펴보면 대학가, 원룸촌,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입지에서의 매출 비중이 65.1%에 달해 '혼추족' '혼명족'을 중심으로 명절 간편식 소비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 추석 편의점은 이런 수요층을 잡기 위해 기존 명절 도시락보다 더욱 신경 썼는데요. 모둠전, 갈비, 잡채 등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메뉴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제품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가격 역시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했다는데요. ◆GS25 '혜자추석명절도시락' 혜자추석명절도시락은 9칸으로 구성된 전용 용기에 흑미밥, 김치볶음밥, 고구마밥 등 세 종류의 밥과 ▲고추장갈비양념제육 ▲너비아니구이 ▲잡채 ▲3색 나물(도라지·고사리·명태무말랭이무침) ▲모둠전(산적·동그랑땡·김치전) 등으로 구성. 후식으로는 콩가루쑥찹쌀떡이 담겼으며 내달 9일까지 한정 판매. 가격: 6600원. 조리법: 전자레인지에 돌려 조리. 조리 시간 내 뚜껑을 덮고 돌려도 안전. 영양정보: 976kcal. 나트륨은 1716mg으로 일일 권장량의 85.8%, 당류 30g, 단백질 26g. ◆CU '한가위 11찬 도시락' 이번 추석 도시락은 특제 소스로 구운 떡갈비를 비롯해 오미산적, 표고버섯전, 부추전, 김치전 4종과 고사리·시금치 등 나물, 떡까지 담아낸 상품. 이 외 한가위 간편식 7종도 판매. 가격: 7500원. 조리법: 떡을 제거 후 전자레인지 조리. 영양정보: 727kcal. 나트륨은 1000mg으로 일일 권장량의 50%, 당류 16g, 단백질 22g. ◆세븐일레븐 '오색찬란풍성한상도시락' 매실액에 양념한 소불고기를 메인으로 두부튀김, 오미산적, 김치전, 부추전 등 모둠전과 볶음김치, 무나물, 유채나물, 들깨궁채나물 등 각종 나물, 탕평청포묵, 버섯갈비, 미니약과로 구성된 총 12가지 반찬. 가격: 6500원. 행사: 다음 달 31일까지 오색찬란풍성한상도시락을 카카오페이머니 또는 농협카드로 결제 시 20% 현장 할인. 조리법: 약과를 제외한 뒤 뚜껑을 덮고 전자레인지에 조리. 영양정보: 752kcal. 나트륨은 1390mg으로 일일 권장량의 69.5%, 당류 11g, 단백질 23g. ◆이마트24 '추석명절큰.Zip 도시락' 오는 30일부터 판매되는 추석명절큰.Zip도시락의 상품명은 명절 큰집에서 먹던 명절상을 도시락 하나에 압축했다는 의미를 내포. 이 도시락 구성은 잡채, 불고기 등 명절 대표음식이 메인이며 동그랑땡, 닭가슴살두부전, 해물파전, 고추장새우볶음,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 햄감자채, 볶음김치 등 총 12가지 반찬. 불고기 위에는 고추로 토핑했으며 밥 위에도 검은 깨를 올림. 이번 추석 도시락은 특제 소스로 구운 떡갈비를 비롯해 오미산적, 표고버섯전, 부추전, 김치전 4종과 고사리·시금치 등 나물, 떡까지 담아낸 상품. 이 외 한가위 간편식 7종도 판매. 가격: 6900원. 조리법: 뚜껑을 열고 전자레인지에 조리. 영양정보: 785kcal. 나트륨은 1390mg으로 일일 권장량의 70%, 당류 11g, 단백질 23g. <종합 비교> 가격 CU(7500원)>이마트24(6900원)>GS25(6600원)>세븐일레븐(6500원) 반찬 갯수(밥 제외, 메인 포함) CU·세븐일레븐·이마트24(12개)>GS25(9개) *GS25의 경우 세 종류의 밥을 추가 구성. 칼로리 GS25(976kcal)>이마트24(785kcal)>세븐일레븐(752kcal)>CU(727kcal)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10년 전쯤, 경기도 가평 소재의 한 테마파크에 가서 찍은 카페전시관 내부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오크통이 실물로 있으니 왠지 반갑더라고요. 왜 반가웠는지는 저도 잘… 에티몰로지 온라인(Etymology Online) 등의 어원 전문 사이트를 보면 큰 통이나 술통은 중세 라틴어로 'tunna'라고 불렀답니다. tunna는 무게 단위인 ton(톤)의 어원이기도 한데 와인 한 통 무게가 대략 1톤에 달했던 만큼 단어의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죠. 이 단어의 축소형인 'tunnellus'는 작은 통을 의미하며 프랑스로 건너가 중세 프랑스어 'tonnelle'의 어원이 됐습니다. '아치형 덮개, 정원 차양'을 뜻하는 이 단어는 15세기 중반 영어권에 들어와 'tunnel'로 변형을 거쳐 17세기 무렵에는 광산이나 군사적 목적의 '땅속 통로'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고요. 우리가 흔히 쓰는 터널은 tunnel의 음차어로 일제강점기 당시 철도 건설 과정에서 유입돼 지금까지 사용 중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터널을 만들기 위해 어떤 희생들을 감내해야 했을지 감히 짐작도 되지 않네요. 현대 역사학자들이 일제강점기 자료들과 피해자 증언들을 바탕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약 1.6km의 철도 건설에 평균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터널 건설 과정에서는 더 큰 인명피해가 있었고요. 터널은 건설 작업자나 이용자 모두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곳입니다. 어제 오전 5시40분경 대구 군위군 군위읍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방향 평호터널 안에서 화물차 3대가 잇따라 충돌해 1톤 화물차 60대 운전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죠. 지난 2016년 7월에는 서울∼강릉 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진입 직후 5중 추돌사고로 42명의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봉평터널에서는 이 해에만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한동안 '마의 터널'이라는 오명에 시달렸고요. 42명 사상자가 생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졸음운전으로 밝혀졌지만, 사고가 터널 진입 직후 발생한 만큼 시야 확보 문제가 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 견해도 여럿 나왔습니다. 받아들이는 과정… 지나고 나면 다시 내 세상 암순응(Dark Adaptation)은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이동했을 때,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물을 식별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눈의 간상세포 활성화 때문에 생기는 이 현상은 '블랙홀 현상'이라고 부르며 시야가 극히 좁아지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 일시적으로 발생하죠. 암순응과 대비되는 명순응(Light Adaptation)은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왔을 때 처음에는 눈이 부시지만 곧 밝은 빛에 적응하여 시야를 회복하는 현상입니다. 눈의 원추세포가 활성화하면서 발생하며 블랙홀 현상과 반대인 '화이트홀 현상'이 나타나며 역시 터널 비전을 겪을 수 있다네요. 암순응과 명순응은 우리 눈이 주변 환경의 밝기 변화에 적응하는 생리적 과정이라면, 터널 비전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현상입니다. 터널 진입 시 암순응과 터널 내부 빛 반사, 긴 터널에서의 시야 피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죠. 터널 출구에서 강한 햇빛에 노출돼 짧은 순간이나마 명순응 상태가 될 때도 앞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요. 터널 비전 또한 운전 중 사고의 주요 원인입니다.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 주변 상황을 놓친 채 특정 사물이나 목표, 한 가지 관점에만 집중하게 되는 현상인 터널 비전은 원래 의학 용어였으나 지금은 심리학 용어로도 사용하죠. 터널 비전은 녹내장, 망막색소변성증, 뇌졸중, 뇌 손상, 심각한 스트레스나 공포, 과도한 음주 등의 신체적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생각이나 목표에 대한 과몰입이나 집착 등 심리적 원인에 기인하기도 하는데 특히 경쟁, 갈등, 강박적인 목표 달성 등과 같은 상황에서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터널 비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네요. 이렇게 시야가 극도로 좁아질 경우, 타인 의견에 공감하거나 현상을 직시하는 능력이 떨어져 불편한 상황을 겪을 수도 있고요. 실제로 경찰이나 검찰 수사 중 특정 용의자에게만 집중해 다른 가능성을 아예 없애고 오판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기업이 수익 창출에만 지나치게 집중해 소비자의 불만을 놓치는 사례나 입시 위주 교육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인성 교육처럼 더 큰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터널은 그저 공간의 통로만이 아닙니다. 아직 완전한 빛도 어둠도 아닌 중간지대라는 점에서, 우리는 언제나 작은 터널들을 거치며 살아가는 거죠. 고통에 맞서는 순응 그리고 이후에 찾는 비전. 우리 삶의 명암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명순응과 암순응, 터널 비전으로 인한 운전 중 위험을 줄이려면 터널 진입 전 미리 속도를 줄여 암순응에 따른 시야 확보 불량 대비. 또 전조등을 켜서 차의 위치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리는 동시에 선글라스 벗는 등 암순응 방해 요소 제거. 아울러 터널 안에서는 급정거에 대비해 앞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간 주행등 또는 전조등 사용.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열렸던 CJ올리브영 '올영세일'에서 구매한 유산균 캡슐입니다. 이전 학계에서는 유산균의 장 건강에만 집중했는데 최근에는 면역력 강화, 뇌 기능 개선, 피부질환 완화 등 여러 기능을 한다는 유산균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최근 올리브영은 뷰티 상품에서 더 나아가 유산균, 비타민, 마그네슘과 같은 필수 영양제부터 멜라토닌, 콜라젠, 글루타치, 이노시톨 등 여러 웰니스 상품 판매에 주력 중인데요. 이곳을 찾는 외국인 고객 역시 이런 카테고리를 많이들 찾는다고 합니다. 최근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 1~5월 외국인 고객의 이너뷰티(Inner Beauty)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55% 뛰었다고 하죠. 저도 올리브영에서 화장품 외 여러 제품을 잘 구입하는 편인데요. 때마침 먹던 유산균이 떨어져 세일하는 김에 살피던 중 이 상품의 키워드인 '다이어트'와 '비타민B'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알만 챙겨 먹으면 유산균과 비타민B를 섭취할 수 있는 동시에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다니…… 남들에겐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다이어트가 필요한 저에겐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이왕 먹을 유산균이라면 '뭐라도 하나 더 얻는 게 좋겠지' 하면서 말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속 안 유산균 알갱이들이 가득한데요. 이를 보자니 노르웨이 영화감독인 에밀리 블리치펠트의 데뷔작 '어글리 시스터'가 떠오릅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누구나 잘 아는 '신데렐라'를 차용한 작품인데요. 아버지가 재혼한 지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나자 계모와 두 의붓자매에게 괴롭힘과 구박을 당하며 '재투성이(신데렐라)'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주인공. 그러나 밝고 착한 천성 덕분에 동물과 마술사의 도움을 받아 왕궁 무도회에 도착, 왕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죠. 그러나 12시가 지나면 모든 마법이 풀리기에 급하게 유리구두 한쪽만 두고 떠나는데요. 이후 왕자가 방방곡곡 유리구두 주인을 찾으며 다시 재회해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원작은 찾을 수 없지만, 디즈니 이전 신데렐라 내용은 유리구두를 신기 위해 의붓자매가 발 일부분을 자른다던가, 신데렐라의 결혼 후 계모와 의붓자매들이 새들에게 쪼여 실명한다는 다소 잔혹한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는 이런 잔혹한 부분까지 야무지게 빌려왔는데요. 19세기 어느 한 유럽이 배경인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의붓자매 중 한 명인 '엘비라'입니다. 한 귀족이 두 딸이 있는 미망인과 결혼하며 아름다운 '아그네스(동화 속 신데렐라)'와 엘비라는 자매라는 연을 맺죠. 재혼 당일 아그네스의 아버지는 식사 중 목숨을 잃는데, 계모는 죽은 남편의 재산이 사실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분노합니다. 이런 엄마와 정반대의 성격인 엘비라는 저 먼 다른 나라에서 왕자가 직접 집필한 시집 한 권을 읽고 또 읽으며 본 적도 없는 왕자를 좋아하는 순박한 소녀로 등장합니다. 그런 딸을 보며 엄마는 "거울을 보라"며 무시하기 바쁘고요. 엄마는 남편이 죽은 후 막대한 돈과 명성을 얻기 위해 '엘비라와 왕자 결혼시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는데… '짜사이'가 짧은 콘텐츠인 만큼 영화 속 많은 얘기는 다루지는 못하지만, 그 프로젝트 과정이 정말 끔찍합니다. 엘비라는 예뻐지기 위해 성형외과에서 수술대에 오르는데, 앞서 말했듯 영화 속 시기는 19세기입니다. 예쁜 코를 갖기 위해 마취 없이 조각칼로 코를 쪼개고 길고 우아한 속눈썹을 위해 눈 밑을 바늘로 꿰매죠. 개인적으로 또 다른 보디 호러물 '서브스턴스'보다 이 영화 속 장면들을 보기 힘들더라고요. 젊은 나를 만들기 위해 척수를 뽑는 일보다 속눈썹 연장이나 코필러 수술이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일까요? 유산균 캡슐이 떠올랐던 건 다이어트를 위해 엘비라가 삼켰던 '촌충 알' 때문입니다. 그는 이 알 속 기생충이 배 안에서 자라 음식을 먹는 족족 모든 영양분을 빨아들인다는 학교 선생의 말을 듣고 거리낌 없이 알을 삼킵니다. 그런 엘비라를 보며 다이어트라는 키워드로 이 유산균을 고른 제 모습이 얼핏 보이더라고요(이 제품이 효능이 없다거나 부작용을 준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영화의 끝은 동화와 같습니다. 왕자는 뒤늦게 무도회에 등장한 아그네스에게 반하고, 남긴 구두를 통해 그녀를 수소문합니다. 엘비라는 너무도 사랑했던 왕자를 위해 도끼로 발가락을 자르는 고통까지 감내하지만 결국 왕자를 차지하지 못했죠. 끝내 흉측한 몰골이 된 엘비라는 동생 덕분에 기생충을 뱉어내고 다른 나라로 떠납니다. 슬프더라고요. 아름다움과 사랑을 원해 나의 외모를 바꿨을 뿐인데 차라리 죽음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참한 결말을 맞아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어서입니다. 서브스턴스를 관람했을 때도 이런 비슷한 감정이 들었는데요. 서브스턴스를 연출한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이런 지적에 대해 "젊고 아름답고, 섹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계속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게 여성의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일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부연에도 저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너 자신을 사랑해)'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참한 꼴을 보는 기분은 유쾌하지 않더라고요. 다만 어글리 시스터는 서브스턴스처럼 찝찝한 기분만 남겨주지 않습니다. 엘비라의 예뻐지려는 욕망의 근본은 '사랑'이었거든요. 이성이든 가족이든 대상을 불문하고 사랑하는 사람(왕자의 인성이 어쨌든)을 위해 비이성적인 일을 해본 경험, 누구든 한 번은 있지 않을까요? 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엘비라가 동생과 다른 나라로 떠나는 모습도 감명 깊었습니다. 비록 많은 것을 잃었지만, 한층 더 성장한 그의 열린 결말은 왕자와 결혼 후 고생길이 뻔히 보이는 아그네스와 대조됐거든요. 유산균 한 알에서 시작된 이번 '짜사이'는 어글리 시스터 속 엘비라의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무엇을 삼키든 '누구를 위해 삼키는가'라는 주체성은 잃지 말아야겠죠. 삼키는 순간 찾아올 책임도 자신의 몫이고요. 그래서 왕자를 잃은 엘비라보다 자신을 잃지 않은 엘비라의 이야기가 더 오래 뇌리에 남는 듯합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다섯 번째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틀을 잡은 포스트 블랙메탈 밴드이자 블랙게이즈·스크리모를 널리 알린 Deafheaven(데프헤븐)의 'Sunbather'. 2010년 6월1일 첫 데모 발매 후 2011년 4월 정규 1집 'Roads to Judah'에 이어 2013년 6월, 2년여 만에 내놓은 2집 'Sunbather'는 이들의 음악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앨범 표지만큼이나 호불호가 크게 엇갈립니다. 보컬인 조지 클라크(George Clarke)와 드러머 대니얼 트레이시(Daniel Tracy), 기타리스트이자 베이스, 키보드까지 담당하는 케리 맥코이(Kerry McCoy)가 창조한 잡음 가득 사운드는 취향이 맞는 리스너들을 몽환의 세계로 안내하죠. 블랙 메탈과 슈게이즈(Shoegaze)를 결합한 블랙게이즈(Blackgaze)로 헤비 장르 리스너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이들은 이 앨범에서도 조지 클라크의 처절한 외침에 멤버들의 따뜻하고도 서정적인 연주를 섞어 극적인 선명함을 연출합니다. 각 트랙 사이에 소리의 질감과 공간감에 중점을 둔 일반적인 앰비언트 사운드스케이프(Ambient soundscape) 외에도 피아노 선율, 일상의 대화 등을 삽입해 앨범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만들었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신발(Shoe)과 응시(Gaze)의 합성어 슈게이즈는 기타 이펙터의 사용치를 극대로 뽑아야 하는 장르 특성상 아래를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이 분야 밴드의 모습에서 파생됐죠. 1990년대 초반 등장한 하드코어 펑크의 한 장르로 나타난 스크리모(Screamo)는 비명(Scream)과 Emo(감정적인)를 합친 명칭이며 격렬하고 감정적인 보컬, 복잡한 곡 구조, 기술적인 연주, 서정·개인적인 가사가 특징입니다. 고통스럽게 내지르며 알아듣기 힘든 얘기를 들려주는 듯한 수록곡들은 점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데요. 데프헤븐은 이 앨범으로 블랙게이즈를 대중에게 알리며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평단의 극찬까지 이끌었습니다. 여기 더해 시각적 미학을 추구하며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 2집 앨범 아트도 화제였고요. 이들의 어두운 음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분홍색에 극단적인 고통과 절망이 담긴 가사를 외면하는 단순한 폰트로 아름다움 속에 숨은 고통을 표현했죠. '무늬만 메탈'이라는 일부 정통 메탈 리스너들의 비판도 있지만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근자의 경향에서는 오히려 유명세에 힘을 더하는 요소가 됐습니다. 역시나 천 마디 설명보다 한 번의 청취가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될 테니 'Sunbather' 수록곡들 간략하게 알아보며 이번 편 마치겠습니다. 추천곡은 유튜브로 연결되는 'Dream House'입니다. 앨범 시작을 알리는 'Dream House'는 이상(ideal)의 뒷면에 있는 공허함과 절망을 노래하며 블래스트 비트와 동반되는 기타 멜로디로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설정하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아름다움과 고통의 공존을 가장 잘 표현한 곡입니다. 다음 곡을 위한 숨고르기 같은 2번 트랙 'Irresistible'은 듣는 이를 평온하게 만드는 연주곡으로 부드러운 멜로디가 따뜻함을 찾아가는 앨범의 서사를 뒷받침합니다. 세 번째 트랙은 앨범 타이틀곡인 'Sunbather'로 폭발적인 사운드 기조에 복잡하면서도 유기적인 구성을 서까래처럼 얹어 짜맞췄죠. 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으로 부에 대한 동경과 대비되는 현실을 묘사합니다.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의 한 구절을 읽으며 시작하는 4번 트랙 'Please Remember'는 앨범의 깊이를 더하는 곡인데요.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공사장 소음 같은 난해한 사운드로 넘어갔다가 다시 외로운 기타 선율을 들려주며 감정의 충돌을 알려줍니다. 다음 곡 'Vertigo'는 앨범에서 가장 재생시간이 길지만 압도적인 몰입감을 내세워 제목처럼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은 음악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데프헤븐의 연주력이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쌓아놓고 터뜨리는 밴드의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흡인력이 뛰어나 빠져들게 되죠. 반복적인 리프와 드러밍이 리스너를 잡아끄는 와중에 처절한 보컬이 혼란을 유도하지만 종국에는 미약한 희망을 남깁니다. 마지막 곡에 앞서 분위기를 조절하는 앰비언트 트랙 'Windows'는 실제 대화녹음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죠. 앨범 작업 당시 약물중독 상태였던 케리 맥코이가 녹음한 마약 거래 현장의 대화라고 하네요. 앨범의 어두운 이면을 대놓고 보이려는 시도인지 왜곡된 음향효과를 부각시키는 오르간 사운드가 더욱 짙은 불길함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맥코이는 현재 약물의 유혹에서 벗어났고요. 대단원의 마침표인 7번 트랙 'The Pecan Tree'는 고통 안에서 희망을 찾는 마지막 여정입니다. 절망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보컬과 연주를 전면에 배치한 후 구성 전환을 시도하다가 앨범에 아로새긴 모든 감정을 파헤쳐 고막에 쏟아붓습니다. 슬픔과 무력감을 토해내는 외침은 곡 말미의 희미한 멜로디와 순서를 바꾸며 아직 남은 희망을 찾으려는 소망을 이어가죠. Dream House 9:15 Irresistible 3:13 Sunbather 10:17 Please Remember 6:26 Vertigo 14:37 Windows 4:43 The Pecan Tree 11:27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사라지는 동시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갈라지며 금융권에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입니다. 국내 금융 정책 및 감독 기능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금감원 ▲재정경제부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네 개 기관으로 분리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당초 정부는 금융위 해체에 대해 감독과 정책의 분리 필요성과 함께 독립성 강화를 강조했지만, 전일 발표한 금감원 조직 개편책이 막상 약화, 통제는 강화되는 모습이라 여러 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개편안을 보면 기획재정부(기재부) 예산 기능을 떼 기획예산처로 독립하고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개편해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더하기로 했는데요. 지난 2008년 출범해 국내 모든 금융정책 수립과 감독 권한을 갖고 있던 금융위는 금감위가 돼 감독 기능에 집중하는 조직이 됩니다. 금감원의 경우 금감원 안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는 떨어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재탄생되는데요. 이후 금감원 금소원은 금감위 산하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지난 2009년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민간기구로 있던 금감원을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공공기관을 지정하는 까닭에 대해 행정안전부(행안부) 이창규 조직국장은 "외부 통제와 견제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며 "금감원은 그동안 역할에 비해 외부 통제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한 상황입니다. 다음 달인 8일 오전 금감원 이찬진 원장은 직원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금감원 대다수 임직원이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회 논의 및 유관기관 협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임해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했고요. 그는 차질 없는 업무 수행도 주문했는데요. 이 원장은 "감독체계 개편 발표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나와 임직원 여러분 모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푸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 관세 영향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도 상존하는 만큼 우리 본연의 역할인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금감원 내부 직원의 불만도 상당합니다. 이날 금감원 노조는 '금소원 별도 신설, 국민을 위한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지난 7월 금감원 직원 1539명과 함께 국정기획위원회에 '금소처 분리와 관련해 드리는 금감원 실무직원 호소문'을 통해 금소원 신설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금융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감독 기능 간 충돌, 감독·검사와 소비자보호 업무 연계 '원스톱' 서비스 붕괴, 검사·제재 중복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더불어 조직 개편이 조직 이기주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분리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신중히 검토하라고 권고한 사항임에도 절차를 밟은 것은 국민을 위한 개혁보단 자리 나누기를 위한 행동이란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이 밖에도 이들은 민간조직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면서 감독 독립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는데요. 노조는 "지난 2009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한 이유는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며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금융소비자와 국민이 아닌 정권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를 잠깐 짚어볼까요. 우선 지난 1993~1998년, 즉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까지 재정경제원이란 곳이 국내외 금융 정책, 감독 정책을 담당했으며 한국은행(한은) 산하의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실질적인 감독을 맡았는데요. 이 체제는 권한 비대화와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줄곧 받다 IMF 직후 재정경제원에서 국내 금융감독정책이 분리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신설됐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금감위가 국내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금융산업정책은 재정경제부에 맡긴 것인데요. 더불어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한 감독기구 금감원을 신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직을 겸임했습니다. 그러나 ▲재경부(경제·금융정책) ▲금감위(금융감독 정책) ▲금감원(금융감독 집행) 등 세 단계 구조와 업무 분산 역시 금융사의 부담 가중과 함께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등장했는데요. 이후 지난 2008년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된 현 체제가 탄생했습니다. 그렇다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이원화 체제가 늘 완벽했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실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2011년 상호저축은행 부실사태, 2019~2020년 파생결합펀드(DLF 펀드) 불완전판매 및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 회피를 할 수 없죠. 이런 연이은 사고에 금소원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고요. 다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올 6월 말 기준 금감원 인력은 2444명(무기 계약직, 비정규직 포함), 금융위 직원은 263명인데요. 이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록 전 국민의 금융 업무를 실질적으로 도맡는 82만7000명(국가통계포털 기준)의 금융권 종사자들 역시 한동안 우왕좌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의견 수렴 과정이 거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며 "한동안 업무 혼산이 이어질 테고 이는 금융 고객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이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정부의 충분한 소통과 정책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간만에 한 번 던져봤습니다. 예전엔 백발백중은 아니더라도 반 정도는 중앙에 근접했는데 대체 신체기능에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던지는 것마다 방향이 다르네요. '백 번 쏘면 백 번 다 맞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백발백중(百發百中)은 뛰어난 솜씨의 명사수를 일컫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계획 또는 예상했을 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상황을 묘사할 때도 사용됩니다. 여러 유래 중에서도 중국의 사기(史記), 좌전(左傳) 등 출전을 보면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양유기(養由基)라는 명궁이 백 보 밖의 버드나무 잎을 백 번 쏴서 모두 맞혔다고 해 이 사자성어가 생겼다는 설이 가장 유명하죠. 진나라의 대표적인 명장 백기(白起)와 관련된 설화에서는 주나라의 책사 소려(蘇麗)가 백기에게 "지금까지 백 번 쏘아 백 번 맞혔다 해도 한 번만 실패하면 모든 공이 헛될 수 있으니 신중하라"는 교훈을 건넸다고 합니다. 다만 백기와 백발백중의 연결은 설화적 확장일 뿐 신빙성 있는 역사적 근거는 부족하지만요. 직업이 있는 많은 분들이 오늘 저처럼 여유를 즐기시겠죠? 남들이 쉴 때 쉬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까요? 아울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급여생활자들은 1년에 하루, 근로자의 날에 보상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으나 공·군무원과 군인, 감시·단속 근로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 등의 직종 분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일 겁니다. 농·어업 종사자도 여기 포함되고요.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의 날 명칭은 원래 '노동절'로 1958년 대한노동조합총연맹(지금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3월10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63년 4월17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1973년 3월30일 제정·공포한 이래 1994년부터 5월1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하죠. 이 날짜로 바꾼 이유는 국제 노동자의 날(International Workers' Day)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통일성을 고려해달라는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쓰러질 만큼 힘든 일, 곱하기 백의 즐거운 하루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보다 앞선 때에도 일꾼들을 위한 휴식일이 있었는데요. 백발백중에서 백발을 뺀 오늘은 '백중(百中)'입니다. 우리 세시풍속 중 하나인 백중은 농경사회의 삶과 불교문화가 결합된 명절로 음력 7월15일이며 백종(百種), 중원(中元), 우란분절(盂蘭盆節), 망혼일(亡魂日) 등 여러 이름이 있죠. 이 날짜 무렵이면 여름철 농작물이 무르익는 가운데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췄다고 해서 백종이라 부르던 것이 변해 백중이 됐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졌습니다. 또 아시아 중화권의 전통명절이자 도교의 중원절이기도 하고, 이날 많은 스님들에게 100가지 음식을 공양하는 불교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요. 여기 더해 불교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이라고 칭하며, 석가모니 제자 목련존자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원하고자 여러 스님에게 공양을 올린 효행에서 유래한 날로 여깁니다. 실제 이날 일부 사찰에서는 조상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죠. 백중의 주요 풍습으로는 농부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벌이는 민속놀이인 '백중놀이'가 지금도 경남 밀양과 충남 연산에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그해 최우수 농가에서 일꾼들에게 소를 태우고 마을을 돌게 하는 잔치인 '호미씻이', 시원한 폭포나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더위를 타지 않는 것은 물론 질병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던 '물맞이' 외에도 익은 과일과 햇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며 차례를 지냈다죠. 백중은 농번기 중에서도 가장 힘든 시기인 김매기가 끝나는 날이었기에 머슴들의 노고를 위로하려고 하루 휴일과 술, 음식, 약간의 돈을 줘 마을에는 이날을 위한 장이 서기도 했답니다. 장 이름은 꾸밈 하나 없이 '백중장'이었고 백중은 '머슴날'이라고도 부르며 신분 격차를 잠시나마 허물면서 주인과 편하게 지내는 유일한 날이었습니다. 특히 백중놀이에서는 양반과 신분 질서를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비꼰 병신춤, 양반춤을 추었는데 양반들도 의관을 벗고 축제의 장에 동참했다고 하네요. 더불어 백중은 머슴들이 새 삶을 꾸릴 수 있는 날로 마을 어른들이 노총각 머슴이나 홀아비 머슴의 혼인을 주선하거나 살림을 장만해 주기도 해 '백중날 머슴 장가간다'는 옛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백중이 우리나라의 핼러윈인 망혼일로 불리는 까닭도 짚으며 이번 편 마무리할까 합니다. 가득 찬 달이 하늘의 문을 열었을 때 잠시 세상에 나오는 조상과 혼령을 기리거나 위로하는 '귀신의 날'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 그리고 산 자가 만나는 날이자 머슴과 양반이 하나 되는 화합의 휴일. 이쯤이면 백발백중이 아니라 '백날백중'이라는 사자성어풍의 신조어도 하나 나오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IE 금융] 카카오뱅크가 전북은행과 협업해 공동대출 상품 '같이대출'을 출시하며 플랫폼 기반 은행 간 협업 모델 확대. 16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같이대출은 카카오뱅크와 전북은행이 대출금을 각각 50%씩 분담해 취급하는 구조. 고객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양사가 각각 심사를 진행한 뒤 한도와 금리를 공동으로 결정. 같이대출은 급여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이며 최대 한도는 2억 원, 금리는 연 4.486%~6.794%(16일 기준). 대출 상환 방식은 만기일시상환 또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중 선택 가능하며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 해당 상품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으며 양사는 각자의 신용평가 역량과 심사 노하우를 결합해 고객에게 보다 유리한 금리 조건을 제공할 계획. 대출 신청부터 원리금 상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등 대출 관리 전 과정은 카카오뱅크 앱에서 일괄 제공돼 고객 편의성 강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위원회가 기존 규제로 출시가 어려운 금융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며 이 기간 시장성과 안정성을 검증.
[IE 산업] 배달의민족과 카카오뱅크가 경기·강원 지역까지 협약보증대출 지원 범위를 넓히며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확대. 16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배민은 경기 지역에 150억 원, 강원 지역에 30억 원 규모의 협약보증대출 지원 재원을 새로 편성해 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을 시행. 강원 지역은 내년 1월부터 지원이 시작되며 경기 지역은 지난달 말부터 지원 확대. 이번 협약보증대출 사업은 우아한형제들이 카카오뱅크,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추진하는 구조며 우아한형제들과 카카오뱅크가 각각 35억 원씩 총 70억 원의 보증 재원을 분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이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에게 보증서를 발급. 올해 서울·인천·부산·대구·울산·세종·충남·충북 지역은 이미 대출 신청이 모두 마감됐으며 제주·경남·경북·대전·전남·광주 지역에서는 아직 협약보증대출 지원이 진행 중. 광주 지역은 지난 1월 말 지원 개시 이후 30억 원이 4개월 만에 조기 소진돼 이달 말 추가로 30억 원을 확대 지원. 우아한형제들은 앞서 2023년에도 KB국민은행,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협업해 1050억 원 규모의 보증대출 상품을 운영했으며 현재 협약보증대출을 통해 약
[IE 금융] 신한투자증권이 내년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프라이빗뱅커(PB)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 16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응답자 64%는 "내년 한국 증시가 미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 80.5%는 "반도체·인공지능(AI) 중심의 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응답. PB들은 내년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해 일정 수준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기 흐름은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될 것으로 진단. 국내 증시는 수출주 중심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미국 증시와 유사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 환율과 관련해서는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우세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현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 또 코스피가 코스닥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10%포인트(p)가량 높게 집계. 개인투자자의 자산 배분 전략으로는 '한국과 미국 50:50 투자'를 추천한 PB가 43%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 70% 이상'이 33%, '미국 70% 이상'이 20% 등.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IE 금융·산업] 우리은행과 삼성전자 선보인 '삼성월렛 머니·포인트' 서비스 신규 가입자가 100만 명 돌파. 1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지난달 출시 이후 3주 만에 가입자 5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100만 명 기록. 업계에서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 삼성월렛에서 바로 가입 가능한 접근성과 높은 포인트 적립 혜택이 가입자 급증을 이끈 요인으로 진단. 삼성월렛 머니·포인트는 삼성월렛에서 계좌를 연동해 충전·결제하는 방식의 선불형 결제 서비스며 결제 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음. 특히 '삼성월렛머니 우리통장'을 활용하면 충전과 결제를 동시에 관리 가능. 양 사는 가입자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이날부터 최대 10% 포인트 적립 이벤트 진행. 삼성월렛 머니로 오프라인 결제 시 기본 적립 0.5%에 더해 ▲100만 돌파 기념 5% ▲우리은행 계좌 충전·결제 1.5% ▲삼성월렛머니 우리통장 이용 시 3%가 추가돼 최대 10% 포인트 적립 가능. 생활 밀착형 제휴 혜택도 확대. 편의점 GS25에서 3000원 이상 결제 시 1000포인트를 즉시 지급하고 롯데ON을 비롯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즉시 할인 및 포인트 적립 혜택 제공.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