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앨범 소개] 열네 번째는 1996년 핀란드 남동부 카르훌라에서 토대를 세운 멜로딕 데스메탈(멜데스) 밴드 Omnium Gatherum(옴니엄 개더럼)의 'Grey Heavens'.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멜데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공격성과 과격함을 억누르며 프로그레시브 등 여러 장르의 음악적 요소를 흡수해 밴드만의 이미지를 갖췄습니다. 1997년 데모앨범 'Forbidden Decay' 이후 2003년 정규 1집 'Spirits and August Light'를 내놓고 2016년 7집 'Grey Heavens'를 거쳐 2021년 Origin까지 1~3년 간격으로 꾸준히 새 작품 발매 중인데요. 올해 말 10집 발매를 예고한 이 밴드는 1집 발매 이듬해 메이저 레이블 Nuclear Blast와 계약 후 다소 부침이 있었죠. 하지만 Candlelight Records로 옮긴 후 2008년 정규 4집 'The Redshift', Lifeforce Records에서의 2011년 5집 'New World Shadows' 등으로 팬층을 넓히는 동시에 더욱 공고한 위용을 뽐내게 됐습니다. 특히 'New World Shadows'는 핀란드 앨범 차트 5위에 오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이후에도 2013년 'Beyond', 그리고 오늘 소개할 'Grey Heavens' 등도 리스너들에게 호평을 받았죠. 밴드명 자체가 '잡다한 모임' '공개파티'라는 뜻이라서 그런지 라인업 변화가 잦은 편인데 밴드를 만든 마르쿠스 반할라(Markus Vanhala)가 역시나 'Grey Heavens'에서도 곡을 만들며 기타를 맡았고 아포 코이비스토(Aapo Koivisto)가 키보드를 담당했습니다. 또 보컬리스트는 유카 펠코넨(Jukka Pelkonen), 기타리스트 요나스 코토(Joonas Koto), 베이시스트 에르키 실베논넨(Erkki Silvennoinen), 드러머 야르모 피카(Jarmo Pikka)로 멤버를 꾸리며 모았던 에너지를 균등하게 뽑아냈네요. 수록곡 중 가장 인기가 많은 3번 트랙 'Frontiers'와 6번 'Foundation'까지 거친 후 힘을 살짝 더 분산시킨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인간 내면과 존재에 대한 탐구를 다룬 이 앨범의 철학적인 주제를 감안하면 이 역시 밴드의 노림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총 재생시간 56분 13초에 10곡을 담은 이 앨범의 표지 이미지에 대해 유카 팔코넨은 삶의 어둡고 밝은 면이 혼재된 상태인 양면성의 균형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고요. 대립보다는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는 언급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회색 바탕에 그린 두 개의 달은 '양면성', 중앙에 위치한 눈은 '관조와 이해', 달과 눈을 두른 둥근 원의 구도는 '존재의 순환'을 의미한다는 거죠. 이 설명을 듣고 앨범을 감상하면 앨범 표지의 회색을 달리 보게 됩니다. 회색은 흑과 백의 대조에서 파생된 중립의 단일색이 아니라 전체적인 순환에 맞춰 명암과 채도를 바꾸며 등불 뒤 그림자와 같은 토대를 구성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트랙 대부분이 밴드의 전작들과는 어느 정도 다를지언정 기존 멜데스 밴드의 스타일과는 크게 다르지 않기에 실망하는 팬들도 많지만 특성상 비판이 많이 따르는 장르를 지속하면서도 수작인 곡들을 매번 뽑아내는 만큼 차기 앨범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가 없네요. 수록곡 소개에 이르기까지 글이 좀 길었습니다. 그럼 이만 'Grey Heavens' 앨범에 실린 곡들 짧게 살피면서 이번 편 마감하겠습니다. 유튜브로 연결되는 곡은 'Foundation'입니다. 오프닝 곡 'The Pit'는 복잡다단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인간의 고뇌와 결단을 표현한 곡으로 멜데스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7집에서 다룰 여러 회색 감정들을 예고하는 오프닝으로 손색이 없죠. 2번 트랙 'Skyline'은 일상의 성찰과 반성의 메시지로 보컬이 앞서 템포를 끊어주며 간결하고도 직관적인 리프를 두드러지게 만듭니다. 이 앨범에서 주목도가 높은 세 번째 트랙 'Frontiers'는 초반 질주가 뇌리에 남는 곡으로 내면을 넘나드는 여정을 노래하며 신디사이저와 기타 솔로가 활약하죠. 수록곡 중 재생시간이 가장 긴 다음 곡 'Majesty and Silence'는 번잡한 인생에서 내면의 고요함을 찾는 과정을 어쿠스틱하게 펼쳐 보입니다. 긴 곡 길이만큼이나 다채로운 구성이지만 전체적인 감성은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채와 일치한다고나 할까요? 5번 트랙 'Rejuvenate'는 현실의 본질과 인식을 짚으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곡입니다. 박자에 변화를 주면서 각 악기 파트의 조화로 강렬한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어 손가락을 저절로 튕기게 되네요. 개인적으로 7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섯 번째 곡 'Foundation'은 역시나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인간의 내면을 다룹니다. 자유, 책임 등 인간사에서 마주하는 불변의 보편적 진리를 가사에 담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멜데스로 만들었죠. 반복을 통해 단단하게 탑을 쌓는 듯한 구성으로 기존 팬들은 이 곡을 들으며 밴드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인간 내면의 해방과 자유를 신디사이저와 기타 선율에 새겨 드라마틱하게 전개한 7번 곡 'The Great Liberation'이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라면 이어지는 8번 곡 'Ophidian Sunrise'는 앨범 후반부에 속도를 늦추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죠. 시작을 언급하며 여러 감정과 성찰을 위시해 인간 내면을 반영한 곡인데 차분하게 곡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 같은 구성에서 그루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홉 번째 트랙이자 연주곡인 'These Grey Heavens'는 곡 초반 어쿠스틱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흐름을 이끌며 가벼운 변화로 밴드의 음악적 스타일을 들려주다가 마지막 곡 'Storm Front'에서 몽환적 절정에 다다르는데요. 신디사이저 멜로디로 시작해 강렬하고 서사적인 전개를 바탕 삼아 앨범의 철학적 여정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폭풍 전야의 고요와 긴장, 변화, 진실에 대한 의문을 차례대로 연결하며 성찰의 메시지를 말줄임표처럼 남기는데… 헤드폰을 정리하면서도 여운이 오래도록 맴돕니다. The Pit Skyline Frontiers 5:09 Majesty and Silence Rejuvenate! Foundation The Great Liberation Ophidian Sunrise These Grey Heavens Storm Front 4:34 4:30 5:09 8:36 5:28 5:49 5:15 6:13 4:25 6:13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이슈에디코'의 알짜 생활정보 시리즈 중 하나인 [적금 돋보기] 이번 편을 보니 우리은행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10만 좌 한도로 특별 금융상품을 판매하네요. 이 상품은 1인 1계좌 가입 가능한 12개월 만기 자유적립식으로 월 최대 3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습니다. 기본금리 연 2.0%에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는 4.15%포인트(p), 최근 6개월간 우리은행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2.0%p 우대금리가 더해져 최고 연 8.15% 금리를 받을 수 있고요. 특히 사회공헌형 금융상품으로 고객이 적금에 가입할 때마다 국가보훈부가 운영 중인 국민 기부 온라인 플랫폼 '모두의 보훈드림'에 우리은행이 좌당 815원씩 기부한답니다. 하나은행도 '대한민국만세 80주년 적금'을 내놨는데요.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최고 연 8.15%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며, 가입 시마다 815원을 독립 유공자 지원에 자동 기부합니다. 또 태극기 게양, 나라사랑 실천 서약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우대 금리가 붙고요. 보기엔 그저 훈훈하게만 느껴지는 금융상품이지만 사회 일각의 비판도 따릅니다.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역사적 기념일의 상업화, 애국심의 오용, 상품 판매 수익률과 사회적 기여의 불균형 때문이고요. 그래도 어쨌든 선의를 바탕에 둔 상품들인 만큼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왈가왈부 과해석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광복을 주제로 한 금융상품이 나오기까지 감히 상상도 못할 고초를 겪었을 대한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무한 존경과 감사를 보내도 모자랄 판국에, 그들의 은혜를 입은 후손들이 광복 특별 금융상품과 엮인 이해관계로 마찰을 빚는 건 보기 좋은 일이 아니죠. 두 눈 멀쩡히 뜨고도 인두겁의 악마들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 값처럼 활동자금을 모아 사투를 벌였을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막연하게 짐작해도 가슴이 저미는 걸요. 그나저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치밀한 압박과 감시를 뚫고 어떻게 활동자금을 마련했는지 혹시 아시나요? 편지로 전한 불굴의 의지, 답장에 실은 불변의 격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발행한 한국독립운동사연구와 국사편찬위원회의 우리역사넷, 공훈전자사료관,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내 콘텐츠 자료들을 참고하면 이들의 활동자금을 마련한 방법은 다방면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우선, 학교와 종교단체, 기업, 상점 등에서 은밀하게 자금을 모아 전달하는 한편 비밀모금 활동을 전개했고요. 만주, 상하이, 미주 지역 등지의 한인 동포들도 조직적인 모금 활동 등으로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미주 지역에서 애국금 모금을 실시하는 동시에 인구세(人口稅) 형태의 독립공채를 발행했죠. 인구세는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도입한 세금으로 20세 이상 모든 한국인에게 1년에 금화 1원(해외는 1달러)을 걷었습니다. 또한 임시정부가 같은 해 국내 도, 군, 면 단위로 조직한 연통제(聯通制)라는 비밀 행정연락망을 통해 일제의 감시를 피하며 독립운동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금을 관리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거의 모든 독립운동가들이 자신의 재산을 바치고 생활비를 아껴 독립운동을 이어갔다는 사실입니다. 활동자금과 관련한 사료 중에서는 1931년 12월24일, 중국 상하이의 김구 선생에게 의거자금을 요청한 이봉창 의사의 친필 편지가 유명하죠. 이 의사는 이 편지에서 '물품이 팔린다'라는 암호로 의거자금을 요청했고 나흘 뒤인 28일, 김구 선생이 100엔을 보내며 일왕 히로히토 저격 의거를 지원했습니다. 다음 해 1월8일, 도쿄 경시청 앞에서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던져 암살하려던 이 의사의 계획은 결국 미수에 그쳤지만요. 아울러 이봉창 의사는 일본에서 상점 점원, 철공소 직공, 잡역부 등으로 일하며 경제적 자립을 도모한 것은 물론, 김구 선생이 군자금을 모집하는 동안 조력자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한인애국단의 제1호 단원이자 의열투쟁가로 히로히토 암살에 실패해 체포된 후 사형 선고를 받고 1932년 10월10일 향년 30세에 순국한 이봉창 의사. 이 의사의 의거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와 함께 광복 의지에 다시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자 대한의 독립운동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8월10일, 오늘은 이봉창 의사가 태어나신 날입니다. 1901년생이시니 만약 살아계신다면 오늘로 딱 125세가 되셨겠네요. 이봉창 의사가 방송국 광복 특집 프로그램에 최장수 독립운동가로 출연해 과거의 일화들을 회상하듯 풀어놓는 모습을 그리며, 이번 '이리저리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정말 무더운 여름, 시원한 휴가지가 절실해지는 요즘인데요. 저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9개 손해보험사(손보사)의 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약 173만300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급증했는데요. 이 계약 건수는 지난 2021년 14만3000건, 2022년 59만6000건, 2023년 172만1000건, 지난해 272만7000건 등으로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300만 건 돌파도 거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여행자보험이 보편화되면서 최근 보험사는 관련 보장 항목을 점점 확대했는데요. 출국이 지연될 때 공항 내 라인지 시설 이용비나 동상 또는 일사병과 같은 기후 질환에 대한 병원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해외여행 중 빈집털이를 당할 경우 손해를 보장하는 특약도 있고요. 하지만 여행자보험에 들었다고 무작정 다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데요.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분쟁사례로 알아보는 소비자 유의사항'을 토대로 보장받을 수 없는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여행 중 인근 상점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면? 여행자보험에는 휴대품 손해 특약이 있지만, 보험사는 단순 분실은 보장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휴대폰을 도난당한 사실을 입증해야만 보상해 줍니다. 또 휴대폰이 파손됐을 경우 휴대폰보험과 여행자보험에 모두 가입했어도 중복 보상은 받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실제 지급한 수리비를 한도로 보험금을 비례 보상해 주거든요. 동호회에서 간 여행에서 스쿠버다이빙하던 중 다쳤다면? 동호회 활동을 목적으로 한 스쿠버다이빙, 수상보트,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등 위험한 레저 활동은 일반상해보험이나 여행자보험에 보장되지 않는데요. 이 같은 활동에서 보장을 받으려면 레저 전용 상해보험에 가입하거나 여행자보험에서 '레저특약'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수영장에서 아이가 뛰다가 다쳤다면? 수영장 업체가 가입한 체육시설업자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청구해도 업체 직원 과실이 없다면 보상받기 힘든데요. 이는 업체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했다거나, 시설물 관리 부주의와 같은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업체 측이 '구내치료비' 특약에 가입했다면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시설 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치료비가 지급될 수 있다네요. 빌린 제트스키를 고장 냈어요. 이는 여행자보험은 물론, 일반 배상책임보험에서도 보상받기 힘듭니다. 렌털 장비는 타인의 물건이 아니라 본인이 관리하고 점유한 장비로 보기 때문인데요. 이럴 때는 렌털업체가 자체 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하거나 자신의 보험 특약 가운데 레저 장비 전용 보장 특약이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산 지 10년이 넘은 에어컨 수리비도 보장되나요? 보험사는 제조일로부터 10년이 넘은 제품에 대해 고장 수리 비용 보장 특약으로 보상 처리해 주지 않습니다. 더불어 이 특약 보험금은 수리비를 지출할 때만 지급되며 교환에 든 비용은 보상하지 않고요.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여름철 휴가, 여행, 야외 활동을 하다 보면 사고가 증가해 보험 상품 수요가 커진다"며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소비자와 보험사 간 해석 차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사전에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피부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온몸을 휘감은 끈적한 습기도 정동진으로 향하는 이들의 발길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난 1~3일 강원도 강릉시 정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제27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올해 역대 최다 관객을 모았는데요. 5일 주최사 강릉씨네마떼끄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 첫날 방문객은 1만1359명으로 지난해 총 영화제 기간 방문객 수인 1만4553명과 근접한 수치를 보였는데요. 이어 둘째 날 1만1901명, 마지막 날 4000여 명이 찾으면서 총 누적 관객 수 2만7256명을 기록, 3년 연속 최고 방문객 수를 경신했습니다. 대폭 삭감된 예산도, 기록적인 폭염도 정동진영화제의 열기를 막을 수 없던 셈이죠. 올해는 총 27편의 장·단편 영화가 상영됐는데요. 저는 10편의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이틀째인 2일에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더위에 매우 취약한 편임에도 이 영화제를 좋아하는데요. 극강의 더위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쯤 해가 지면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반딧불이와 함께 보는 야외 상영의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마시는 맥주도요. 올해 영화제는 '모두가 문턱 없이 즐기며, 기후위기 대응을 함께 실천하는 영화제'라는 모토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개막식과 GV(관객과의 대화)에는 문자 통역이 함께하며 농인 부모의 자녀로 구성된 모임 '코다피플'이 진행하는 수어통역도 별도 LED스크린으로 제공했는데요. 더불어 강릉관광개발공사가 휠체어 리프트 특장차량과 운전기사를 무료 후원해 전보다 장애인 및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기존 수어 통역 제공 외에도 홍보 부스에 수어 안내 요원을 추가 배치했으며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전용 화장실과 이동형 경사로, 진입판을 설치했고요. '지속 가능한 영화제'를 위한 기후위기 시대에 발맞춘 친환경 실천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내일협동조합과 협력해 자원순환팀을 운영, 영화제 현장의 분리수거와 자원 재활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는데요. 정동진영화제 김진유 집행위원장은 이날 영화 상영 전 올라와 "어제(첫날) 관객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오늘도 경신할 것 같아 준비한 보람이 있다"며 "강릉시에서 올해 지원 예산을 작년 1억20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삭감했음에도 지속 가능한 영화제, 문턱 없는 영화제를 위해 카카오뱅크가 힘을 써줬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카카오뱅크는 이번 영화제에 유일한 민간 후원사로 참여해 5000만 원을 기부했는데요. 이 기부금은 수여 통영 안내용 LED 스크린, 무료 셔틀버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임시 화장실 및 경사로 등에 활용됐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입장할 때부터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입구에서 방문객에게 재사용이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키트'와 재활용할 수 있는 '조립형 종이 의자'를 나눠줬기 때문입니다. 제로웨이스트 키트는 샴푸바, 대나무칫솔, 고체치약 등 친환경 상품 4종으로 구성됐는데요. 종이의자의 경우 영화를 등을 기댈 수 있는 튼튼한 뒷받침과 음료나 맥주, 생수 등을 꼽을 수 있는 컵홀더가 있어 더욱 편리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구현됐습니다. 사흘간 각각 총 1000개를 제공했다네요. 이와 관련해 카카오뱅크 관계자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Q. 이번 영화제의 유일한 민간 후원사로 참여하게 된 이유? A. 2500만 고객과 함께하는 카카오뱅크는 '모두의 은행'이라는 타이틀처럼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고객들께 혜택을 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일환으로 메세나(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도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문화 활동 지원을 추구하고 있다. 20년 넘게 무료로 영화를 상영 중인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특히 배리어프리처럼 장애인·비장애인 모두를 고려하는 영화제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지향하는 부분과 잘 부합해 올해 처음으로 민간 후원사로서 기부를 진행했다. Q. 현장에서 방문객에게 '종이의자'를 지원하게 된 까닭은? A.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관람객의 연령 제한 없이 진행되는 행사이므로 어르신을 포함한 모든 관객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조립형 종이의자를 제공하게 됐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지속 가능한 자원인 '종이'를 선택했으며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후렉스 인쇄 방식으로 제작했다. 종이의자는 다시 재사용이 가능해 관객들이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으며 현장에 남은 의자는 업체에서 수거해 재활용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6일 열렸던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에 금융사 중 유일한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밖에서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친환경 마라톤과 같은 각종 문화예술 지원에 힘을 쓰고 있는데요. 지난해 이 은행의 메세나(문화·예술·체육) 부문 사회공헌활동액 규모는 1억9400만 원으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뱅크 300만 원, 토스뱅크 0원) 중 압도적인 금액입니다. 올해 정동진영화제에 방문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던 점은 기상이후로 인한 폭염이었는데요. 재작년, 지난해보다도 올해 유독 더위 탓에 움직이기 힘들어 "내년에는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폭염일수는 14.5일로 평년보다 10.4일 많았는데, 구미, 청주, 대전, 서울 등 62개 지역 중 31개 지역에서는 한 달의 절반 이상 동안 폭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대관령에 1971년 관측 이래 처음 폭염이 관측됐고요.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영화제가 지속되려면, 우리 각자의 작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그리고 내년에는 조금 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별빛 아래에서 영화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오직 금요일만이 줄 수 있는 여유를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OTT(Over-the-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한 곳을 골라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을 봤습니다. 1990년대, PC통신 정서가 가득한 영화 전체는 서툴러서 더욱 감성적이던 당시 청춘의 단면이 담겨 알고도 빠져드는 설렘을 느끼기에 충분했죠. 그때 우리나라 PC통신은 모뎀과 전화선을 통해 중앙 서버와 연결한 PC(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익명의 개인들과 소통했습니다. 촬영한 피사체는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관하기로 결정한 당시 PC통신 서비스업체 중 하나였던 유니텔의 설치 CD입니다. 업체들의 서비스가 대부분 문자 중심이었던지라 게시판, 채팅, 전자우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려졌죠. 흔히 동호회라 부르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성을 내세워 자유롭게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얘기를 나누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느린 속도와 비싼 이용료(전화요금), 동영상은커녕 이미지도 보기 힘든 문자 위주 서비스 등은 단점이었고요. 1994년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와 함께 쇠락을 시작한 PC통신 문화는 결국 여러 온라인 콘텐츠 문화의 시초가 된 채 사라졌습니다. '접속'의 주인공들인 라디오 PD 동현(한석규 扮)과 홈쇼핑 판매원 수현(전도연 扮)은 한 곡의 음악을 계기로 유니텔 채팅방에서 만나게 돼 결국 서로를 알아보고 행복한 결말을 맺지만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곡은 1964년 미국 뉴욕에서 결성한 록 밴드 'Velvet Underground(벨벳 언더그라운드)'가 1969년 발매한 정규 3집에 실린 'Pale Blue Eyes(창백한 푸른 눈동자)'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정작 널리 알려진 노래는 두 사람이 실제 마주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흐른 미국 재즈 가수 'Sarah Vaughan(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연인의 협주곡)'로 하이라이트를 더욱 밝히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죠. 이 곡은 1965년, 역시 미국의 여성 팝그룹 'the Toys(더 토이즈)'가 '미뉴에트 G장조'를 팝 발라드 형식으로 각색해 처음 발표했습니다. 이후 사라 본 등 많은 뮤지션들이 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떨치게 됐고요. 바로크 시대 독일의 오르간 연주자 겸 작곡가 Christian Petzold(크리스티안 페촐트)가 작곡한 미뉴에트 G장조(Minuet in G major, BWV Anh. 114)는 1725년 Johann Sebastian Bach(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두 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에게 헌정한 음악노트에 수록됐습니다. 당시 원본에는 작곡자명이 표기되지 않아 대중은 한동안 바흐의 작품으로 알았지만, 20세기 중반 음악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실제 작곡자가 페촐트라는 사실을 밝혔죠. 그럼에도 여전히 ‘바흐의 미뉴에트’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오해가 퍼져 오리지널을 그림자로 덮은 사례는 더 찾을 수 있는데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Adagio in G minor)'는 1950년대 이탈리아 음악학자 Rem Giazotto(레모 지아자토)가 1945년경 독일 드레스덴 도서관에서 찾은 바로크 시대 전설적 작곡가 Tomaso Albinoni(토마소 알비노니)의 바소 콘티누오(베이스라인) 등의 조각 악보를 바탕으로 사실상 새롭게 작곡한 곡입니다. 곡을 내놓고 출판하며 알비노니의 음악을 바탕 삼아 재구성했다는 문구를 넣었는데 사람들이 멋대로 오해한 거라고 하죠. 여기 더해 Robert Schumann(로베르트 슈만)의 대표곡 중 하나인 'Carnaval(카니발)' 가운데 일부 악장이 Franz Liszt(프란츠 리스트)의 곡으로 오인된 채 무분별하게 퍼졌던 전례도 있습니다. 1990년대 온라인에서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파일이 유통될 때 어이없게도 리스트 명의로 잘못된 태그가 붙었던 거라고 하네요. 아울러 'G선상의 아리아(Air on the G String)'는 19세기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August Wilhelmj(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의 G현 하나로만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하면서 붙인 곡명입니다. 원곡은 바흐의 '칸타타 BWV 1068' 제2악장 'Air'로 바이올린과 여러 악기가 협주하는 오케스트라용 악장이고요. 편곡명이 원곡명보다 더 많이 불리는 드문 경우이기도 하죠. 이와 함께 '토카타와 푸가 D단조(BWV 565)'는 바흐의 작품으로 분류되나 화성 전개, 대위법적 구조 등에서 그의 방식과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작품의 최초 필사본은 그의 자필이 아닌 바흐 사후에 만들어진 Johannes Ringk(요하네스 링크)의 필사본이 가장 오래된 자료라서 의문부호가 더욱 커졌죠. 이런 이유로 일부 학자들은 작곡자 미상이거나 바흐의 제자 Johann Ludwig Krebs(요한 루트비히 크렙스)의 곡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지만 지금도 바흐의 작품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립니다. 쓴 대로, 만든 대로 전하고픈 원작자의 외침보다 본 대로, 들은 대로 퍼뜨리는 대중의 한마디가 더 무거운 세상이죠. 느리면 느린 대로 고지식하게 소통하던 한때의 과거가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이달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국민 104명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비상계엄 조치 탓에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들이 공포, 불안, 좌절감, 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는 게 판결 이유였죠.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윤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전일 항소했고 이 소식을 접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강하게 비판하며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 글을 올렸습니다. 요점을 추리면 '국민의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가 명백하니, 각 10만 원 정도는 충분히 인정되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전부 위헌 위법으로 본 법원의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또 '내란수괴가 사과는커녕 항소한 것은 염치와 양심까지 내다버린 처사인데 국민의힘은 이런 자를 어떻게 두둔할 수 있냐'는 질타도 있었고요. 가뜩이나 더운 날, 윤 씨가 법원의 배상 판결에 항소했다는 보도로 불쾌지수가 더 높아집니다. 그런데 문득 떠올리니 배상금액 10만 원에 왠지 기시감이 드네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를 막론하고 1인당 10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은 여럿 있었습니다. 일부만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05년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2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고, 대법원은 2009년 5월, 원고 31명에게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죠. 위자료 청구금액인 50만 원보다는 적지만 10만 원 기준이 판례로 자리 잡는 단초가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12년에는 KT에서 8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서울중앙지법이 피해자 2만8000여 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배상하라고 2014년에 판결했죠. 그러나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KT의 손을 들어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이어 2014년에는 1200여만 명이 넘는 고객 정보가 흘러나갔지만 KT는 실제 발생 피해가 없다면서 별도의 보상책을 발표하지 않아 논란이 컸던 전례로 남았네요. 특히나 같은 해엔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습니다.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서 해당 사고가 터졌고 검찰 수사 결과, 피해고객 추산치는 2000만 명, 유출된 고객정보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결제 계좌번호, 카드번호 등 20종, 1억 건 이상으로 파악돼 전 국민의 숨이 멎을 정도의 불안감이 번졌었죠. 이에 법원은 소송과 엮인 피해 고객 1인당 10만 원씩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했고 각 카드사별로 같은 수준의 판결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2016년에는 인터파크에서 1030만 명의 개인정보가 털렸고 2017년에는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사실이 발각돼 모두 원고 한 명당 10만 원씩의 법원 배상 판결이 뒤따랐고요. 모두 10만 원입니다. 물론 판결 이후 기업들의 항소, 상고로 상급법원들은 다른 판단을 한 경우가 많아 씁쓸함이 더 크지만요. 이처럼 10만 원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 대한 배상의 기준 금액처럼 굳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판례는 유사 손해배상 소송의 기준으로 널리 참고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소액 집단소송이나 정보 유출 사건 등에서 명백한 피해에도 개별 금전적 피해 증명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1인당 10만 원씩 지급 명령 판결을 내렸고 이 금액이 '최저 위자료'로 상징성을 띠며 관습화한 것이죠.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23214' 판결을 봐도 여러 사정을 따져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 판단해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된 원고들에게 배상할 위자료를 10만 원으로 정했다는 판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 배상과 관련해서도 피해 규모가 집단적·비물질적이라 실제 손해금액 산정이 어렵다면 국가 재정, 사회 여론, 행정비용 등을 감안해 물의를 인정하면서도 부담은 최소화하는 기준 금액을 10만 원에 맞춘 거고요. 이와 함께 규모가 큰 배상액은 국가나 기업 측에서 수긍하지 않고 항소, 상고를 남발할 여지가 큰 만큼 사법 효율성과 수용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절충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10만 원. 책임을 덜기 위한 절충점이라기엔 한없이 알량해 보이는 금액처럼 느껴지네요.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과 고통에는 기준도 없는데 위로금은 언제나 같은 액수입니다. 과연 10만 원어치 위로에는 진심이나 담겼을까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하 아하! 요즘에는 '아파트'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로제의 아파트냐, 윤수일의 아파트냐를 기준으로 세대를 가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죠. 지난 1982년 가수 윤수일 씨는 당시 서울 강남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이 노래를 작사, 작곡했는데요. 발매 2년 뒤 KBS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수상하며 대한민국을 강타한 히트곡으로 부상했습니다. 지난해 10월18일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APT.'를 공개하며 빌보드차트를 휩쓸었죠. 이 노래는 우리나라 술자리에서 흔히 접하는 '아파트 게임'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브루노 마스는 이 노래 덕분에 빚을 거의 다 갚았다며 로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기도 했고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데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놈의 아파트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이 부지기수죠.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국내 최초 아파트는 1932년 일제 강점기 때 세워진 서울 충정로의 5층짜리 아파트인데요. 광복 이후 1959년 처음 우리 손으로 종암아파트를 세웠습니다. 이후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붐이 일었는데요. 당시 극장에서 상영하던 '대한뉴스'에서는 '우리는 건설한다'라는 고정 코너를 통해 전국의 건축 소식을 알렸다고 합니다.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파인: 촌뜨기들'에서도 이 당시 아파트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70년대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찾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 보물선 도자기에 탐을 내는 대기업 회장의 부인 양정숙(배우 임수정)은 돈에 대해 뛰어난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나옵니다. 보물찾기에 열중인 회장과 달리 그는 국내 최초 민간인 고층 대단지 여의도 아파트(시범아파트) 준공과 그곳 땅값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죠. 또 회장에게 도자기를 더 사는 대신 강남땅을 한 평이라도 더 사라는 조언도 하고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단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과 부의 상징이 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내 소유의 집은 있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85%로 집계됐는데요. 이 가운데 대다수는 자산 증식이 어렵고 대출 부담이 커지더라도 내 집을 소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때문인지 국내 영화산업에서도 아파트를 둘러싼 욕망과 각종 문제를 소재로 많이 활용하는데요. 서론이 길었죠? 이번 '수영씨'에서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인 '84제곱미터'를 비롯해 현재 최근 상영했던 노이즈부터 백수아파트(2025년 작), 원정빌라(2024년 작),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년 작) 등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아파트 현실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림)'을 통해 아파트를 매매하거나 재건축 기대에 몸부림치는 이들이 집 값에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은 앞서 언급한 영화 곳곳에 퍼졌는데요. 지난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배우 강하늘 씨 주연의 84제곱미터. 생활밀착형 소재를 감각적인 스릴러로 보여주는 김태준 감독의 작품입니다. 평범한 30대 직장인 노우성(강하늘 扮)은 모아둔 적금과 미리 받은 퇴직금에 더해 무리한 대출과 어머니의 마늘밭까지 털어 내 집 마련에 성공하지만, 계속 떨어지는 집 값에 절망하게 되죠. 더군다나 대출 이자가 월급보다 높아지자 투잡까지 뛰게 되고요. 또 이 아파트에서 밤마다 울리는 층간소음 때문에 큰 일이 벌어지는데, 입주민들은 일단 집값 때문에 쉬쉬하는 상황입니다. 김선국 감독의 데뷔작 원정빌라는 재개발 이슈를 다뤘는데요. 주인공 주현(배우 이현우 扮)은 홀로 조카와 어머니를 모시면서 공인중개사직에 도전 중인 인물이죠. 동시에 열심히 일한 끝에 거주 중인 집을 사게 됩니다. 이후 빌라 주민들과 재개발을 통해 가격이 크게 뛸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되고요. 영화 노이즈 속 부녀회장(배우 백주희 扮) 또한 이상한 소문 탓에 아파트 재건축 심사가 물거품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인물입니다. 영화 백수아파트의 주 배경인 백세아파트 역시 재개발을 앞둔 건물로 나오죠. 주택 '층간소음' 역시 우리나라에서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인데요. 저 역시 이전 집에서 층간 및 벽간소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트렌드모니터의 작년 통계를 보면 전국 공동주택 거주자 84.2%가 층간소음을 경험했답니다. 또 국민 10명 중 88%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고요.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3027건에 이르다고 하네요. 84제곱미터, 노이즈, 백수아파트, 원정빌라 모두 층간소음으로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84제곱미터의 노우성은 매일 새벽마다 어디선가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죠. 이 외에도 이 아파트 여러 주민이 각종 층간소음 때문에 불만을 품다 못해 큰 갈등을 일으키며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요. 영화 노이즈 주인공 주영(배우 이선빈 扮)은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을 견디지 못하다가 실종된 동생 주희(배우 한수아 扮)을 찾기 위해 아파트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데요. 주희와 마찬가지로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아랫집 주민(배우 류경수 扮)은 원인을 자매에게 돌리며 살인 협박을 시작합니다. 원정빌라의 전개 역시 층간소음에서 시작되죠. 윗집 주민 신혜(배우 문정희 扮)가 계속 층간소음을 일으키면서도 이를 방관하자 주현은 이를 참지 못하고 그의 우편함에 사이비 종교 전단지를 넣게 됩니다. 주현의 의도는 믿거나 말거나였지만, 전단지를 계기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혜는 빌라 주민에게 선교하게 되고요. 큰 남동생 두온(배우 이지훈 扮) 조카들을 대신 돌봐주는 백수 안거울(배우 경수진 扮)이 주인공인 백수아파트의 주된 줄거리도 층간소음인데요. 오지랖이 넓은 성격 탓에 동네 이곳저곳에서 불의를 참지 못한 채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자 두온은 참지 못하고 집에서 나가라고 통보합니다. 이에 재개발 지역에 있는 백세아파트로 이사한 그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층간소음 해결사로 활약하고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 이기주의를 잘 짚어주는 작품인데요. 요즘 아파트 입주민이 자신의 이익을 과도하게 지키기 위해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죠. 아파트 주민 만의 권리라며 택배차량의 진입을 막거나 인근 임대주택이나 복지시설 건축을 막는 집회를 여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또 브랜드, 평수, 가격, 위치에 따라 서열을 나누는 문제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내 뒷마당에는 안 돼) 현상의 한국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은 큰 지진이 일어난 후의 대한민국입니다. 엄청난 지진 탓에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졌고 한강마저 말라버린 가운데 이상저온으로 추운 날이 이어지는 한국의 모습을 그렸는데요. 작품은 유일하게 멀쩡한 아파트인 '황궁아파트'을 주무대로 입주민과 외부인의 갈등을 첨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파트는 주민의 것. 주민 만이 살 수 있다'라는 황궁아파트 주민 수칙에서도 잘 나타나죠. 더불어 옆 고급단지였던 드림팰리스와 상황이 역전된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그동안 드림팰리스 주민들이 자신들을 배척했듯이, 철저하게 그들을 내쫓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참고로 성경을 모티프로 삼은 장면이 곳곳에 나타나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더라고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최근 여러 한국 영화에서도 보여주듯이 아파트는 더 이상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욕망과 갈등, 신분의 경계가 집약된 상징으로 변모했습니다. 단순한 영화 속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로 등장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는 거죠. 당신이 사는 곳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나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최근 여행이나 출장과 같은 이유로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때문인지 해외에서 카드 도난이나 분실, 카드 부정 사용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27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출국자 수는 2022년 655만 명에서 지난해 2869만 명으로 약 세 배 늘었는데요. 이 기간 해외 체크·신용카드 사용액 역시 12조2000억 원에서 20조 원으로 여섯 배 뛰었습니다. 주로 여러 해외 관광명소에서는 소매치기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요. 이들은 주위가 혼란한 틈을 타 여행객 가방을 훔친 뒤 신용카드로 고가품을 결제하거나 카드 속 IC칩을 탈취해 다른 카드에 탑재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사설 자동현금출금기(ATM)에 설치된 카드 복제로 실물 카드의 마그네틱선을 복제한 뒤 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일도 빈번하다죠. 이렇다 보니 카드 도난 시 국내보다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정 사용 규모가 계속 증가세인데요. 2021년 5억3000만 원에서 작년 31억6000만 원까지 뛰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난해 해외에서의 건당 부정사용액은 131만8000원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해외여행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팁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출국 전에 '원화결제 차단서비스'를 반드시 신청해야 하는데요.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되면 이중 환전이 발생해 결제 금액의 3~8%에 달하는 추가 수수료가 붙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결제 시 반드시 현지 통화로 결제해 달라고 말해야 합니다. 간혹 가맹점에서 'KRW(원화)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띄워 유도해도 반드시 로컬 커런시(Local Currency)라고 통보해 현지 통화로 결제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야 하고요. 결제 후 영수증에 KRW라고 적혀있는지 확인하는 습관도 들여야죠. 특히 몇몇 해외 현지 숙박 예약업체, 여행사, 항공사에서는 전자상거래 결제 시 DCC가 자동 설정된 곳도 있어 미리 체크해야 합니다. '해외사용안심설정 서비스'도 부정거래를 방지하는 데 좋습니다. 이는 출국 전에 카드 사용 국가와 1회 사용 금액, 사용 기간을 미리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이 범위 내에서만 결제가 이뤄져 해외 부정거래를 차단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해외에서는 사설 ATM을 통한 카드 불법 복제가 성행 중이기에 함부로 ATM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해외 노점상이나 주점에서 카드를 결제할 때 직원이 카드를 위·변조하기 위해 다른 장소로 가져간 사례도 있기에 직접 결제 과정을 지켜보는 게 좋고요. 가장 기본인 카드 뒷면 서명 역시 필수입니다. 금감원은 카드 뒷면에 서명이 누락됐거나 타인에게 카드를 양도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용자도 일부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주의했습니다. 만약 해외에서 카드를 분실했다면 즉시 카드사에 신고해야 하는데요. 모바일 카드가 탑재된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카드사에 이를 알려야 합니다. 카드사는 카드 분실 또는 도난 신고 접수 시점으로부터 60일 전 이후에 발생한 부정 사용 금액을 보상할 책임이 있는데요. 고객은 현지 경찰에 신고한 다음 사건사고 사실 확인서 발급을 요청해 귀국 후 카드사에 이를 제출하면 됩니다. 카드를 도난당해 당장 사용할 돈이 없다면 체류 국가의 '긴급대체카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요. 비자(Visa)나 JBC와 같은 국제 브랜드사는 근급대카드 발급이 가능합니다. 각 브랜드사 홈페이지에 국가별 긴급 서비스센터 연락처를 확인한 뒤 이를 알리면 가까운 현지 은행에서 1~3일 이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네요.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세 번째는 영국 버밍엄 출신의 헤비메탈 전설 'Ozzy Osbourne(오지 오스본)'의 'Blizzard of Ozz'. 헤비메탈 그 자체였던 오지 오스본은 1969년 Black Sabbath(블랙 사바스)의 리드 보컬로 데뷔한 이 장르의 개척자 격입니다. '어둠의 왕자' '헤비메탈의 마왕’ 등의 별명만 봐도 그의 위상을 알 수 있죠. 1948년 12월3일 태어난 그는 영국 현지 시각으로 7월22일 세상 빛을 등진 채 어둠을 향해 떠났습니다. 1981년 콘서트 도중 팬이 던진 살아있는 박쥐의 머리를 물어뜯는 등의 기괴한 무대 매너와 예사롭지 않은 음색을 내세워 스스로 전설을 만들었죠. 향년 76세의 오지는 지난 2019년 파킨슨병 진단 이후 몇 년간 투병하다가 마치 죽음을 예견한 듯 이달 5일, 블랙 사바스를 결성한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최후의 공식 공연을 열고 생애 마지막 팬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답니다. 건강 악화로 앉아서 노래를 불렀지만 목소리는 여전했다고 하네요. 인생 마지막 공연 곡은 블랙 사바스 시절을 대표하던 곡이자 헤비메탈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명곡 중 하나인 'Paranoid'였고요. 이 앨범에 있어서는 오지보다 더한 극찬을 이끌었던 그의 아이돌 랜디 로즈와 저 먼 곳에서 어떤 우정을 나누고 있을지…. 오지의 솔로 1집 앨범인 'Blizzard of Ozz'의 장르는 헤비메탈과 하드록으로 그의 전설적인 경력에 시동을 건 맞춤형 명반입니다. 영국에서 1980년 9월20일 발매한 이 앨범의 재생시간은 39분 36초로 모두 9곡이 수록됐는데요. 1979년 블랙 사바스와 결별한 후 절박한 심정으로 사비를 들여 솔로 데뷔작을 기획한 오지가 보컬을 맡았고 기타리스트 Randy Rhoads(랜디 로즈), 베이시스트 Bob Daisley(밥 데이즐리), 드러머 Lee Kerslake(리 커슬레이크)의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역시나 역사적 헤비메탈·하드록 밴드인 레인보우 출신의 세션 키보디스트로 Don Airey(돈 에일리)가 참여했고요. 참고로 밥 데이즐리 또한 레인보우를 거쳤습니다. 흉내도 힘든 오지의 보컬과 창작 능력, 혁신적 기법의 로즈, 이들과 조화를 이룬 나머지 멤버까지, 구성원 모두 곡 제작을 함께 하며 유기적 결합의 정석을 보여준 이 앨범에는 메탈헤드가 아니라도 제목은 알 법한 'Crazy Train' 'Mr. Crowley' 'Goodbye to Romance' 등의 곡이 담겼죠. 많은 독자들이 아시겠지만 셀 수 없이 많은 기타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랜디 로즈는 1981년 발매한 오지 오스본 2집 'Diary of a Madman'을 남기고 1982년 비행기 사고로 요절하며 전설 중 전설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전설로 여긴 이들의 얘기를 꺼내서인지 오늘따라 글이 더 길어지네요. 태어나서 한 번도 들은 적은 없지만 청취 후 "아, 그래. 이 노래였어!"라고 감탄하며 마치 전부터 그리워했던 것처럼 느끼는 곡들이 있죠. 'Crazy Train'과 'Mr. Crowley'가 제겐 그랬습니다. 구구절절 명쾌하면서도 흐느끼듯 울리는 랜디 로즈의 기타 노래(연주가 아니라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해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와 끈덕지게 달라붙는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는 정말… 각설하고 앨범 수록곡들 살피겠습니다. 오프닝 곡 'I Don’t Know'는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얘기하는 오지의 보컬을 따라붙는 랜디 로즈의 네오클래시컬 기타 리프와 솔로가 인상적으로, 드럼과 베이스가 확실하게 뒤를 받친다는 느낌을 줍니다. 타이틀곡인 2번 트랙 'Crazy Train'은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와 시원스레 전개되는 곡 구성이 돋보이며 냉전 시대 사회적 불안을 반영한 가사도 기억에 남습니다. 설명 필요 없이 그냥 들으면 되는, 랜디 로즈 기타 연주의 정수를 파악할 수 있는 곡이고요. 세 번째 곡 'Goodbye to Romance'는 현대 록 발라드의 시초 격으로 오지가 몸 담았던 블랙 사바스와의 이별에서 오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곡입니다. 새 출발을 알리는 오지의 담담한 보컬이 기억에 떠오르네요. 기타 연주곡인 4번 트랙은 랜디 로즈가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작품으로 노을빛 감성이 느껴지며 5번 'Suicide Solution'은 분위기가 확 바뀌어 자기파괴적인 인생에 대한 고찰을 다룹니다. 안개 같은 연주로 곡의 성질을 알 수 있죠. 6번 트랙인 'Mr. Crowley'는 웅장한 도입부를 만드는 키보드와 전체를 잡아끄는 절정의 기타 솔로가 인상적인 앨범 대표곡 중 하나로 오컬트에 맞춘 오지의 극적인 보컬이 완벽함에 방점을 찍습니다. 일곱 번째 곡 'No Bone Movies'는 음란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오지 자신의 고백을 무겁지 않게 가사로 만들었는데 앨범 말미에 이르는 와중에 한 박자 끊어주는 곡처럼 느껴집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긴 8번 'Revelation (Mother Earth)'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극적인 구성에 부합하는 피날레가 뇌리에 박힙니다. 클래식과 메탈의 조화도 그렇거니와 랜디 로즈와 오지의 합이 만든 다른 명곡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고요. 마지막 곡 'Steal Away (The Night)'는 자유를 갈망하는 가사처럼 역동성이 가득한 곡으로 앨범의 대미를 알차게 장식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는 독자들의 일단일청(一旦一聽)을 권장합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I Don't Know 5:16 Crazy Train 4:56 Goodbye to Romance 5:36 Dee 0:50 Suicide Solution 4:21 Mr. Crowley 5:03 No Bone Movies 3:53 Revelation (Mother Earth) 6:09 Steal Away (The Night) 3:29
지난주, 의대생 전원 복귀로 의료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이어 사흘 후인 15일 교육부는 복귀 의대생들을 위한 교육 방안 마련을 언급하며 기존 강경했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완화된 태도를 보였죠. 정부의 의대 모집인원 동결 결정에도 의대생들은 미복귀로 버텼고 전국 40개 의대의 8305명 무더기 유급, 46명 제적 처분이 임박했었습니다. 결국 의대생 단체는 이달 12일 복귀 의사를 전하면서 "학사 유연화 등의 특혜와는 다른 입장으로, 압축·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받겠다"고 제언했고요. 그러나 학년제인 의대 특성상 1학기 유급 학생들은 한 학기를 쉬고 내년 1학기 수업부터 들어야 하는 만큼 학칙 개정 등의 조율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타 단과대 학생들은 형평성을 따지며 분노를 터뜨리는 상황이고요. 온라인상 반응을 봐도 이들의 심정에 공감하는 의견이 대다수네요. '원칙을 지킬 것이냐' '기본에서 벗어날 것이냐' 교육당국을 비롯한 모든 이해당사자와 이해관계자들이 눈치를 보며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처럼 원칙의 모호함을 생각해야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바로 어감이 다소 거칠거나 속된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엄연히 등재된 표준어들이죠. 비슷한 의미의 비표준어들이 많아 혼동하기 쉽고 구어적인 느낌이 강해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사용이 꺼려지는 딱한(?) 표준어들입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흥미로운 단어들을 함께 살펴볼까요? ☞ 이래 봬도 표준어! 속되지만 공인된 단어들 꼽사리 :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 날림 : 아무렇게나 대강대강 하는 일. 또는 그렇게 만든 물건. 쪽팔리다 : 체면이 깎이다. 구리다 : 냄새가 나쁘거나 하는 짓이 더럽고 지저분하다. 개기다 : (속되게) 명령이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버티거나 반항하다. 꼬시다 : ‘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며 달콤한 말이나 그럴듯한 짓으로 남을 속여 자신의 생각대로 끈다는 의미. 추레하다 : 깨끗하지 못하고 생기가 없다. 맨송맨송하다 : 몸에 털이 있을 곳에 털이 없어 반반하거나 일거리 또는 생기는 것이 없어 심심하고 멋쩍은 모양. 볼장 다 보다 : 일이 더 손댈 것도 없이 틀어지다. 삐대다 : 한군데에 오래 진대 붙어 괴롭게 굴다. 얄짤없다 : 봐줄 수 없다. 어리바리하다 :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허접하다 : 허름하고 잡스럽다. 주접떨다 : 욕심을 부리며 추하고 염치없게 행동하다. 개기름 : 얼굴에 번질번질하게 끼는 기름. 쩨쩨하다 :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고 신통치 않다,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 꼬장꼬장하다 : 가늘고 긴 물건이 곧은 모양이나 사람됨이 곧고 결백한 모양. 개좆같다 : 사물이 보잘것없거나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다. 족치다 : 견디지 못하도록 몹시 볶아치다. 조지다 : 일이나 말이 허술하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하다, 호되게 때리다, 자기 몸이나 일 등을 망치다. 돈지랄 : 분수없이 돈을 함부로 쓰는 짓. 씨불이다 : 주책없이 함부로 실없는 말을 하다. ※ 일부 표현은 비속어에 가까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IE 산업] 지난 9월 신용카드 소비자 상담이 전년 동월 대비 212.5% 급증. 이는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 사고의 여파가 소비자 불안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 28일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전체 소비자 상담은 총 5만8650건으로 전월 5만4740건 대비 7.1%, 전년 동월 4만4272건 대비 32.5% 증가. 이 가운데 신용카드 관련 상담 증가율은 51.6%로 사과(148.5%)와 모바일게임서비스(51.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음. 상담 사례 중에는 "신청한 적 없는 카드 발급 전화를 받았다" "명의 도용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다수. 이에 소비자원은 이를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 이후 확산된 불안감의 반영으로 해석. 개인정보 도용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의 카드사 문의 및 해지 요청이 증가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 한편, 품목별로는 사과 품질 불만 상담이 급증. 수확철을 맞아 거래가 늘면서 '광고와 달리 크기가 작거나 썩은 제품을 받았다'는 불만이 다수를 차지한 것. 반면 ▲신유형상품권(-31.2%) ▲상조서비스(-21.4%) ▲티셔츠(-12.6%) 상담은 감소. 이는 지난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APEC CEO 서밋 개최 오늘부터 31일까지 APEC 정상회의 주간에 대한상공회의소·KOTRA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으로 APEC CEO 서밋, 부대행사, 수출·투자 연계행사 등 개최.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CEO 서밋은 정상회의와 더불어 APEC 양대 협력 플랫폼. APEC 정상과 글로벌 CEO 등 세계 리더가 한자리에서 인공지능(AI)·기후변화 등 시대 핵심 이슈를 논의하고 혁신 아이디어 및 실천적 해법 모색. 올해는 'Bridge, Business, Beyond'를 주제 삼아 모두 20개 세션 전개. 다미선교회 시한부종말론 사건 이장림 목사 등이 1992년 오늘, 세계 종말이 와 예수가 세상에 왔을 때 신도들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휴거(携擧) 종말론을 주장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 다미선교회 시한부종말론 사건 발생.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 4일 법원은 이장림에게 사기죄로 징역 2년 선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 2만6000달러 몰수형 선고. 윤금이 피살 사건 1992년 10월 28일, 경기 동두천시 기지촌의 술
[IE 금융] 교보생명 편입을 앞둔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빌딩으로 사옥을 옮기며 '한 지붕 출발'을 알렸다. 28일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이 저축은행은 전날인 27일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교보생명빌딩 1층에 대구지점을 새롭게 이전·오픈했다. 기존 달구벌대로 사옥에서 이동한 이번 이전은 고객 접근성과 금융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진행됐다. 또 내년 교보생명 계열사 편입을 앞둔 시점에서 상징적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전 오픈 기념식에는 SBI저축은행 김문석 대표와 크리스 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교보생명 조규식 부사장, 교보문고 남성호 남부사업단장이 참석했다. 새 지점은 대구 최대 상권인 동성로 중심에 있어 유동인구 접근성이 높으며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과 연결됐다. 더불어 중구는 물론, 수성구·달서구와 같은 인근 생활권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이번 이전을 기념해 교보생명과의 첫 공동 마케팅으로 연 7.2% 정기적금 특판도 출시했다. 사이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이다입출금통장'을 개설한 뒤 교보문고에서 서적을 구매한 고객이 대상이며 가입 기간은 12개월, 월 납입 한도는 30만 원, 총 1000좌 한정으로 운영된다. 이벤트는 내달
[IE 금융] 금융당국이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담당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28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합동대응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을 했다고 알렸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 A는 최근 약 2년 동안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주관했던 11개 종목의 공개매수 관련 중요 정보를 직장동료와 지인에게 전달했으며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이들은 공개매수 사실이 시장에 공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매수, 공표 후 주가가 상승하면 전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20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했다. 공개매수는 경영권 확보와 같은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기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통상 현재 주가보다 높게 책정되므로 공개매수 사실 발표 시 주가가 상승하는 '호재성 정보'로 인식되는 만큼, 자본시장법은 일반 투자자들에 공표되기 전까지 같은 정보를 주식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합동단의 매매 분석 및 자금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