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른이 다 된 큰 아이가 그나마 세상에서 자유롭던 몇 해 전 중학교 겨울방학 때 잠시 타던 스노보드입니다. 신문지에 싸여 보일러실에 방치된 와중에도 잊히고 싶지 않았다는 듯 제 빛깔을 내는 모습을 보니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국경을 초월해 이목을 모은 여고생 스노보더 최가온 선수가 식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최가온은 부상 악재를 디딘 채 자신의 우상 클로이 김(미국)을 앞에 두고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이로 물었죠. 1, 2차 시기에서 잇따라 넘어지며 절망적 상황까지 몰렸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서 90.25점을 뽑아내 88.00점의 클로이 김에 앞서는 역전극을 펼쳤습니다. 더욱이 2008년 11월생인 최가온은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에서 세웠던 하프파이프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도 약 7개월 앞당긴 17세 3개월의 나이로 새 역사를 썼고요.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사실 이름만 귀에 익은 스노보드는 동계올림픽 종목 자체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었죠. 그나마 1996년에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던 혼성그룹 영턱스클럽(Young Turks Club)의 멤버 송진아가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발탁돼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송진아는 지난 2005년 제1회 버즈런배 스노보드 페스티벌 여자부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09년 스노보드 선수권 대회에서 국가대표(프리스타일/하프파이프 계열)로 선발됐었죠. 그러나 세부 세계 랭킹도 찾기 힘들뿐더러 세계대회 입상 기록까지는 남기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턱스클럽에서 보여주었던 존재감만큼 세계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더라면, 최가온이 클로이 김 대신 송진아를 우상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정당하지 못했던 젊음의 반란 우리나라의 영턱스클럽이 '정'과 '타인' '아시나요' '못난이 콤플렉스' 등으로 당시 10대들의 우상 H.O.T.와 자웅을 겨뤘다면, 태국에는 엘리트들의 모임인 '영 턱스(Young Turks)'가 있습니다. 이들은 태국 육군 사관학교(Chulachomklao Royal Military Academy) 7기 졸업생 중심의 엘리트 장교 그룹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태국 정치에 깊이 개입하며 혼돈을 유발했죠. 영 턱스가 '젊은 개혁파 장교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명칭인 만큼 이들이 주도한 1981년 반란을 'Young Turk Rebellion'이라고도 지칭합니다. 군 내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 개입을 시도했던 영 턱스는 두 차례의 반란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위에 그쳤죠. 첫 번째는 1981년 4월 1일, 육군 장성 산 지탑티마(San Jitpathima)의 주도로 42개 대대를 동원한 쿠데타였으나, 왕실의 지지를 등에 업은 프렘 틴술라논다(Prem Tinsulanonda) 총리 측의 역쿠데타에 막혔습니다. 1985년 9월 9일에는 영 터크스 계열 핵심 인물인 마눈크리트 룹카촌(Manoonkrit Roopkachorn) 형제가 재차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동조 세력이 따라붙지 않아 당일 반란에 그치며 세력이 완전히 약화됐고요. 두 사건 모두 국익을 도모하려는 개혁보다 군 내부 권력투쟁에 기인한 쿠데타로 태국 현대사에서 군부 엘리트 사조직의 전형적인 흥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로부터 약 8년 뒤, 우리나라에서도… 1993년 오늘은 1차 하나회 숙청 사건이 일어난 날입니다. 당시 취임 11일째를 맞은 김영삼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 모임인 하나회 출신의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1차 하나회 숙청이 시작됐죠. 군부 엘리트 사조직 하나회를 제때 걷어내지 못한 결과가 12·12 군사반란이었고 그 고통의 끝에 광주가 있었습니다. 영 턱스의 악몽에 허덕인 태국은 2014년까지 쿠데타의 악순환을 끊지 못했죠. 타산지석의 심의(深意)를 가벼이 여겨서일까요? 32년 전 김영삼의 전격적인 숙군(肅軍)에도 다시 우리나라에서 어이없이 군화 소리가 울렸습니다. 당연하게도 법원은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1심은 내란 우두머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죠. 김영삼의 용단이 32년 전,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 중 하나가 됐지만 시간이 흐른 까닭인지 파헤치지 않은 탓인지 검찰의 기수 결속, 관료 사회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 정치권의 계파 사조직 등 '하나회스러운' 적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잔존합니다. 태국의 영 턱스가 쿠데타 실패로 자멸했다면 하나회는 문민정부의 칼날 아래 해체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립의 역사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거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회로 대변할 수 있는 적폐는 12·3 비상계엄의 그림자와도 맞닿아 여전히 과거처럼 무겁게 자리 잡고 있죠. 긍정적인 변화를 열망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사고가 일부 기성세대처럼 기득권 유지에 매몰된다면 한순간 쥐고 있는 젊음이 너무 애처롭지 않나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지나 이제 곧 봄이 다가오는데요. 아직 조금은 쌀쌀해도 날이 점점 풀리자 전국 방방곡곡 여러 산에 등산객이 붐비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지난해 4월쯤 올랐던 관악산인데요. 맑은 하늘 아래 푸릇한 내음이 가득한 탁 트인 곳을 보니 올라오며 흘린 땀이 아깝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등산 맛집'으로 유명한 관악산에 올해는 더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정상인 '연주대'에 향하는 산길에는 대기줄이 생길 정도라는데요. 직접 가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관악산 전경을 봐도 매일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이 열풍의 배경에는 지난 1월 28일, CJ ENM의 종합 버라이어티 채널 tvN에서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 씨의 영향도 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운이 안 풀릴 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개운법(開運法)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관악산 등산이었습니다. 박 씨는 관악산이 서울에서 화기(火氣)와 정기(精氣)가 좋은 산이라며,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좋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이 관악산을 찾기 시작한 것이죠.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로워드'에 따르면 방송 직후인 지난 1월 31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관악산 검색량은 9626건까지 급등했습니다. 이후 날이 풀리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꾸준히 3000~4000건 사이를 유지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79건(358.8%) 늘었다고 합니다. 알고 오르면 더 흥미로운 산행 등산객이 늘자 아웃도어 업체들도 분주합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스포츠 및 레저 쇼핑 인기 분야 1위는 모두 '등산의류'였으며 등산화도 4~5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등산객이 아니더라도 아웃도어 브랜드는 등산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변화를 꾀하며 남녀노소가 찾고 있는데요. 올해 아웃도어 업계가 내놓은 봄여름 시즌 신제품을 보면 '경계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특유의 기능을 유지하되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를 앞세운 거죠. 흥미로운 사실은 아웃도어 유명 브랜드들의 이름이 대부분 자연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는 산의 북쪽 암벽을 뜻합니다. 등산에서 수직에 가까운 벽면을 '페이스'라 부르는데, 북쪽 페이스는 해가 들지 않아 가장 춥고 등반이 어려운 곳이죠. 도전정신 그 자체를 이름에 담은 셈입니다. 전 세계 3대 북쪽 페이스는 ▲마테호른 북벽 ▲그랑드 조라스 북벽 ▲아이거 북벽인데, 이 중 사상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아이거 북벽이라네요. '디스커버리(Discovery Expedition)'는 원래 미국에서 자연 다큐멘터리와 탐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출발한 라이선스 브랜드입니다. 지난 1985년 개국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활동으로 대변할 수 있는 이 채널의 이미지를 빌려와 의류 사업으로 전개한 것인데요. 현재는 아웃도어를 넘어 캐주얼, 애슬레저, 키즈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추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블랙야크(BLACKYAK)' 역시 해발 4000m 이상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동물 '야크'에서 따왔습니다. 강한 생존력과 지구력, 적응력을 지닌 야크는 히말라야의 상징적 존재인데요. 이런 이미지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으면서 자연을 존중한다는 인상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블랙야크의 뿌리는 1973년에 세워진 동진사로 1995년 12월, 한국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를 목표 삼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게 됩니다. 1938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출발한 '컬럼비아(columbia)'는 창업주 폴 램프로움이 인근 컬럼비아강에서 이름을 따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그의 딸 거트 보일은 경영 위기 속에서 회사를 성장 궤도에 올려 컬럼비아를 세계적으로 알려진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웠는데요. 컬럼비아는 'Tested Tough'라는 기조 아래 포틀랜드와 태평양 북서부의 비, 눈, 바람을 견디는 환경에서 제품을 시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컬럼비아는 방수·투습과 보온 등 실용적 기능성이 강점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요. 노스케이프(NorthCape)는 노르웨이의 명소 노드카프(Nordkapp)에서 착안했습니다. 노드카프는 유럽 최북단을 상징하는 지점 중 한 곳이며,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는 북쪽 끝 여행지로도 유명한데다가 북극과 가까워 백야와 오로라 현상까지 볼 수 있죠. 일본기업 '몽벨(mont-bell)'은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인데요. 일본의 전문 산악인인 이사무 다츠노가 1975년 회사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실제 산악인이었던 그는 '필요한 장비는 스스로 만든다'는 기치를 통해 불필요한 장식 없이 본질에 충실한 제품 생산에 주력했습니다. 운을 바꾸는 방법? 힌트는 행동 이처럼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앞서 역술가의 말처럼 관악산 등산이 정말 사람의 운을 좌우할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풍수지리에서 관악산을 '강한 화기를 품은 산'으로 여긴 것은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역술가는 "강한 산의 기운은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넣지만, 지나치게 강하면 조화와 안정을 해치는 양면성을 지녔다"며 "자신 사주에 화가 많은 사람은 과도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전하네요. 관악산 화기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얘기는 무학대사와 경복궁에 관한 일화입니다. 조선 건국 후 태조가 서울을 도읍으로 정하고 경복궁을 지을 때, 무학대사가 "화기를 품은 관악산이 궁궐을 위협할 것"이라며 경복궁과 관악산 사이에 숭례문을 지을 것을 제청했다는 거죠. 다만 이는 후대에 내려오는 야사일 뿐, 조선왕조실록에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실록을 보면 경복궁은 풍수가 아니라 유가의 경서인 '주례 고공기(周禮 考工記)'를 참고해 대신들과 논의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광화문 앞 해태 조각상이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는 속설도 비슷하죠.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저자 박은봉 씨는 "해태는 원래 광화문 앞이 아닌 육조거리 사헌부 앞에 있었다"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육조거리를 정비하면서 해태가 옮겨진 것"이라고 짚은 바 있습니다. 아마 박성준 역술가는 기본적으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 막힌 운을 뚫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교 그레고리 브라트먼(Gregory Bratman) 연구팀 등의 연구 결과대로라면, 등산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키고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불안과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산에 오를수록 체력이 늘고,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거죠. 올해 날이 맑고 좋은 날, 어떤 산이든 한 번쯤 올라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건 어떨까요?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그 기분이 어쩌면 운을 바꿔주는 활력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영화관을 찾는 대신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12월 극장 관객 수는 1억 60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8% 감소했습니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CJ CGV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관객 수와 박스오피스는 60% 수준"이라고 언급했고요. 이에 영화관 못지않은 음향을 집에서 즐기려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IDC와 같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컨슈머 오디오 시장 규모가 지난 10년간 200억 달러에서 581억 달러로 뛰었으며 오는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한다고 예측했죠. 5일 LG전자 김진규 오디오상품기획팀장은 "국내 시장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 마켓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약 6억3000만 달러(약 8500억 원)이었다"며 "향후 10년간 5.9%씩 성장해 오는 2034년 약 11억3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음향업계에서는 가장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최적의 청취 위치 또는 조건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일컫는데요. 스위트 스폿을 위해 주로 사람들은 '홈 시어터(Home Theater)'를 선택합니다. 이는 집에서도 극장 수준의 영상과 음향을 즐기기 위한 장비지만, 비싼 데다 정확한 각도와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데요. 이 과정에서 가구를 옮기거나 인테리어를 바꾸는 불편함도 생길 수 있고요. 이런 소비자들의 고충에 귀 기울인 LG전자는 설치 제약을 없애고 사용자 위치를 우선한 프리미엄 홈 오디오 시스템 'LG 사운드 스위트'를 출시했습니다. 전날 이 회사는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사운드 스위트를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이번 신제품 설명회에는 LG전자 박찬후 오디오개발실장과 김진규 오디오상품기획팀장, 돌비 아태지역 마케팅총괄 아심 마서 부사장과 돌비코리아 김효철 이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LG전자는 수년간 협업한 돌비와 함께 '돌비 애트모스 플렉스커넥트' 기술이 들어간 신제품을 완성했는데요. 과거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적용된 TV제품은 있었지만, 사운드바에 적용된 사례는 전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돌비 애트모스 플렉스커넥트를 통해 스피커 위치를 마음대로 배치해도 스피커 위치를 감지해 공간에 최적화된 입체 음향을 구현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죠. 돌비코리아 김윤철 이사는 "돌비 애트모스는 세계 최초 오브제 기반의 3차원 기술로 보이스나 악기 소리, 자연 등 여러 소리를 128개로 구분한 뒤 각 소리의 배치를 담당한다"며 "이를 통해 더 정밀하고 몰입감 있는 오디오 경험이 가능하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신제품은 메인 사운드바(모델 H7)와 서라운드 스피커(모델 M5∙M7), 서브 우퍼(모델 W7) 등의 구성이며 고객은 약 50개 조합으로 다채로운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LG 사운드 스위트 출고가는 ▲사운드바(H7) 129만9000원 ▲서브 우퍼(W7) 79만9000원 ▲서라운드 스피커(M7) 54만9000원 ▲서라운드 스피커(M5) 44만9000원으로 모두 구매할 경우 400만 원대 중반입니다. 홈시어터보다 저렴하지만,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죠. 그러나 이 중 일부 제품만 있어도 기존보다 풍부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LG전자 관계자는 "만약 사운드바와 서라운드 스피커(M7) 네 대에 서브우퍼 1대 조합일 경우 최대 13.1.7 채널의 압도적인 스케일로 극장 수준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사운드바에는 신제품 2026년형 LG 올레드 TV와 같은 3세대 인공지능(AI) 칩 '알파11'을 탑재했죠. 이를 통해 음성·음악·효과음 등을 자동 조정하는 'AI 사운드 프로 플러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객 위치를 파악해 사용자 중심으로 소리 위치를 바꿔주는 '사운드 팔로우(Sound Follow)' 기능도 새롭습니다. 가령 거실 소파 중심으로 사운드 스위트 스폿을 맞췄지만, 청소를 하려고 거실 가장자리에 있어야 한다면 스마트폰 'LG 씽큐(ThinQ)'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위트 스폿을 조정, 서 있는 자리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죠. 이 제품은 LG전자 TV는 물론, 타사 TV와 연결해도 동일한 공간 음향 경험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찬후 오디오개발실장은 "사운드바(H7) 이용 시 TV 브랜드와 상관 없이 돌비 애트머스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며 "돌비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LG TV와 타사 TV라도 사운드바와 HDMI로 연결하면 사운드바를 리더 기기로 사용해 돌비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제언하네요. 다만 사운드바가 아닌, 스피커 제품만 사용할 시 돌비 애트머스 커넥트 플러스를 지원하는 LG TV와 연결이 돼야 하고요. LG전자는 추후 지금보다 낮은 가격대의 제품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회사 박찬후 오디오개발실장은 "알파11 칩 대신 서브 칩을 넣고 어쿠스틱 성능이 조금 하향하는 식으로 가격대를 내릴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파트나 좁은 공간에서 충분히 커버 가능한 제품일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한편,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된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돌비 아심 마서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흥행 대작부터 스트리밍 콘텐츠, 음악, 스포츠, 게임 등 모든 영역을 지원 중"이라며 "지난 5년간 박스 오피스 상위 100편의 영화 중 98편의 영화가 이를 통해 제작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스트리밍 및 유료 TV 서비스에서 돌비 애트모스 스트리밍을 지원하고요. 이 회사는 영화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외에도 작년 빌보드 톱 100 아티스트 중 93명의 아티스트 음악과 주간 라이브 스포츠, 게임 등을 지원하며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3일인 내일은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학교 개학은 물론이거니와, 정월대보름부터 '삼겹살 데이', 일명 '삼삼데이'까지 여러 이벤트가 즐비했기 때문인데요. 더불어 이날에는 달이 붉게 물드는 '개기월식(블러드문)' 우주쇼도 펼쳐지는데, 정월대보름 개기월식은 지난 1990년 이후 36년 만이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정월대보름의 정의를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이날은 음력에서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의미합니다. 조상들은 출산, 물, 식물과 연관 있는 달이 처음 뜨는 날인 이날을 설날만큼 중요한 날로 인식하기 때문에 먹거리부터 달집태우기, 소밥주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는데요. 정월대보름 아침에는 데우지 않은 찬 술인 '귀밝이술'을 마시면 정신이 나고 그해 귓병 예방과 함께 귀가 더 밝아진다는 풍속이 존재합니다. 또 한 해 동안 기쁜 소식을 많이 듣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어 이명주(耳明酒), 치롱주(癡聾酒), 총이주(聰耳酒)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죠. 아이들은 이 술을 마실 순 없으니 어른들이 '귀 밝아라, 눈 밝아라'라는 덕담과 함께 아이 입술에 술을 묻힌다고 합니다. 이날은 오곡밥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풍습도 있는데요. 한 공기를 대보름날 하루에 7~9번 먹는데 이는 한 해 동안 부지런하게 일하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또 오곡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많으면 일꾼이 많이 모인다고 여겨 오곡밥을 나눠 먹기도 하고요. 더불어 선조들은 제철에 수확해 말린 나물 아홉 가지를 볶아 먹으면 더위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외에도 땅콩, 호두, 밤, 잣 등의 견과류를 먹는 '부럼 깨기'도 시전하죠. 이 같은 행위에는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일 년간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는 의미가 담겼는데요. 실제 견과류의 풍부한 불포화 지방산은 겨우내 상했던 혈관과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줘 부스럼 예방에 도움이 된다네요. 1년 중 가장 큰 정육 이벤트인 삼삼데이도 다가왔습니다. 이날은 지난 2003년 파주 양돈농가와 이 지역 축협에서 착안했는데요. 당시 구제역 발생에 돼지고기 소비자가 급감하자 장석철 조합원이 숫자 '3'이 두 번 겹치는 3월 3일 삼겹살을 먹자는 촉진 행사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철호 조합장이 추진했습니다. 이처럼 파주시에서 한정적으로 이뤄졌던 행사였지만, 매년 반복되자 전국으로 확산하며 삼삼데이가 국민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됐습니다. 올해도 삼삼데이를 맞아 유통업계들이 여러 할인 이벤트를 전개 중인데요. 이마트는 이달 4일까지 진행 중인 '고래잇 페스타' 행사에서 '탄탄포크 삼겹살·목심(100g)'을 880원, '겉바속촉 네모 삼겹살(100g)'을 1080원, '냉동 대패 삼겹살(2kg)'을 1만7580원에 판매합니다. 롯데마트에서는 이달 3일까지 '국내산 삼겹살(100g)'을 행사카드로 결제 시 1390원에 만능대패 오겹살(700g·냉동·수입산)를 팔고 있는데요. 또 만능대패 삼겹살(800g·냉동·수입산)은 각 8990원, 9990원에 선보였습니다. 3일까지 농협하나로마트와 온라인몰 NH싱씽몰에서도 삼겹살과 관련 상품을 최대 51% 할인하는데요. 여기에 ▲NH농협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전북카드로 결제하거나 카카오페이머니, 네이버페이 포인트·머니, 토스페이 머니·계좌, 페이코 포인트 등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36년 만에 정월대보름에 볼 수 있는 개기월식 초유의 관심사입니다. 월식은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위치해 지구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보름달일 때 일어나며 지구가 밤인 지역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지구 그림자는 본그림자와 반그림자로 나뉘는데, 본그림자는 그림자의 중심 지역에 해당하며 본그림자 안에서는 태양 빛에 완전히 가려집니다. 반면 반그림자는 그림자의 외곽 지역이며 이때 달은 태양 빛의 일부밖에 받지 못하고요. 여기서 달이 반영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반영월식이 시작되는데, 달이 지구 본영에 부분적으로 가려지면 부분월식(부분식), 달이 지구 본영 속에 완전히 놓이면 개기월식(개기식)이라고 불립니다. 이번 개기월식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와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관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후 6시49분48초부터 달이 가려지기 시작해 오후 8시4분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 약 1시간 동안 붉은 달을 감상할 수 있다네요. 이에 경상북도(경북) 영천시 보현산천문과학관에서는 3일 오후 6시30분부터 정월대보름 개기월식 관측 행사를 개최합니다. 국립과천과학관도 이날 천문대와 천체투영관 일대에서 개기월식 특별 관측회를 통해 공개 관측 및 체험형 프로그램과 연주회를 마련했습니다. 제주시 별빛누리공원, 충청북도(충북) 증평군 좌구산천문대, 국립대구과학관, 부천천문과학관, 곡성섬진강천문대, 대전시민천문대 등도 이날 개기월식 특별 관측을 운영할 예정인데요. 좌구산천문대의 경우 오후 7시부터는 공식 유튜브 채널 '좌구산별밤TV'를 통해 실시간 관측 영상을 생중계할 방침입니다. 단, 기상 여건에 따라 관측이 어려울 경우 행사가 취소될 수 있으니 기관마다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이같이 많은 행사가 함께하는 올해 정월대보름. 소중한 사람과 오곡밥, 나물과 함께 삼겹살로 만찬을 즐긴 뒤 붉은 보름달을 보며 올해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얼마 전 취재가 여의치 않아 사흘간 매달렸던 기사를 마감한 후 저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습니다. 영어권에서는 'Hooray', 러시아에서는 '우라(Ура)', 같은 한자를 쓰는 일본은 '반자이'를 일상적 환호로 쓰지만, 역사적 무게는 우리의 만세와 완전히 다르죠. "대한 독립 만세!" 오늘은 삼일절인 만큼 '만세'의 여정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만세의 뿌리는 약 2100년 전 중국에서 찾을 수 있었죠.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기원전 110년, 한나라 무제가 중국 오악(五岳·유명한 다섯 개의 산) 중 하나인 숭산(嵩山)의 태실산에 올랐을 때 수행 관리들이 산 아래에서 만세를 세 번 외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를 상서로운 징조라고 여긴 무제는 태실산 아래 300가구를 숭고읍(崇高邑·숭고는 숭산의 다른 명칭)으로 봉했고, 이 얘기는 산호만세(山呼萬歲)의 기원이 됐습니다. 만세(萬歲)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만 년을 살라'는 의미로 황제의 무병장수와 제국의 영원을 기원하는 권위를 내포했죠. 예법과 관례상 만세는 황제에게만 쓰는 것이 원칙이었고, 황태자나 왕에게는 한 단계 낮춘 '천세(千歲)'를 권장했답니다. 내부적으로 황제국을 자처한 고려의 주요 국가 행사였던 팔관회 때는 '성수만세(聖壽萬歲·성스러운 임금의 수명이 만 년간 이어지라는 뜻)'라는 글자가 내걸렸고, 신하들은 발을 구르며 만세를 외쳤죠. 특히 몽골 침략에 맞서 강화도에서 결사항전하던 시절, 만세는 황제의 권위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 그 자체였고요. 그러나 1275년 원나라의 간섭기가 시작되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팔관회의 성수만세는 경사로운 달력이 천 년을 이어지라는 의미의 '경력천추(慶曆千秋)', 만세 구호 역시 천세로 격하됐죠. 그런데도 고려 조정은 내부적으로 만세를 놓지 못했고 1300년, 원의 내정간섭기구인 정동행성은 이를 황제에게 일러바쳤죠. '고려 국왕이 큰 모임에서 만세 부르기를 중국 조정에서 하듯 하니 분수에 넘침이 극에 달한다'는 치욕스러운 고발에 충렬왕은 "예전에 강화도에 있을 때는 만세를 불렀으나 그 뒤로는 천세를 불렀다"며 씁쓸하게 변명했다고 하네요. 조선 역시 중국과의 관계에서 제후국을 자처했던지라 국왕에게는 공식적으로 천세를 올리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다가 1897년,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이 관례가 바뀐 거죠. 이런 가운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를 보면 일제가 나라를 침탈하기 전인 1905년에는 궁내대신 이재극이 일본 공사관 연회에서 축배를 들고 '천황 폐하 만세'를 세 번이나 외쳤다는 소식을 접한 고종황제가 격노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만세가 아니라 반자이라고 했다며 말장난 같은 해명을 내놓은 이재극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훗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이름을 올렸죠. 시대가 바뀌면서 서서히 민중의 입에 내려앉은 만세의 변천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서도 접할 수 있습니다. 귀향한 그를 맞이하러 나온 군수가 "김구 선생 만세"를 선창하자 일동이 따라 외쳤고 당황한 김구 선생이 군수의 입을 막았다는 일화죠. 개화시대에는 친구 송영(送迎)에도 만세를 부르는 법이니 안심하라는 게 군수의 응대였고요. 이후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경신학교 출신 독립운동가 정재용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군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외친 "대한 독립 만세!". 만세를 부르짖던 초기에는 '조선 독립 만세'와 혼용했지만 3·1운동을 기점 삼아 독립운동의 목표가 옛 조선왕조 부활이 아닌 새 민주공화국의 건국으로 바뀌자 우리 임시정부가 채택한 공식 구호가 '대한 독립 만세'였죠. 이때부터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열망하는 외침으로 탈바꿈한 만세는 특정인물의 안녕과 장수를 비는 수동적 축원이 아니라 능동적 저항의 언어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함성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은 독립선언서가 고종 장례식에 참관차 상경했다 귀향하는 이들, 5일장 장터를 도는 행상 등에게 전달되며 사람들이 모인 후 반드시 만세를 삼창하는 시위가 시작된 거고요.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만세는 독립선언서의 엄숙한 활자를 인파의 생동감으로 치환해 터뜨리는 의지의 상징이었던 겁니다. 거리에 울려 퍼진 그 강단 있는 음절이 모여 임시정부 수립의 동력을 만들었고,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강하게 박힌 법통의 근간이 됐죠. 삼일절, 우리가 외친 만세에는 107년 전 그날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억눌렸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해방감, 고난을 끝내 거쳤다는 안도감을 응축한 이 두 글자. 우리의 만세 삼창은 영원할 겁니다. 또한 지금까지처럼 가장 기쁜 순간에 가장 먼저 입술을 벌리고 외치게 될 겁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그저 어렸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러 동네 가게로 달려가 씩씩하게 얘기했습니다. "아줌마, 후리덤 최고로 큰 거 하나 주세요." 웹서핑을 하다가 접한 이미지를 보니 과거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네요. 눈물이 고인 건지 정말 아지랑이 같은 과거가 현재의 시야로 투영되는 듯합니다. 더 이상 생리대 심부름을 하지 않게 됐을 무렵, 아마 전 많이 자랐을 테고 어머니는 생리를 영원히 마치는 연령대로 점차 접어들고 있었겠죠. 오늘 '이리저리뷰'의 주제는 생리대가 아닙니다. 폐경 혹은 완경.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닫혔다', 다른 쪽은 '완성됐다' 말합니다. 폐경(閉經). 닫을 폐(閉)에 지날 경(經). 의학적으로 한국 여성 평균 49.9세쯤 월경이 영구히 중단되는 현상을 지칭하며 대한폐경학회라는 관련 단체도 활동 중이죠. 그런데 23대 국립중앙의료원장을 역임했던 안명옥 산부인과 전문의가 '폐'라는 글자가 폐기물이나 폐건물의 폐할 폐(廢)와 음이 같아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며 여성 생애주기의 자연스러운 전환에 굳이 닫혔다는 표현을 써야 하느냐면서 완경(完經)이라는 명칭을 1980년대 후반에 제안했습니다. 월경을 마무리했다는 의미인 만큼 국립국어원은 현재 두 단어를 모두 사전에 올려두고 있는데요. 학계와 마찬가지로 사회 전반에서도 찬반은 여전히 팽팽합니다. 지난 2024년 11월에는 보드게임 '메디컬 미스터리'에 완경이라는 번역어가 실린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게임을 출시한 코리아보드게임즈 측은 "언어는 시대에 따라 바뀌고, 의학용어조차 그렇다"며 용어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죠. 물론 '폐'는 각기 다른 의미지만 두 단어를 대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닫히는 문, 들리지 않는 종소리 주제를 살짝 돌려 이달 17일 공개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전국에서 통폐합으로 문을 닫은 초·중·고교는 모두 153곳입니다. 초등학교 120곳, 중학교 24곳, 고등학교 9곳으로 전체의 78%가 초등학교였고 전남·강원 각 26곳, 전북 21곳, 충남 17곳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학생 수는 532만3075명에서 501만 5310명으로, 약 31만 명 줄었고요.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에는 전북교육청이 내달 1일 자로 8개 학교를 추가 폐교한다고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5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으로 전교생 9명 이하에 그쳐 통폐합 필수 검토 대상이었던 학교들이죠. 지난해 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미래지향적 교원정원제도 개편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면 단위 초등학교 하나가 폐교될 경우, 3년 내 해당 지역 인구가 약 410명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세대가 떠나고, 이들이 사라지면 그 지역이 노화하는 거죠. 입학과 졸업을 영원히 반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학교가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면 얼마나 쓸쓸한 기분이 들까요? 대장간 마을의 초등학교 소나무와 진달래를 표상으로 삼고 '전진, 강인, 희망'의 밝은 긍지를 아이들에게 주창하던 이 학교 역시 단 한 명의 신입생도 받지 못해 2020년 2월 29일,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학교의 교가를 작사한 전설적인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1911. 5. 25~2003. 12. 9)도 수업을 마친 후 남한강 굽이굽이 맑은 물가에서 노니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저 먼 세상에서 통탄하실 듯하네요. 이 학교는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 소재 야동초등학교입니다. 한자 대장장이 야(冶)에 마을 동(洞)을 쓴 '대장간이 있던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1944년 개교 당시에는 평범한 학교 명칭이었으나 1990년대, 야한 동영상의 준말인 야동이라는 단어가 퍼지면서 전국구의 유명세를 타게 됐죠. 개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와중에 '야동초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여긴다'는 게시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면서까지 끝내 이름을 지켰지만 입학할 학생이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명목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적인 라이벌 학교(?)는 부산 기장군의 대변초등학교(지금 용암초)였고요. 이외 다른 라이벌들은 전남 영광군의 대마초와 백수초, 경북 구미시 고아초,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초, 경기 수원시 장안구·성남시 분당구의 정자초 등이 있습니다. 애달픔 가고 다시 북적일 교정 전국 누적 폐교 3955곳 중 2609곳은 매각됐고 979곳은 임대 활용, 367곳은 여전히 방치 상태입니다. 그러나 어둠이 잠식했던 교실에 다시 불이 켜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합동으로 '폐교재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데 이어 올해부터 폐교 활용 우수사례 경진대회도 시작합니다. 이와 함께 강원 삼척시에서는 폐교한 노곡분교가 82억 원 규모 지역특화 리조트와 웹툰 워케이션 센터로 바뀌고 있죠. 경남 밀양시에서는 옛 명례초등학교가 밀양 1호 작은 미술관 '누루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며 어르신들이 노인정 대신 산책 삼아 찾는 마을 사랑방이 됐습니다. 경북 경산시에서는 남산초 삼성분교가 경북온라인학교, 경기 성남에서는 폐교된 영성여자중학교가 핀란드의 아동·청소년 예술교육기관인 '아난딸로( Annantalo)'를 모델 삼은 문화예술교육센터로 탈바꿈했고요. 전북에서도 주목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올해 폐교하는 무주 무풍고등학교 부지를 태권도 선수 양성 목적의 특수목적학교인 전북국제태권도고등학교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죠. 태권도 성지 무주의 특색을 살려 해외 학생까지 유치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답니다. 그리고 야동초등학교. 76년간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에는 지금 사회적농장과 카페,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죠. 풀무가 꺼진 대장간 마을에서 쉼터 마을로 변모했지만 다시 온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폐경과 완경. 닫을 閉와 마칠 完을 가리는 논쟁도 폐교의 사례처럼 사고전환이 필요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목표를 세우는, 폐교(廢校)는 어쩌면 완교(完校)였는지도 모릅니다. 닫힌다는 것이 끝이 아니듯 버려두고 없애는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악(樂)덕(후)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스물한 번째는 2003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파멸적 중압감을 퍼뜨리기 시작한 슬래밍 브루탈 데스 메탈(슬램 데스) 밴드 Abominable Putridity(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의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밴드명인 '혐오스러운 부패'처럼 초록빛을 내며 부푼 내용물을 망치형과 전동형 고기 다짐기로 번갈아 연하게 만든 후 다시 깔끔하게 파쇄한 것 같은 이들의 본 작품은 발매와 동시에 슬램 씬을 뒤흔들었죠. 2012년 2월 말 내놓은 이들의 정규 2집으로, 슬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필청 앨범 중 하나이자 러시아 브루탈 데스 메탈 씬이 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드러머 알렉산더 쿠비아슈빌리(Alexander Kubiashvili)와 기타리스트 파벨(Pavel)이 2003년 결성한 이 밴드는 Katalepsy(카탈렙시), Extermination Dismemberment(익스터미네이션 디스멤버먼트) 등과 여전히 슬램 데스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고요. 1990년대, 미국의 Suffocation(서포케이션)은 브루탈 데스의 토대를 세우고 브레이크다운을 접목하는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대를 이어 미국의 Devourment(디바우어먼트)가 이를 적극 활용해 슬램 데스라는 독자적 장르를 구축하며 파괴력을 전파했죠. 디바우어먼트에 필적하는 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는 슬램의 핵심인 중속 템포에서 터지는 무거운 리프를 적절하게 살립니다. 팜 뮤트의 단순 묵직한 리프를 반복하는 기타의 뒤를 베이스가 같은 리듬으로 받치는 가운데 하수구 창법이라고 불리는 거터럴(guttural)이 헤비니스를 완성하죠. 2008년 12월 정규 1집 'In the End of Human Existence'를 발매한 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는 무자비한 슬램으로 언더그라운드 씬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성 초기부터 끊임없는 라인업 문제 탓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결국 창단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파벨마저 팀을 떠났지만, 그 공백을 메운 세르게이(Sergey)가 작곡부터 연주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오히려 밴드의 기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죠. 그러다가 2009년, 브루탈 데스 씬의 생존 전설로 Disgorge(디스고지), Pathology(패솔로지) 등에서 활동했던 보컬 매티 웨이(Matti Way)가 합류하며 밴드의 격이 높아졌고 이 기세를 몰아 2012년 2월 28일, 체코 레이블 Brutal Bands Records를 통해 2집을 발매하기에 이릅니다. 보컬리스트로 매티 웨이가 나선 라인업에 기타리스트 세르게이, 베이시스트 앤드류(Andrew), 드러머 알렉산더(Alexander), 게스트 백보컬 앤절 오초아(Angel Ochoa), 코리 아토스(Corey Athos), AJ 마가나(A.J. Magana)가 참여하며 명불허전의 정석을 보여줬죠. 앤절 오초아는 Condemned(컨뎀드)와 Cephalotripsy(세팔로트립시), 코리 아토스는 Deeds of Flesh(디즈 오브 플레시), Flesh Consumed(플레시 컨슈머드), AJ 마가나는 매티 웨이의 후임으로 디스고지 소속이던 보컬리스트입니다. 모두 헤비니스의 꼭대기에 위치한 밴드들로 브루탈 창법의 대가들이 이렇게 뭉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무엇보다 정규 2집은 1집의 단순 반복적인 슬램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요소를 대폭 강화했고 주제도 SF(science fiction)와 엮인 형이상학적 개념을 살리며 피상적인 죽음으로부터 돌아섰습니다. 기타를 맡은 세르게이의 아르페지오 시퀀스가 테크니컬 데스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면 알렉산더의 드러밍은 급격한 템포 전환과 블래스트 비트의 적확한 배분으로 역동성을 극대화했고요. 매티 웨이의 보컬은 말할 필요도 없죠. 고기를 다지듯 디스고지 시절부터 다진 초(超)거터럴 창법을 들려주는데 하수구 밑바닥의 거품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마치 앨범 커버의 괴물이 그로울링을 했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니까요. 더 언급할 것 없이 총 재생시간 25분 54초, 여덟 곡에 담긴 SF 호러의 부글부글 향연을 트랙별로 살피면서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게임 'Dead Space(데드 스페이스)'에서 샘플링한 짧은 인트로 후 곧바로 터지는 블래스트 비트와 매티 웨이의 거터럴이 청자를 짓누르는 첫 번째 트랙 'Remnants of the Tortured'는 앨범의 포문을 거칠면서도 매끄럽게 엽니다. 중반부 슬램 섹션은 이 앨범이 왜 명반인지 증명하는 부분으로 팜 뮤트 리프의 육중한 그루브가 인상적입니다. 인간을 부품처럼 다루는 잔혹 묘사의 가사도 교과서를 읽는 것 같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네요. 이 앨범에서 가장 공격적인 곡인 2번 트랙 'A Massacre in the North'는 제목처럼 북쪽에서 벌어진 학살을 연상시키는 가차 없는 연주가 이어지죠. 끊어지는 거터럴, 테크니컬 리프가 두드러지는 와중에 드럼의 더블 베이스와 슬램 브레이크다운의 유연한 강타가 귀에 박힙니다. 나머지 곡들과 연결되는 폭력의 연계성이 가사의 핵심이고요. 은근히 중독성 있는 세 번째 곡 'Letting them Fall…'은 리프의 밀도가 높은 곡으로 반복하며 늘어지는 슬램 리프와 매티 웨이의 뭉개지는 보컬 변주가 돋보입니다. 가사처럼 멸망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존재들의 고통이 그려지는 듯하죠. 최대한의 차분함을 주는 다음 곡 'A Burial for the Abandoned'는 비교적 느린 템포와 그루브가 감정선을 잡아줍니다. 버려진 자들을 위한 장례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사회나 실험체로서 가치가 없어져 폐기된 존재들이 쌓이는 무덤을 표현한 곡이고요. 5번 트랙 'Lack of Oxygen'은 호흡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의 블래스트 비트와 리프 공세로 청자를 압박합니다. 중반부 섹션에서 쉴 틈이 생기지만 곧장 더한 슬램이 이어지며 산소 부족 상태에서의 질식과 고통을 다루는 가사를 깨닫게 하죠. 여섯 번째 곡 'Wormhole Inversion'은 SF 콘셉트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웜홀의 역전이라는 제목답게 시공간이 뒤틀리는 연출을 떠올릴 기타 효과와 예측이 어려운 템포 변화가 혼돈을 만들죠. 게스트 보컬도 이 곡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괴한 존재가 틈을 파고드는 혼돈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곡이자 타이틀 트랙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은 앨범의 주제를 응축한 곡으로 '인공적 기원의 이상 현상들'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유전자 변이와 생물학적 괴물에 대한 내용을 읊조립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로, 테크니컬 데스와 슬램의 융합은 생명체의 기원을 인위적 조작에 두는 곡의 작사 이유를 명확히 한다고나 할까요? 마지막 트랙 'The Last Communion'은 '최후의 성찬식'이라는 제목에 맞추듯 라인업 전원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악기들로 최종적인 파괴음을 들려줍니다. 이 곡에서 매티 웨이의 거터럴 보컬이 가장 극단을 치닫다가 마지막 슬램 브레이크다운으로 앨범 전체의 정점을 찍죠. 남겨진 존재들이 맞이할 종말론적 의식에 초대받았다는 감정이 들어 곡이 끝난 후에도 중압감은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Remnants of the Tortured 4:02 A Massacre in the North 3:29 Letting Them Fall… 3:35 A Burial for the Abandoned 3:21 Lack of Oxygen 2:36 Wormhole Inversion 3:00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2:39 The Last Communion 3:12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연달아 비슷한 이미지로 '짜사이'를 작성하는 건 처음이네요. 얼마 전, 퇴근 후 유리창에 반사된 태양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하나인 태양이 둘로 보이는 순간, 떠오른 건 이달 초 여의도에서 터진 말 한마디였죠.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같은 당 정청래 대표를 향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면서 날선 태도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하자 당내 갈등이 불거졌고, 이 최고위원은 이를 "2인자, 3인자들의 당권·대권 욕망 표출"이라 규정하며 정면으로 맞섰죠. 이 같은 정치적 요동은 마치 태양 표면의 흑점을 떠오르게 합니다. 흑점은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지만, 사실 태양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 에너지가 응축돼 언제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죠. 이번 민주당의 내홍을 보니 조직 내부의 분란은 단순히 묻거나 지워야 할 결점이 아니라 쌓였던 역동적 에너지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늘한 고사의 무게 '하늘에 두 해가 없고, 백성에게 두 임금이 없다(天無二日 民無二王).' 이 최고위원이 인용한 표현의 뿌리는 깊습니다. '예기(禮記)'와 '맹자(孟子)'에 기록된 공자의 말로, 권력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동양 정치철학의 핵심 명제죠. 역사에서 이 문장은 정통성을 주장하는 방패인 동시에, 경쟁자를 제거하는 칼날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태양의 등장은 곧 반란이나 내홍, 혹은 체제 붕괴의 전조를 의미했으니까요. 수천 년간 인류는 태양을 절대적 단일성의 상징으로 여겼고, 그 관념은 당연하게도 정치적 중앙집권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없을까요? 자연은 때때로 여러 개의 태양을 연출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환일(幻日, Sundog)'입니다. 대기 중 높은 곳에 떠 있는 얼음 결정이 프리즘 역할을 하면서 햇빛을 22도 각도로 굴절시킬 때 태양 좌우에 환영처럼 빛나는 점이 나타납니다. 흔히 '무리해'라고도 부르죠. 태양 고도가 낮은 일출이나 일몰 무렵에 잘 보이며, 겨울철 차가운 대기에서 더 선명합니다. 고대에는 무리해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일이(日珥)'라는 이름으로 환일 현상에 대한 기록이 있죠. 그들에게 하늘에 뜬 두 번째 태양은 천심(天心)의 경고였습니다. 우주의 일상을 인간의 시선으로 보니… 지구에서 한 발 물러나 우주로 시선을 돌리면 '두 개의 태양'은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태양과 질량이 비슷하거나 무거운 별들 가운데 70%는 두 개 이상의 항성이 서로의 중력에 묶여 회전하는 쌍성계(雙星系) 또는 다중성계에 속하죠. 영화 '스타워즈' 오리지널 에피소드 대부분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바라보던 타투인의 쌍둥이 노을은 허구가 아니라 우주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상인 겁니다. 주목할 것은 쌍성계가 유지되는 방식으로 두 개의 별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밀어내거나 집어삼키는 대신, 서로의 중력에 묶여 보이지 않는 '공통 질량 중심'을 축 삼아 회전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일극 체제를 자연의 섭리라 믿지만, 우주는 공존하는 두 태양을 허용하는 거죠. 사진 속 유리창에 반사된 두 번째 태양은 굴절도 아니고 실제 쌍성도 아닌, 그저 반사가 만든 허상이지만 자주 접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닌 만큼 뇌리에 남습니다. 민주당의 분란이 더 큰 정치적 성장을 위한 에너지가 될지 아니면 그저 시야를 어지럽히는 반사광에 그칠지는 결국 지금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여의도의 창에 비친 두 태양 중 하나는 분명 허상일 지도 모르죠.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공존의 궤도일 수도 있고요. 태양이 하나뿐인 작은 행성에 갇힌 우리는 일단 편협한 시선을 거둬야 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올해 첫 명절인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가족들과 연휴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연휴를 앞두고 집에서 혼자 쉬겠다는 일명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하지만 혼자 쉬어도 명절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를 위해 편의점업계가 명절 도시락 상품을 일제히 출시했습니다.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명절 도시락은 늘 인기입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9.4% 증가한 가운데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 오피스텔, 대학가 등 입지의 매출 비중은 65.1%였다고 합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집계도 살펴보면 지난해 설 명절 도시락은 출시 후 도시락 매출 1위를 차지했는데요. 설 연휴 기간(1월 28~30일, 당일 포함 3일) 동안 2위 도시락과 매출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렸다고 합니다. 올 설날 편의점은 이런 수요층을 잡기 위해 기존 명절 도시락보다 더욱 신경 썼는데요. 모둠전, 갈비, 잡채 등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메뉴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제품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가격 역시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했다는데요. ◆GS25 '이달의도시락 2월 설명절편' 9첩 반상의 이번 도시락은 전주식나물비빔밥, 톳조림&겨울 무나물 비빔밥, 흑미밥 등 3종의 밥과 ▲돼지갈비불고기 ▲떡갈비 ▲모둠전 3종(보리새우미나리전·김치고구마채전·오색꼬지전) ▲튀김 3종(조청고추장불고기튀김·꿀마늘닭강정·무침만두튀김) ▲콩가루찹쌀떡 등으로 명절 한상 구현. 가격은 6800원. 또 GS25는 명절 물가 안정 취지를 담아 농협카드 결제 시 해당 도시락을 50% QR 할인된 3000원대에 제공. 이와 함께 왕만두 떡국, 모둠전·잡채 등 추가 간편식과 곶감·황태포·동태살 등 제수용 신선식품 할인도 병행. ◆CU '새해 복 많이 드시락' 및 '새해 복 많이 받으시전' '새해 복 많이 드시락'은 돼지갈비 양념구이, 전, 나물 등 다양한 설 명절 대표 반찬으로 채운 8찬 정식 도시락. 고향에 내려가기 어려운 1인 가구도 간편하게 설 명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오징어 튀김, 고구마 튀김, 김치전, 부추전, 깻잎전, 오색산적 등으로 구성. 새해 복 많이 받으시전은 오징어 튀김, 김치전, 동그랑땡, 오색산적 등 7가지 전을 담아낸 단품 요리. 합리적인 가격에 직접 전을 부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으며 제사나 성묘 등에도 쉽고 간편하게 활용 가능. 가격은 각각 6500원, 5900원. ◆세븐일레븐 '기운한상도시락' 세븐일레븐의 '기운한상도시락'은 알떡스테이크, 소불고기, 모둠전, 잡채 등 총 11가지 반찬으로 구성. 이번 제품 출시를 기념해 해당 도시락 구매 시 '장인라면 얼큰한맛'을 무료 증정. 가격은 6900원. 이 외에도 이달 말까지 고기(肉)올인원 도시락을 포함한 베스트 도시락 6종 구매 고객에게 칠성사이다 제로 또는 펩시콜라 제로 중 1종을 선택 증정. ◆이마트24 'K명절 풀옵션 한판' 이마트24의 'K명절 풀옵션 한판'은 업계 최다 수준의 반찬을 넣음. 너비아니, 간장불고기, 모둠전 4종(김치전·해물파전·오색모듬전·동그랑땡), 당근잡채, 미니전병, 삼색나물(고사리·도라지·시금치) 등 12가지 반찬으로 구성해 혼자서도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 가격은 6900원. 이마트24 FF팀 유영민 MD는 "이번 K-명절 풀옵션 한판은 혼설족은 물론 간편하게 명절 음식을 즐기고 싶은 고객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하늘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물가 때문에 고개가 더욱 경직되는 겨울입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를 보면, 설 명절을 앞두고 사과와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답니다. 한숨을 내쉬며 장을 보고 귀가하는 길에 빈 수레를 끄는 동네 노인들을 마주쳤는데 폐지도 얼마 담지 못한 채 그늘진 골목을 서성이는 모습을 보니 유독 가슴이 시리네요. 2024년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기준,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1만4831명. 평균 연령 78.1세인 이들이 일주일에 엿새를 일해 버는 폐지 수입은 월 15만9000원에 불과합니다. 요란하지 않게 비싼 고물로 가득 찬 수레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무 무거우면 끌기 힘드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요. 갑자기 분위기에 좀 어긋나는 얘기지만 사실 아예 빈 것보다는 깡통이나 페트병, 돌멩이 등 작은 물체를 조금 실은 수레가 더 요란스럽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수레가 빌수록 요란하다' 정도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요? 네. 저 T 맞습니다. 영미권에도 'Empty vessels make the most noise'라는 유사 속담이 있습니다. 빈 그릇이 가장 큰 소음을 낸다는 이 속담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더 큰소리로 제 자랑을 하거나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입니다. 빈 그릇의 자신감 귀가해서는 이 속담이 딱 떠오르는 기사를 하나 봤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7일 뉴욕포스트,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의 신경과학자 재러드 코니 호바스 박사가 의회에서 "Z세대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세대"라고 제언했다는 내용이었죠. 하버드대와 멜버른대 등에서 강의해온 호바스 박사의 연구대로라면, 1997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가 주의력, 기억력, 읽기, 계산 능력, 지능지수(IQ) 등 거의 모든 인지 측정에서 이전 세대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고 합니다.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화면만 들여다보며 자라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진단한 호바스 박사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할수록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빈 머릿속이 만든 자신감의 허상을 꼬집었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죠? 레몬즙이 도출한 쑥스러운 인지 편향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심리학적 인지 편향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일컫습니다. 1999년 코넬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 교수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가 실험을 통해 제안한 이론이죠. 이 실험은 황당한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대낮에 은행 두 곳을 턴 맥아더 휠러라는 남성이 체포된 이유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얼굴이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이랍니다. 그는 레몬즙을 얼굴에 바르면 보안 카메라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네요. 물론 정신감정 결과는 정상이었고요. 이 사건을 접한 더닝 교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코넬대 학부생 45명을 대상으로 논리적 사고력, 문법, 유머 감각 등을 평가한 결과, 하위 25%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성적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확연했으나 상위권 참가자들은 오히려 낮춰 잡았죠. 비어가는 인지 능력의 빈자리를 근거 없는 비대함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찰스 다윈은 일찍이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갖게 한다"고 했습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빈 그릇이 큰 소음을 내듯, 채워지지 않은 머릿속 역시 가장 크게 울리는 게 아닐까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무지를 인정할 때 들리는 '배움의 소음'은 우리 사회가 들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소리 중 하나일 겁니다. 다만 겨울 거리에서 수레를 끄시는 어르신들의 수레는 값진 것들로 가득 차 소음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인지 능력 퇴보를 막고 근거 없는 자신감 대신 '진짜 실력'을 채우는 세 가지 일상 습관 ·숏폼 영상이나 요약본을 1분 봤다면, 관련 글이나 책을 3분 동안 정독하기. ·오늘 배운 것이나 읽은 기사의 핵심을 메모지 한 장에 3문장으로 요약하기.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하기 전에 "내 가설은 이런데, 다른 의견은 어때?"라고 질문 던지기. (출처: 존 플라벨 '메타인지 이론', 만프레드 스피처 '디지털 치매', 데이비드 더닝 & 저스틴 크루거 '미숙함과 그에 대한 인식 불능')
[IE 금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내리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가 상승 출발, 이후 바로 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일시효력 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6분2초께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코스피가 10일 5% 넘게 반등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다고 공시했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6.14% 상승했다. 코스피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사례는 지난 5일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는 내가 예상한 4~5주 일정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가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종가 대비 각각 4.61%, 6.56% 내린 배럴당 88.42달러, 84.94달러에 거래됐다. 이처럼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던 유가가 하락하며 뉴욕 증시 역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같은 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0% 오른 4만7740.80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
[IE 금융] KB국민은행이 '2026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 참여할 기업 모집. 1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취업박람회는 다음 달 27일 서울 코엑스 A홀에서 열리는 가운데 참가 기업 모집은 오는 20일까지 진행. KB국민은행은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지원금과 금융 지원 제공. 정규직 채용 시 1인당 100만 원(기업당 연 최대 1000만 원)의 채용지원금을 지급하며 신규 대출 신청 시 최대 1.3%포인트(p) 금리 우대 혜택도 선사.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은 KB굿잡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KB국민은행은 박람회 종료 후에도 유관기관과 연계한 인재 매칭 서비스를 무상 제공할 예정.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는 KB국민은행 사회공헌 프로그램 'KB국민희망 프로젝트' 일환이며 청년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 지난 2011년 시작된 KB굿잡 취업박람회는 누적 방문객 125만 명 규모를 기록한 국내 최대 단일 취업박람회. 작년까지 28회 열린 이 박람회에는 약 6200개 기업이 참여해 10만5000여 건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 4만5000여 명의 취업 연결. 박람회에는 KB금융이 추천하는 우수기업과 대기업 협력사,
과거와 현재의 오늘 벌어졌던 '깜'빡 놓치고 지나칠 뻔한 이슈들과 엮인 다양한 '지'식들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노란봉투법 전면 시행 오늘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본격 시행.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를 넘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수치적으로 확대한 것으로 하청 노동자가 원청업체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또한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시 가담자별로 책임 비율을 개별 산정해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제한하도록 규정. 경영계는 기업 경영권 침해와 노사 분규 폭증을 우려하며 여전히 강력하게 반발. 박근혜 파면 2017년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박근혜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만장일치 판결로 대통령 직에서 파면. 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2016년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발의. 이후 같은 달 9일 가결로 권한이 정지된데 이어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 인용.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파면 대통령 불명예로 2016년 10월부터 이
[IE 금융]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폭등하면서 9일 국내 증시는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다. 이날 장 초반 각각 서킷 브레이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은 결국 하락 장에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 퇴직연금 측 관계자는 "(중동사태) 장기화 가능성이나 유가, 물가, 환율 상승이 국내외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제언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0포인트(p, 5.96%) 내린 5251.87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52.39p(4.54%) 하락한 1102.28에 거래가 끝났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19.50포인트(p, 5.72%) 하락한 5265.37에 개장해 낙폭이 커지자 오전 9시6분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걸렸다. 이후 다시 거래가 재개됐지만, 8% 넘게 폭락하는 사태에 한국거래소는 오전10시31분52초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5.04% 내린 1096.48로 개장해 계속 급락세를 타자 오전 10시31분20초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다.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