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뜨거운 여름철의 포항을 찾아 시원하게 즐겼던 물회입니다. 몇 해 전인지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얼음장 같은 육수, 갓 잡은 싱싱한 횟감, 매운 양념과 뒤섞인 날것 그대로의 시원한 강렬함은 뇌리에 여전하네요. 열기에 맞서 냉기를 찾는 억척스러운 역동성은 포항이라는 도시의 기질을 고스란히 닮았습니다. 겨울의 문턱에 서서 남은 올해의 마지막 불씨를 차분하게 지킬 11월, 남은 두 달의 여백을 바닥에 깔고 내년의 새 걸음을 준비해야 할 이 시기에 포항에는 유독 큰 이슈들이 많았죠. 지난 1990년 11월 10일, 축구전용구장 하나 없는 나라가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이탈리아 언론의 조롱에 무척 화가 난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의 주도로 관중석과 경기장이 가까운 형태의 우리나라 첫 축구전용구장(지금 포항스틸야드)을 준공했습니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서 꽤 많은 최초의 의의를 새긴 곳이기도 하죠. 그 중심에는 포항제철소(지금 포스코)가 있고요. 1973년 6월 9일, 이곳 제1고로에서 우리나라 최초 근대적 일관제철소의 쇳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철광석 투입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전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이 체계는 1960년대 당시 한국 경제의 무게추를 경공업에서 중화학으로 단숨에 돌려놓았죠. 한국철강협회가 이날을 기려 매년 6월 9일을 '철의 날'로 지정할 만큼 국가 성장의 근간이었답니다. 아울러 2024년 11월, 포항시는 국내 최초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하는 등 첨단 과학 도시의 위상을 확립하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달, 포스코실리콘솔루션 실리콘음극재 공장 종합 준공 등의 소식도 전했고요. 하지만 이 빛나는 최초의 성취 뒤에는 최초와 최후의 구분을 둘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사고의 기록도 몰려 있습니다. 2010년 11월 12일, 포항 인덕동 소재 한 요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죠. 화재 원인은 1층 사무실 분전반 주변 전선의 스파크였죠. 미흡한 화재 안전 대비와 총체적 난국의 시설 점검이 부른 명백한 인재(人災)였습니다. 2017년 11월 15일에는 포항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 규모였고 진원 깊이가 4㎞로 얕아 지표면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며 약 672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정부 조사단 조사 결과, 이 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근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유발한 인위적 촉발지진(Induced Earthquake)으로 파악됐다는 거죠. 이후 포항촉발지진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는 등 혼란은 아직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10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의 화재 사고도 세간에 알려졌는데요. 4km 떨어진 다른 계열사 공장에서도 화재가 있었고 14일 뒤인 11월 24일, 복구 정비를 마친 직후 같은 곳에서 다시 불이 나 근로자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며 악재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2017년 오늘, 지면보다 더 크게 시민들의 마음을 갈라놓은 지진의 충격을 기억한 포항시는 2019년 이날을 '포항시 안전의 날'로 지정하며 다시금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안부터 바깥까지 다졌죠. 포항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주는 희열의 맛보다는 물회의 달콤하면서도 청량한 매콤함 같은 근본과 극복의 기억을 다셔야 합니다. 최초는 한 번이지만 안전은 항상 만전을 기해야 하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가치니까요. 최초의 기록처럼 모든 사고와 화재 기록을 통해 안전제일의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매일을 연이어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시설을 지켜 '최고 안전 도시'라는 단단한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그날까지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LG유플러스(LGU+)의 인공지능(AI) 통화 서비스 '익시오(ixi-O)'가 고객에게 한층 고도화한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여정에 나섰습니다. 13일 LG유플러스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세대 AI 전략인 '익시오 AI 비서'를 소개했는데요. 익시오는 지난 2023년 11월 출시한 LG유플러스 만의 AI 통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며 ▲보이는 전화 ▲전화 대신 받기 ▲실시간 스팸·보이스피싱 탐지 ▲통화 녹음 및 요약 등 AI 기능을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서비스 덕분에 익시오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모았고 충성도는 약 73%로 집계됐죠. 익시오 기능 가운데 고객에게 가장 각광받는 서비스는 통화 녹음과 요약입니다. 익시오 앱을 통해 전화를 하면 내용이 자동 녹음되는데, 이를 AI가 분석해 핵심 키워드와 요약본을 줍니다. 이런 모든 분석은 스마트폰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에서도 안전하고요. 여기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익시오 AI 비서'는 통화 중 대화 맥락을 실시간 이해해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제공합니다. 이날 LG유플러스 최윤호 AI 에이전트 추진그룹장(상무)은 135만 명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는데요. 이는 통화를 하는 동시에 다른 일을 확인하거나 검색하는 하루 평균 LG유플러스 고객 수입니다. 통화 중 실시간 날씨나 교통상황, 환율과 같은 정보가 즉시 필요한 경우 다른 앱을 켜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거죠. 운전처럼 양손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정보가 필요할 땐 더욱 곤란한데, 익시오 AI 비서가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용법도 간편한데요. 익시오 앱에서 통화 중 "헤이, 익시"라고 부르거나 호출 버튼을 눌러 AI가 등장하면 "이번 주말 날씨는 어때?" 등 필요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익시오 AI 비서는 구글의 최신 서비스인 '제미나이 2.5 플래시 라이브(Gemini 2.5 Flash Live)'를 활용했기 때문에 초저지연 스트리밍 AI가 적용돼 대화 흐름을 끊지 않고 질문 의도를 파악해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통화 중 AI 응답이 늦어져 상대방 간의 침묵이 길어진다면 그보다 어색한 상황은 없겠죠. AI 비서를 실행하려면 보통 다섯 단계를 구현해야 하는데, 기존 모델의 경우 8초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엘지유플러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보이스 투 보이스' 모델을 적용, 대답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3초로 단축했다네요. 더불어 구글 검색 기반 그라운딩 기능(Grounding with Google Search)과 결합해 실제 구글 검색 정보와 교차 검증을 거쳐 AI 검색의 정확도 및 신뢰도를 높였고요. 이번 간담회에는 엘지유플러스와 협업한 구글의 캐런 티오(Karen Teo) 아시아태평양 플랫폼·디바이스 파트너십 부사장도 참석했는데요. 그는 "유플러스와의 협업은 공유된 비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함께했을 때 큰 성과를 낸 모범 사례"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AI 시대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유플러스와 구글이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며 "유플러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글 전 부분이 전력으로 돕는 만큼 앞으로도 유플러스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차세대 AI 혁신을 선보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고요. 향후 LG유플러스는 구글 클라우드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통화 중 언급된 일정·장소·예약 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또 이달 안에 구글 드라이브와 서비스를 기존 통신 요금제와 연계하거나 단독으로 구성한 번들(통합) 요금제를 공개할 계획이고요. LG유플러스는 올해 말까지 익시오 AI 비서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운영하며, 피드백을 첨가해 익시오 AI 비서의 기능을 더욱 높일 계획인데요. 이후 내년 상반기 모든 익시오 이용 고객에게 AI 비서 기능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통화의 끝에서 당신의 하루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LG유플러스가 간담회 말미에 공개한 기치인데요. 단순한 통화 앱을 넘어 대화와 일상을 연결하는 AI 동반자를 지향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출시일은 미정이지만 LG유플러스는 익시오 AI 비서가 고객 맞춤 일정 예약 및 장소 추천 등을 대신해주는 AI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죠.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 이재원 컨슈머부문장(부사장)은 "익시오는 나를 지켜주는 AI를 넘어 나를 대신해 주는 AI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누구나 편하고 단순한 일상을 제공하겠다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겠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1989년 11월 9일, 분단의 상징이 무너졌습니다. 동서 냉전의 상징이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자 사람들은 망치와 정을 들고 달려들며 억압을 넘어선 인류의 자유를 향한 열망, 그 자체를 보여줬죠. 당시 우리 국민은 독일이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0일 나온 통일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 2025' 발표 자료를 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51%에 달했다고 하네요. 이 발표 자료는 한국리서치가 올 7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면 면접 조사한 결과로 만들었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평화적 공존'을 선호했다는데 젊은이들은 통일보다 지속 가능한 평화공존을 더 현실적이고 우선적인 목표로 본다는 거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마자 망치와 정을 들고 달려들며 분단 극복의 기쁨을 표출하던 독일인들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볼 날이 있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 씨가 떠올라도 참으셔야 합니다. 망치와 정을 들고 달려들던 사람들 중에는 단순 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냉철한 시장 논리를 계산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장벽의 잔해는 순식간에 '자유의 상징'이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둔갑한 채 아크릴 케이스에 담겨 전 세계 박물관과 기념품점을 돌며 고가에 팔려 나갔거든요. 조선 후기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기만극과 같은 다른 사례들도 알아봤습니다. 베를린 장벽처럼 실제 효용 가치보다 상징성을 내세워 판매에 성공한 대표 사례들입니다. 1980년대, 달의 땅을 팔아치운 데니스 호프는 국제연합(UN) 우주 조약의 맹점을 파고들었습니다. 국가는 우주를 소유할 수 없지만, 개인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허점이었는데 호프는 달과 행성의 토지 소유권을 주장한 겁니다. 구매자들이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달 토지 소유 증명서'라는 종이 한 장뿐이었고요.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나 조지 루카스 감독, 배우 톰 행크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니콜 키드먼 등 유명인들까지 지갑을 열 정도로 호프의 장사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1937년 건설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거론할 수 있죠. 1970년대 말 이후 대규모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체된 녹슨 볼트와 나사를 '역사의 조각'이라며 고가의 기념품으로 판매한 사실은 꽤 널리 알려진 얘기이고요.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인지라 이야기 장사의 한계도 살펴봤습니다. 19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며 처치곤란 애물단지가 된 슬로바키아 포프라드의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을 미국의 사업가 루이스 카펜터가 1만3000달러에 사들였죠. 미국 시애틀로 동상을 가져온 그는 역시나 수익 창출을 동상을 교외에 전시하려 했으나 공산주의 독재자의 상징을 거부하는 지역민들의 반발에 막혀 다시 처치곤란 방치되는 처지가 됐다고 합니다. 여기 더해 에펠탑 판매 사기 사건까지 소개하며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1925년, 프랑스 파리에는 에펠탑 유지보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정부가 매각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퍼졌는데요. 이 소식을 접한 체코 출신의 사기꾼 빅토르 러스티그는 자신을 프랑스 체신부 차관이라고 속여 고철 재활용 사업자들을 모집한 후 고철 처리권 매각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니 극비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허위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현금을 챙긴 러스티그는 곧장 오스트리아 빈으로 도주했으나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에펠탑을 사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조롱당할까봐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제까지 알아본 사례들은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현대판 김선달들은 물질적 가치에 포장지를 씌워 비물질적 가치로 팔아넘겼죠. 소비자 가치 책정의 빈틈을 노린 시장 원리를 활용한 이들의 농간을 되새기며, 앞으로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 때마다 물질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짚는 지혜를 살렸으면 합니다. 헛된 돈은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너무 빙빙 돌려 죄송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며칠 전, 가을 옷들을 꺼내면서 괜스레 기분 좋게 바라보던 제 모습이 아직 기억에 선한데 가을날은 뭐가 그리 급한지 올해도 흔적 같은 여운만 남기며 스쳐지나려고만 합니다. 길고도 지루했던 지난여름은 우리에게 어떤 시련과 보상을 안겼는지 이제 막 되짚던 참이라서 벌써 스며드는 겨울기운이 못내 야속합니다. 하지만 올여름의 이슈들을 몇 가지 살피다 보니 제가 떠올렸던 지루한 여름은 누군가에게 지옥 같은 고통의 기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마음을 숙연하게 하네요. 최근 바르셀로나 글로벌보건연구소(ISGlobal)의 조사 결과와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의 학술 논문을 보면 지난해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유럽 32개국에서 6만2775명이 더위 탓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남유럽에서 사망자의 3분의 2가 나온 와중에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더위가 잦았던 이탈리아가 1만9000여 명의 최다 사망자를 기록했는데, 열사병은 물론 심장마비 등 기존 건강문제에 악영향인 더위를 직접사인으로 보는 일은 드물어 정확한 통계 파악은 어렵다네요. 질병관리청의 '2025년 여름철(5월 15일~9월 25일)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최종 운영 결과 자료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상황도 함께 살펴보니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9명으로 전년의 34명 대비 감소했답니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60대 이상 비율은 62.1%로 고령층의 취약성이 확연한 가운데 온열질환자 수 자체는 50대에서 19.4%를 기록해 최다였고요. 이 같은 수치들을 살피다 보니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직접사인은 어떻게 밝히는 거지?' 직접사인(直接死因, direct cause of death)은 최종적으로 생명을 앗아간 바로 그 원인입니다. 선행사인에 기인해 사망에 직접적으로 이르게 한 구체적인 몸의 손상이나 병의 상태를 의미하는 거죠. 선행사인(先行死因, underlying cause of death)은 사망을 초래하게 된 최초의 근원적인 질병, 사고, 손상을 뜻합니다. 교통사고가 선행사인이라면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이 직접사인이죠. 심장마비나 호흡정지는 사망의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므로 직접사인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한 법의학 기관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과정들을 거쳐 직접사인을 명확하게 밝히죠.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죽음의 흔적을 쫓는 법의학자들의 추적 과정을 5단계로 알아봤습니다. ◇외부 관찰 및 부검 부검은 사인을 밝히는 가장 기본이자 핵심 단계는 외부 관찰로 시신의 겉모습을 철저히 살펴 상처의 깊이, 방향, 생활반응(생존 당시 생긴 상처에 나타나는 조직 반응)을 분석하죠. 또 시반(피멍), 시강(근육 굳음), 체온 변화를 측정해 사망 시각을 추산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합니다. 시신을 해부해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내부 장기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내부 관찰은 심장, 폐, 뇌 등 주요 장기를 적출한 후 육안으로 손상 여부나 질병의 흔적을 찾고요. ◇미세조직 검사 육안 부검에서 놓친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미세조직 검사는 장기 조직을 채취해 현미경 검사로 세포 손상 여부, 혈관 막힘, 미세 출혈 등을 파악합니다. 단순 사후 변화가 아니라 사망 직전 실제로 특정 질병이 진행 중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정 단백질이나 효소를 검출하는 고급 기법도 활용한다고 하네요. ◇약독물 및 화학 검사 사망 원인으로 독극물이나 약물 과다복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필수 과정인 약독물 및 화학 검사는 혈액, 소변, 위 내용물 등에서 마약, 수면제, 알코올 성분 등을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단순 복용인지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사량 농도였는지를 따져 사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방사선 검사 및 가상 부검 총상, 추락사, 교통사고처럼 손상이 복잡하거나 숨겨져 있을 때 효과적인 방사선 검사 및 가상 부검은 X선이나 CT(computed tomography, 전산화 단층촬영),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영상) 등의 기법이 활약합니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 골절, 두개골 내부 손상, 총알이나 파편의 위치 등을 알게 되는 거죠. 최근에는 가상부검(virtopsy) 기법이 발달해 실제 해부 전 3차원 영상으로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도 하고요. ◇법곤충학으로 보조적 시간 추정 시신의 부패가 많이 진행돼 다른 지표들이 불분명하다면 법곤충학 전문가가 나설 시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시신에 번식하는 구더기나 파리 유충의 성장 단계를 보고 사망 후 경과 시간을 계산하죠.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법의관을 중심으로 법독성학자, 법방사선학자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주변 상황 및 병력 등과 엮어 최종 사인을 확정하는 겁니다. 이렇듯 법의학자들에게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탐구의 시작입니다. 누군가의 최후를 붙드는 이들의 집요함은, 결국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삶에 집착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죽음의 원인을 짚는 일은 생의 존엄을 지키는 또 다른 방식인 거죠.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열일곱 번째는 1986년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 콜봇(Kolbotn)에서 그림자를 드리운 블랙 메탈 밴드 Darkthrone(다크쓰론)의 'A Blaze in the Northern Sky'. Venom(베놈), Celtic Frost(켈틱 프로스트)를 위시한 1세대의 뒤를 이어 1990년대 초부터 노르웨이 블랙 메탈 씬을 잡아끈 2세대 핵심 밴드 중 하나로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진실성과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내세워 골수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다크쓰론. 결성 당시 1년 정도 블랙 데스(Black Death)라는 이름의 데스 메탈 밴드였던 이들은 1991년 앨범 작업을 기점 삼아 블랙 메탈로 장르를 전환하며 원초적이고 미니멀한 사운드를 들려줬죠. 여기 그치지 않고 2000년대 이후에는 하드코어 펑크에 정통 헤비메탈과 둠 메탈 요소를 섞은 '블랙큰롤(Black 'n' Roll)'이나 트래시 메탈 색채를 덧입히는 등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합니다. 밴드의 사상적 지주로 작사와 작곡, 드럼, 백킹보컬을 맡는 펜리즈(Fenriz)와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보컬, 리드 기타, 작곡 담당 녹터노 쿨토(Nocturno Culto). 여기에 다크쓰론의 초기 멤버 제피러스(Zephyrous)가 리듬 기타를 책임지는 동시에 작곡에 힘을 더하고 역시 초기 멤버였으나 세션 베이시스트로 이 앨범에 참여한 닥 닐센(Dag Nilsen)의 끈덕진 끈끈함이 검게 빚은 역작 'A Blaze in the Northern Sky'. 1988년 3월 첫 데모 이후 1991년 1월 정규 1집 'Soulside Journey'를 내놓은 이듬해 2월 말경 발매한 2집 'A Blaze in the Northern Sky'는 블랙 메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데스에서 블랙 메탈로 선회하는 동안 이들은 메이헴(Mayhem)의 유로니무스(Euronymous) 등과 교류하며 순수 블랙의 토대를 세운 것도 모자라 로우 블랙 메탈(Raw Black Metal) 사운드의 원형을 선보였습니다. 거친 저음질(Lo-Fi)의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면서 블래스트 비트, 트레몰로 피킹 리프, 스크리밍 보컬 등에 사악하면서도 반복적인 속도감을 줘 블랙 메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후대의 동류 밴드들에게 크디큰 영향을 미쳤죠. 진흙 같은 보컬, 저주스러운 반복, 위압적인 분위기 고조, 창조적 실험이 붕괴시키는 장르의 경계… 총 재생시간 42분4초로 2집에 실린 여섯 곡 전체 살펴보면서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유튜브로 연결되는 추천곡은 본 앨범의 정수를 응축한 트랙이자 다크쓰론의 음악적 지표를 규정한 선언문 같은 'In the Shadow of the Horns'입니다. 첫 타이틀 'Kathaarian Life Code'는 앨범 전체에서 가장 길면서도 구조가 복잡한 곡으로 수도승의 성가가 깔린 묵직하고 불안정한 인트로가 특징이죠. 이후 바뀌는 속도와 리듬은 데스와 둠의 이미지를 보이면서도 블랙의 색채를 놓치지 않습니다. 데스 리프를 블랙 방식으로 연주하려 한 작곡자의 시도가 돋보이는 이 곡은 인간과 신 사이의 허상을 끊고 암흑의 본질을 찾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요. 2집에서 가장 역동적인 리듬 변화가 있는 다음 곡 'In the Shadow of the Horns'는 정석(?)의 편안한 박자로 시작해 고속 트레몰로 리프, 묵직한 중속, 여유 있는 펑크함이 그치지 않고 뒤섞이며 냉혹한 파괴력을 전달합니다. 곡 후반에는 예상치 못한 어쿠스틱 기타 파트가 나와 은근히 충격적인 대비감까지 선사하는 이 곡은 뿔의 그림자 아래에서 새로 탄생하는 세상을 표현하는데, 해방된 어둠의 군주인 새벽의 왕들이 지배하는 영원한 어둠의 통치에 대한 찬양으로 풀이할 수 있겠네요. 이어지는 3번 트랙 'Paragon Belial'은 복잡한 구조를 벗어던진 직관적인 느낌의 곡입니다. 단순하면서도 귀에 박히는 곡으로 악마 벨리알(Belial)의 분노, 지옥에서의 권능을 숭배하며 순수한 악의 힘을 찬양하는 내용이죠. 다음 곡 'Where Cold Winds Blow'는 펜리즈가 데스의 잔재 없이 순수 블랙을 지향하며 작곡했다고 밝힌 곡으로 뾰족한 트레몰로 피킹이 연출하는 불협화음과 날카롭고도 긴 고통의 단말마 같은 스크리밍이 고막에 꽂힙니다. 속도와 그루브를 유지하는 리듬에 차가운 멜로디 라인, 혼란스러운 솔로 파트가 북유럽의 냉소적인 감성을 대변하는 듯한 곡입니다. 세속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이교도적인 고독 속에서 진정한 어둠의 영혼을 추구하는 모습을 묘사했고요. 앨범의 정체성을 담은 5번 트랙 'A Blaze in the Northern Sky'는 2집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곡으로 군더더기를 줄인 연주 대신 악기 같은 보컬과 저음의 내레이션 같은 의식적 선언문을 넣어 임팩트를 더합니다. 본 앨범의 음악적 비전인 '북녘의 불길'을 사운드로 구현한 곡인 만큼 구시대의 붕괴 이후 새로운 어둠의 시대를 맞이한다는 내용을 담았고요. 마무리 트랙 'The Pagan Winter'는 지긋하게 누르는 둠 메탈적 웅장함과 달릴 때는 달리는 블랙 메탈의 서슬 퍼런 냉혹함을 모두 챙겼습니다. 오랜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곡 전개가 이어지는 와중에 다소 애상적(哀傷的)인 기타 솔로는 흐름을 잡고 장엄한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다시 붕괴와 잠식을 번갈며 대미를 장식하죠. 앨범의 끝인지라 이교도의 겨울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우중충한 내용입니다. Kathaarian Life Code 10:39 In the Shadow of the Horns 7:02 Paragon Belial 5:26 Where Cold Winds Blow 7:24 A Blaze in the Northern Sky 4:58 The Pagan Winter 6:35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는데요.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전날 오후 네이버1784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2002년 등장한 국내 최대 단편영화제로, 2021년 운영 어려움의 이유 탓에 중단됐다가 장재현, 한준희, 윤가은, 이상근, 이옥섭, 조성희 등 여러 영화감독이 4년 만에 집행부를 구성해 부활했습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다인 1891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심사를 통과한 65편을 5일 동안 상영했는데요. 이 밖에도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는데, 일례로 지난 18일 열린 '창작자 토크'는 예매 당일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답니다. 특별상영 섹션이었던 '극장의 시간들' 상영 후 영화 '엑시트'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 진행으로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참여한 프로그램이었고요. '극장의 시간들'은 25주년을 맞은 예술영화관 씨네큐브를 기념해 태광 티브로드에서 준비한 작품으로 이종필 감독 '침팬지', 윤가은 감독 '자연스럽게', 장건재 감독 '영화의 시간' 이렇게 세 개의 단편을 묶은 엔솔로지 영화입니다. 씨네큐브는 지난 2000년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개관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으로,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만큼 서울 시내 대표 명소 중 한 곳이죠. 이날 저도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우리 모두 저마다 하나씩 갖고 있던 영화관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기분 좋은 영화더라고요. 이 작품은 다음 달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리는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나 내년 상반기 여러 극장에서 관람 가능하니 한 번쯤 보는 걸 추천합니다.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창작자 토크에서는 이들 감독은 각자 가졌던 극장의 추억들을 공유했는데요. 세 감독 모두 돈 없이 감독에 대한 꿈을 그리던 시절 찾았던 영화관을 떠올리더라고요. 이종필 감독의 경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입시에 실패했던 당시 서울 종로에 있던 영화관 '씨네코아'에서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포함해 하루 종일 상영작을 봤던 기억을 가장 먼저 되새겼습니다. 윤가은 감독 역시 방황하던 20대 시절 찾던 '스타식스 정동(지금 서울아트시네마)'을 언급했는데요. 학생이라 돈이 부족했던 당시 출근하다시피 아침에 이곳을 찾아 오랫동안 영화를 보고 또 봤던 추억이 있다고 합니다. 장건재 감독도 극장 안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에 종로 파고다극장이나 시네마테크에서 저렴하게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고요. 이 세 감독이 말한 영화관들은 현재는 볼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인데요. 씨네코아는 지난 1997년 종로구에서 4개 관을 갖추고 관람객을 맞이하던 영화관으로 지난 2006년 6월 영업을 종료한 곳입니다. 스타식스 정동은 2000년 시작한 뒤 2007년 경향신문이 인수, 시네마정동으로 영업을 이어간 복합멀티플렉스였지만 지난 2010년 10월 폐관했습니다. 1960년 낙원극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열었다가 1966년 간판을 바꾼 파고다극장은 1989년 기형도 시인이 숨진 곳으로 알려졌는데 2002년 긴 역사를 마감했죠. 이들 영화관에서는 대형 멀티플렉스처럼 상업영화도 내걸었지만, 예술영화나 고전이나 독립영화도 상영하며 씨네필들의 발길을 이끌었는데요. 현재 서울에서 이들 영화관을 대체할 수 있는 곳들로는 앞서 언급한 씨네큐브 외에도 아트나인, 에무시네마, 아트하우스 모모, 아리랑시네센터 등이 있습니다.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도 이런 영화관을 제공하는데요. 롯데시네마 '아르떼', 메가박스 '필름소사이어티관', CGV '아트하우스'가 바로 그 예인데, CGV 아트하우스는 아르떼와 필름소사이어티관에 비해 열리는 진행전이 많습니다. 이 중에서도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과 아트하우스를 갖춘 문화공간이죠. 여러 평론가의 게스트와의 대화(GV)나 영화행사가 자주 열려 씨네필들에게 '명씨네'란 애칭도 받았고요. 이런 와중에 최근 명씨네의 영업 종료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상영 기회가 적은 영화나 예술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던 명씨네와 추억을 하나둘씩 떠올리며 아쉬움을 전하는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명씨네 폐점에 대해 CGV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어려움 속에서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했다고 설명하네요. 이곳에 보관 중인 영화 서적 1만여 권의 향방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또 '한국영화인 헌전 프로젝트'의 일환 삼아 2018년 개관한 '김기영관'은 타 지점으로 이동할 계획이고요. 이처럼 모두의 추억이 담긴 영화관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표출하려는 영화인과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미쟝센단편영화제에는 다시 불이 켜졌습니다. 사라진 극장들의 빈자리를 그들이 만든 영화가 채워가듯, 공간은 사라져도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과 얘기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방증인 셈이죠. 날이 상당히 쌀쌀해졌는데요. 이런 날 몸을 녹일 수 있는 아늑한 극장에 앉아 따뜻한 영화 한 편은 어떨까요? 어쩌면 미래의 어느 날, 오늘 본 영화 그리고 영화관의 추억이 당신의 하루를 평안과 위로로 감싸주는 안식처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토요일. 구독 중인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다시 시청했습니다.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영화 '유전'을 보면 주인공 가족의 집을 디오라마 시점에서 비추며 화면 전환을 통해 통제된 운명에 갇힌 인형극적 공간 구성으로 공포의 미장센을 보여주죠. 감독이 시청자를 위해 대놓고 설계한 인상적인 연출기법이라 흔쾌히 눈에 새기며 보게 됐습니다. 주인공 피터(Peter)의 어머니인 애니 그레이엄(Annie Graham)도 영화상 직업이 디오라마(미니어처) 조형사라 소품으로 집을 제작하죠. 영화 자체도 찝찝함이 남지만 태양빛 아래에서도 이질감이 도는 것 같은 집 자체의 괴이하고도 은근한 서늘함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오늘의 이미지는 OpenAI에서 개발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자연어 처리용 딥 러닝 기반 언어 생성 모델)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서비스인 ChatGPT가 그린 유전 속 주인공의 집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외침은 적어도 이 영화 속 저주받은 집안에는 해당하지 않네요. 부모님 둘 다 전문직으로 중상류층 수준의 소득이 있거든요. 올해도 그날이 지나갔습니다. 1988년 10월 15일, 지금으로부터 37년 전 지강헌 인질극이 벌어진 날 말입니다. 교도소 이감 중 탈주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인질극을 벌인 단순 절도범 수준의 지강헌은 전국 생중계로 사회 불평등을 부르짖다가 결국 경찰특공대의 총탄에 맞아 과다출혈로 비극의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대한민국 사회의 사법 정의와 계층 간 불평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구호이자 사회비판적 개념이 됐죠. 이 말이 회자되거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셀 수 없이 많은 사건 중 국내외 몇 가지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지강헌 인질극 사건 1988년 서울 올림픽 직후,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탈주한 지강헌 일당이 서울 북가좌동의 가정집에서 인질극 자행. 지 씨는 560만 원을 훔친 혐의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추가 선고받아 총 17년간 수감 예정. 보호감호제는 재범 위험자의 추가 구금 제도로, 죄질에 비해 가혹하다는 비판. 지 씨는 수백억 원대 비리를 저지른 당시 대통령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 씨가 징역 7년 선고에도 조기 석방되자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현실 비판. ◇전두환 추징금 미납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학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이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 선고. 그러나 전 씨는 총 재산 29만 원뿐이라며 납부를 거부하다가 지난 2021년 11월 23일, 별다른 사죄나 반성 없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90세로 사망. 불법 축적한 재산이 차명 등으로 은닉될 경우, 법과 국가 권력조차 이를 환수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유전무죄의 상징적 사례 중 하나.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황제 보석' 사건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 및 구속. 그러나 수감 중 병을 이유 삼아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장기간 구속을 피해 외부 은신. 보석 조건으로 병 치료에 전념해야 함에도 외부에서 평범하게 지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 쇄도. 이는 재벌 총수 형량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재벌 3·5 법칙' 논란을 재차 야기. ◇O. J. 심슨 사건 전설적인 미식축구 스타이자 배우였던 O. J. 심슨이 1994년, 전처와 전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자 막대한 부를 이용해 미국 최고 변호인단 구성. 변호인단은 검찰 측 증거의 신빙성을 끈질기게 공격하고 사건을 인종차별 논쟁으로 돌려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 유도. 많은 증거에도 무죄가 선고되자 국내 언론은 이 사건을 '미국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비판. 다만, 2년 뒤 유가족이 제기한 민사재판에서는 살인 책임이 인정돼 배상금 지급. ◇이선 카우치 '부자병' 사건 2013년 6월, 당시 16세였던 이선 카우치가 텍사스주 버럴슨에서 만취 상태로 픽업트럭을 몰다가 고장 난 차량을 돕던 행인들을 덮쳐 4명 사망. 카우치 측 변호단이 법정에서 피고가 '부자병(Affluenza)'을 앓고 있다는 심리학자 증언을 제시하자 법원은 10년 보호관찰 처분과 고액의 사립 재활 시설 입소를 명령. 부유한 환경에서 제약 없이 자라 책임감과 시비 판단능력이 결여됐다는 주장을 위해 부자병이라는 비공식 용어를 근거로 들어 큰 파장. ◇금융 위기 책임자들 처벌 논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시 위기를 초래한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사 경영진들이 대부분 처벌 회피. 이들의 투기와 부실 경영 탓에 사태가 발발하며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고통받았으나 금융 엘리트들은 벌금형이나 기업 차원 합의금으로 사법 처리 마무리. 반면 소규모 경제 사범이나 서민들은 엄한 처벌을 받아 'Too Big to Fail(너무 커 망하게 둘 수 없다), Too Big to Jail(너무 거물이라 감옥에 둘 수 없다)'이라는 비판 야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공공도로 사업 사건 아르헨티나의 전직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2007~2015년 재임 기간 중 건설업체들과 공공사업 수주 관련 뇌물·부정부패 혐의로 기소. 그러나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라 체포 면책 상태였던 데다가 모든 혐의를 부인한 채 자신을 '사법 마피아의 피해자'이자 '정치적 박해'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항소 제기. 이로 인해 최종 판결이 지연되자 정치 고위층의 신분이 법률적 제약에도 빈틈을 만들어 사건을 회피하는 전형적 사례라고 비판. ◇아미나 보카리 사건 2010년, 홍콩 부유층 여성 아미나 보카리가 교통사고를 내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여러 명을 폭행하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보호관찰 및 1년 운전 금지만 선고. 법원이 '훌륭한 가정환경' '깨끗한 전력' '우수한 학업 배경'을 판결문 내용에 넣으며 감경 이유로 삼은 사실이 알려지자 거센 비판에 직면. 2001년과 2008년에도 유사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던 그가 홍콩 최고 법원 비상임 판사의 조카라는 배경과 맞물려 사회적 논란 확산.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살아있을 때 사망보험금을 활용할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도입가 이달 본격 시행됩니다. 금융위원회(금융위)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KB라이프·신한라이프, 5대 생명보험사(생보사)에서 선보이는 이 상품은 보험 계약자들의 노후 소득 공백에 대비를 위해 마련됐죠. 12일 보험업계의 설명을 보면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활용 가능한 연금자산으로 전환해 보험계약자들이 노후 소득 공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연금전환 특약이 없는 과거 종신보험 계약에 제도성 특약을 일괄 부여해 유동화가 가능토록 한 것인데요. 유동화 특약이 부가된 신규 상품에 가입한 뒤 보험료 납입 완료 및 가능 연령 도달과 같은 신청요건을 만족하면 유동화할 수 있습니다. 유동화할 경우 최소 본인이 납입한 월 보험료를 상회하는 금액을 비과세로 수령(연금 혹은 서비스)할 수 있는데, 수령 기간과 유동화 비율은 소비자가 직접 택할 수 있고요 제도 출시에 앞서 금융당국은 국민연금 수급연령대가 점차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은퇴 시점과 연금 수령 시작 시점 간 소득 공백에 대응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유동화 적용 연령을 65세에서 55세로 확대했습니다. 또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12개월치 연금금액을 일시에 지급하는 '연지급형'을 신설했죠. 우선 이달 연지급형을 출시한 뒤 전산개발을 마치고 월지급형도 순차 적용할 계획입니다. 제도 적용 대상은 ▲만 55세 이상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계약 10년·납입 10년 이상 완료 ▲사망보험 9억 원 이하 등을 충족한 계약인데요.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동일해야 하고 신청 시점에서 보험계약대출이 없어야 합니다. 현재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한 대상 계약은 75만9000건, 35조4000억 원이라고 하네요. 다만 사망보험금의 연금 전환 시 사망보험금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 A씨가 30세에 예정이율 7.5%인 사망보험금 1억 원인 상품에 가입해 20년간 매달 8만7000원의 보험료를 냈다면 총 납입액은 2088만 원인데요. 이후 A씨가 20년 70% 유동화를 택해 55세에 연금을 받는다면 월 평균 14만 원, 연 평균 164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20년간 총 수령액은 대략 3274만 원으로, 1억 원의 70%면 보통 7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과 큰 차이가 나죠. 연금보험 성격의 담보 사망보험금...소비자 보호 방안 강화 이 같은 금액이 산정된 이유는 A씨가 낸 보험료와 예정이율에 따라 쌓인 책임준비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인데요. A씨가 납입한 2088만 원의 보험료에 예정이율 7.5%를 더한 금액이 책임준비금인데, 이를 토대로 보면 A씨의 예정 연금액이 나옵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이자가 작을수록 실제 연금 수령액이 적다는 점을 알아둬야 하죠. 제도 신청 이후 A씨는 연금 수령액과 사망보험금을 합쳐 총 6276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이 역시 사망보험금의 본래 약속 금액인 1억 원은 아닌 만큼 의문이 들 텐데요.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1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현재 쌓인 책임준비금을 활용해 노후 연금으로 미리 당겨쓰는 제도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종신보험은 사망이나 상해, 질병 등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이라 보험금이 비과세인 만큼 보통 납부한 보험료보다 받을 보험금이 적다 보니 이런 셈이 나옵니다. 그러나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연금보험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과대 대상이 될 수 있죠. 다만 금융당국은 유동화 상품 월 납입 보험료와 기존에 보유한 저축성 보험 월 납입 보험료를 더해 150만 원 이하면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만약 따로 가입한 연금보험료가 매월 100만 원인 A씨가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택했다면 과세 대상으로 전환될까요? 앞서 A씨는 매달 8만7000원을 냈고 70% 유동화를 택했는데, 당국은 이를 월 납입 보험료 6만900원으로 책정합니다. 그러면 총 106만900원이 되므로 비과세 대상인 거죠. 이 밖에도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제도인 점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은 한층 강화한 소비자 보호 방안도 마련했는데요. 먼저 5개 생보사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이 되는 계약자에게 개별적으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통지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제도 운영 초기에는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대면 영업점을 통해서만 신청·접수를 받습니다. 제도 안정화 이후에는 비대면 접수를 확대할 예정이고요. 더불어 충분한 제도 안내와 계약자의 이해도 제고를 위해 보험사별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전담 안내 담당자를 운영하며 사망보험금 유동화 철회권과 취소권도 보장합니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유동화 신청 시 용이한 선택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유동화 비율 및 기간에 따른 지급금액 비교결과표를 제공한다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독자 여러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휴식의 여운을 강제 삭제한 채 시월의 일상으로 복귀한 분들은 아마도 저처럼 인지력 둔화와 무기력증 탓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시간을 보내실 테죠. 난 누구? 여긴 어디? 전 업무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최근 기사를 훑고 있는데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에미넴(Eminem)의 소식이 눈에 띕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2일 피플 등 외신에 따르면 둘 사이 오랜 불화가 다시 화제라고 합니다. 머라이어 캐리가 최근 미국의 한 텔레비전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에미넴이 자전적 영화 '8마일'에 자신의 엄마 역할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어느 정도는 진실이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는 게 기사 내용이었고요. 내용을 보태자면 각각 69년 3월, 72년 10월로 만 4년 차이도 나지 않는 연하 에미넴의 제안으로 두 사람의 불화가 시작됐고 수년째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답니다. 에미넴은 과거 반년간 연인관계였던 머라이어 캐리와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고 밝혔으나 크리스마스의 여왕은 네 차례 함께 했을 뿐 데이트한 적은 없다면서 그의 발언을 부인했다네요. 1972년 10월17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조지프에서 태어난 래퍼이자 배우 겸 프로듀서, 작곡가, 사업가인 에미넴(Eminem)의 본명은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Marshall Bruce Mathers III)입니다. 예명 에미넴은 본명 이니셜 'M&M'을 발음대로 표기한 것에서 유래했고요. 백인 래퍼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며 힙합 장르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래퍼 중 한 명이 된 에미넴이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낸 건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일찌감치 가정을 버린 아버지와 자식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어머니를 향한 분노를 랩으로 거칠게 쏟아내 문제가 되기도 했죠. 2002년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앨범 'The Eminem Show'의 4번 트랙이자 두 번째 싱글인 'Cleanin' Out My Closet'은 에미넴이 자신의 어머니 데비 매더스(Debbie Mathers)에게 쌓인 분노와 원망을 표출한 곡입니다. 벽장 속을 청소한다는 폭로, 발산, 고해의 뜻이 담긴 제목처럼 자신의 어둡고도 사적인 과거를 대중에게 드러내고 해소하려는 의도였죠. 이 노래 후렴구는 'I'm sorry mama, I never meant to hurt you, I never meant to make you cry. But tonight, I'm cleaning out my closet, one more time(엄마 미안해요,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어요, 울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오늘 밤, 난 내 벽장을 청소할 거예요, 다시 한 번)'이라는 가사입니다. 겉으로는 사과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으로 채운 날이 선 반어와 냉소였고요. 이미 2000년에 내놓은 'The Marshall Mathers LP'의 수록곡 'Kill You' 등에서 자신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던 모친과의 관계는 'Cleanin' Out My Closet' 발표 이후 더욱 악화됐습니다. 그러다가 에미넴은 2013년 'The Marshall Mathers LP 2' 수록곡 'Headlights'를 통해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화해한 이후 더는 'Cleanin' Out My Closet'을 부르지 않는다고 하네요. 다만 안타깝게도 에미넴의 어머니는 지난해 12월 향년 69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애증 서린 사연의 직접적인 단초가 된 노래 'Cleanin' Out My Closet'과 얼핏 유사한 문장구조 같지만 큰 맥에서 차이가 있는 표현으로 'coming out of the closet'을 언급할 수 있죠. 벽장에서 나온다는 이 표현의 기원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경 영국과 미국에서 상류층 젊은 여성이 성인 자격으로 공식석상에 처음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coming out into society'였습니다. 'coming out party'는 사교계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데뷔 파티를 지칭했고요. 이처럼 사회에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는 과정으로 사용하던 커밍아웃은 1960~70년대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은폐와 억압의 은유인 'closet'과 연결돼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공개 선언을 통칭하게 된 겁니다. 지금은 여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공개하는 행위 전반을 포괄하는 커밍아웃은 결국 에미넴의 고백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맥이 같죠. 매년 10월11일, 오늘은 '커밍아웃의 날'.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LGBT) 등 성소수자의 인식 제고가 목적인 기념일로 1987년 워싱턴에서 열린 게이·레즈비언 권리 행진을 기려 제정했습니다. 미국 인권운동가 로버트 아이슈브르(Robert Eichberg)와 장 올릴리(Jean O'Leary)가 이듬해인 1988년 공식 제안했고요. 커밍아웃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보편적 표현입니다. 우리가 감춘 진실과 억압의 표상인 벽장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거죠. 세상에는 언젠가 드러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불편하고 어수선한 벽장을 정리하거나 빠져나와야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거죠.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주스페인 한국 대사관이 그제 마드리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양국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한 국경일 행사를 열었습니다. 스페인 정부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 우리 동포 등 4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임수석 대사는 환영사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로 양국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했고요. 그러면서 스페인과 우리나라가 마치 쌍둥이 같이 닮은 면이 많다고 제언했죠. 실제 스페인은 1970년대 중반까지 프랑코 독재 정권을 겪고 197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국민의 오랜 민주화 운동 끝에 현재의 민주주의를 이룩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죠. 또 약 50만 ㎢에 이르는 스페인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에 많이 앞서지만 인구는 48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5170만 명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듯 스페인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제 침체에 허덕였으나 무사히 회복하고 유로존을 이끄는 주요 경제국 중 하나가 됐죠. 여기 더해 두 나라 모두 반도 국가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으며 스페인 국민 역시 우리 국민처럼 열정적이면서도 다혈질인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묘한 정서적 친근감이 생기는 듯하네요. 이 대사가 왜 쌍둥이라고 제언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쌍둥이가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죠. 혼자가 아닌 둘이라 얻는 두 배의 즐거움과 능력들이 있다고 합니다. 정서적 유대감과 심리적 안정감도 그렇거니와 오랜 기간 서로를 관찰하고 함께하면서 생기는 강화된 소통능력도 있다네요. 일부 쌍둥이들은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를 '크립토파시아(Cryptophasia, 쌍둥이어)'라고 합니다. 그리스어로 각각 비밀과 말을 뜻하는 'crypto-' '–phasia'를 합친 용어죠. 서로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기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두뇌와 신체가 두 배로 작동하는 시너지도 강점이고요. 지속적인 경쟁과 자극을 통한 학습 및 사회성 발달의 이점, 태어나면서부터 둘로 존재하며 체화하는 사회성, 공감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쌍둥이가 갖는 두 배의 의미처럼 국경일이자 법정기념일로 두 배의 의의를 되새겨야 할 날들이 있죠. '세계 유일' 만방에 뽐내도 모자랄 문화적 국경일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입니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기준 삼아 국가 차원에서 기리고자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법정기념일은 2·28 민주운동 기념일, 납세자의 날, 3·8 민주의거 기념일, 상공의 날, 서해수호의 날, 장애인의 날 등 모두 57일입니다. 국경일이자 법정기념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로 제헌절을 제외하고 모두 공휴일입니다. 제헌절을 뺀 이유는 주 5일 근무제 확대에 따른 연간 총 휴일 수 증가에 기인하는데요. 재계에서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경제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정부가 이 의견을 반영해 2006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며 지난 2008년부터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거죠. 이와 대조적인 사례의 국경일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 한글날입니다. 역시나 제헌절과 마찬가지로 재계의 반발 탓에 지난 1991년부터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은 한글 가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2005년 '한글날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며 국경일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한글의 위상 재정립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아지자 2012년 12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을 위시해 2013년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됐죠. 한글날은 정치적·역사적 사건이 중심인 다른 국경일과 비교해 유일하게 문자 창제라는 문화적 업적을 기리는 날로 국가 언어·문자 창제일이 국경일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핀란드어의 날, 아이슬란드어의 날 등 언어 기념일을 제정한 다른 나라들도 있지만 자국 언어 사용을 기념하거나 권장하는 날인만큼 한글날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죠. 세계에서 유일하게 언어 창제의 위업을 온 국민이 함께 기리는 대한민국. 이 훌륭하고도 기쁜 한글날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두 배로 의의를 되새겨야 할 이날은 태극기를 쌍으로 게양해야 모자람이 없을 겁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IE 금융]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세다. 17일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지난달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7%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 2022년 8월(연 2.96%) 이후 올해 2월 처음 2%대를 기록하다 이후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던 중 10월 지난달 연속 뛴 것. 같은 달 잔액 기준 코픽스는 2.84%로 전월보다 0.05%p 떨어졌다. 신 잔액기준 코픽스도 전월 대비 0.01%p 내려간 2.48%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며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보통 시장금리 변동이 천천히 반영되지만,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해당 월 중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되면서 비교적 시장금리 변동이 빠르게 반영된다. 다만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를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를 신
[IE 문화] IBK기업은행이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 'IBK 아트스테이션 2025' 세 번째 전시를 진행. 17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오주영 작가 개인전 '공존 : AI돌봄센터'로 구성되며, 황조롱이 드론 형상 조각 및 영상 작품 공개. IBK 아트스테이션 2025는 공존을 주제로 김서울, 이호준, 오주영, 남다현, 박소희 작가가 참여하는 순차 개인전 프로젝트. 오 작가는 도시 환경에 적응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모티브로 인공지능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 제작. 전시는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기업은행 본점 및 IBK파이낸스타워 로비에서 무료 관람 가능.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2025 문화예술 후원 우수기관'에 선정. 또 오는 26일 대구에서 산업단지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IBK 예술로' 개막 행사를 진행할 예정. /이슈에디코 김지윤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IBK 아트스테이션'은 기업은행이 지난 2022년부터 신진 작가 발굴 및 창작 활동 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시각예술 전시 플랫폼. 이번 오 작가의 모티프로 사용된 황조롱이는 멸종위기종이 아
[IE 금융]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일명 '빚투(빚내서 투자)'에 해당하는 신용거래융자가 뛰면서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당국 수장들이 안일한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자 해명에 나섰다. 17일 금융위는 '최근 신용대출·신용거래융자 동향 및 리스크 관리 현황'을 공개하며 빚투의 경우 투자자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전 금융권 신용대출은 올해 1~10월 중 2조 원 순감해 과거 평균 대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10월 중 신용대출은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통상 이 기간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신용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용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리스크를 면밀하게 관리 중"이라며 "신용대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거래융자는 고객이 증권사에서 미리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인데, 상승장 때 대출을 이를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다만 이때 산 주식은 대출 담보가 되며 주가가 내려가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증권사에 의해 강제 매도(반대 매매)될 위험성이 있
[IE 금융] 앞으로 신용카드사 결제 시 포인트가 일정 수준 쌓이면 자동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현대·KB국민카드 등 세 곳만 이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올해 말까지 나머지 5곳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카드 포인트 자동 사용 서비스가 모든 카드사에 전면 확대된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카드 결제를 할 때마다 포인트를 얼마씩 쓰이도록 지정할 수 있다. 만약 자동 사용 포인트를 1000포인트로 지정하면 카드 결제를 할 때마다 1000포인트씩 우선 사용된다. 포인트를 다 썼더라도 미리 지정한 만큼 포인트가 쌓이면 다시 자동 차용된다. 카드 포인트는 대개 적립일로부터 5년이 유효기간이며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특히 일부 제휴 포인트는 1~3년으로 유효기간이 더 짧다. 현재 금감원에 따르면 카드 결제 시 쌓이는 포인트가 하루에 2억 원씩 소멸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8개 카드사의 포인트 소멸액은 365억 원으로 집계된 것. 또 지난 2021~2024년 포인트 소멸액은 3160억 원으로 하루 평균 2억1644만 원이 증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의 사라진 카드 포인트 규모는 150억 원으로